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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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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큭큭큭! 내가 양판소 경력 12년차다! 이딴 눈에 훤히 보이는 속임수 따위에 걸려들것 같아?'

판타지 소설에는 몇가지 정해진 법칙들이 있다.

아무런 스토리 없이 뜬금포로 튀어나와, 빈약한 이유를 들이밀며 아군으로 들어오려 한다면 90% 확률로 적, 혹은 스파이라는 것.

가끔씩 오히려 이 법칙을 역이용하여 주인공이 어떤 가문으로 들어가면서 의심을 사는 소설도 있긴 하다만, 이 게임의 주인공은 자신이기에 그는 이 상황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공격성이 특출나게 높아진 괴수가 자신을 공격한 이에게 은혜를 느끼면서 협력 관계를 원한다고? 무슨 이유로 내게 접근하는건지는 모르겠다만, 내 뒤통수를 치려고 작정을 하셨군.'

진우는 거미 괴수의 대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헛점 투성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오히려 괴수를 잠깐 이용해먹을 계획을 세웠다.

"나는 내가 처리한 괴수의 시체들을 분해하기 위해서 좀 바빠서 그러는데, 나의 정당한 전리품을 강탈하려는 날강도 놈들을 같이 막아주면 좋겠군."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것을 빼앗으려는 놈들은 직위여하, 이유불문하고 모조리 날강도다.

게다가 이번에는 누군가의 것을 강탈한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괴수들을 처리한 것이라서 그의 억양은 다소 고조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적이 다가오기전에 처리하면 되는것 아닌가?"

'네가 오기 전에는 그럴 생각이였지. 안타깝지만 나는 너라는 암세포를 뒤에 두고 나설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거든.'

괴수가 해체되는 10분이라는 시간이라면 공격을 위해 모여드는 군대를 말살시키는건 식은죽 먹기였기에, 원래 계획은 최초의 공격만 노예들이 막아내면 나머지는 직접 나서서 군대를 개박살낼 계획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였기에 상황이 완전히 뒤틀리고 말았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렇다면 그 역활을 맡겨도 되겠나?"

진우는 마치 그 생각을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괴수를 향해 그 역활을 떠밀었다.

만약, 싫다면 믿지 못하겠다는 명분으로 죽이면 되고, 좋다고 하면 이용할대로 이용해먹고 버리면 된다.

"알겠다. 내가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생각보다 선듯 대답한 거미 괴수는 몸체를 돌리며 인간들이 밀집해 있는 기운을 느끼면서 그 방향으로 점프하였다.

'군대를 모두 처치하고 느긋하게 우리도 잡수시겠다 이거군.'

괴수의 의도를 눈치챈 진우는 괴수를 써먹고 토사구팽할 계획을 세웠으나, 그가 미처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래, 나를 이용해 먹고 버릴려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어라. 어차피 결과는 똑같을 테니까. 킥킥킥.'

그들은 눈치채지 못하였겠지만, 덫을 일정 부분 설치해둔 괴수는 저들의 리더격으로 보이는 남자, 진우의 허락 하에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덫을 완벽하게 설치할 예정이였다.

일부러 어설픈 변명과 명분을 들이밀며 배신의 의지를 보이면, 자신을 이용해 먹고 팽할 것이라 예상한 괴수는 모든것이 자신의 예상대로 움직이는 상황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아까전부터 상대방을 향해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단지 거미의 외견을 하고 있기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건지, 모르는건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던 진우는 페리샤의 경고를 받게 되었다.

"너무 경솔하신것 같습니다. 뻔히 배반할게 보이는 잠재적 적을 뒤에 두시는것은……."

"배신이 무서운건 언제 어디서 누가 등 뒤를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야. 누가 배신할지, 배신할 타이밍까지 모두 알고 있는데 마땅히 써먹어줘야지 않겠어?"

하지만, 이번에는 진우에게 순종적인 이실리아 또한 우려감을 표했다.

"그렇지만 너무 쉽지 않나요? 인간보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고, 인간을 향한 공격성을 가지고 있는 아수라 급의 괴수가 이토록 쉽게 함정에 속아넘어간다는 것은 믿기가 어려워요."

수많은 이능력자들과 영국의 안전을 위협하던 괴수들과의 전투 경험이 풍부한 이실리아는 지능이 높은 괴수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소한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아수라급의 괴수가 이토록 손쉽게 읽히는 계략을 꾸미고, 너무나 간단히 이쪽의 계획대로 넘어간다?

괴수에 대해 잘 안다면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작위적이라는 것쯤은 손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아, 다들 무슨 말 하고싶은건지 알고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내게도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들 말라고."

그렇게 대충 얼머부리며 노예들의 입을 다물게 한 진우는 그녀들을 향해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나도 우리를 쫓아온 수도 방위 사령부 녀석들을 처리할테니까 너희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면서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그리고선 거미 괴수가 날라간 방향과 정반대를 향해 뛰어나가는 그의 모습에, 노예들은 마지에의 죽음에 의해 분노로 생각의 폭이 좁아진거라 생각하면서 자기들끼리 괴수의 배신에 대한 대응책을 함께 머리 굴려가며 강구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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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하필이면 괴수가 이 자리에서 나타나다니……!"

수도 방위 사령부에서 괴수의 등장으로 출동했었던 19전차 대대의 중대장(전차는 1소대에 3개의 전차로 이루어짐. 중대장은 3개 소대와 본부 중대를 통솔) 박 신철 대위는 자신이 지휘하던 부대원들 대다수가 거미 괴수에 의해 전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후퇴해야만 했던 굴욕감에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의 분노의 대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쪽으로 바뀌었다.

'아냐……. 어차피 괴수가 없었어도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보병의 지원을 받지 않고 공중에 떠오른 이능력자를 무슨 수로 당해내라고……!'

괴수의 시체는 그 가치가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요마급 괴수의 시체 4구를 모두 얻는다면 그것을 팔아치우기만 해도 엄청난 금액을 받아낼 수 있다.

게다가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할 수 있는 가치또한 지니고 있기에, 상층부에서 눈에 불을 키고 반드시 포획하라 명령하는것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요마급의 괴수는 보병의 개인 화기에는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화력 중심의 기계 부대가 출동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정치가들을 상대로 벌인 무차별적 살인을 벌이던 치우라는 범죄자가 괴수의 시체를 들고 도망치면서 추적에 나선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보병 부대가 도착하기전에 포위를 완성시킨 전차와 공격용 헬기를 출동시킨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능력자를 상대로 전투를 벌일때는 뛰어난 화력보단 보병의 개인화기로 압박 사격을 가하는쪽이 더 효율적인데다, 현대전에서는 여러 병종이 뭉친 혼합 사단이 전투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기본적 상식.

박 신철 대위는 보병 부대가 도착할때까지 포위를 단단히 구축해야 한다고 건의하였으나, 겨우 3~4명 밖에 안되는 소수의 이능력자 정도는 가뿐히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상층부에서는 보병 부대의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진격을 명령하였다.

아마 괴수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모든 아군 전차들은 볼썽사납게 뒤집혀진채로 바둥바둥 거리고 있거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이능력자에 의해 승무원들만 처리당했으리라.

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격을 명령한 머리 굳은 상층부의 무궁화와 별들을 향해 속으로 욕설을 퍼부은 그는 무전기를 잡고 살아남은 전차장들을 향해 무전을 날렸다.

"전원, 아군간의 거리를 벌리고 아군 기계화 보병이 도착하기 전까지 위치를 사수한다!"

-라져!-

아군이 당해도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거리를 벌리게끔 유도한 박 신철 대위는 레이더를 확인하였다.

"음? 어째서 거리를 벌리지 않는거……."

덜컹-

"!?"

아군 전차가 퍼지지 않는 모습에 다시 무전기를 잡으려던 찰나, 전차가 앞뒤로 흔들리면서 그대로 정지하고 말았다.

"조종수! 무슨 일인가!"

박 신철 대위는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던 조종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그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장애물은 없는데 뭔가에 걸린것처럼 움직이지가 않습니다!"

조종수는 어떻게든 전차를 움직이려 하였지만, 전차는 그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가 않았다.

-여기는 볼스-2! 전차의 기동이 멈췄다!-

-볼스-4! 전차가 움직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다른 전차장들 또한 전차가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무전을 날리자, 박 신철 대위는 EMP 공격이라도 받은게 아닐까 싶었으나, 다른 기기들은 정상 작동하고 있는 모습에 물리적인 무언가로 인해 전차의 움직임이 멈췄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쿠르르! 콰앙!

그 때, 갑작스럽게 거미 괴수가 땅위로 몸의 절반을 드러내며 전차 한대를 끌고 들어갔다.

-으아악!! =콰직!= 살려줘! =까지지직!= 살려 =촤악!=…….-

땅속으로 끌려들어간 전차장의 비명 소리와 전차의 장갑이 무참하게 짓이겨지는 소리가 무전을 통해 확산되었다.

게다가, 끌려들어간지 3초도 되지 않아 살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무전이 끊기자, 발이 묶여버린 전차장들과 그 승무원들의 공포가 확산되었다.

"전원 퇴각! 전차를 버리고 퇴각한다!"

기동력이 묶인상태에서 땅속에 있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짓. 하지만, 적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차에서 탈출하는 짓도 어찌보면 미친짓이였다.

그나마 여러명이 분산하여 도망치면 최소한 절반은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였기에 내린 결정이였다.

박 신철 대위는 모든 전차장들을 향해 퇴각 명령을 내렸고, 그와 함께 전차의 머리쪽에 만들어진 출입구에서 군인들이 하나둘씩 빠져나왔다.

"모두 빨리 나와!"

승무원들을 향해 손을 잡아주며 전차를 포기한 그는 전차 아래로 점프하였다.

탁!

땅에 착지하자마자 도망치기 위해 발을 움직이려 하려던 찰나.

꾸욱!

"억!?"

발은 고정된채로 상체만 힘껏 움직이면서 그대로 쓰러질뻔 하였으나, 균형을 잡으며 볼썽사납게 넘어지는 것은 막아낼 수 있었던 박 신철 대위는 자신의 중대원들이 내뱉는 비명에 깜짝 놀랐다.

"우…움직여지지가 않아!"

"움직일 수 없어! 누가 좀 도와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또한 상체만을 이리저리 비틀어대고 있는 상황에, 그는 자신의 발 아래를 내려보았다.

'이건…….'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한 박 신철 대위는 자세히 땅을 살펴보자, 전차의 발을 묶고 자신들의 발까지 묶어버린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거미줄?'

땅에 낮게 깔려있는 얇은 거미줄.

그는 자신의 권총을 꺼내 거미줄에 권총을 떨어뜨린다음 그것을 줏어보려 하였지만, 마치 공업용 본드…아니, 그것보다 몇배는 더 강한 접착제에 붙은것마냥 거미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쿠쿠쿠--!! 콰앙!

또다시 땅이 파여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눈 앞에서 거대한 몸체를 가진 거미 괴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박 신철 대위는 자신을 향해 세로로 휘둘러지는 거미의 앞다리가 살아생전의 마지막 기억이 되어버렸다.

스컥!

촤아아악!

"으…으아아아악!"

"살려줘!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아아!"

박 신철 대위의 몸이 정확히 좌우로 갈라지면서 피와 내장이 퍼져나갔고, 그 광경을 지켜본 병사들과 장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살려달라 외쳤다.

몇몇 생존 본능이 강한 이들은 군화줄을 풀어내고 전투화를 벗으며 도망치려 하였지만, 거미 괴수는 그들을 향해 점프하여 앞다리로 베어내거나 독 어금니로 찔러냈다.

'내 계획은 너희들같은 잔챙이들이 끼어들만큼 하찮은게 아냐.'

욱일승천의 실험으로 인해 모든 거미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거미 괴수는 땅굴 거미의 특성을 사용하여 목표로 잡은 부대의 후방으로 이동, 자신의 신경계와 연결되어 있고 매우 접착력 높은 거미줄을 바닥에 깔면서 성공적으로 인간들을 전차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원래라면 그냥 내버려둬도 좋지만,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는 거미줄에 옭아지면서 대소변을 지리거나, 실성한것처럼 웃고 있거나, 공포에 미쳐버린 군인들을 확실히 처리해야만 했기에 빠르고 간결하게 죽였다.

-여기는 파이어-1! 붉은 가면에 의해 괴멸당하고 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도와줘!-

그 때, 전차들 안쪽에서 공용 무전 내용이 새어나왔다.

붉은 가면은 아직 진우의 이름, 치우에 대해 모르기에 생겨난 임시적 명칭이였으나 거미 괴수에겐 그 붉은 가면의 주인이 누군인지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저쪽도 되도록 나를 빨리 죽이려고 노력하는군. 어차피 너희들이 아무리 머리를 써봤자 나의 덫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일거다. 후후후!'

서로가 이용하고 배신하려는 생각을 읽고 있는 진우와 거미 괴수.

이들의 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나, 덫만 설치된다면 진우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어도 자신이 마지막 승리자가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시골 내려갔다 어제 밤 늦게 올라왔습니다.

다들 추석에 좋은 추억만 쌓을리 만무하기에 섣불리 잘 보냈냐고 물어보자니 생각없는 놈처럼 보일것 같네요 -_-ㅋ

그건 그렇고 여성형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언급하니까 생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군요.

뭐, 저도 나름 취향이 있기 때문에 무난하게 라미아라던가 라미아라던가 라미아라던가를 메인 히로인으로 잡을 예정...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섭군요. 차기작 발언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PS:아참, 혹시나 메인 히로인을 라미아로 정했다는 발언에 '몬스터 아가씨가 있는 일상' 을 연관짓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는 그 전부터 라미아 모에였음.

솔직히 서큐버스라던가 이런 애들은 너무 노멀(?)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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