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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9화 〉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 209화 〉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 * *

커튼을 걷어낸 로이의 눈앞에는 육(?)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굵고 우람한 좆을 빈틈없이 감싼 채로 내게 온전히 체중을 맡긴 타락한 여기사 셰릴.

한때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여인이 죽이고자 했던 남동생의 품에 안겨 땀투성이가 되어 헐떡이고 있는 모습.

“…어?”

“오랜만이야? 형?”

벙쪄서 현실 파악이 되지 않는 형에게 인사를 날려준다.

오랜만이라는 말이 조금 어색할 순 있겠지만, 이상한 말은 아니다.

조금 전까지 같이 식사했던 건 분신이고 본체끼리 보는 건 이게 처음이니 말이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저런, 우리 형이 수전증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다정하게 포개져 있는 우리 둘을 가리키는 로이의 손가락이 한 곳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연신 떨린다.

“어떻게 된 일이긴. 호위 기사와 사랑에 빠진 귀족가 자제. 처음 봐?”

“그게 아니잖아! 셰릴 경! 이게 어떻게 된…그 모습은 대체 뭡니까?”

경악과 비탄, 절망과 상심, 그리고 현실 부정.

온갖 감정이 휘몰아쳐 들어오고 한 번 들어온 감정은 빠져나가지 못한 채로 그의 심장을 옥죈다.

잿빛으로 탁해지는 눈동자는 점점 늪처럼 변해가며 끝 모를 어둠으로 침잠해간다.

즉, 나를 위한 카르마를 착실히 쌓아주고 있다는 말이다.

“설명해주시지요. 온당한 설명이 없다면 이 성을 무사히 나가지 못할 겁니다.”

저 썩을 놈이 끝까지 나는 무시하고 셰릴과만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괜찮다.

셰릴이 입에서 사실을 듣는 게 로이에게 더 충격일 테니까.

그리고 아름다운 은발의 여기사는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망설임 없이 오동통한 둔부를 흔들면서 오히려 자신이 먼저 내 좆을 만족시키기 시작한다.

“아흣! 당신은 눈이 없나욧? 지금 제가 주인님의 자지를 만족시켜드리고 있잖아요…헤응♥”

땀투성이에 풀린 눈.

무참하게 벌어진 보짓살.

신체 이곳저곳에 묻은 끈적한 액체.

창녀처럼 들러붙어서 자지를 꼭 문 채로 떨어지지 않는 그 모습까지.

예전에 로이가 알던 정숙하고 강인한 귀족 영애는 어디에도 없었고, 발정 나서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암컷만이 존재했다.

“나를 속인 건가?”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새겨져 있었으나,

“헤응♥도대체 무엇을 속였다는 건가요? 히극♥전 크래스 장원으로 떠날 때부터 이미 데이몬 주인님의 좆집이었는 걸요. 하윽♥”

그러면서 혀를 삐쭉 내밀며 로이를 비웃는다.

그 와중에도 나와 셰릴의 교접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로이와 대화하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맹렬하게 자지와 보지를 부딪치는 우리 둘은 침대에서 서로에게 맹렬히 집착했다.

“헤응♥주인님 사랑해요♥본인이 루저인지도 모르는 로이놈한테 갈 뻔한 저를 구원해줘서 감사해욧♥”

사랑과 애정이 가득 담긴 루비색 눈동자가 나를 직시했다.

옆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는 로이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기쁜 표정으로 나와의 섹스에만 집중하는 셰릴.

결국, 로이가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날 가지고 놀았군. 셰릴.”

“셰릴에게 너무 뭐라고 하지 말라고. 로이.”

드디어 내가 끼어들자 로이의 두 눈이 희번뜩했다.

단번에 달려들어 날 때려죽이고 싶은 걸 자초지종을 듣고 싶어서 참는 모습.

나는 착한 놈이니까 어찌 된 일인지 사정 정도는 알려주도록 하자.

“애초에 너는 내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장난감이었을 뿐이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말이지.”

“정신이 나갔군. 데이몬.”

“이걸 보고도 모르겠나? 네가 원하던 여인이 내 좆을 물고 헐떡대고 있는데도?”

내 말을 듣고 로이 녀석은 저도 모르게 이를 간다.

“레벨 1짜리가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너희 둘은 곱게 못 죽을 줄 알아라.”

“로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으면 저리 무식할 수 있는 거야?”

“뭐?”

어찌나 열이 받았는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진 녀석에게 그래도 한때 형제였던 정으로 왜 무식한지 일일이 설명해준다.

“자 봐봐, 너라면 상식적으로 후계 구도를 놓고 경쟁하는 형님의 성에 호위 병력도 없이 단둘이 오겠냐?”

“너처럼 멍청하면 가능하겠지.”

아, 모든 건 내가 빙의하기 전 병신처럼 행동했던 과거 데이몬의 업보로 설명이 되는구나?

이건 예상 못했는데.

“아무리 멍청해도 그렇지. 네 녀석이 나를 해코지할 게 뻔한데 호위 기사 하나 달랑 데리고 왔다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네 녀석은 겁이 많아서 내가 부르면 헐레벌떡 오는 놈이었잖나.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로이 녀석에게 나는 그냥 평균 이하의 지능을 가진 겁쟁이일 뿐이니까.

설득이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네.

하던 짓이나 계속해야지.

퍽퍽퍽

“하응♥갑자기 격렬해졌엉♥”

둘째 형을 가장 열받게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셰릴의 보짓구멍을 쑤셔주는 것.

하던 짓을 계속해준다.

“…정말 미친놈이었군.”

“하읏♥너무 좋아♥하아앙♥”

어쨌든 둘째 형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러졌으니 효과는 있었다.

그리고 사정감이 차오르자 망설임 없이 싸질렀다.

뷰릇 뷰르릇 뷰릇

힘차게 뿜어져 나온 정액이 셰릴의 아가집을 적셨다.

로이의 눈앞에서 그가 사랑했던 여인에게 질내사정한 기분은 제법 괜찮았다.

심지어 여인조차도 내 씨앗을 뱃속에 받아들임을 감사해하며 나에게 인사한다.

“헤응♥주인님 고마워요♥저 꼭 임신할게요♥ 저런 머리도 나쁘고 성질도 더러운 루저 놈 대신 우수한 데이몬 도련님의 정액받이가 될 수 있어서 기뻐요♥”

완전히 굴복하고 배를 드러낸 암컷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로이 녀석이 셰릴을 얻었더라도 이렇게까지 그녀를 복속시킬 순 없었을 거다.

“다 끝났나?”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

현재의 로이를 표현하면 저게 맞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여인을 탐하고 그 여인조차 너 같은 쓰레기로 타락시킨 죄를 두고두고 후회하게 해주겠다. 편히 죽을 생각은 버려라.”

만약에 내가 로이 형 말을 잘 듣는 동생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저 인면수심한 놈은 내가 가진 모든 걸 빼앗고 죽인 다음 셰릴을 부인을 맞이했겠지.

어차피 빼앗지 않았으면 빼앗겼을 테니 내 행동은 정당방위다.

“셰릴, 레벨 가리개를 벗도록.”

이제 슬슬 보여주도록 하자.

내가 무엇을 믿고 이곳에 둘이서만 왔고, 로이 녀석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지 말이다.

알몸인데도 레벨 가리개 반지를 끼고 있던 셰릴이 보지에서 흘러내리는 정액을 닦을 생각조차 안 한 채로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냈다.

그러자 아름다운 여인의 이마 위로 뜨는 레벨.

[LEVEL: 45]

마스터급 고수를 의미하는 엄청난 레벨이 로이의 망막에 맺히고.

금발태닝양아치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경악의 감정이 서린다.

“뭐, 뭐야? 지금 레벨이…”

현재 로이도 레벨 가리개를 하지 않은 상태라서 그의 레벨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레벨 21.

예전에 레벨 10대 중반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나름대로 후계전쟁에 참여한다고 2년 동안 열심히 올렸나 보다.

하지만 내가 거느리고 있는 정예병들 사이에서 레벨 20대 초반은 부하로 거느리기조차 창피한 수준.

심지어 이제 나이가 10대 중반인 십동대 아이들도 이미 레벨 30을 향해 다가가고 있으니.

크래스 장원으로 떠나기 전 그렇게 강해 보였던 로이가 너무나 왜소하고 없어 보였다.

“이건 말도 안 된다…셰릴의 레벨이 45라니. 무슨 더러운 수를 쓴 거냐!”

원래 사람들은 믿지 못할 장면을 보면 이를 부정하기 바쁘다.

로이도 마찬가지.

레벨 21과 레벨 45면 로이가 풀무장을 하고 셰릴이 알몸으로 싸워도 상대가 안 될 수준이라는 건데.

끝까지 의혹과 불신의 눈빛으로 셰릴을 바라보던 로이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너희도 제임스 형님처럼 알 수 없는 이상한 짓이라도 한 것이냐?”

혼잣말을 하더니,

“그래…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무슨 수로 레벨을 그리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네가 지켜야 할 주인의 레벨은 1이다. 그리고 여기는 캘리알 성 한복판. 알아서 사지로 잘 들어왔군.”

어떻게든 판단을 해낸다.

다음 그의 행동을 예측하긴 어렵지 않다.

병사와 기사들을 불러 우리를 포박하려 하겠지.

역시나 로이가 입을 크게 벌린다.

그리고 그 상황은 내가 원치 않는다.

“여봐…읍!!”

내 분신은 하나가 아니다.

물론 동일 스텟 분신은 하나만 만들 수 있지만, 약간의 스텟하락을 감수한다면 여러 개의 분신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현재 내 도합스텟은 300을 넘어서고 있으니 스텟이 조금 하락해서 몇 개의 분신을 만들더라도 레벨 20대 초반인 로이놈이 하나 무력화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어느새 다가온 분신 두 개가 로이의 양옆에서 팔과 다리를 구속하고 입을 막았다.

“놔…읍! 읍!”

격렬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약간의 소음은 들렸지만, 그뿐이었다.

사람들이 달려올 정도로 큰 소음은 나지 않았다.

게다가 로이는 셰릴과 떡을 치려고 저택에서도 깊숙하고 외진 곳에 방을 잡아놨으니.

제 꾀에 제가 빠진 셈이었다.

결국, 분신 둘에게 잡혀서 버둥거리다가 제풀에 지쳐버린 둘째 형의 발버둥은 5분이 채 가지 못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난 후 녀석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당연하게도 걸어가는 내 옆구리에는 알몸의 셰릴이 찰싹 붙어서 조롱 가득한 눈으로 로이를 보고 피식거렸다.

“로이, 지금 기분이 어때?”

“읍! 으읍!”

재갈이 물려있어서 답을 못하네.

분신 한 명이 로이의 상의를 찢어서 입을 막은 뒤에 강제로 의자에 앉혔고, 다른 한 명은 침대 커튼을 잘라낸 후 밧줄처럼 사용해 그를 꽁꽁 묶었다.

완벽한 구속 상태로 저항은 불가능했다.

원치 않은 상의 탈의를 한 로이.

방금 섹스해서 옷을 걸치지 않은 나와 셰릴.

의도치 않게 방 안에 옷을 제대로 걸친 사람이 없다.

하지만 괜찮다.

원래 이렇게 옷을 벗고 대화하는 게 더 진솔함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니까.

나는 의자에 묶여서도 몸을 어떻게든 뒤틀어보려는 로이와 눈을 마주친 후 히죽 웃었다.

“이봐, 로이.”

눈깔에 아직도 힘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 일단 한 대 맞자.

철썩!

뺨을 한 대 강하게 치니 로이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찢어진 상의로 물린 재갈이 벌겋게 물들었다.

싸대기 한 방에 입안이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나 보다.

“대답해. 알아들었으면 고개 한번 끄덕.”

목에 철심이라도 박아놨나?

제법 뒷목이 뻣뻣해 보이길래 다시 한번 뺨을 친다.

철썩

“자 대답하자.”

철썩

“대답하라고.”

철썩 철썩 철썩

“대답 안 해?”

“주인님, 저러다 죽겠어요.”

셰릴의 말에 문득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로이는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그동안 날 무시하고 셰릴에게 찝쩍이던 게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손이 좀 맵게 나가버렸다.

실핏줄이 터져서 새빨개진 눈으로 나를 꼬나보는 저놈의 눈빛에는 아직도 저항하겠다는 의지가 남아있다.

생각보다 강단 있는 로이의 모습이 제법 의외였다.

“그래도 나름 귀족 나부랭이라고 자존심은 있다 이건가?”

그래, 인정은 해주자.

머리는 나쁘지만, 아무에게나 고개 숙이는 놈은 아니다.

하지만 상관은 없다.

고문 원투데이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놈에게는 또 이런 놈에게 맞는 고문 방식이 있는 법이다.

분신들을 시켜서 로이가 묶여있는 의자를 킹사이즈 침대 바로 앞에 놓았다.

그러자 로이의 눈앞에는 커다란 침대가 한눈에 보이는 상황이다.

그리고 나는 셰릴과 함께 침대 위로 올라갔다.

두 남녀의 알몸이 로이의 두 망막에 가득히 맺혔다.

특히나 그중 하나는 한때 로이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여기사 셰릴.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셰릴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로이 녀석을 보며 히죽 웃었다.

“로이 형, 어차피 형은 죽은 목숨이야. 그래도 나름 기개 있는 모습 보여줬으니 죽기 직전에 좋은 구경시켜줄게.”

몇 년 동안 좋아했던 소녀가 자신의 경쟁자에게 자발적으로 보지를 바치는 그림 정도면 충분한 선물이 되리라 믿는다.

“셰릴, 너의 보지가 얼마나 잘 개발되었는지를 형에게 보여주자.”

“네, 주인님.”

잠시동안 애틋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 둘.

창문 틈새로 들어온 가을바람이 실내를 싸늘하게 적신 순간, 나와 셰릴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로이의 앞에서 젖통을 출렁이고 자지를 덜렁거리며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사상 최악의 주인공〈 209화 〉 서로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