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4 / 0923 ----------------------------------------------
3장
"왔다……."
"어이, 뒤에 있는 사람들 모두 여자 아냐?"
"저 여자들이 이 무기를 만든거란 말야?"
"설마 그럴리가 있겠어? 기술팀은 따로 있겠지."
테러리스트들은 전원…아니,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파워 슈츠로 무장한채 다가오자, 긴장감을 떨쳐내고자 저들의 모습에 잡담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함을 떨쳐낼 수 없었던것은, 이러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자들이 제작한 파워 슈츠가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가질지 얼추나마 예상이 되었고, 덕분에 저들이 기지 내부에서 난동을 부린다면 엄청난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테러리스트의 기지와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맨 앞에 선 남자가 손을 들면서 정지 수신호를 보내면서 이동을 멈췄다.
"나는 삼태극의 총수, 치우다! 너희들의 답은 무엇인가! 공격인가, 회담인가!"
진우가 목청을 높이며 위압적으로 말하자, 테러리스트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며 엄폐물에서 경계를 취하였다.
"우리쪽의 무장을 해체하라는 개소리를 지껄인다면! 우리쪽의 기술자가 심심풀이로 만든 그 장난감 같은 무기를 믿고 이쪽을 핍박하겠다면! 그 순간부터 적으로서 만나게 될 것이다! 윈스턴 처칠이 벌인 학살극 따위는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똑똑히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마!"
수장대 수장끼리 만나는 자리인 만큼, 진우도 장난기를 버리고 진심어린 살기를 내비치며 협박어린 어조로 말하였다.
자신들을 협박하고, 가장 뼈아픈 상처인 영국의 독가스 학살을 애들 장난으로 치부하는 그의 행동에 발끈한 몇몇 테러리스트들이 살기를 내비쳤으나, 멀찍이서 그 모습을 확인한 시릭 시르카는 불안감이 깃든 한 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훨씬 강압적이며 폭력적이다. 게다가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는 확신어린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
여기서 그는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고개를 낮추고 한 수 접어주며 그들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그의 강압적인 대응에 반발할 것인가.
'…하는 수 없군. 일단 저자와 대화를 해봐야 하니…….'
"병사들을 물리게."
"시령관님! 저런 무도한 자들을 받아들일 생각이십니까!?"
무탄 하르는 자신들을 협박하는 치우 일행을 향해 당장 달려나가 후려치고 싶었기에, 시릭 시르카의 명령에 반발하였으나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진정시켰다.
"한순간의 분노로 기회를 놓칠 순 없는 노릇이네. 저들 또한 우리가 공격할 것을 대비하여 단단히 무장한 상태이니 그들을 공격해봤자 피해만 늘어날 걸세. 게다가 저들이 우리와 손을 잡지 않고 미군에게 무기를 전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크……."
사령관의 말에 무탄 하르는 분노를 참아내는듯한 신음성을 흘렸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알겠습니다. 모두 병사들을 물려라! 그리고 저들을 지휘통제실로 안내하도록!"
무탄 하르가 한 장교를 향해 입을 열자, 장교는 힘있게 대답하였다.
"예!"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모르는 이들이 눈앞에 있었기에 최대한 군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답한 장교는 병사들에게 공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며 길을 트게 만들었다.
"흐음, 민족주의자라 해도 바보는 아니구만."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믿으면 안되는겁니다. 같은 민족이 아니기에 배신을 하는게 쉬운 법이니까요."
진우가 방심하지 않게끔 페리샤가 옆에서 조언을 하였다.
"따라오시오."
병사들을 물린 장교가 진우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고, 진우는 심사가 불편해졌는지 등을 돌린 장교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야."
"?"
타앙!
"끄아아아아악!?"
갑작스런 총성음과 비명음.
진우가 갑작스럽게 권총을 뽑아들어 장교의 무릎을 쏜 것이다.
회의장으로 꾸민 지휘통제실로 향하던 시릭 시르카와 하탄 마르는 깜짝 놀라며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슨 일인가!?"
"모…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저자가 총을 쏴서……!"
"이게 지금 무슨 짓……!"
밖의 상황을 보고 있던 병사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하탄 마르는 치우 일행을 향해 분노어린 일갈을 내지르려 하였지만, 치우의 목소리가 먼저였다.
"뭐? 따라오시오오~? 내가 지금 니들하고 손잡으면서 쎄쎄쎄 하려고 여기온줄 아냐! 착각하지 마라! 우리들은 너희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손을 잡기 위해 온게 아니라 은혜를 베풀러 온 것이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동등한 입장이라 착각하지 말란 말이다!"
퍽!
"크헉!"
그리고선 무릎에 총탄이 관통되어 무릎을 꿇으며 고통스러워하던 장교의 머리채를 붙잡은 치우는 일반인 수준의 힘으로 그의 안면을 무릎으로 쳐냈고, 단단한 파워 슈츠의 무릎 부분과 부딪히면서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도 몇개 나가버렸다.
"케헥! 케헥!"
무릎과 안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거친 신음성을 토해낸 장교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땅바닥을 뒹굴며 숨을 토해내는듯한 비명 소리를 질렀다.
"자신보다 갑인 상대에게 오라고 할때는 '여기로 와주십시오' 혹은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라고 공손하게 존댓말을 할것이지 어디서 감히 오라가라 턱짓이냐!"
퍽!
"칵!"
그리고선 땅바닥을 뒹굴고 있는 장교의 머리통을 축구공 차듯이 쳐내자,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장교는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모를 정도로 축 늘어졌다.
"가자."
"예."
그렇게 시건방진 장교를 간단히(?) 응징한 진우는 여유롭게 뒷짐을 지며 테러리스트의 기지로 향하였고, 그가 자신들의 상관을 폭행한 모습을 목격한 테러리스트들은 총구를 겨누었다.
그 모습을 본 진우는 어이없다는듯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들을 향해 항의하는건지 고압적으로 위협하는건지 모를 수준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 지금 교섭을 위해 찾아온 조직의 총수를 선제 공격하려는건가? 이러면 회의는 커녕, 우리와 적대하겠다는 뜻인데?"
"크읏! 선제 공격은 네가 먼저 했잖나!"
무탄 하르가 적반하장식으로 대답하는 진우를 향해 어이없다는듯이 항의하였지만, 진우는 가면 너머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선제 공격? 누가? 내가? 언제?"
"그럼 네 뒤에서 뒹굴고 있는 우리쪽 장교는 뭔가!"
"훈계다! 감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려도 모자랄 것들이 감히 누구에게 협박을 하는거냐!"
"이…이이익……!"
마치 자신들이 아량을 베풀어서 못이긴척 왔다는듯이 주장하는 치우의 모습에, 하탄 마르는 이마에 시퍼런 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분노하였고, 분에 못이겨 공격 명령을 내리려 하였다.
"그만! 모두 총을 거두게!"
"사령관님!"
사령관의 명령에 반발하였지만, 시릭 시르카는 단호하게 입을 열며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총을 거두라고 하지 않았나!"
"크……!"
하탄 마르뿐만 아니라 다른 테러리스트들도 고압적으로 구는 치우 일행에게 분노를 가까스로 억눌르며 총을 거두었고, 그 모습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인 진우는 여유롭게 뒷짐을 지며 테러리스트의 기지로 들어왔다.
"하하하하핫! 어째서 쿠르드인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한데도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이제야 알겠구만! 저토록 현명한 지휘관이 있으면 최소한 현상 유지는 될테지! 역시 한 집단의 수장답게 보는 눈이 있어!"
진우는 테러리스트들을 말리는 시릭 시르카의 목소리에 호탕하게 웃어보였고, 기지로 들어서자 한 눈에 봐도 늙어보이지만 단단한 체구를 지닌 노인을 볼 수 있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오."
"페리샤는 날 따라오고 나머지는 적당히 주변을 경계해."
"옛!"
파워 슈츠에다가 안면을 가리는 바이저를 쓰면서 얼굴을 철저히 가린 이실리아가 라운드 나이츠 시절때처럼 군기가 느껴지게끔 대답하였고, 자신을 필두로 한 나머지 여성들로 하여금 지휘통제실로 사용되던 건물 주변을 호위하게끔 하였다.
믿음직한 자신의 지낭인 페리샤를 대동한채 시릭 시르카의 뒤를 따라간 진우는, 전투의 흔적 때문에 여기저기 금이 가 있는 건물의 가장 큰 방으로 들어갔다.
약간 큰 사각 테이블 끝과 끝에 의자가 놓여져 있었고, 시릭 시르카가 벽을 등진 방향의 의자로 향하자, 자동적으로 진우는 그 반대 장소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 모두 착석하자, 텔레포트 능력자인 하탄 마르와 치우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페리샤가 각각 자신이 따르는 사람의 뒤에서 부동 자세를 취하였다.
시릭 시르카는 조심스럽게 하오체로 입을 열었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그에게 반말을 했다간 방금전의 재림이 일어날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쿠르드 민족 독립 전선의 사령관, 시릭 시르카라 하오. 시릭이라고 부르든, 시르카라고 부르든 마음대로 하시오.
원래 중동계 국가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읽기 때문에 시르카라고 말하는게 정답이겠지만,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읽는 한국인인 진우는 시릭쪽이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쪽이 알다시피 삼태극의 총수, 치우다. 그러면 일단 시릭이라고 그쪽을 호칭하지."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한 두 남자는 서로의 눈빛을 보며 의중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여유가 없는 시릭이 먼저 입을 열었다.
"헌데 가면 너머로 얼핏 보니까 동양인인것 같은데, 혹시 일본인이오?"
철컥!
"!!"
순간, 시릭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우가 권총을 뽑아들며 그를 향해 겨누었다.
"이……!"
하탄 마르가 곧바로 텔레포트로 피신시키려 하였으나, 시릭이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킨게 우선이였다.
"이건 무슨 짓이오? 우리와 회담을 하고자 온것이 아니오?"
"내가 댁들한테 '어? 댁들 중동인이시네요? 혹시 이스라엘 사람이세요?' 라고 하면 웃으면서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겠나?"
"크흠……."
이스라엘은 중동의 핵이나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모든 중동 국가들의 성지를 대국의 힘을 사용하여 강제로 자신의 땅으로 만들었고, 미국에 엄청난 자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자본 때문이라도 이스라엘을 도와야 하는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손을 대지 못할뿐이지 모든 중동 국가들의 원수라고 할 수 있다.
"댁이 방금 나한테 말한건 딱 그 정도 수준의 물음이였어. 회담의 장소라서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거다."
"…미안하게 되었소. 하지만, 당신이 속한 국가가 어딘지 모르니 어쩔 수 없이 당장 생각나는 동아시아 국가 이름을 말했을 뿐이외다."
설마 일본인이냐는 물음이 그정도의 모욕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시릭은 일단 한 발 물러섰고, 진우도 권총을 다시 거두었다.
"몰랐다고 사과를 하니 받아들이지. 내 부하들은 다국적이지만, 나는 일단 한국인이다."
"한국?"
시릭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지 한국이라는 이름을 되새겨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3개 국가중 하나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위치한 소국입니다."
마탄 하르는 쿠르디스탄 도시로 찾아온 한국계 회사가 생각났는지 시릭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가르켜주었다.
쿠르디스탄은 지금까지의 설명과 묘사로는 대부분 시골마을 같은 모습과 난민같은 생활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산악 지대를 평탄화 시켜서 만든 제대로 된 도시들이 여러개 있다.
어쨌든간에 하루 하루 살아남기도 힘든 상황인데다, 중국과 일본과 달리 세계적으로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한국은 시릭에게 있어서 생소한 국가였다.
"큼큼, 미안하게 됐소. 하루 살아남는것도 힘든 상황인지라 다른 국가까지 알 수 있는 상황이……."
"아아, 나도 그정도는 이해하니 사과할 필요 없다."
진우도 그정도는 예상했기에 관대하게(?) 넘어갔고, 시릭은 헛기침을 몇번 하며 수박 겉핡기 식의 탐색전은 여기까지만 해두기로 하였다.
"그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겠소. 우리의 질문은 두가지. 어째서 동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인인 당신이 여기에 있는지와 우리들로부터 무엇을 원하는것인지 알아야겠소."
============================ 작품 후기 ============================
요즘 글의 감각이 많이 떨어진것 같고, 글을 쓰는 속도도 낮아진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계속해서 글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요 근래 퇴근후 마이 라이프가 소설로 시작해서 소설로 끝나는군요.
그래도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 개인 시간을 포기한 값은 하는군요~
PS:아참, 쿠르디스탄과 쿠르드 인에 대한 설명이 이상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나름대로 검색을 하고는 있는데 실제로 아는것과 검색으로 알 수 있는것이 많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