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너 좀 따먹자
* * *
클레어를 손에 넣고, 나는 빠르게 움직였다.
거대한 주택의 바깥주인에 이어서 안주인마저 내 소유물이 되었으니 현무단주의 세력을 집어삼키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이, 이건…”
“어마어마하군요.”
“올리 언니보다도 더 부자였을 줄은 몰랐어요.”
지금 보고 있는 건 현무단의 회계장부였다.
장부에 겉보기에 적힌 재산만 수천만 골드였는데, 이전 세계 지구로 치면 수십조 원대의 금화.
올리가 그렇게 발을 동동대며 마녀회의 부흥을 위해 수백 년 간 모았던 재산이 몇백만 골드였던 걸 비교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재화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다 주인님 거라는 거죠?”
올리비아가 반짝이는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마녀회의 부흥이 최우선 목표였고 나이도 있는 여자다 보니 세력을 일으키는데 돈이 밑 빠진 독처럼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여자다.
현무단의 재원을 사용한다면 마녀들의 울타리를 재건할만한 충분한 돈이 되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에 흥분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내 재산은 아니지. 클레어와 매튜의 재산이야.”
그러면서 내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두 부부를 보았다.
아, 맞다.
이제는 부부도 아니지.
내 측실 부인과 측실 부인의 전 남편이었던 자를 보았다.
“…제 재산은 모두 여보님의 것이에요. 저를 사랑만 해주신다면 제 모든 걸 드리겠어요♥”
클레어와 수백 번 섹스를 한 이후에 나는 원정대의 여인들과도 같이 섹스를 했다.
그로 인해 클레어는 나를 원하는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확실히 깨달은 상태.
이제는 나 데이몬의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한 애정 전선에 섰음을 깨달았기에, 그녀의 통 큰 기부는 거침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이런 통 큰 기부를 하기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정말 대단한 ‘전’남편이었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소피아는 리만 표국의 유능한 전직 회계사답게 꼼꼼하게 장부를 분석했고, 매튜가 아내 몰래 숨겨놓은 천만 골드가량의 어마어마한 비자금을 발견해냈다.
당연히 클레어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매튜에 대한 미련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음은 당연지사.
“정말 양파 같은 녀석이야. 아내 몰래 양민들을 학살하지 않나, 10조 원가량의 금액을 비밀리에 운영하지를 않나, 또 뭐 있어? 매튜?”
내 놀림 비슷한 말에 메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떳떳한 게 있어야 말을 하지.
다른 여인들을 통해 아룬 마을 사건 포함해서 그의 모든 밑낯이 까발려지자, 클레어는 매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실정이다.
“뭐, 갈구는 건 이쯤 되었고, 티모 녀석에게 연락해 봐.”
“그 고블린 놈이요? 어째서죠?”
소피아가 말투가 날카로워지는 걸 보니깐, 아직도 귀녀대원인 그녀는 녹귀대주 티모를 극도로 혐오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우리는 지금 매우 바쁘다. 현무단의 재산이 이렇게 많아도 운반할만한 녀석들이 없어.”
한마디로 내 운반책으로 쓰겠다는 거다.
“우리가 여기에 온 목표를 잊지 마. 링링을 도와서 울프문 부족장 루나를 구하는 게 최우선 순위야.”
“맞다멍! 인간들 재산 욕심 많은 건 알겠지만 루나 족장 구해야 한다멍!”
링링이 다시 한 번 여인들의 주의를 상기시켜주자 비로소 일행들이 정신을 차리는 듯하다.
뚜루루 뚜루루
연락용 수정구에 마나를 불어넣자, 마치 전화기처럼 벨을 울리면서 수정구가 번쩍인다.
판타지아 세계라서 전반적인 생활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면은 생각보다 편하단 말이지.
달칵
“취익! 여기는 너무 어둡고 좁고 짜증 난다! 취익! 주군 나 데리고 가 달라! 취익!”
받자마자 너무 시끄러운데.
다시 끊어버릴까?
용건만 아니었으면 바로 끊었다 진짜.
“티모, 임무다.”
“취익! 드디어 임무냐! 어떤 놈을 죽이면 되는지 알려달라! 아니면 어떤 여자를 강간하면 되는지 알려줘도 된다! 취익!”
여전히 저렴한 말투를 지껄이는 티모에게 방긋 웃어주며 자세한 임무사항을 전달한다.
“응, 첫 번째 임무, 다시 마녀의 숲으로 돌아가.”
“…취익? 주군?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니, 제대로 들었어. 다시 마녀의 숲으로 돌아가서 네 부하 녹귀대를 끌고 와라.”
이른바 똥개훈련.
여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 왔는데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
“취익! 그러면 나는 왜 데려온 거냐!”
“너가 있어서 그나마 검투단이랑 싸울 때 쉬웠잖아. 그래서 싫어?”
어차피 티모의 뇌는 악마의 스킬 ‘몬스터 로드’에 의해 세뇌된 상황.
그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었다.
“취익! 불만스럽지만 가겠다! 취익! 주군 명령 이행한다!”
“가서 녹귀대를 끌고 와, 그리고 내가 지정해 준 곳에 쌓아둔 금화를 갖고 마녀의 숲으로 돌아가.”
지금 나와 내 여인들, 즉 루나원정대는 링링의 족장년 구하기에 바쁘니, 티모와 그의 부하들을 이용해서 금화를 옮기려는 의도다.
물론 고블린이어서 이동에 지장은 있겠지만, 뭐 그건 알아서 하겠지.
어디서 얻어맞고 다닐 레벨은 아니니깐 잘하리라 생각한다.
“취익! 알았다! 젠장!”
끝까지 육두문자를 내뱉고 수정구를 끄는 티모.
이제 현무단의 재산은 천천히 고블린에 의해서 마녀의 숲으로 인도될 것이다.
“일은 잘 해결되었고. 그러면 검투단 얘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고.”
옆에서 비서처럼 서 있던 메이가 바로 스케줄을 읇어주었다.
“서방님, 오늘 당장 4대 검투단주들끼리의 회합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메튜가 모나스 시티에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진 것 같아요.”
슬슬 일이 진행될 때도 되었지.
4대 강팀들이니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져왔을 테고, 마녀의 숲에 갔다온 경과를 듣고 싶어할 것이다.
“메튜, 그 자리에 너는 바지사장, 바지대표로 출석한다. 동행은 소피아. 클레어는 미안하지만, 집에 있어줘.”
클레어는 엄밀히 말하면 루나 원정대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작전의 개요를 알고 있는 소피아를 메튜의 새로운 첩실처럼 꾸며서 다른 검투단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내세울 생각이다.
“물론이에요. 저런 놈의 아내 노릇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학을 떼는 클레어.
막상 그 역할을 맡은 소피아도 표정이 좋지만은 않다.
“소피아, 이번 임무가 끝나면 내가 너에게 맞는 적절한 보상을 준비해 주마.”
예전 같으면 섹스로 보상을 해주었을 텐데.
제대로 강간을 한 뒤로 날 좀 많이 무서워하는 소피아였기에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네, 주인님. 늘 감사드립니다.”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는 소피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다음 명령을 내렸다.
“올리는 여전히 집을 지켜주면 되고. 셰릴과 에밀리, 엘리샤와 링링은 나를 따라서 검투사 신분으로 메튜와 소피아를 따라 4대 검투단 회합에 참가한다. 메이는 클레어와 함께 저택 관리에 힘을 써줘.”
메이까지 데려갈 필요는 없었고 그녀도 딱히 따라오고 싶어하는 기색은 아니었기에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몇 시간 후면 나가야 하니깐 그때까지는 모두 쉬어두어라. 해산.”
해산을 명령하고 나는 혼자서 우두커니 매튜의 집무실이자 서재, 지금은 내 것이 된 집무실의 가죽 의자에서 반쯤 누워 책상에 발을 올려놓은 채 허공을 바라보았다.
“새롬. 오랜만이야.”
그래.
새롬이를 안 본 지 꽤 오래되었다.
요새 하도 바쁘다 보니 예전처럼 자주 보지를 못한단 말이야?
[왜 불렀습니까?]
…응?
내가 새롬을 부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넌 내 매니저고 난 너의 담당 악마후보자잖아?
[드라마 보고 있었는데 왜 부르냐고 했습니다. 진짜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말이야. 키스씬 어쩔 거냐고! 너 때문에 분위기 다 날아갔어!]
시발년.
넌 나중에 보자.
마계에라도 가게 될 일이 생기고 내가 높은 위치에 오른다면, 새롬 너는 24시간 주 7일 야근일 줄 알아라.
“크흠흠! 정산 좀 부탁한다.”
아직 새롬이는 마족이고 난 인간이니 머리를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잠시만요. 그거 어디 갔더라?]
한참을 뒤적이는지 눈앞에서 글자가 떠오르질 않는다.
악마 후보자 매니저 직업이 철밥통인가?
진짜 근무태만 말도 안 되네.
[아 찾았습니다. 상태창부터 일단 띄워드리죠.]
상태창
이름: 송길준
칭호: 사악한 악인(중상), 잠룡(??)
직업: 마녀의 숲지기
LEVEL: 1
힘: 225 민첩: 225 지력: 130 행운: 100
보너스 스탯: 1(+180)
카르마 수치: 4500/20000
스킬: 악마의 눈, 진실의 방, 몬스터 로드, 분신술, 강림.
상태: 평행세계에 빙의, 연속 강간 성공, 유부녀 공략 성공, 하녀 조교 완료, 여기사 정복 완료, 마을 점령 완료, 성노예 예속(??) 완료, 마녀 소유 완료, 수인녀 획득 성공, 유부녀 강탈 성공.
다른 건 딱히 변화 없고.
업적 및 상태에 유부녀 강탈 성공 추가되었고, 카르마 수치만 조금 변했다.
[카르마가 4500 증가했습니다.
현무단 전투에서 데이몬님이 직접 처단한 10명의 검투단에게서 카르마 2000, 인당 200 추출했습니다.
현무단 전투에서 데이몬님의 권속들이 처단한 10명의 검투단에게서 카르마 500, 인당 50 추출했습니다.
현무단주 메튜에게서 카르마 1200을 추출했습니다.
메튜의 ‘전’아내 클레어에게서 800을 추출했습니다.]
흠, 적절하군.
내가 직접 처단한 현무단 놈들에게서 인당 200을 얻고 부하들 통해서는 50을 얻었다 이 말이군.
매튜는 눈앞에서 재산과 아내를 빼앗겼으니 1천이 넘는 카르마를 뺏겼고, 클레어도 강제로 강간을 당했을 때의 충격 때문인지 거의 1천에 가까운 카르마를 획득했다.
“그나저나 또 보텟 180이 추가되었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상상도 되지 않아.”
[데이몬, 판타지아 대륙에서 당신을 상대할만한 인간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 말은 있긴 있다는 얘기네?”
[물론이지요. 용사나 홀리엔 법국의 고위 신관들, 그리고 대륙 각지의 은거 기인의 저력을 얕보지 마시길.]
원래 이런 정보는 알려주지 않지만 새롬이가 나를 주의 깊게 보고 있기에 알려주는 듯했다.
도합스텟 거의 800.
일단 이 스텟을 어디에 찍을지는 고민 좀 하기로 했다.
[원래라면 3만 카르마에 당신의 칭호가 올라가야겠지만, 이미 환골탈태로 인해서 칭호가 올랐기에 이후 승급선은 10만입니다.]
제기랄, 10만이라니.
갈 길이 멀구먼.
하지만 대충 어떻게 올릴지 계획은 해놨다.
[이상 보고 끝! 저는 이제 드라마 보러 갈 거니깐 부르지 마세요.]
새롬 저년 언젠가 뒤치기로 박으면서 일만 시켜야지.
책상에서 상체는 서류작업하고 하체는 내 자지에 괴롭힘당하는 키 크고 늘씬한 보라빛 머리 비서 계집을 상상하니깐 갑자기 내 똘똘이가 바지를 뚫고 나오려 한다.
물건이 커졌으면 해결을 해야지.
“올리비아! 거기 있어?”
스르륵
공기 중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올리비아.
역시 날 보고 있었나 보다.
저택 전체를 감시하는 마법을 펼쳐놓은 거겠지.
“네, 서방님. 무슨 일로 절 부르셨나요?”
작고 귀여운 올리비아의 초록색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날리고 물기 어린 촉촉한 올리브색 눈동자가 날 응시한다.
그리고 난 그런 올리비아를 향해 세상 제일 저렴한 말로 구애한다.
“올리비아, 보지 좀 벌려봐. 너 좀 따먹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