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화 〉 태어나서 처음 당해보는 강간
* * *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일견 평범해 보이는 마차 한 대가 흙길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흑의인이 능숙한 솜씨로 말을 몰고 있었다.
“히랴아~”
놀랍게도 흑의인의 목소리는 동굴 저음이 아니라 천장 소프라노.
즉 여인이란 말이다.
그리고 그 여인이 몰고 있는 마차 안에서는…
“옴뇸뇸! 달고나가 달고나 달아.”
푹신한 시트에 드러누운 채 판타지아 대륙식 설탕과자를 먹느라 여념이 없는 내가 있었다.
“예전에 달고나 참 많이 먹었는데 말이야.”
어렸을 적 폐건물에 몰래 숨어 살던 시절이었다.
아직 일하기엔 다소 어렸던 시절.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어슬렁거리다 보면 돈 없는 초등학생인 줄 알고 사장님이 달고나를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있다.
“세모나, 네모, 별이나, 우산 모양 달고나를 주시곤 했지.”
우산 모양 달고나가 가장 분리하기 좆같았다.
그때는 설탕 과자의 뒷면을 혀로…이건 기업비밀이니 함부로 안 말하련다.
왠지 모르게 지구에선 모두가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지만 말이다.
“엘리샤!”
그리 크게 말하진 않았지만 마차 밖에서 즉시 대답이 들렸다.
“네, 주인님.”
그러고 보면 저 밀프 아줌마도 레벨 참 많이 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인구 100명도 안 되는 시골 깡촌에서 그나마 봐줄 만한 여자였는데.
이제는 셰릴과 에밀리, 트런들과 올리비아, 루나를 제외하면 그 다음 순위로 레벨이 높은 괴물이 되었다.
게다가 대단한 건 저 레벨을 올린 이유가 순수하게 나를 지키겠단 일념 하나로 올린 거다.
호위대장을 하기 위해서.
혹시라도 나를 지키지 못할까 봐.
저런 성숙한 태도를 보면 연상녀에만 집착하는 몇몇 남자들을 이해할 수 있다.
애초에 나는 취향따윈 없는 잡식성 돌연변이고 말이다.
“얼마나 남았어?”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열흘은 걸릴 겁니다.”
“에라이!”
“죄송합니다, 주인님.”
“괜찮아. 엘리샤 탓도 아니잖아.”
엘리샤의 또 다른 좋은 점.
다른 누구보다 나에게 충성스럽다고 해야 할까?
물론 다른 여자들이 나에게 불충하다는 말은 아니다.
메이나 셰릴은 말할 것도 없고, 올리비아 역시 나에게 순종하고, 루나는 나 없으면 열흘 이내로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걸렸나?
뭐 그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엘리샤의 얘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
어쨌든 이년은 내 여자 중에 나이가 가장 많다.
올리비아는 제외한다.
왜냐면 걔는 겉으로 보이는 얼굴은 어린애고 노화가 오지 않는 육체니까 말이다.
어쨌든 엘리샤는 나이가 들어가는 게 눈에 보이는 년이다.
반면에 내 여자들은 소수의 육림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20대다.
그러다 보니 여자들이 알게 모르게 엘리샤를 엄마 내지는 이모처럼 여기고 의지하는 분위기.
그걸 엘리샤도 느껴서인지 아래로는 내 여자들을 아껴주고 위로는 나에게 절대충성 하는 경향이 있다.
“어찌 보면 호위대장과 딱 어울리는 기질이지.”
“무슨 말씀이시죠?”
“아무것도 아니야.”
말을 얼버무렸다.
이 순간에도 마차는 조금씩이지만 분명하게 수도 하론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주인님, 저는 의문입니다.”
“뭐가?”
“수도에 저희만 데려가시다니요.”
여기서 ‘저희’는 육림대.
마차에서 보이는 건 마부 엘리샤뿐이지만 지금 마차를 방진으로 둘러싸고 숲 곳곳에 나머지 육림대 19명이 은밀히 따라붙고 있었다.
저번에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얼마 전 윌렛 왕국 국왕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
동시에 귀족파들의 수장 프리우스 공작에게도 동시에 초대장을 받은 상황이다.
일단 어떻게 할지는 나도 결정하지 않았다.
그저 육림대만 이끌고 수도 하론으로 무작정 출발한 것이다.
“그럼 누구를 데려가?”
“그래도 마법 저항에 조예가 있는 올리 언니를 데려오는 게 좋지 않았겠습니까?”
엘리샤가 ‘언니’라는 말을 크게 강조했다.
나이가 많은 엘리샤에게 올리비아라는 존재는 숨구멍이나 마찬가진가 보다.
“그 바쁜 애를? 걔가 지금 만들고 있는 신약이 몇 종류인지나 알아?”
올리비아는 아마 크래스 폴리스 내 여자 중에 가장 바쁜 인사다.
백작령 안에서 올리비아의 존재를 아는 건 극소수뿐이지만, 음지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제약회사 사장님이랄까.
범죄자에게 먹일 TS알약의 효과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시험 중이고 TS된 여자들에게 먹일 미약도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
가장 최근에 연구실에 들어가 봤는데 하도 이런저런 미약을 맞아서인지 맛탱이가 간 첫째 엄마가 좀 인상적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더라.
어떤 남자든지 일단 고추 달린 생명체랑 눈만 마주쳐도 보지에서 애액이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게 이미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다.
그렇게 사지가 잘린 채로 미쳐버린 년을 어떻게든 재활용하겠다고 인정사정없이 미약이 잔뜩 든 주삿바늘을 꽂아 넣는 첫째 형도 있었다.
올리비아 말로는 일체의 반항 없이 성실 근무를 지속해서 상체의 자유까지는 허락해 줬단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그 누구보다 실험체를 혹독하게 다뤘다는 말을 듣고 역시 악마후보자 출신이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클레어는 어때요?”
“클레어도 올리비아 도와서 실험실 운영하느라 바빠. 최근에 무슨 프로젝트 팀장도 됐다더라.”
게다가 클레어는 레벨은 높아도 변변찮은 무력은 없다.
최근에 올리한테 마법 배우고 링링한테 호신술을 좀 배우는 것 같다만.
그거 가지고는 오히려 짐덩이만 되지.
“소피아도 최근에 레벨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어요.”
“너 왜 자꾸 바쁜 애들 순으로만 나열하는 거야? 소피아가 하루만 쉬어도 폴리스에 수천 골드 대의 손실이 날 텐데. 한 달 가까이 그냥 놀게 하라고?”
소피아 정도면 클레어와 달리 무력적으로는 기대할만하다.
하지만 그녀는 리만표국주.
현재 리만표국은 제국과 크래스 폴리스를 이어주는 제일거대상단이다.
그렇지 않아도 표국 덩치가 커지니 할 일이 워낙 많아져서 의약 연구실에서 일하는 귀녀대원들을 소피아가 다 빼냈다고 올리비아가 푸념하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면 링링은…”
“왕궁 생일파티에 수인녀들을 데려가라고? 무슨 주목을 받으라고?”
온몸에 검은 후드를 걸친 흑의인들은 신비스러울 순 있어도 일단 같은 인간이니 그러려니 한다.
헌데 이 수인녀들을 괜히 데리고 갔다가는 어떻게 이들을 얻었는지부터 시작해서 불필요한 관심을 받을 게 분명하다.
몇몇 귀족들은 또 좋다고 엉덩이 빵빵한 년들을 골라서 하나만 달라고 물 밑 로비하겠지.
그러면 난 그런 놈들의 뚝배기를 깨줄 테니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국왕을 지지하는 왕당파와 왕정을 제 손바닥 위에 놓고 가지고 놀려는 귀족파 사이에서 내 입장을 정하기 위해 상경하는 것이기에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레이첼은…”
“레이첼은 시장. 걔가 없으면 도시가 마비되는데 당연히 안 돼.”
혹시 티모나 트런들까지 언급하려나 싶었으나, 몬스터는 논외라는 걸 엘리샤도 아는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다.
엘리샤는 잠시 생각하다가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 메이나 셰릴은 왜 데려오지 않으셨죠? 정실부인들이시고 주인님이 제일 아끼시는 여인들이잖아요. 혹시 위험지역이라서 그런 건가요?”
드디어 핵심 질문이군.
왜 이 질문이 이제야 나오나 싶네.
“위험지역이라니. 내가 있는 장소가 곧 안전지대다.”
“그런데 어째서죠? 제가 알기로 메이나 셰릴은 정실과 첩실 부인들을 합쳐서 가장 한가한 편입니다.”
엘리샤의 말은 옳다.
그 말에는 이렇게 대답해줬다.
“오랜만에 너랑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건 거짓말이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영지전쟁 승리 후 나도 나름 백작령을 안정화하는데 시간을 쏟느라 새롬과의 카르마 정산을 깜빡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 수도행이 결정되었고 가는 길에 하는 일도 없으니 마차 안에서 새롬과 오랜만에 대담이나 할 계획이었다.
메이나 셰릴도 내가 천사 쪽과는 거리가 멀고 악마 쪽과 가깝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새롬과 연락하면서 뜨는 내 스텟창과 능력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마차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 하고 엘리샤와 육림대만 끌고 나온 것이다.
“……”
하지만 대답은 일단 이렇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엘리샤와 단독으로 있는 시간인데 이 정도 립서비스 정도는 해줄 수 있다.
별 대답이 없길래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내 첫 번째 첩이잖아. 뭐든지 첫 번째는 의미가 있는 법이다. 그동안 내 호위한답시고 매번 내 등짝만 바라보는 것도 고역이었을 텐데 무슨 불만이 있는지도 들어보고 싶네.”
당연히 불만을 수용해주고 개선시켜준다는 말은 아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상부에 불만을 적어내라고 했을 때 정말 불만을 적어내는 녀석이 용자이자 병신인 법.
사내식당 밥이 맛없어요.
우산꽂이가 필요해요.
그래서 이딴 영양가 없는 말이나 적어내곤 하지.
ㅇㅇㅇ부장님이 온종일 일은 안하고 4시까지 주식만 처하다가 4시 땡치고 옥상에 올라가서 따까리 한 명이랑 한 시간 동안 담배 피우고 6시까지 내연녀랑 카톡하다 일거리 다 몰아주고 퇴근해요.
ㅇㅇㅇ주임님이 주말마다 술 마시자고 불러서 술판 땡기고 축구 반강제로 뛰게 해요.
시발 내가 군대에서도 안 한 축구를 왜 좆소월급 받으면서 시간 다 뺏겨가면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ㅇㅇㅇ상병 새끼가 쳐다보는 눈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경계근무 때마다 와서 갈구는데 죽고 싶어요.
이런 말들은 절대 안 쓴단 얘기다.
그런데도 왜 이런 행사가 조직마다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있는 놈이 우리 조직은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는 걸 어필하고 싶어서다.
그런 사려 깊은 사람 행세하고 싶다는데 어쩌겠나?
아랫놈들이 또 연극 한번 거하게 펼쳐줘야지.
그게 조직이고 그게 사회다.
불만이면 나가 뒈지시든가.
내가 뭐라고…했더라?
아무튼 구슬치기 좋아하는 늙은 할아버지가 할 법한 생각을 한 뒤에 상념에서 벗어났더니 어느새 마차가 멈춰있었다.
“응? 엘리샤. 마차가 멈춰있는데? 불만이 너무 많아서 마차를 멈출 정도였던 거야?”
“네, 일부러 멈췄어요.”
“얼마나 큰 불만이길래 이렇게까지 각을 잡는지 궁금한데?”
“……”
대답이 없었다.
그러더니만.
벌컥!!
마차 문이 급하게 열리면서 환한 빛이 내부로 쏟아 들어왔다.
엘리샤가 문을 연 것이다.
“뭐야? 이게 무슨 짓이야? 갑자기 왜 이래? 정신이 나갔…읍!!”
더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미 내 입술은 엘리샤의 입술로 덮여있었다.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내 몸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내 여자 중 그 누구보다도 고련을 많이 한 그녀의 단련된 몸에서 은은한 열기가 느껴졌다.
“츄릅…츄르릅.”
엘리샤의 혀가 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입 속을 유린했다.
내 옷은 어느새 그녀의 능숙한 손길에 의해 벗겨져서 상체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바지와 속옷 또한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열렬히 키스를 이어 나가면서도 후드를 벗어젖힌 그녀 또한 이미 알몸이었다.
이미 마차 밖에서 옷을 다 벗고 후드만 걸치고 들어온 것이었다.
“웁…잠깐…웁!”
멈춰보려 했지만 멈출 수가 없다.
엘리샤는 계속해서 내 입 속에 혀를 넣고 오른손으로는 섬세하게 내 하초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견딜 수가 있나.
밀프년의 숙련된 솜씨에 내 소중이가 금세 하늘을 향해 고개를 꺼떡댄다.
“웁…웁웁!! 츄릅…웁!”
이상하게 내가 레벨과 스텟이 높은데도 강하게 들어오는 엘리샤의 박력에 눌려서 저항할 수가 없었다.
이거……기분이 이상했다.
이건 마치…굳이 설명하자면…
오히려 내가 여자에게 역으로 당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당해보는 강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