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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6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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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칫. 도착했나."

행성 포식자와 네크로맨서를 처단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뉘어진 미국의 이능력자들 중, 네크로맨서를 처리하기 위해 건물 위를 쏘다니는 모습을 발견한 도윤은 나지막히 혀를 찼다.

"칼리 제국의 것일지도 모르는 외계 생물체가 왔는데도 나를 처리하겠다니, 바보같다고 욕을 해야 할지, 아니면 그만큼 나에 대한 위험성을 높게 설정한건지 모르겠네."

뭔가 답답하면서도 인정받은듯한 이 오묘한 감각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도윤은 아수라의 도움 없이 혼자서 저들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였기에 일단 자신이 만든 영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도시를 공격하고자 마음을 먹었던 순간부터, 미국의 이능력자들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 분명하기에 자신만의 영역을 만드는 작업을 착수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아는 마법사라는 이들은 전사의 뒤에서 마법을 뿅뿅 날리거나 버프를 통해 아군을 강화시키는 그런 1차원적 마법사의 존재밖에 모른다.

물론, 마법사는 자신을 보호할 든든한 방벽이 있어야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주 틀린건 아니지만, 마법사라는 이들의 진정한 무서움은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영역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저 괴물들 때문에 예상보다 좀비들의 숫자를 적게 모았지만…아냐, 지금은 배부른 소리 하지 말자.'

페리샤로부터 도시의 점령보단 미군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마침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알아서 찾아오니, 저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리하면 된다.

도윤은 자신이 만든 플레시 골렘 5기를 이끌고선 아이리와 함께 자신의 영역으로 이동을 시작하였다.

분명히 저들은 경험많고 이능력에 대한 대응법도 뛰어난 이능력자들이지만, 영역을 구축한 마법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고 있다.

"조금은 기대되네. 내가 만든 지옥이 얼마까지 통할지가 말이야."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던 습격자를 공격하기 위해 떠난 아수라가 조금 걸리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드시 되돌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진짜 위험하다 싶으면 페리샤가 알아서 원군을 보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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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아론은 언제 어디서나 체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였고, 생체 나노 슈츠라는 것을 입어서 8등급의 신체 강화자 된 이후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전력으로 뛰어야 간신히 탈진할 정도로 괴물같은 체력을 가지게 되었다.

"허억…허억……."

하지만, 지금 그는 몇 분만에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체력이 떨어진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흡!"

그 때, 거친 기합성과 함께 아수라의 주먹이 빠르게 쏘아져나갔다.

콰아아--!

회피 동작을 한 아론은 주먹의 풍압을 이마로 느끼자, 마치 머리의 한 쪽이 뜯겨져 나가면서 뇌와 살점 파편이 뿌려지는 환상을 보게 되었다.

"큭!"

아론은 그 환상에 기겁하듯이 거리를 벌렸고, 아수라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아론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흔히들 공격이 방어보다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적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둘의 상황은 그 반대였다.

공격하는쪽은 식은땀 하나 흘리지 않는데 반해, 피하는 쪽은 땀을 비오듯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감각이 좋다고들 다른 사람들이 칭찬 많이 하지 않던가? 허나, 그 감각도 살기에 단련되지 않으면 물렁하기 그지 없지."

아론을 향해 걸어가던 아수라는 조금도 힘든 기색이 없는 목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자세를 잡았다.

"그 감각 덕분에 간발의 차이로 도망칠 수 있었겠지만, 체력이 떨어진 지금으로선 그것도 무리겠지. 잘 가게, 젊은이."

땀 하나 흘리지 않는 아수라의 모습에서 일부러 대충대충한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아수라는 이래뵈도 나름 전력으로 아론을 쫓아다니며 공격을 퍼부었다.

단지 그가 가진 재능과 감각은 진짜배기였기 때문에 쉽사리 공격을 맞출 수 없다는게 문제였을 뿐.

"카앗!"

이제는 더 피할 체력이 없다고 확신한 아수라는 아론의 몸통을 고기조각으로 뭉개버리기 위해 몸을 날렸고, 그의 예상대로 아론은 더이상 그의 공격을 피할 체력도, 기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하지만, 이제야 겨우 진정한 달인의 길로 갈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스승같은 존재를 만나게 된 지금의 아론은 삶에 대한 욕구가 전보다 더 강해진 상태였다.

순간, 아론은 아수라가 정권을 찔러넣어 자신의 명치를 꿰뚫는 듯한 환영을 보게 되었다.

'피한다! 반드시!'

아론은 다시 한번 피하기 위한 자세를 취하며 아수라의 정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였으나,

쒜엑-!

아수라는 그의 예상을 비웃듯이 낮게 점프하면서 빠르게 도약하여, 상체를 반쯤 회전시키며 발꿈치로 아론의 관자놀이 부분을 후려치기 위해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아론은 시간이 콤마 단위로 바뀐것 마냥, 세상이 느릿하게 보이게 되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가……. 이게…죽음의 감각이라는 건가…….'

아수라의 입에서는 비릿한 미소가 지어져 있는것을 본 아론은 그가 살기로 정권을 내지르는듯한 착시를 자신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경험 부족을 또다시 이용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관자놀이를 후려치기 위해 날려오는 발차기가 아주 느릿하게 보였지만, 아론의 몸은 그 속도보다도 늦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쉽다. 세상에는 이런 달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알던 무술은 진정한 달인의 길로 가기엔 너무나 스포츠화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그 깨닫음의 댓가가 죽음이라니…….'

아수라와 목숨이 오가는 혈투를 벌이면서, 아론은 자신의 무술들이 스포츠화 되어 살기가 베재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살기.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기세.

단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배우는 무술들로선 배울 수 없는 것.

그 살기를 배우고, 통제를 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달인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 그에겐 남아있는 힘이라곤 간신히 서 있는게 전부였다.

그 때, 아론은 아수라의 발차기가 어떤식으로 날아와 자신의 머리를 박살내는지에 대한 환상을 보게 되었다.

이 감각은 자신의 목숨을 몇번이나 지켜주었지만, 결국 마지막엔 상대방에게 이용당하여 죽음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 때, 머릿속에서 건호(남궁 신)와 싸웠을때, 그가 자신에게 말했었던 조언이 생각났다.

-유능제강이란 단순히 말해서 상대방의 힘을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는 것이다. 네가 하고 있는것은 단지 적의 힘을 '흘리는' 것이지 진정한 의미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제대로 된 유능제강은 어떻게 하냐고? …이건 말로 하긴 좀 힘들군. 억지로라도 설명하자면 '흐름' 을 거스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흐름은 순리에 벗어나지 않는 것. 뱃사공으로 비유하자면 파도를 이겨내기 보단, 파도의 흐름을 느껴서 거기에 순응하는 것이다.-

어째서 마지막에 이 생각이 떠오른 것일까.

죽음을 앞두고 가보지 못한 경지에 대한 환상? 동경?

이제 서있는게 전분데 뭘 더 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유능제강의 원리를 깨우친 고수는 가볍게 휘두르는 것 만으로 힘의 흐름을 바꿀 수 있지. 여기에는 상대방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조건이 먼저 되어야 하지만.-

'흐름……. 흐름을…바꾼다…….'

아수라의 공격이 어떤식으로 가해질지 환영을 본 아론은, 콤마 단위의 세계에서 느릿하게 손을 들어올리며, 자신의 관자놀이에 도달하기까지 10cm 정도 남은 아수라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본능적으로 상체를 숙였고,

콰앙!!

"크헉!?"

콤마 단위의 세계에 벗어나면서 다시 흐름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거기에는 아수라의 발목을 잡아 당겨서 아수라의 몸체를 바닥에다 내리꽂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애송이가!"

아수라는 애송이에게 한 방 먹었다는 굴욕감 때문인지, 아니면 분노와 살기로 점칠된 인생을 살아오면서 쉽게 분노하게 된 성격 때문인지 노성을 터트리고선, 팔로 바닥을 잡아 발로 아론의 몸통을 향해 날카롭게 찔러 넣었다.

하지만, 아론은 다시 한번 자신의 몸통이 박살나는 환영을 목격하면서, 상체를 돌리며 양 손으로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아수라는 힘의 방향을 거두면서, 건방지게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아론을 향해 힘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느껴진다. 상대방의 힘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느껴져.'

온 몸에선 땀이 비오듯 흐르고 주먹을 내지를 체력도 없었지만, 그는 힘의 흐름대로 몸을 한바퀴 빙글 돌리면서 아수라의 발목을 잡아 날려보냈다.

"흐헉!?"

콰창!

아수라는 아론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힌채로 날려보내지자, 신음성과 함께 버려진 자동차와 부딪히면서 차체를 구겨뜨려나갔다.

첫번째는 우연이라 해도, 그것이 반복된다면 필연.

분노가 머리 끝까지 뻗쳤던 아수라는, 너무나 어이없는 일을 연달아 겪게 되자 오히려 분노가 사그라들게 되었다.

"허억…허억……."

지금이라도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미약한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는 아론.

당연히 공격 자세는 커녕, 두 팔을 추욱 늘어뜨린채로 무방비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아수라는 그런 무방비한 아론의 모습에서 빈틈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였으면 자신이 뭔가 실수했거나 속임수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달려들겠지만, 무술가로서 달인인 아수라는 아론의 상태가 어떤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하. 하하하하. 흐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광소를 터트린 그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악귀처럼 일그러뜨리던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런가. 유능제강의 원리를 깨우친 것이로군.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새로운 경지로 가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하지만, 설마 그 광경을, 아니, 내가 상대방에게 기연을 주게 될 줄이야."

그 때, 아수라의 눈에서 저 멀리서 소란을 듣고 찾아오는 미국의 이능력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무아지경의 상태로 자신의 공격을 흘려보내게 된 아론에게 시간을 빼앗기면 이능력자들에게 포위당하고 만다.

숫자의 폭력이란게 얼마나 무서운지, 서로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들이 힘을 합치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한가지 종류의 힘으론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중국을 상대할때 절실히 느꼈던 아수라로선 다시 한번 경험하지 않고 싶은 일이였다.

"내 이름은 아수라. 네 이름은 뭐지?"

"아론…아론 맥필드……."

"아론이라……. 그래, 그 이름은 똑똑히 기억해두지. 다음엔 나 또한 자네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겠네."

그렇게 아론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둔 아수라는 이능력자들이 오기 전에 도주하기 시작하였고, 도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걸 확인하고선 그녀가 만들어둔 '영역' 으로 후퇴하였다.

"쫓아! 한 명 남아서 부상자를 챙겨!"

리더로 보이는 이가 목청을 높이며 명령을 지시하자, 가장 급이 낮은 이능력자가 아론의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나!?"

"……."

털썩-

"어이! 정신차려!

아군의 모습에서 긴장을 놓은 아론은 그대로 지쳐 쓰러졌고, 이능력자는 그의 몸을 부축하면서 좀비가 언제 올지 모르는 길거리보단 그나마 안전한 건물 옥상으로 아론을 옮겨주었다.

'아…수…라……. 다음에는…나도…….'

아론은 다음에 자신을 죽이겠다는 아수라의 포고에, 자신 또한 보다 더 성장하여 그를 쓰러뜨리기로 결심하며 의식을 놓았다.

============================ 작품 후기 ============================

독자님들. 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언어의 장벽으로 하지 못했던 드래곤즈 도그마가 한글화되었고, 드래곤볼 제너버스까지 100% 한글화가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이 2개만 해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데 제가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게임인 다키스트 던전까지 한글화가 되었습니다.

하...제발 이러지들 마...나 최소한 글을 쓸 시간은 줘야지...

진짜 몸이 2개로 나뉘어져서 하나는 게임하고 하나는 글 쓰기를 반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몸을 2개로 나눌 수 있는 비법 있으면 진짜 노예 계약하고 삽니다. 저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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