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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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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아주 약간의 망설임과 함께 자신을 향한 사랑을 선택한 이실리아의 모습에, 이렇게나 순종적이고 아름다운 암컷을 두고 죽어버린 유창호를 향해 다시 한번 비웃은 진우는 기분좋은 미소와 함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포상이다. 내 물건을 봉사할 수 있게 해주……."

띠리리리--- 띠리리리---

"아놔, 꼭 이런 타이밍에 전화가 오고 지랄이야."

참고로 게임 내에서도 휴대폰의 벨소리를 설정할 수 있지만, 누가 알아주는것도 아니기에 그냥 기본 벨소리로 쓰고 있는 중이였다.

봉사받을때는 여성쪽의 정성과 사랑을 느끼도록 감각에 집중하는것이 남자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진우는 손바닥을 펴올리며 이실리아의 행동을 막고 휴대폰을 들었다.

"뉘슈?"

심기가 불편해진 상태였기에 당연히 가는 말이 곱지 않았으나, 상대방쪽은 그의 말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네가 손 진우냐.-

"앙? 댁은 누군데 남의 존엄한 이름을 막 써먹는겐감?"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억지로 차분함을 유지하는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에 귀차니즘이 팍팍 섞인 목소리와 표정으로 대꾸하였으나, 그 다음 대사에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리 샤오메이, 리 한윤의 부모다.-

분노와 살기가 꾹꾹 눌러 담겨진 목소리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진우는 오랫동안 통화하기 위해 편한 자세로 고쳐앉으며 최대한 비열하고 간사한 말투로 대답하였다.

"아아~~!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전화하셨구나~! 에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전화까지 하실것 까지야. 국제 통화가 돈 많이 나가거든요? 고맙다는 인사를 할 생각이라면 마음만 받아줄테니까 빨리 끊으세요. 통화비 많이 나오면 마누라한테 바가지 긁힙니다."

-장난하지 마라. 게다가 네가 말하지 않았던가? 불만 있으면 부르라면서 전화번호까지 적었으면서?-

"뭐, 당연히 그렇긴 했다만…헐~ 대애박~! 님 혹시 정말로 불만이 있어서 전화 하신거예요? 정말이라면 진짜 천하의 개쌍놈인데?"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내 딸과 아들도 무도가인 만큼, 전투중에 생겨난 부상까진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네 놈은 도가 지나쳤어.-

샤오메이와 한윤의 아버지인 리 장홍은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진우의 악행에 대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대사를 읊어내렸지만…….

"도가 지나쳐? 도가 지나친건 댁 아들이랑 따님이지. 감히 야만스런 짱개 주제에 감히 한국인에게 지랄을 떨어? 믿을건 쪽수 하나 밖에 없는 것들이?"

-네 놈과 유치한 감정 싸움 따위 할 생각은 없다. 딱 두 팔과 다리만 분질러주지.-

"허어, 이런 미친 새끼를 보았나. 예수가 보면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성인聖人이 있는가' 라고 지리면서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릴만한 선행을 베풀었는데 뭐? 도가 지나쳐? 두 팔과 다리만 분질러?"

진우는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분노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진심이라 여기고 있을지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이 경고를 무시하면 제 아무리 부처라 해도 화딱지나 나서 네 놈의 대가리를 후려칠테니까 신중하게 생각해. 지금 당장 마지막 기회를 준 나의 관대함에 무릎꿇고 찬양한 다음에, 네 자식놈년들에게 21세기에서 태어난 새로운 예수와 부처의 환생에게 시비를 걸었던것을 직접 끌고나와 사죄시켜. 생각해보니까 그 년놈들에게서 사죄를 받아냈어야 했는데 깜빡했지 뭐야."

-…….-

자신이 행한 행동을 예수나 부처가 감동할만한 선행이라 주장하는 그의 주장에, 전화를 받고 있던 장홍은 할말을 잃은듯이 묵묵부답이였다.

-콰아앙!-

잠시후,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최대한 절제된, 하지만 분노가 조금씩 세어나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내가 말하는 곳으로 나와라.-

그가 말한곳은 정무맹 한국 지부.

정무맹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중국 무술의 위대함을 알리고자 각 국가마다 지부를 설립하였는데, 한국에 들어선 정무맹 지부는 한국인의 급한 성질을 파악하여 중국 무술중에서 실전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면서 어느정도 뿌리를 박는데 성공한 상태였다.

"내가 미쳤다고 남의 홈그라운드에 쳐들어가냐? 들어가자마자 다굴맞을게 뻔한데?"

-지금 이 곳은 나의 권한으로 모두 비워둔 상태인데다, 네 녀석을 벌하는것은 우리 부부만으로도 충분하다.-

"……!"

솔직히 '현피는 안나가줘야 제맛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적당히 도발하고 무시하려 했던 진우는 '부부' 라는 단어에서 눈이 번뜩 뜨였다. 물론, '그쪽' 방향으로.

'아…걸렸구나…….'

방금전까지 귀찮은티를 팍팍내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색이 돋으며 목표물을 노리는 짐승의 것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확인한 이실리아는, 또다른 '동료' 가 빠른 시일안에 등장할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히야~ 댁들도 근성 쩔어. 설마 나 하나 잡자고 부부가 출동할 줄이야. 뭐, 댁들의 정성을 봐서 지금 그쪽으로 가주지."

-그럼 기다리지.-

그와 동시에 상대방쪽에서 전화가 끊겼고, '치우' 로서가 아니라 '진우' 로서 그들과 마주쳐야 하는 그는 편한 복장으로 간단히 차려입었다.

"자, 그럼 가볼까, 이실리아?"

"예? 저도 함께 말인가요?"

"당연하지. 저쪽에서 '부부' 로 왔다는데 우리도 '부부' 로서 맞이해야 하잖아?"

"에엣……."

갑작스런 그의 폭탄 발언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실리아의 얼굴은 서서히 발그레져갔고, 이내 귓볼까지 빨개지자 부끄러운듯 고개를 살짝 내리 숙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부로서 함께 가는거라면…좋아요……."

그런 그녀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보인 진우는 이실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칭찬해주었다.

"정말이지 당신이란 여자는 아무리 즐겨도 질리지가 않아."

"아…아우으……."

마치 어린 아이를 칭찬하듯이 머리를 쓰담는 그의 행동에, 더욱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푹 숙인 이실리아는 이내 기분좋은듯한 미소로 손의 감촉을 즐기기 시작하였다.

'노아가 머셔너리에 가서 다행이네. 이 꼴을 봤다면 분위기 다 깼을텐데.'

노아는 머셔너리에서의 호출로 인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랜드 아크의 등장과 아크로스의 유럽 침공으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였기에, 이 문제에 대한 경고, 혹은 의뢰를 위해 뛰어난 실력을 가진 용병들을 호출하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무시해도 상관은 없다만, 천성적으로 가만히 있지 못하는 노아가 큰 건수의 냄새가 느껴진다면서 얘기만이라도 듣고 오겠다며 의견을 냈다.

노아가 쓸만한 이벤트를 물어오면 그건 그것대로 즐겨주면 된다고 생각한 진우는 쾌히 허락을 보냈는데, 그 사소한 결과가 지금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한 셈이다.

'페리샤가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뭐, 거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리가 만무하지.'

페리샤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애초에 혼자 풀 수 있을만한 구조도 아닌데다 노아도 조만간 돌아올테니 후딱 가서 끝내고 돌아오면 아무 문제 없으리라.

"자, 그럼 가볼까, 여보?"

"예……! 감히 제 남편에게 시비를 건 작자들을 혼내주러 가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는 여보, 당신 이라는 호칭을 쓰긴 했지만 외부에는 알리지는 못할, 자신들만의 비밀스런 호칭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이실리아는 타인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알리겠다는 그의 말에 격하게 기뻐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남들 앞에서 부부임을 소개하겠다는 것은 정말로 자신을 아내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니까.

정무맹의 대사부라는 강적을 맞이해야 하지만, 정말로 진우의 아내가 되었다는 기쁨과 환희로 가득찬 이실리아는 그랜드 아크가 눈 앞에 있어도 때려눕힐 것처럼 전의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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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이 개자식이……!"

태극권의 고수인 장홍은 분노가 얼마나 무술가에게 치명적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분노로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으스러뜨린 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였으나, 링 마지에가 그런 남편을 제지하였다.

"조금만 참아, 장홍씨. 상대방은 중국의 유망주들을 홀로 격퇴한 실력자야."

어릴때부터 함께 지내다보니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없을땐 격의없이 편하게 말을 놓게 된지라, 장홍은 마지에의 말투에 신경쓰지 않고 심호흡을 하면서 분노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그건 그렇고 정말 이쪽의 속을 무참하게 긁어대네. 이렇게까지 뻔뻔하고 비열한 작자는 처음이야."

수천만이나 되는 무술가들중에서 비열하게 암수를 쓰거나 암습을 가하는 작자들은 기본이요, 돈의 힘으로 더러운 짓을 하는 이들의 계략과 음모를 모조리 분쇄하면서 대사부의 자리에 올랐던 장홍과 마지에는, 진우가 지금까지 만나본 비열한 이들중에서 가장 신경을 긁는 방법을 잘 아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전투중에 이 도발을 들었다면 장홍은 태극권이고 자시고간에 무조건 진우를 쓰더뜨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으리라.

"누군가를 이렇게 조급하게 기다려본적은 처음이군……. 그리고 누군가를 무술로 쓰러뜨리는게 아니라 살과 뼈를 찢어발기고 싶은것도 처음이다……."

자신의 아들인 리 한윤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기 또래에서 누구도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데다, 대사부의 제자라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평범하게 패배하였다면 오히려 아들에게 귀한 경험을 준 진우에게 고마운 감정을 가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딸의 사지를 분질러내고 그 모습을 부모에게 보이면서 장난감처럼 다루는 모습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이 없는 범죄자의 모습이였다.

게다가 본국에 도착한 샤오메이의 상태를 확인한 의사들로부터 한윤은 몇개월동안 요양하면 되지만, 샤오메이의 양 무릎은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터라 몇년동안 긴 수술과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하고, 설령 어찌어찌 치료해도 신체 강화 능력을 사용하면 다리가 또다시 부러질 위험이 크다는 판정을 듣게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신들의 귀여운 딸이 무술가로서의 인생이 무릎처럼 완전히 박살난 것이다.

그렇기에 장홍과 마지에는 진우를 절대로 살려보내지 않을 생각으로 정무맹 한국 지부로 그를 불러들였다.

정무맹에는 고수들간의 대결을 위해 특수 재질로 제작된 대련장이 있는데, 시끄러운 소음을 막아내고자 완벽하게 방음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비명을 질러도 문을 제대로 닫으면 아무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다.

어떻게든 대련장 안까지 그를 밀어넣으면 딸과 아들의 고통을 맛보여주면서 처참하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상대방 또한 방음 처리된 조용한 곳을 원하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페리샤의 처녀 문제로 발언을 하셨던 분들께서 사과를 하셨습니다.

두 분 모두 각기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제가 봤을땐 화를 내야만 했던 공통적인 사항이 있더군요.

그건 너무나 깊게 소설에 몰입하셨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 분들께서 제 소설에 몰입하지 않으셨다면 '아 ㅅㅂ 이기 머꼬? x같아서 안볼래' 라면서 그냥 떠나셨겠지만, 제 소설에 애정을 가지시고 계셨기에 이와같은 문제가 일어났다고 생각됩니다.

그 분들은 각자 내용은 다르지만 축약해서 말하자면 '뜬금없이 페리샤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에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자신도 모른게 실언을 하였다' 라고 사죄하셨고, 저 또한 그 분들이 제 소설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배신감을 느끼신거라 생각하면서 111편의 후기글은 삭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처음엔 어이없는 비판에 기분 나빴지만, 그 분들께서 제 소설에 깊게 몰입하시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려 하네요.

지금까지 조아라에서 제 글에 악평을 남았던 분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계속 까기만 하시니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으니 기분이 참 요상합니다 그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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