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강등이다 요년들아
“끼이잉? 권속?”
“그래, 저기 보이는 올리비아 있지? 쟤처럼 되라고.”
“하앙! 주인님, 저를 좀 더 만져주세요♥”
내가 수인 여자들에게 욕심을 내고 있다는 걸 알아서인지 머리 좋은 올리비아가 보란 듯이 수인들 앞에서 신음을 내며 나에게 안긴다.
주물주물
츄릅 츄르릅
남녀 간의 교합에 의한 음란한 소리가 수인 여자들에게 들리자 얼굴이 새빨개지는 여자들.
수인들도 동물 피가 좀 섞였다뿐이지 사실 인간 여자랑 그리 다를 것도 없다.
“우우, 권속이 되라는 말은 설마 마왕님의 여자가 되라는 말이냐멍?”
“그래. 당연하지. 설마 너희의 처녀도 지킬 생각 하면서 나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나?”
“호호호, 꿈도 야무진 암캐들이네요. 어딜 주인님의 여자가 그리 쉽게 되는 것도 아닌데 튕기는 거 보세요.”
“올리비아. 너도 맨 처음엔 그랬잖아.”
“맞아요. 하지만 결국 주인님의 강함에 매료되어 지금은 당신만의 장난감이자 씨받이가 되었죠♥”
저 무섭다는 마녀마저 저렇게 굴복한 것을 보니 수인 여자들은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졌나 보다.
하긴.
제 녀석들이 아무리 반항을 해도 올리비아보다 더 잘할 자신은 없겠지.
“우우…어떻게 해야…”
“끼잉, 우리는 목적이 있잖냐멍.”
“하지만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멍…”
자기들끼리 쑥덕대는 수인들.
백날 그렇게 머리 맞대고 고민해봐라.
내 말 한마디에 자기네 운명이 뒤바뀌는데 의논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그냥 빨리 꼬리 말고 납작 엎드리렴.
결국, 의논을 끝냈는지 쭈뼛대며 대표로 나오는 링링.
“부, 부탁이 있다멍. 부탁을 들어주면 마왕님 여자하겠다멍.”
하.
시발.
왜 이놈의 여자들은 맨날 섹스하자 그러면 귀찮게 조건을 붙이는 거야?
바로 가서 링링의 뺨을 한 대 올려붙였다.
짜아악
“끼이잉!”
졸라 아플 거다.
나 힘스텟 100이거든.
조금 힘 실어서 쳤어.
링링은 거의 땅바닥에 3바퀴는 구른 뒤 낑낑댄다.
내 무위를 보지 못한 다른 여자 수인들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레벨 1짜리가 40짜리를 싸다구 한 대 때린 거로 날려보냈으니 놀랄 만도 하지.
이제서야 정말로 나를 마왕으로 생각하는 여자 수인들.
본격적으로 꼬리를 말고 귀를 접고 벌벌 떤다.
그런 여자들의 공포심을 즐기며 링링의 멱살을 들어 올렸다.
“링링아, 미쳤어?”
“아우우. 아프다멍…”
“네가 지금 뭐라고 조건을 내걸어? 그냥 살려주면 감사합니다 해야하는 거 아냐? 아니면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서 지옥불에 담가줘?”
지옥불이라는 말에 링링의 공포심이 극에 달한다.
그렇지.
마왕 앞에서는 죽는다고 끝이 아니거든.
영혼을 잡아서 영원토록 고통을 줄 수 있는 존재.
그러니까 다들 마왕이나 천사를 두려워하는 거다.
“하, 하지만 우리는 루나 족장에게 돌아가야 한다멍! 가서 구해줘야 한다고!”
“그게 네년이 지옥불에서 영원히 타는 것보다 중요해?”
“…날 보내달라멍. 루나 족장을 구해주고 나서 지옥불에 태우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멍.”
와우.
엄청난 충성심이네.
루나라는 족장이 지금 곤경에 처하긴 했나 보다.
그런데 그 족장 구하려고 지옥불에 던져지는 걸 감수한다고?
부하들의 충성심이 이 정도면 평상시에 인맥관리를 얼마나 잘한 거야?
“근데 루나? 어디서 들어봤는데…”
들어보긴 했다, 분명히.
어디서 들어봤더라?
“우우, 루나 족장님을 모르다니멍. 울프문 부족의 최강자이시자 역대 최고로 아름다운 족장님이다멍!”
루나 이름이 나오자 그냥 기세등등해지네.
“루나, 루나…아, 그 귀녀대 애들이 말해줬구나.”
생각이 났다.
귀녀대 애들이 자기네 유리아 황비랑 루나 부족장이랑 친구라했지?
근데 그런 잘나가는 부족장이 왜 곤경에 처했대?
“너희 울프문 부족은 달빛 초원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거 아니었어? 루나는 왜 어려움에 빠지게 된 거지?”
“우우…소식 못 들었냐멍…마왕님은 정말로 마녀의 숲에만 있었던 게 분명하다멍.”
“뭔 소식. 궁금하니까 빨리 말해.”
그러자 잠시 주저하던 링링.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울프문 부족은 멸망했다멍. 전쟁에서 졌다멍. 우리 남자 형제들을 모두 죽고 자매들만 잡아서 노예신세 되었다멍.”
“아우우우!”
“아우우!”
…벌써 전쟁이 났어?
게다가 울프문 부족은 졌고?
내 생각보다 바깥 상황 진행이 빠른데?
“그러면 루나 부족장은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족장을 그렇게 살려두는 법도 있나?”
“우우, 피에른 대공이 족장을 첩으로 삼으려 했는데 유리아 황비가 우리랑 족장을 검투 노예로 보내버렸다멍.”
아하.
전쟁에 반대한다던 황비는 결국 대공을 막지 못했나 보군.
그나마 힘을 써준게 살아남은 여전사 루나와 링링 등을 제국 남자들의 장난감이 될 운명에서 구해준 건가?
그것조차 검투 노예가 되었으니 구해줬다고 볼 수도 없겠군.
그나마 순결과 명예는 지키면서 죽게 해주는 거니 배려라고 볼 수 있나 보다.
“우우, 검투장에서도 루나 족장 감독관이 마구 때렸다멍. 우리가 말 안 들으면 대표로 족장만 때렸다멍.”
“맞다! 우리는 나쁜 암캐다멍. 암캐 흉내 내야지 루나님 덜 때렸다멍.”
“우우우…”
늑대 여자들이 슬펐는지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울음은 금세 전염되어서어느새 15명의 여자 수인들이 모조리 우는 상황.
골 때리네.
나 여자들 우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만!”
“히끅!”
“끼잉!”
얘들이 미쳤네.
내 앞에서 눈물 보인 년치고 잘되는 년 없었다.
“그래서? 그럴 생각도 없지만 내가 너희를 풀어줬다고 치자. 그럼 너희 족장을 구하러 다시 갈리아 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어?”
끄덕끄덕
일제히 15명이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니 좀 귀엽긴 하다.
“무슨 수로? 인간 사회에서 수인족이 얼마나 눈에 띄는 줄 링링 너도 알 거 아니야? 그리고 막상 검투장에 도착했다고 쳐. 너희가 그 삼엄한 경비를 뚫고 루나를 구할 수나 있겠어?”
물론 링링의 레벨이 꽤나 높긴하다.
레벨 40이면 상급 익스퍼트.
나머지 수인들도 레벨 30대이니 15명이 기사단 전력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내가 갈리아 제국 검투장을 가보진 않았지만, 강한 검투사들을 묶어놓고 통제하려면 어마어마한 병력을 배치해놓았음이 분명하다.
단순히 병사들의 양만 많은 게 아니라 마스터급 고수들도 꽤 있겠지.
15명의 엑스퍼트급 수인 전사들로는 검투장은커녕 가기도 전에 갈리아 제국 내에서 걸려서 추격당하다가 도로 노예행이 될 게 뻔하다.
심지어 거기 검투장은 자유도시라서 노예시장도 같이 있다며?
노예시장 지키는 병력까지 더해야겠네.
“링링, 난 아무리 봐도 너희가 루나를 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그렇지 않다멍. 우리가 다른 나라로 팔려가기 직전에 족장이랑 같이 검투장에 비밀 땅굴을 파놨다멍.”
비밀 땅굴?
누가 강아지 아니라고 땅 파는 거 되게 좋아하네.
“한마디로 너희는 땅굴로 족장이랑 같이 도망갈 생각을 했다는 거네?”
“그렇다멍. 기회가 되면 바로 파놓은 땅굴로 도망쳐서 달빛 초원으로 가려고 했다멍.”
“갑자기 웬 인간들이 루나 족장님을 내버려두고 우리만 묶어서 이곳으로 보내서 탈출 못했다멍.”
아마 내 형인 제임스 베르너에게 팔려고 했던 거겠지.
귀여운 여자 수인에 전투력까지 높으니 제임스는 좋아했을 게 틀림없다.
미안하지만 형님.
이 동물귀 여자들은 이 아우가 중간에 좀 맛보겠습니다.
돌려드릴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대충 이야기는 잘 알았어. 그리고 내가 딱 말해줄게. 링링, 너희가 루나 족장을 구할 가능성은 절대 없어.”
“우우우…그럴 리 없다멍! 땅굴로 도망치면 된멍!”
“어이가 없네. 뇌가 없어? 땅굴까지도 가지도 못한다고. 이 빡대갈 년아. 제발 정신 좀 차려!”
“그래도…어떻게 하다 보면…아우우.”
어우.
이 똥고집 년.
그냥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일단 움직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네.
넌 나중에 지구에서 환생하더라도 절대 주식이나 코인은 하지 마라.
딱 패가망신할 스타일이다.
“막상 검투장까지 간다고 쳐. 아, 그래. 백번천번 양보해서 그 어마어마한 포위를 뚫고 검투장을 빠져나가서 달빛 초원까지 달아난다고 치자. 남자 부족원들 다 죽었다며? 그러면 예전보다 세력이 반 토막 난 거 아니야? 제국 애들이 다시 너희 잡으러 달빛 초원까지 오면 어찌할 건데? 또 잡혀서 검투장에서 암캐흉내나 내면서 인생 하직할 거야? 이미 초원은 너희 땅이 아니라고. 그만 상상에서 좀 나와라. 이 병신 같은 년아!”
오우.
속사포 랩.
나 스스로 합격 목걸이를 수여하마.
그래도 고함을 치니까 그제야 링링이 현실을 좀 직시하고 알아먹은 것 같다.
유리알 같은 맑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가 울먹거린다.
“우우…어떻게 해야 하냐멍. 우리는 싸우는 전사들이어서 머리 쓰는 거 잘 못 한다멍…족장 구하고 싶다멍…”
“아우우우….”
“끼이잉…”
다들 귀를 축 늘어뜨리고 비 맞은 강아지처럼 풀죽어 있으니까 이상하게 내 가운데 다리가 딱딱해진다.
“내가 현실적인 방안을 알려줄까?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큰 방법 말이야.”
“아우? 그런 방법이 있어?”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전 마계를 호령했던 마왕이다. 온갖 사악한 짓을 벌여왔던 나에게 수인 여자 하나 구출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아니다.
난 마왕이 아니라 그냥 조금 사악한 인간이다.
심지어 평행세계에서 빙의한 껍데기만 데이몬인 송길준.
하지만 뭐.
사람은 포장하기 나름 아니겠어?
“우우, 어떻게 해야 해? 마왕님 방법 알려달라멍.”
“정말 알고 싶어?”
“아우우, 알고 싶다멍.”
원래 내 조언은 백만금의 가치가 있지만, 이 수인 계집들이 귀여우니까 특별히 공짜로 알려주기로 한다.
“강력한 동맹자를 찾아.”
“강…력한 동맹자?”
“그래, 너희를 들키지 않게 갈리아 제국의 검투장으로 데려다줄 수 있고, 루나 족장을 구한 뒤에도 제국의 추격으로부터 강력한 울타리를 세워줄 수 있는 지지자 말이다.”
머엉
링링은 얼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표정.
“왜? 그런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아우우, 우리 같은 수인을 위해 그 정도의 도움을 줄 인간은 없어.”
“맞아. 그런 인간은 없다.”
내 말에 링링이 날 또 멍하니 쳐다본다.
그리고 비웃는 내 입꼬리를 보고 자신이 놀림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그녀.
밧줄에 묶인 채 버둥거리며 이를 드러낸다.
“크앙! 날 놀린 거다멍! 역시 마왕은 나쁘다멍! 수인 가지고 놀지 말라멍!”
“놀린 거 아니야.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이런 너희를 도와줄 [인간]은 없지. 하지만 [마왕]은 있다.”
씨익
최대한 사악하고 비열한 미소를 지어준다.
그러면서 도합스텟 400의 기운을 내뿜자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링링.
그녀에게 오른손을 내밀어서 제안한다.
“링링, 내 손을 붙잡아. 나를 뒤에다 두어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 족장을 구해주고 수인족이 다시는 그런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게 해주겠다.”
나름 멋있지 않았나?
근데 링링에게 효과는 별로 없었나 보다.
그게 아니라 너무 놀라서 대답을 못 하는 거였나?
“우…우? 우릴 도와주겠다고?”
“그래. 한 가지 조건만 수락한다면 너희는 수인족은 재부흥을 할 수 있을 거다. 난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켜.”
“맞아요, 주인님은 자신의 말을 어긴 적이 없어요.”
“데이몬님의 강함은 상상 이상. 수인족 당신네는 지금 엄청난 기회를 잡은 겁니다.”
메이와 셰릴이 타이밍 좋게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준다.
그러나 확 설득력이 올라가 버리는 내 제안.
링링의 꼬리는 벌써 살랑살랑 흔들린다.
“아우우, 마왕님 조건이 뭔지 말해달라멍.”
“조건은 간단해. 너희 15명 전원. 내 암캐가 되렴.”
처음에는 권속 삼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네 거느리는 값이 비싸질 것 같아서 말이야.
권속에서 암캐로 강등이다 요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