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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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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숲안으로 들어선 진우는 5분정도 안으로 나아가자, 무분별하게 나무가 잘려져 있거나, 반쯤 부서져 흉측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는 공터에 도착하였다.

아니, 공터라기 보단 전투의 여파라고 설명하면 더욱 정확하리라.

"여기서 전투가 일어났다는 것은 저쪽에서 노렸다는 뜻이겠지? 올때동안 잠깐 쉬어볼까나~"

거칠게 부러진 나무 기둥의 뾰족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사포질하듯이 깍아내고 그 위에 앉은 진우는 벌레 소리나 새 소리만 들려오는 작은 산림지의 공기를 만끽하였다.

'쯧. 보아하니까 꽤 만만찮은 애들 나올것 같은데 괜히 객기 부렸나? 아냐, 아무리 자유가 좋다지만 힘을 감추고 답답하게 지내는 자유에는 가치가 없어.'

원래 용병 생활을 하면서 자유를 만끽하려 했는데, 자칫하다간 자신의 힘이 공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이런 의뢰를 괜히 승낙했나 싶었지만, 마치 '자신 있으면 덤벼봐라' 라고 도발하는 것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듯이 오고 말았다.

이토록 도발적이라면 자신의 힘에 자신이 있을테고, 100%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던 인물이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인물에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진다면?

자신감이 흐르다 못해 넘치는 표정에서 절망감이 흐르고, 자존심을 모두 버리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다면?

그 표정과 절망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짜릿해질 정도로 정신적 쾌락을 느낄 수 있는 S 성향의 진우에겐, '답답하지만 자유를 위해 정체는 숨겨야지' 라는 생각보단 '자유도 중요하지만 쾌락이 최우선이지' 쪽이 더 강하기에 자유를 만끽하기 위한 용병 생활보단 말초신경에 강렬한 자극이 오는 쾌락을 갈망하는 본능이 더 강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힘을 숨기고 평범한 생활을 갈망하겠지만, 진우는 힘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는 짓따윈 머리가 지식 수준이 수준 미달인 놈들이나 하는 짓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힘이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최고의 쾌락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그에게 있어선 현실이고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왜 이리 안 와?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진우는 누군가를 향해 생각보다 반응이 늦는다고 생각하며 투덜거렸고, 그와 동시에 머리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아가씨 말대론데."

"키키킥……. 이번 사냥감은 괴롭히는 맛이 있겠어."

쿵! 사박-

나무 위에서 놀래켜주려고 한듯, 잠자코 매복하고 있던 두 남성은 땅으로 착지하였다.

한 명은 2m는 가뿐히 넘을듯한 거구의 흑인, 다른 한 명은 키가 작고 등이 불쑥 튀어나온 꼽추에다 음산한 외모의 백인이였다.

"E급 주제에 꽤 감각은 날카로운데? 어딘가에서 활동했었나?"

두 사람 모두 제복같은 흑갈색 롱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흑인은 롱코트를 벗어던지자 뚜렷한 식스팩과 자기 허벅지만한 팔뚝을 자랑하듯이 과장된 포즈를 지어보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 엄청난 근육덩어리가 자신을 후려칠 것에 겁을 집어먹겠지만, 그의 반응은,

"아 씨발, 내 눈! 마이 아이즈~~! 정신 공격이냐! 내가 졌다! 도저히 버틸수가 없어!"

남자의 징그러운 근육과 몸매에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킬킬킬……. 농담도 할 줄 아는군. 배짱은 마음에 들어."

"저기요, 님도 만만치 않거든요? 두 사람 모두 마스크라던가 복면이라도 써주면 안 될까? 니들 외모만 보면 눈이 썩어버려서 백기를 들고 싶거든."

어디를 가도 나불거릴 주둥이를 가진 진우는 음침한 곱추 백인을 향해서도 한 마디 해주었고, 어차피 죽을놈의 마지막 유언이라 생각한 두 남자는 그다지 기분이 상한 분위기는 아니였다.

"크큭, 입담 하나만큼은 뛰어나구나. 하지만, 네 놈의 실력이 그 정도가 되는지 확인해주마."

"야, 그거 판타지나 무협 소설에서 주인공에게 패배할 악당들이 내뱉는 대사거든? 넌 지금 패배 플래그를 스스로 세워버린거야."

"……."

그의 이해못할 헛소리에 흑인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고, 음침한 외모의 백인은 킬킬거리며 기뻐하였다.

"크키킥! 아가씨의 말씀대로군. 저 녀석의 얼굴에서 절망감이 나오면 어떤 기분일지 기대가 돼."

"뭐, 서로 알거 다 알고 있는 사이니까 서론은 그만 끝내지. 나머지 녀석들도 나오라 그래."

"……."

음침한 외모의 백인도 입을 다물었다.

자신들의 감각으론 이 근처엔 자신들과 진우밖에 없는데, 그는 마치 다른 누군가가 더 있다는 듯이 말하는게 아닌가?

"응? 뭐야? 더 안나와?"

"감각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였군. 이곳을 중심으로 50m 안에는 너와 우리밖에 없다."

"뭐? 그럼 겨우 너희 둘로 날 상대하려고 했던거야? 난 내 감각으로도 안 잡히는 놈이 있어서 긴장빨고 있었는데?"

그리고선 '겨우 너희들이?' 라는 비웃는 표정과 코웃음을 치자, 흑인과 백인의 표정이 처음으로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는 자신들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아가씨의 명령이라고 해도 적당히 괴롭히고 죽이지는 않을 생각이었는데 알아서 무덤을 파는군."

"일단 그 재수없는 얼굴가죽부터 찢어주지."

"오케이, 다~ 알겠으니까 패배 플래그 그만 세우고 덤비지 그래? 더이상 패배 플래그 세우면 니들 신세가 한심해지……."

더이상 그의 헛소리를 듣기 싫다는 듯이 흑인은 잔상만 남는 엄청난 속도와 함께 달려들어 진우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간단히 고개를 숙여 회피한 그는 품속에 있던 MPX를 꺼내들어 몸을 반쯤 꺽으며 흑인을 향해 발사하였다.

퓨퓨퓻!

소음기 특유의 퓻퓻 소리와 함께 흑인의 등짝에 총탄이 박혀들어갔고, 그 빈틈을 노린 백인의 몸이 갑자기 홀쭉해지더니 롱 코트가 땅에 떨어졌다.

몸뿐만 아니라 팔다리까지 엿가락처럼 늘어난 백인은 나무를 붙잡고 몸을 빙글 돌리며 나뭇가지에 몸을 옭아매듯 칭칭 휘감았고, 진우가 서 있던 자리를 늘어난 다리를 그 반동을 이용해 강하게 후려쳤다.

콰앙!

역시나 간단하게 몸을 한발짝 뒷걸음질하여 회피한 진우는 음푹 패여들어간 땅바닥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맞으면 골로 가겠네. 탐색전은 이걸로 끝인감?"

"……."

"……."

여전히 장난기 넘치는 그의 목소리와 달리, 흑인과 백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상대방을 기절시키기 위해서 마지막에 힘을 뺐다지만, E급 용병 따위가 간단하게 회피할 수준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큿……."

게다가, 흑인은 자신의 등짝을 가격한 MPX의 탄알이 가져오는 쓰라림에 눈썹을 찌푸렸다.

'이럴수가? 신체 강화 8등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내가 겨우 저런 기관단총에게 고통을 겪다니!?'

마에스트로 등급의 힘으로 총기의 성능이 2배나 향상되어있고, 관통력을 20% 끌어올린 진우의 MPX에 의해 탄알이 살짝 박혀들어간 것이다.

"왜들 그래? 아까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어디 간거야? 와이 쏘 시리어스?"

여전히 입가에 웃음기가 가득한 그의 모습에 흑인과 백인은 상대가 만만찮은 적이 아님을 직감하고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뭐지 이놈? 보통 녀석이 아닌것 같은데?'

'느낌이 안좋아. 패턴 D로 간다.'

'좋아. 아가씨에겐 미안하지만 네 말대로 이 놈은 왠지 분위기가 안좋아. 단숨에 처리하는게 좋겠어.'

그들은 E급 용병 주제에 자신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신체 강화 8등급 이능력자의 피부에 상처를 내는 기관단총의 위력에 다른 조직에서 보낸 암살자가 아닐까 라는 의심으로 단숨에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동안 그들의 계획이 세워지길 일부러 기다려준 진우는 짝다리를 짚고 한쪽 발을 탁탁거리더니 지루하다는듯이 몸을 크게 기지게하듯이 펴 올렸다.

"끄으으응~~! 작전좀 세울려면 빨리좀 세워. 기다리기 지루해."

그 사이에 서로 눈빛 교환을 마친 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흑인이 먼저 그를 향해 달려들더니 복싱 자세를 취하며 속사포같은 잽을 날리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으오오옷!"

기합성과 함께 잽의 속도는 더더욱 빨라졌지만, 진우는 그 속도를 눈으로 확인해나가며 여유롭게 피하였다.

그 때, 잽에 시선이 팔린 사이에 땅에 착지한 백인은 그의 등을 노리듯이 달려들었으나, 이미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던지라 잽을 피하면서도 여유롭게 몸을 빼내 등쪽을 공격하려는 백인의 공격을 회피하였다.

"겨우 이걸로 끝……."

후우웅!!

그들을 조롱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찰나, 흑인이 백인의 몸을 진우쪽을 향해 후려치듯 내던졌고, 백인의 몸이 얇고 넓게 퍼지더니 마치 거대한 그물망처럼 진우의 몸을 덮쳤다.

"어라……."

와락!

진우의 몸을 감싸는데 성공한 백인은 몸을 축소시켰고, 그 틈을 노려 흑인이 달려들어 백인의 살가죽 너머로 보이는 진우의 형체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흐아앗!"

퍽! 퍼퍽!

"큭! 크윽!"

이 기술에는 백인도 어느정도 데미지를 입는지, 그의 입에서 어느정도 고통어린 신음성이 터져나왔지만, 몸을 넓고 얇게 변형시켰기에 그 고통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퍽! 파앙!

권투를 배운듯, 계속해서 진우의 형체를 라이트, 훅을 섞어가며 얼굴, 복부, 명치를 쉴틈없이 후려치던 흑인은 마무리로 어퍼컷을 날려 턱을 정통으로 가격하였고, 마지막 일격에 꿈틀대던 진우의 몸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자 주먹을 멈추었다.

"후우…이걸로 끝났겠지. 젠장, 아가씨에겐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지금까지 리피가 속한 '조직' 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뤘던 두 사람은 실전으로 갈고 닦여진 감 덕분에 수차례나 위기를 넘겼기에 감이 호소하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이였으나, 그 모습을 숲 여기저기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로 그의 재수없는 얼굴이 절망으로 가득 차길 원하는 리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 하였다.

푹!

"크하악!?"

그 때, 그물처럼 얇고 넓게 변형시킨 백인의 몸을 뚫은 동양인의 손이 그대로 흑인의 머리를 잡아챘다.

"으오오!?"

깜짝 놀란 흑인은 자신의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압박감에 비명을 내지르며 팔을 전력으로 후려쳤으나, 그럴수록 머리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그 강도가 더더욱 심해졌다.

찌익! 찌지직!

"끄아아악!"

한 손으로 흑인의 머리통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을 가둔 백인의 변형된 몸을 찢어내기 시작한 진우는 찢어진 살가죽을 붙잡아 힘껏 내리자 그가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이정도라면 왠만한 능력자는 힘도 못 써보고 당하겠는걸? 이능력끼리 조합하면 이런 상상도 못할 작전도 세워지는구만. 좋은걸 배웠어."

"으아악!"

"끄아아아!"

살가죽 밖으로 나와서 각기 다른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두 남자의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꺽은 진우는 처음으로 웃는 낯이 사라졌다.

"근데말이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니까 아무리 이 몸이라 해도 꽤 아프더라구. 게다가 남자 따위의 몸속에 들어가는 불쾌한 경험까지 해서 아까전까지 HIGH했던 내 기분이 sorrow 해졌거든? 이 좆같은 기분을 어떻게 풀어줄까? 앙?"

============================ 작품 후기 ============================

원래는 3편에 걸친 전투씬을 계획했지만, 전투가 길어지니까 진우의 먼치킨스러움이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첫번째 계획안을 폐기하고 이번엔 3편은 그대로 유지하되, 아무리 맞아도 끄떡없는 최강 몸빵의 위용을 보여주려 했는데...

'3편동안 맞아주면 그게 S냐? 그냥 존나 몸빵 강한 M이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1편안에 전투씬을 끝장내고, 2편째에 리피가 원하던 상황을 만들기로 변경하였습니다. 대상자가 바뀌었지만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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