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두고 보자구
그날 밤은 메이가 엉덩이 때문에 일어나질 못해서 특별히 내 침대에서 같이 재워줬다.
남녀가 화해할 때는 벌거벗고 몸 부대끼는 것만큼 빠른 방법이 없거든.
굳이 내가 걔랑 뭘 하지 않더라도 말이야.
그래도 머리 좀 쓰다듬어주니깐 내 품으로 쏙 들어오네?
귀여운 녀석. 큭큭.
짹쨱
참새 소리가 들린다.
일어나자마자 세면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침대에 엎드려 있는 메이가 내가 스스로 옷을 갈아입는 걸 보고 끙끙대며 일어나려고 한다.
“그냥 있어. 가족식사 때문에 내려가 봐야 하니깐 그때까진 그렇게 있어라.”
“하지만…”
벌써 내가 잘해주니까 쫄아서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하는 거 봐라.
피멍든 상태로 막 움직이면 더 후유증 심해지는데 내가 무섭긴 한가 보네.
“명령이다. 가만히 쉬고 있어.”
“네에에…”
흠, 얌전해졌군. 아주 좋아.
대충 옷을 갈아입고 메이한테 식당 위치를 알아낸 다음 식당으로 직행한다.
내려가는 김에 스텟을 좀 확인해볼까?
-상태창-
이름: 송길준
칭호: 수습악인(최하)
직업: 무직
LEVEL: 1
힘: 10 민첩: 5 지력: 4 운: 1
보너스 스탯: 12
카르마 수치: 65/465
스킬: 악마의 눈
상태: 평행세계에 빙의, 연속 강간 성공
오 제법 많이 올랐다.
저번에 메이를 따먹고 얻은 보텟(보너스 스텟)으로 힘을 몰빵해서 힘 스텟이 두 자릿수가 되었다.
게다가 그 재수 없는 하녀년 나락 보내려고 자해해서 보텟 8, 어제 메이 데리고 푸닥거리해서 보텟 4 얻어서 총합 12이다.
“아직 초반이니 힘 올인이 맞는 거겠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면 힘이 필요하긴 해.”
힘에 올인했다.
[힘스텟이 12 증가했습니다. 힘 스텟 총합이 22이 되었습니다.]
음. 새롬이 목소리 오랜만에 들어보니 반갑고.
그보다는 힘스텟 22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장이다.
지금도 몸에 힘이 넘쳐서 주체가 안 될 지경.
“게임시스템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네. 몸은깡말랐는데 힘이 저절로 생긴듯한 느낌이란 말이야.”
그리고 레벨도 오르지 않았다.
카르마에 의한 성장은 레벨이 오르지 않는 것 같았다.
경험치에 의한 레벨업이 아니라 버그로 인한 레벨업 같은 개념인 건가?
뭐, 능력치만 오르면 상관없다.
식사장에 도착했다.
이미 내 가족들은 모두 착석해 있는 상황.
내가 들어오자마자 가족들이 나를 동시에 나를 쳐다본다.
“오우, 나 관심받는 게 취향인데 다들 어떻게 아시고.”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와서 앉아라.”
내 말 한마디에 가족들 입에 조소가 걸린다.
아버지만 얼굴 찌푸리네.
그래,아군은 한 명뿐이구나.
난 혹시나 숨겨진 아군이나 히든캐릭 생각했는데 그런 건 역시 없었어.
앉자마자 가족들을 스윽 스캔한다.
우선 아버지는 저번에 확인해봤으니 패스.
아, 상태창은 확인을 해보지 않았구나.
그래도 한 번 확인은 해볼까?
악마의 눈 발동!
-상태창-
이름: 필립 베르너
칭호: 윌렛 왕국 백작
직업: 영주
LEVEL: 21
힘: 15 민첩: 11 지력: 28 운: 57
보너스 스탯: 0
카르마 수치: 21
스킬: 리더쉽 상승
상태: 걱정, 근심
뭐지?
레벨 21이요?
지력은 이 넓은 땅을 다스려야 되니까 높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운은 또 왜 이리 높대?
로또 당첨돼서 영주 되었나 보네.
여기 오기 전에 악마의 눈으로 본 사람이 메이밖에 없어서 평균을모르겠네.
다른 사람도 스캔을 해보자.
식탁에는 아버지를 제외하고 총 네 사람이 앉아있다.
첫째 형, 둘째 형.
그리고 각각의 엄마들인 첫째 엄마와 둘째 엄마.
역시나 나는 천덕꾸러기 막내였네.
보통 웹소설은 주인공 첫째 아니면 막내로 나와서 둘 중 뭘까 고민했는데 막내였어.
제길, 난 첫째가 되고 싶었는데 말이야.
둘째 형은 나를 보자마자 눈을 부라리는 것 보니까 전형적인 갈구는 스타일.
짧은 금색 머리는 스포츠 컷으로 잘랐고 몸도 어마무시하게 발달하여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전형적인 미국 십대 백인 양아치들 같네.
원래 바로 위에 형이 대놓고 막내 괴롭히는 포지션인 것은 맞지.
스캔부터 해보자.
-상태창-
이름: 로이 베르너
칭호: 2급 소드 비기너
직업: 기사
LEVEL: 15
힘: 58 민첩: 13 지력: 2 운: 7
보너스 스탯: 0
카르마 수치: 54
스킬: 차징(몸통 박치기)
상태: 불편, 비웃음
뭐냐, 얜대체.
레벨 15?
원래 귀족들은 다 능력치가 이렇게 높은가?
게다가 힘이 50대.
딱 봐도 둔해 보이는 근돼(근육돼지) 철갑기사네.
기술도 몸통박치기 하나.
전형적으로 몸 믿고 밀어붙이는 스타일.
안 봐도 뻔하지.
“뭘 보냐? 눈 안 깔아?”
어휴, 말본새 봐라.
강냉이 다 털어버리고 싶네.
일단은 참고 고개를 돌린다.
스캔부터 다 하고 보자고.
우리 첫째 형님은 어떨까요?
잘생기셨네.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의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색 눈동자.
주근깨 하나 없는 희고 깨끗한 피부에 도도하게 보이는 오뚝한 콧날까지.
좀 마른 게 흠이긴 한데 키가 커서 그런 건 눈에 잘 안 보이네.
당신 아버지 아들 맞아요?
이거 아무리 봐도 엄마가 딴 놈 씨앗 물어온 것 같은데.
우리 아버지 뻐꾸기 짓 당한 거 아니죠?
뭐, 상관없으려나. 오히려 더 재밌어질 수도 있지.
말이 길어졌다. 악마의 눈 발동!
-상태창-
이름: 제임스 베르너
칭호: 3급 현자
직업: 마법사
LEVEL: 17
힘: 6 민첩: 4 지력: 76 운: 5
보너스 스탯: 0
카르마 수치: 567
스킬: 3서클 이하 땅속성 마법
상태: 무관심
얼씨구.
이 친구는 또 올지캐(지력에 스텟 올인한 캐릭터) 마법사네요?
첫째는 마법사, 둘째는 기사?
아버지 자식농사 잘 지으셨네요.
마지막 한 놈만 빼고요.
그럼 빙의되기 전에 얘는 도대체 얼마나 쓰레기였던 거냐?
첫째 형 레벨 17에 마법사, 둘째 형 레벨 15에 기사인데 막내란 놈은 레벨 1에 아무것도 안 하는 백수.
심지어 성격도 좋지 않은 망나니였으니 사람들이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었겠네.
그런데 첫째 형 카르마는 왜 이렇게 높으세요?
오자마자 강간에 자해에 별 X랄 생쇼를 한 나보다 카르마가 높으시네.
하긴, 원래 첫째 형은 막내 무시하면서 뒤에서 꾸리꾸리한 냄새 풍기는 역할이긴 하지.
그런데 이번 평행세계에서 그 역할은 내가 맡을 테니 네가 뭘 꾸미는진 모르겠지만, 그 역할 넣어둬라.
좋은 말 할 때 말이야.
“어서 와서 먹으렴. 음식이 식겠다. 너 때문에 온 가족이 기다려야 하겠니?”
어디선가들리는 뾰족한 목소리.
옆을 돌아보니 딱 봐도 누구 엄마인지 알만한 여인이 날 아래로 깔아보면서 빈정거리고 있다.
오우, 그런데 왕국 백작 와이프라 그런가?
X나 핫하긴 하네.
나이는 이십대 초반 아들을 두고 있으니 분명 40대 초반일 텐데도 절대 40대 여자로 안 보인다.
많이 쳐줘도 20대 후반 정도.
관리 얼마나 하면 저 몸매에 저 피부가 나오냐?
둘째 형처럼 금발이고 중간부터는 웨이브를 줘서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온다.
헬스중독자인지 몸매가 튼튼해서 코르셋위로도 몸매의 태가 다 드러난다.
가슴은 빵빵하고 허리는 잘록한데 또 엉덩이는 태평양처럼 넓어서 튼실하네.
전형적인 서구형 미인이다.
바로 옆에 조용히 앉아서 깨작깨작 먹고 있는 첫째 엄마도 감상 들어간다.
역시 첫째의 붉은 머리와 잘생긴 얼굴은 엄마한테서 왔나 보네.
뼈대가 가늘어서 병약해 보이는 미소녀 컨셉인가?
둘째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을 텐데 이 여자는 진짜 뱀파이언가보네.
피부도 백설기처럼 하얀 것이 잡티 하나 없고 얼굴이 진짜 손바닥만 하다.
창백한 피부는 핏줄이 보일 정도.
요리 보고 저리 봐도 20대 초반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아들이랑 엄마랑 친구 같네.
물론 가슴은 A컵 같긴 한데 아예 빈유는 또 아니고 얼굴이 묘하게 야시시해서 색기만 따지면 오히려 둘째 엄마보다 더하다.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가 절 좋아하시는 이유를 알겠네요.
키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아들들이 아빠랑은 영 딴판이네.
게다가 아빠 검은 머리 물려받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구먼.
달그락 달그락
식사장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다들 침묵한 채로 밥만 처먹고 있다.
둘째 형은 그 와중에 나 야리면서 엄지로 목을 스윽 긋는 시늉을 한다.
어휴, X발.
내가 그래도 빙의되기 전에는 30대 중반이었는데 이제 막 성인된 녀석들 도발을 발끈하겠니?
응, 발끈해. 나 지금 홧병 터질 것 같아.
심지어 저 녀석은 같은 귀족이라서 자해 같은 응급처치도 불가능해.
X나 열 받는다, 진짜.
넌 나중에 보자.
아주 질질 싸게 만들어 줄 테니깐 말이야.
“자해를 했다고 들었다. 몸은 괜찮니?”
첫째 엄마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와, 목소리까지 좋네.
가끔 그런 여자들이 있다.
목소리만 들어도 꼴리는 여자들.
그래서 난 아이돌 가수 중에 그런 여가수들을 몰래 납치에서 작업을 친 적도 있다.
첫째 엄마 목소리가 딱 저런 목소리다.
남자들 환장하는 목소리.
그런데 지금 저걱정해주시는 거예요?
첫째 쪽은 일단 가식이 기본 베이스네.
절대 걱정 안 되면서 저렇게 말하는 것 보면 민망하지도 않나 봐.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휴, 저걸 또 고맙다고 하네. 배알도 없는 놈.”
“로이! 말이 심하구나. 동생에게 사과하거라!”
역시 아버지밖에 없습니다.
검은 머리 키작남들 파이팅!
둘째 형은 잠시 멈짓하더니만 자기 엄마한테 눈총을 받으니 그제야 사과를 하는 둥 마는 둥 한다.
“말이 좀 심했네. 쏘리.”
“괜찮습니다.”
대화가 끝나자 한동안 식기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식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탁
식사가 다 끝났다.
가장 마지막으로 끝낸 내가 냅킨으로 입가를 정리하자 그걸 본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오늘 모인 이유를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기랄.
딱 봐도 아는 사람은 나 빼고 전원이고 모르는 사람은 나 하나겠네.
그러니 빨리빨리 말하쇼.
나 궁금해서 숨넘어가겠으니 말이오.
“너희도 알다시피 내 나이가 벌써 환갑을 넘어가고 있다. 윌렛 왕국 귀족들 평균 수명이 50대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고령이지.”
와 60세가 넘었었단 말이야?
그러면 아버지도 생각보다는 동안이었네.
아버지 머리 벗겨진 거 보니까 암울하다.
원래 대머리는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 따라간다고 하던데 희망 품어도 되는 거겠지?
“요새 몸도 안 좋은 게 느껴지니 이제 나는 그만 일선에서 물러나려고 한다. 물론 이제 막 성인이 된 너희가 성주가 되기엔 조금 이르다고 생각하는 귀족들도 있으니 공식적으로는 계속 내가 통치하는 것으로 알릴 것이다.”
아하, 이제 물러나시고 자식들한테 재산 분배하신다는 말씀이시죠?
그럼 난 뭘 받게 되려나.
벌써 기대되네.
“나한테 성 3개와 장원 11개가 있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단 본성은 첫째가 대리로 한 번 통치해 보아라.”
“아버님 말씀 받들겠습니다.”
와 첫째 형 입 벌어지는 거 봐라.
가식 덩어리도 지금만큼은 표정관리가 안 되나 보네.
“그리고 둘째 로이. 너에게는 다른 성을 맡기겠다. 둘 다 일단은 성 쪽만 관리해 보아라. 장원들은 나와 집사가 번갈아가면서 돌보다가 너희가 어느 정도 성장을 했다 싶으면 그것도 적절히 나눠주겠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역시 아버님, 통이 크십니다! 으핫하하!”
얼씨구, 난리가 났네.
그럼 나한테도 성 하나가 오겠구먼.
캐슬 하나 스타트면 나쁘지 않네.
다른 웹소설에서는 이것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타트하는 주인공도 많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데이몬… 원래도 너한테도 성 하나를 맡기려고 했다만…”
내 이름이 데이몬이였구나.
빙의되고 나서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어서 한 번도 몰랐네.
잠깐, 근데 지금 뭔가 안 좋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네 어머니들이 걱정을 참 많이 하시더구나. 아직 레벨도 1이고 최근에 자해하는 등의 불안정한 정신상태에 있는 네가 거대한 성을 통치하다 실수라도 할지 모른다는 말에 나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와, 저년들 고개 끄덕이는 것 봐라.
아까 예쁘다고 했던 말 다 취소.
살심 돋네.
전생이었으면 진짜 바로 잡아다가 작업 쳤다.
송길준이 많이 죽었다, 진짜.
“그래서 일단은 시험 삼아서 성 대신에 크래스 장원을 맡겨보기로 했다. 네가 그곳을 잘 발전시키고 레벨도 최소 5 이상이라도 올려준다면 내가 다시 성을 맡기는 것을 고려해보마.”
아… 성 날라갔다.
그런데 이쪽 세상은 레벨이 보이는 세상이었구나. 몰랐네.
그러니 저 사람들이 날 더더욱 무시했구나?
난 악마의 눈이라길래 나만 레벨 볼 수 있는 줄 알았지 뭐야.
스테이터스는 못 보고 레벨은 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어.
하다못해 저 엄마들도 레벨이 11에서 13이다.
대충 예상하자면 젊은 남성 귀족 평균 레벨은 대충 10~20 사이.
늙어서는 20 이상인 것 같고.
여성 평균 레벨은 5~15사이겠지?
몇 명 특출난 여인을 제외하고는 말이야.
하, 근데 성 뺏긴 건 억울하네.
여기서 내가 우기면 다시 성을 주려나?
그럴 리가 없겠지.
이미 입을 다 맞추고 왔을 텐데 말이야.
“어머님들의 말씀에 저도 십분 공감합니다. 저 자신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크래스 장원에서 제 스스로 만족할 만큼 성장을 한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너희는 잘못 걸렸다.
아주 그냥 다 죽여줄게.
두고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