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아우
트런들은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힘차게 포효한다.
“그럼 대충 끝난 건가?”
“하응♥ 아니예요♥ 저기…하윽♥”
그렇다.
이런 엄청난 광경을 구경하며 나는 한 손으론 팝콘…이 아닌 육포를 씹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올리비아의 허리를 잡고 보지를 씹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후배위 섹스하면서 이 장엄한 전쟁을 구경하고 있었단 말씀이시다.
내 좆은 이미 그녀의 애액으로 범벅된 상태.
귀두 부분은 완전히그녀의 조갯살이 물고 있는 상태다.
그녀는 볼에 홍조를 띄우며 발정하면서도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하흑♥ 저, 저기♥ 용병대장♥ 흐윽♥”
음.
그렇네.
장년에서 중년 사이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용병대장.
위에 레벨은 43이 떠 있다.
챙 채챙 채채챙
불꽃이 튀기고 검과 검이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왔다 갔다 한다.
대장을 맞상대 하는 사람은 바로 셰릴이었다.
와, 저게 전문가들의 싸움이구나.
확실히 우격다짐 스텟창 빨로만 싸우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온갖 기교를 다 섞어서 싸우는데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다.
“…기사? 싸우는 폼이 완전 기사인데? 나이도 어려 보이는 년이 뭔 레벨하고 실력이 이렇지?”
“네가 못 싸우는 거다. 그 나이 처먹고 레벨도 올리지 않고 뭐 했어?”
아마 처음부터 셰릴은 저 용병대장이 거슬렸나 보다.
용병대장도 저 셰릴이 레벨이 가장 높아서 신경이 쓰였고 말이다.
미친듯한 일기토를 벌이면서 입으로는 또 쉴 새 없이 상대를 도발한다.
“맨날 돈만 받아 처먹고 싸움은 부하들 시켰나 보지? 실력이 왜 이래?”
“계집이 봐주니까 한도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군. 네년이 어디서 뭔가 배우기는 한 것 같은데 결투하고 전투은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주지.”
그러면서 재빠르게 발로 바닥을 걷어차자 셰릴의 눈으로 조약돌이 쏘아져 나간다.
“읏!”
아니?
저 치사한 새끼가.
무협지의 사파나 흑도 애들이 상대의 눈에 모래를 뿌리고 덤벼든다더니만 딱 그 꼬라지네.
역시 용병들은 근본이 없어요, 근본이.
간신히 고개를 틀어 피한 셰릴.
썩어도 준치라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칼을 들어 셰릴을 향해쇄도한다.
“끝이다! 계집.”
이런.
재빨리 올리비아의 보지에서 좆을 빼고 벌거벗었더라도 쇄도할 준비를 했다.
여기서 허무하게 내 메인 히로인 셰릴을 잃을 순 없어!
“안 돼! 셰릴!”
셰릴도 내심 패배를 직감한 듯 칼을 들어 올리지만 이미 반응이 반수 정도 늦었다.
“죽어라!”
쐐애애액
퍼어억
“…으어?”
“으응?”
나는 지금 좆을 덜렁대면서 셰릴의 세 발자국 거리에 있다.
용병대장의 검은 아슬아슬하게 셰릴의 머리를 지나쳤다.
땅바닥에 그녀의 반짝이는 은발 머리가 하늘거리며 떨어진다.
“커흐흑!”
“메이 언니!”
그렇다.
메이.
그녀가 30m 밖에서 대궁으로 용병대장을 조준하고 있었다.
침착한 메이가 셰릴과 용병대장의 싸움 내내 활시위를 겨누고 있다가 빈틈이 나온 그 한순간을 노린 것이다.
대장의 눈에 정확하게 틀어박힌 화살.
순간 들어온 격한 통증과 어긋난 시점 덕분에 남자의 칼이 셰릴을 빗맞혔다.
“내, 내 눈! 으아악!”
“죽여버리겠다! 이 개새끼!”
서걱
승부가 났다.
남자의 목은 그대로 떨어져서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셰릴! 이 녀석아! 누가 너 그렇게 무리하랬나!”
덥석 그녀를 안았다.
너 잘못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잖아.
물론 네가 걱정된 건 아니고 네가 없으면 앞으로 내 계획에 차질이 많이 가니깐 말이야.
“내 부하들 훈련은 어떻게 하고 그렇게 먼저 가려고 했어!”
“흑, 흐흑, 흐아아앙! 주인님 무서웠어요!”
셰릴도 뒤늦게서야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걸 알았는지 공포감이 몰려와 날 붙잡고 엉엉 울었다.
“앞으론 무리하지 마. 적당히 세어 보이는 상대라면 같이 잡으라고. 언제적 일기토고 언제적 생사결이냐? 그냥 다굴 때려. 알겠어?”
“네, 주인님 말 들을게요.”
저래놓고 또 나중에 호승심 나서 일대일 할 걸 알지만, 일단은 말이라도 이렇게 해야지.
“그리고 메이, 잘했어. 언제 그렇게 궁술이 늘은 거야?”
“셰릴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집중력이 확 올라가면서 세상이 느리게 보이더라고요.”
메이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미증유의 기운이 넘실대고 있다.
이 여자.
방금 벽을 넘었구나.
느껴진다.
여태까지는 무지막지한 경험치 쩔로 레벨 30을 넘었다면 이제는 확실히 익스퍼트급 아처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 슬슬 저 녀석 좀 잡아와라.”
정산 시간이다.
내 예쁜 마누라 셰릴을 죽일뻔한 놈 대가리를 처단할 시간 아니겠어?
“으윽! 놔라! 도대체 어디서 온 놈들이란 말이냐!”
배불뚝이 노예상인.
이 녀석은 한눈에 봐도 무예라고는 1도 모르는 놈이다.
악마의 눈으로 스캔할 가치조차 없는 놈.
“…이 녀석 팔 잡아. 다리부터 아작내고 시작하자.”
“네.”
“뭐? 뭐라고? 잠깐, 잠깐만 기다려! 기다리라고!”
콰지지직
“끄아아악!”
커팅식는 내가 직접 거행했다.
오크의 도끼를 하나 뺏어와서 깨끗하게 잘라줬다.
그래도 이 정도면 깔끔하게 절단한 거니까 고마워하라고.
“올리비아, 포션으로 이놈을 치료해. 치료하고 다시 조진다.”
“알았어요.”
올리비아도 노예상인에게 베풀 자비는 딱히 없었기에 차가운 눈길로 그의 포션으로 잘린 단면을 치료해주고 다시 고문에 들어갔다.
“끄악! 끄아악!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서 살려둔 것이 아니었나?”
“아, 그건 그거고. 일단 넌 좀 맞아야 해.”
나보다 더 나쁜 놈은 살려둘 수 없거든.
그래야 내가 최악의악인이 될 수 있는 거잖아.
일단 가기 전에 카르마 한 스푼 정도는 내놓고 가라.
노예 상인의 고문은 1시간 정도 정성스레 진행되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침묵 속에서 자르고 꼬집고 뽑아내고 다시 치료하고가 반복되었다.
그냥 고문 그 자체를 충실하게 했다.
“티모, 이 녀석에게 박을래?”
“취익! 남자는 관심 없다. 취익!”
“너 좋으라고 박는 거 아니야. 저 녀석 좆같으라고 박으라고 하는 거지.”
심지어 그쪽(?) 취향까지 부르게 하려다가 관뒀다.
이 녀석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흐흑…잘못했습니다. 살려달라는 말은 하지도 않겠습니다. 그저 죽여주십쇼. 조금이라도 편하게 죽여주시면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드디어 상인은 눈앞에 이 악마 같은 자들이 자신을 전혀 살려줄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이제야 좀 주제 파악이 된 것 같네.
그의 앞에서 쪼그려 앉아서 시선을 맞춘다.
“편안히 죽고 싶어?”
“네, 그만 고문받고 싶습니다. 죽여주십시오.”
“혀를 깨물 배짱도 없네. 이놈은.”
“네, 저는 배짱도 없는 거지새끼입니…”
철썩
“거지들한테 말이 너무 심하잖아. 넌 거지보다 못한 놈이야.”
“네…맞습니다. 저는 재활용 불가능한 폐기물입니다.”
흠.
이 정도면 뭘 물어봐도 다 말해주겠군.
“자, 내 말똑바로 들어. 난솔직히 너에게 딱히 뭔가가 궁금하진 않아.
내가거느린 전력을 봐. 어마어마하지?”
“네, 그렇습니다, 마왕이시여.”
마왕?
내가 왜 마왕이지.
생각해보니 몬스터들 우르르 이끌고 와서 마녀랑 섹스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는데 이게 마왕이 아니면 뭐가 마왕인지 싶긴 하네.
“그냥, 약간의 호기심?뭐 이런 거야. 네가 내뱉는 말이 너를 고문하는 일보다 재미없으면 난 너를 고문하는 일을 계속 진행할 거야. 알았어?”
“제발! 제발 그것만큼은 그만둬 주십시오!”
따악
“그러니까 제대로 대답하란 말이야.”
“알, 알겠습니다!”
그의 이마가 벌게지도록 딱밤을 때린 뒤에 심문을 진행했다.
“피에른 대공을 알아?”
이건 귀녀대원들을 위해 물어보았다.
그녀들의 일터이자 집이었던 리만 표국이 피에른 대공 수하의 마법사들에게 공격당하고 눈앞의 노예상인에게 노예로 팔릴 뻔했으니 연결점이 있나 궁금한 것이다.
“그, 그게…”
첫 질문부터 너무 셌나?
대답을 잘 안 하려고 하네?
“한 시간 더 추가요.”
지구에서 코인 노래방 생기기 전까지는 노래방 가면 항상 한 시간 더 서비스를 주곤 했는데 말이야.
물론난 가난해서 노래방을 가지는 않았지만, 성인인 척하고 몰래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다.
그때 기억 살려서 서비스 후하게 주마.
마음껏 즐기라고. 아미고.
“으아아악! 아아악! 아아악!”
비명의 하모니를 한 시간 정도 더 들었다.
그러니까 이제 대답이 술술 나온다.
“네, 맞습니다…피에른 대공은 저희 상단의 주요 고객 중에 한 분이십니다.”
“도대체 마탑이 왜 노예를 취급해?”
“저도 그것까지는 잘 모릅니다…정말입니다! 정말 몰라요!”
내가 또 손을 들어 올릴 기세를 보이자 엉금엉금 다가와서 사정을 한다.
보니까 정말 모르는 모양이네.
그럼 이 질문은 패스.
“그러면 너흰 어디로 가려고 했어?”
“윌, 윌렛 왕국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윌렛 왕국?
거긴 내 나라잖아?
우리나라 노예매매 불법인데.
“윌렛 왕국에 너희와 거래를 트는 귀족이 있어?”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전투 노예를 사는 분이 계십니다.”
“도대체 누군데? 그 빌어먹을 매국노가.”
“제임스, 제임스 베르너공자입니다.”
으응?
누구였지 제임스?
“세, 세상에! 첫째 도련님이 노예들을 사들이고 있었다고요?”
아, 맞다.
내 형이었지?
이게 빙의가 되니까 누가 누구였는지기억이 잘 안 난다.
로이 형이야 감히 셰릴을 넘보려고 했으니 머릿속에 이름이 확 각인되었는데 제임스 형은 그냥 데면데면해서 이름도 까먹을 뻔했네.
“첫째 도련님? 설마 당신은 윌렛 왕국의…”
텁
그대로 그의 입을 막았다.
“왜, 내 정체를 알면 뭐가 달라져? 오히려 아는 척하다가 한 달 내내 고문만 받고 뒤지고 싶냐? 아니면 오늘 편히 죽을래.”
끄덕끄덕
무엇을 선택할지는 뻔하다.
입을 내려놓자 정신을 차린 노예상인이 다시 정보를 내뱉는다.
“그러니까 내 형이 주기적으로 전투 노예들을 사들이고 있었다는 말이지?”
“그, 그렇습니다. 왜 모았는지는 모릅니다.”
어쩐지.
처음 악마의 눈으로 스텟 살펴봤을 때 카르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긴 했어.
형님,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겁니까?
“그러면 형님은 너에게 돈을 주는 건가? 돈과 전투 노예를 바꾼거야?”
“아, 아뇨. 노예와 노예를 바꿨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지?
우리나라 노예매매 불법인데 어디서 노예를 구했다는 거야?
“그, 그게, 공자께선 자신의 영지 출신 여자들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우리는 전투 노예를 거래하는 식으로…값이 안 맞을 때만 골드로 충당하는 식으로…거래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제임스 형님이 자신 영지의 농노나 평민 출신 여자들을 납치해서 노예로 만들어 상인들에게 팔았다는 말이잖아?
영지민을 책임져야 하는 영주가 오히려 노예로 영지민을 팔아넘기면서 사업을 했다고?
“킥, 킥킥, 킥킥킥킥킥킥킥”
웃음이 나온다.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프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헛웃음이 나온다.
어떻게 이놈의 집구석은 제대로 된 놈이 없네.
나도 빙의한 이전 세계의 싸이코 살인마.
제임스 형님은 자기 영지민 노예로 팔아먹고 비밀리에 군사 모으는 미친놈.
인제 보니 로이 형님이 가장 정상인이었네?
눈치 없는 바보였지만 가장 정상이었어.
“그럼 너희는 갈리아 제국에서 전투 노예를 들고 마녀의 숲을 넘어서 제임스 형님이랑 거래를 한 거고, 여기 고블린 부락은 여자 노예 가끔 충당하는 곳으로 들른거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공급받은 여노예들을 들고 다시 갈리아 제국에 내다 팔고? 가끔 마탑에 노예조달도 하면서?”
“네, 공자님 말이 맞습니다.”
더 이상 들어볼 것도 없다.
이재활용 불가능한 놈에게 낭비할 산소가 아깝군.
촤아악
엘리샤의 손에들고 있던 구르카를 뺏어 들고 노예 상인을 끝장냈다.
“공자님…이건.”
오랜만에 셰릴이 나를 공자라 불렀다.
새삼스럽게 내가 베르너 가문의 막내아들이라는 게 생각난 거겠지.
“아무래도 우리 제임스 형님이 일을 크게 벌이시는 것 같다.”
노예 매매가 불가능한 윌렛 왕국에서 전투 노예를 사들인다?
게다가 그 상단은 갈리아 제국의 피에른 대공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 상단.
피에른 대공은 현재 제국주의 식민지배 정책을 지지하며 윌렛 왕국과 울프문 제국의 노예화를 진행하고 있는 정치가이다.
“피에른 대공…제임스 베르너…윌렛 왕국과 갈리아 제국…대충 그림 나오는데?”
제임스 녀석이 피에른까지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윌렛 왕국이 도탄에 빠지길 바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주인님, 이건 막아야 합니다.”
“맞아요, 자기 영지민을 노예로 팔아버리다니. 그것도 젊은 여자를 납치해서요. 너무나 끔찍해요.”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이씨.
내가 제일 나쁜 놈이어야 되는데 왜 자꾸 이렇게 나쁜 놈들이 나타나는 거야?
귀찮네, 정말.
“그럼 일단 그 전투 노예라는 놈들부터 풀어주자.”
노예상인들이 전투 노예를 전달한다고 했으니 마차에는 당연히 전투력 높은 건장한 남성들이 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남자들은 높은 확률로 노예상인에 원한을 품고 있겠지.
난 그런 녀석들을 포섭해서 내 전력으로 만들 생각이다.
어차피 적의 적은 동지라고.
좋은 게 좋은 거잖아?
“그럼 마차를 열겠다.”
쾅 쾅 쾅
옆에 있던 중갑대주 트런들이 도끼로 자물쇠를 내리치자 자물쇠는 금방 부서졌다.
끼이익
마침내 문이 열리고 충실한 내 병사들이 될 우락부락한 건장한 남성들이 나를 반기…
“…어라?”
뭔가 잘못되었다.
뭐가 잘못되었냐고?
마차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시커먼 사내 놈들이 아니라, 아주 귀여워 보이는 여자 수인들이었다.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있던 그녀들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일제히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