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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김 도윤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능력은 남궁 신 스승님께 배운 흑마법과 사령술입니다."
도윤은 정식으로 삼태극의 간부로서 들어오게 되었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인사를 함으로서 삼태극의 유일한 '신고식' 이 끝나게 되었다.
짝짝짝-
"어서와."
"환영합니다~"
"뭐, 신에게 배웠다면 나름 쓸만하겠네."
진우의 여성들은 모두 가볍게 박수를 쳐주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주었고, 도윤은 그런 그녀들을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였다.
'…분할 정도로 다들 예쁘잖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그녀들의 미모.
하나같이 민정을 가볍게 뛰어넘는 미모와 몸매를 지닌 동서양의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녀들의 모습에, 어째서 민정이 자신의 미모를 어필하면서 치우의 노예가 되겠다고 했을때, 신이 헛웃음과 함께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정도 미모의 여자들이 있는데 그딴 걸레같은 년에게 시선을 줄리가 없잖은가.
첫번째는 미모에, 그리고 두번째는 활발한 분위기에 놀라게 되었다.
남궁 신의 설명에 의하면, 치우의 여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치우에 의해 강제로 붙잡혀 성적 조교를 당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반강제로 납치당해 조교를 당했다.
그런 상태의 여자들이 모여서 얼마나 암울한 분위기를 풍길까, 라고 예상했었으나, 이상하게도 다들 새로운 신입의 등장에 엄청 과장되게 기뻐해주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쓸만한 동료가 들어와서 좋다, 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뭐지? 납치됐다면서? 성적 조교를 당했다면서? 그런데 왜 그렇게 웃고 있을 수 있는거야?'
그러고보면 하린 또한 뭔가 이상했다.
그 때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그녀 또한 강제적으로 납치, 성적 조교를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주인님의 암컷' 이라며 자기자신을 자칭하지 않았던가?
여성, 여자, 이렇게 사람의 성별을 구분하는 단어가 아닌, '암컷' 이라는 동물의 성별을 구분짓는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정은 자부심같은게 섞여 있었다.
마치 스스로 인간을 벗어난 것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아니, 그 이전에 여긴 악의 조직이라며? 악의 조직이 이렇게 분위기가 가벼워도 돼?
"후후훗.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은 표정이시네요. 세계 클래스의 악의 조직이라고 보기 힘들죠?"
흠칫-
빛에 반짝이는 화려한 금발과 에메랄드색 벽안을 지니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 실종되었다가 치우와 함께 등장하며 전세계에 충격을 줬었던 주인공, 이실리아가 도윤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
"우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악의 조직이면서도, 그런 악의 조직이 아니기도 해요."
이실리아는 새로운 신입을 위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삼태극은 세계를 굴복시키고자 하는건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군대보다 빡빡한 규율이라던가 규칙같은건 없어요. 훈련도 자유, 노는것도 자유, 먹는것도, 자는것도 모두 자유입니다. 단지, 전쟁을 하게 된다면 그 때만 이런 자유를 일시적으로 내놓아야 하지만요."
즉, 그녀의 말대로라면 자기네들끼리 무엇을 하든 아무도 터치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단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정말로 그래도 되나요?"
도윤은 쉬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살짝 불신감이 묻어져나온 목소리로 되물어봤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이죠. 물론, 전투가 벌어졌을때 죽게 된다면 결국 본인 책임이지만요."
삼태극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훈련을 게을리 한다면?
'강제적이면서도 강제적이지가 않는 모순적인 상황.'
삼태극 소속이기 때문에 미국과 전쟁을 치뤄야 한다는 강제적인 상황과, 자기 마음대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개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모순적인 상황.
'상관없어. 나는 계속해서 강해져서 남궁 신에게 복수를 해야만 하니까.'
지금은 스승님이라면서 따르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을 죽이는데 그의 입김이 간접적으로 들어가게 만든 남궁 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 또한 '복수를 하고 싶으면 힘부터 키워라' 라면서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으니, 지금은 일단 굽히고 들어가야 할 때였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도 불구하고, 힘있는 자들에게만 편을 들었던 사람들에게도 복수를 해야만 하였다.
어쨌든, 이실리아는 자신의 딸인 노아에게 전함의 안내를 부탁하였고, 다른 이들은 각자 할일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따라와."
화려한 금발을 지닌 이실리아의 딸이라고 보기엔 믿기 힘든, 흑요석같은 장발을 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의 노아는 턱짓을 하면서 앞장섰다.
"우리들은 먼저 들어왔다고 군대 마냥 텃세 부리는 그런건 없어. 하지만, 네가 명심해야 할 것은 딱 두가지야."
도윤과 함께 지하드의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노아는 삼태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경고해주었다.
"치우님에게 절대 복종하는 건가요?"
"그건 기본적인 부분이고. 첫번째는 어머니와 아키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 것."
"아키……? 그 분은 누구신가요?"
예전에 하린에게 틱틱 거리다가 어떤 결과가 생겨났는지 알고 있었던 도윤은,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면서 아키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머니 곁에 있던 일본인 여성."
"아."
그러고보니 이실리아의 곁에는 동양적인 미인과 성숙미가 돋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그 두 분은 주인님께서 가장 많은 애정을 주는 분들이시다. 그 두 분에게 틱틱거린다던가, 도발적인 언사를 내뱉는다던가, 이런식의 무례를 저지르면…주인님이 너를 찾아와서 최소 팔다리 하나를 뜯어버릴거야. 만약 그 분들을 공격 한다면 목부터 뜯어버리걸? 농담이 아니라 진짜."
치우가 강력한 이능력자라고 하지만,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두 눈으로 본적이 없었던 도윤이였지만, 노아의 경고는 무의미한 군기잡기 같은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뭔가요?"
"페리샤 릭토엔드. 삼태극의 두뇌를 맡고 있어. 만약, 페리샤가 너에게 무엇을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당장은 이해가 안되도 그녀에겐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니 절대로 거부하지 말고 명령을 이행해야만 해."
그리고선 노아는 이해하기 쉽게끔 예를 들고자 머리를 살짝 굴렸다.
"만약, 주인님과 페리샤의 명령이 동시에 내려왔다고 치자. 주인님은 공격을 명령하셨고, 페리샤는 방어를 명령했어. 너는 이 때 페리샤의 명령대로 방어를 해야만 해. 우리들도 그렇게 할테고."
"예?"
치우가 삼태극의 수장인건 세살짜리 어린애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조직의, 그것도 세계적인 악의 수장이 내린 명령을 무시하라는 건가?
"페리샤가 내린 결정이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2보, 3보 후에 큰 이득으로 따라온다는걸 몸으로 느낄 수 있을거야. 실제로 페리샤가 없었다면 우리는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큰 피해를 입으면서 중국쪽은 눈도 돌리지 못했을거야. 하지만, 페리샤의 두뇌 덕분에 최소한의 피해로 일본과 중국을 무너뜨렸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삼태극이 가진 힘의 50%는 페리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노아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도윤은 황당하다는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전 세계의 유명한 지략가와 전략가들을 하나로 합체라도 시켰단 말인가?
남궁 신에게도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솔직히 일부러 자신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과장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노아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무슨 우주괴수를 보는듯한 느낌이 강했다.
"주인님도 페리샤가 자신의 판단과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시면서 납득하셔. 오히려 페리샤의 명령대로 잘 따랐다면서 칭찬을 해주실걸?"
삼태극의 수장인 치우는 잔인함과 폭력의 극치에 다다른 인물이라는게 일반적인 평인데, 그런 평을 비웃듯이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제가 알던 치우님과 언니가 알고 있는 치우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네요."
"주인님은 네가 알고 있는 잔인하면서도 폭력적인 사람이 맞아. 단지, 자신의 여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것과,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두뇌를 믿는 마음이 강할 뿐이지."
도윤은 삼태극이 예상외로 굳건한 신뢰로 이루어진 조직임을 알게 되었다.
치우는 자신의 여자들과, 자신이 선택한 두뇌인 페리샤의 판단을 전면적으로 믿으면서 따르고, 페리샤 또한 얼마든지 함정으로 밀어넣어 치우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최선의 결정을 내리면서 치우와 삼태극이 나아가야 할 최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려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를 향해 자신의 모든것을 맡기며, 신뢰로 묶인 삼태극은 악의 조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악의 조직이란, 흉폭한 성격의 간부들과 강력한 힘으로 그들을 통치하는 악의 총수, 언제든지 서로의 뒤통수를 치려고 호심탐탐 노리는 인간관계다.
하지만, 삼태극은 그러한 예상을 뒤집으며,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서로를 향한 신뢰로 굳건하게 묶인 영웅들의 조직과도 같은 탄탄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노아는 도윤과 함께 지하드의 내부를 여기저기 구경시키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생활 지역인지, 각 구역의 역할을 설명해주었다.
"자, 여기가 네 방이야."
마지막으로 도윤의 방을 소개해준 노아는, 지금 막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꽤나 재밌는 장난감을 가지고 있더라?"
"……."
"아아, 네 취향을 가지고 따지는건 아냐. 복수를 하려면 그정도는 해야 한다면서 칭찬하려던 거였으니까."
그리고선 노아는 도윤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면서 섬뜩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솔직히 이 장난감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지?"
…끄덕…….
도윤은 잠시동안 흠칫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서 대충대충 안내했어. 각잡고 하면 20~30분은 가볍게 넘어가거든."
확실히, 그러고보니 노아는 겨우 10분만에 지하드 내부를 안내해주었고, 그것도 소개를 대부분 대충한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물론, 두가지의 명심해야 할 부분은 대충하지 않았지만.
"일단 장난감을 마음껏 가지고 놀아. 충분히 논 다음에 후련해지면 다시 내게 연락해."
"……."
이번건 진짜 놀랐다.
날카로운 인상을 가져서, 처음엔 군기 잡으려고 빡빡하게 굴릴거라 생각했던 노아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리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이런 '장난감' 을 허용해주는 모습에서, 역시 악의 조직은 악의 조직이구나 싶었다.
"그럼 마음껏 즐기렴. 내가 말한 두가지의 주의 사항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거야."
노아는 그렇게 말하며 어디론가 향하였고, 자신을 위해서 배려해준 그녀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 도윤은 문 옆에 있는 도어 스위치를 눌렀다.
지이잉-
문이 열리자, 10평 원룸 형태의 방과, 기본적인 가구가 배치되어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으으음! 으으으으음~~~!!"
그리고, 원룸 구석진 곳에서 누군가가 억눌린듯한 신음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도윤은 자신이 원하던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게 된 어린 아이처럼 흥분된 표정으로 신음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그 곳에는 팔다리가 잘려나간채로 십자가 기둥에 고정되어 있는 민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눈은 고통을 더더욱 민감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안대로 가려져 있고, 입에는 강제로 음식물을 넣을 수 있게끔 강제 개구기로 벌려진채로 호스가 넣어져 있었다.
"민정이 안녕~? 겨우 몇십분밖에 되지 않았는데…너무나 보고 싶어서 미칠뻔 했어."
"우우우욱! 우우우우우!!"
민정은 도윤의 목소리에 공포로 얼룩진 신음성을 내뱉었으나, 도윤은 근처에 있는 탁자에 놓여진 날카롭게 갈려져 있는 드라이버를 들면서 손목이 잘려져 나간 그녀의 팔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푸욱!
"꾸우우우욱! 우우우우웁!"
"아파? 아프니? 미친듯이 아파? 그런데 말야……."
그리고선 드라이버 손잡이를 크게 빙글빙글 돌리면서 상처 부위를 더더욱 고통스럽게 만든 도윤은, 분노로 얼룩진 악마같은 모습으로 음산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아빠는…등신처럼 맞고 있던 딸을 구하겠답시고 달려들다가 이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면서 돌아가셨어.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얼마나 억울하셨을까? 얼마나 증오스러웠을까!!"
푸우우욱!
"끄부우욱! 끄우우욱!"
"고통스러워? 걱정하지마. 삼태극에는 일단 숨만 붙어있어도 다시 살릴 수 있는 의료 기구가 있다고 하더라. 게다가 상처의 재생 능력을 올려주는 약물도 있고. 나는 절대로 네 년을 죽이지 않을거야. 평생 내가 너를 돌봐줄께. 평생 우리 부모님이 겪었던 고통을 너에게도 느끼도록 해줄께."
상대방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혼잣말을 하면서 자문자답하는 도윤은, 민정의 피가 묻어져 있는 날카로운 드라이버를 혀 끝으로 할짝이며 즐겁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이 나의 복수야. 앞으로 영원히 함께하자, 민정아. 후후후…꺄하하하하하하!!"
"으부우우욱! 으우우우웁!!"
광기어린 도윤의 웃음에 민정은 공포로 얼룩진 신음성을 내질렀지만, 그녀를 위한 도움의 손길이나 기적은 평생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젠장...내가 파판14를 즐긴다는걸 숨겼어야만 했어...
아니, 그 이전에 베히모스 서버라는걸 알리지 말았어야 했어...
설마 3명이나 나를 알아볼 줄이야...! 맨인블랙의 소거 장치같은거 뭐 없나?
큼큼, 어쨌든 다음편부터 외전에 들어갑니다.
예? 한국의 스토리는 이게 끝이냐고요? 하린의 복수는 이걸로 끝이냐고요?
겨우 무기점 만드는게 하린의 복수일리가요 ㅋㅋㅋ
그건 하나의 초석에 불과할 뿐이지, 진짜배기는 그 뒤에 나옵니다.
단지...문제는...
내가 ㅅㅅ씬이 고파! 자딸용 ㅅㅅ씬을 쓰고 싶다고!! 으어아언아ㅣㅓㅏㅣㅏㄴ오;ㅗ;ㅇ뫄ㅕ니!!!!
어쨌든, 이러한 발작이 일어난 관계로, 다음편부터는 외전으로 들어가고, 외전을 끝내면 한국 스토리 약간 -> 히든 보스 요괴 처리 -> 미국 순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