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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첫 살인이었다





〈 7화 〉첫 살인이었다

 엄마가 내 대답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짓는다.
왜, 나도  달라고 지X발광을 할 줄 알았냐?
내가 그런 꿀잼 장면을 너희한테 줄 리가 없잖아.

“그럼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식사 맛있게들 하십시오.”

큭큭, 옆에 보니까 둘째 형 어벙하게 나 보고 있는 것 봐라.
사람 갑자기 바뀌니까 적응 안 되지?
저거 지능 스텟도 거의 메이 수준이던데 나중에 가지고 놀면 재밌겠네.

첫째 형은…여전히 무관심하군.
하긴 첫째는 대부분 웹소설에서 막내 신경도 안 쓰다가밥그릇 뺏으려고 하면 그제야 급해서 헐레벌떡 달려오더라.
이건 나도 못 바꾸겠다.
나도 나름 주인공인데 첫째 형한테 ‘성을 다스려주세요, 못난 막내는 퇴장해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나 송길준이야.
뺏고만 살았지 빼앗겨 본 적이 없다고.

아주 불쾌한 식사를 마치고 방안에 들어왔다.
그동안 메이가 방 정리를 싹 끝내놓고 벽에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음… 엉덩이가  아팠을 텐데 그래도 성실하네.

생각해보니까 메이를 그렇게 하드하게 교육한 것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시점에서 유일하게  근처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은 메이뿐.
빌어먹을 엄마들이 메이에게 컨택을 안  리가 없다.
앉아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할 수 있는 좋은 장기 말이 되어줄 테니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갑자기 사람 바뀌어서 잘해줘 봤자 소용없다.
어차피 빙의되기 전에 나는 평판도 좋지 않았던 망나니.
사람 조금 바뀌어봐야 메이 입장에서는 언제 내가 또 패악질 부릴지 모르니 날 100% 믿을 수가 없거든.

보나 마나 첫째 엄마나 둘째 엄마한테 홀라당 넘어가서 스파이짓 하겠지.
그리고 내가 나중에 X 되면 슬쩍엄마들 옆에 붙으면서 가증스럽게 눈물 펑펑 흘린 다음에
‘도련님, 죄송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이 엔딩 분명 나오거든.

때로는 당근보다 채찍이 필요한 법이지.
저 절도 있는 자세 봐라.
이제 엄마들이 메이에게 컨택하는 순간 메이 머릿속에는 엄마들이 제시할 당근보다 내 채찍이 떠오르겠지.
아무리 지능 스텟이 1이라도 사람이면 누구한테 찍히면 더 피곤할지 몸이 먼저 알거다.

“메이, 오늘 밤에는 네가 내 방을 지켜라. 피곤해서 먼저 잠이 들었다고 하고 아무도 방에 들이지 마. 설사 아버지라 해도 말이야.”
“무슨 일이 있으세요?”
“그리고 성문 말고 너희 하녀들이나 다른 고용인들이 사용하는 샛길이나 쪽문 있지? 위치 어딘지 알려줘.  전체를 가릴 만한 로브도 구해주고 말이야. 아 참, 성안에 내 팔뚝만 한 검 있으면 그것도 좀 갖다 줘라. 없으면 부엌 식칼이라도 가져다줘.”

메이는 내 주문 사항에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성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쪽문.
몸 안에 숨길 수 있는 흉기.
얼굴을 가리는 로브.

딱 봐도 냄새 구리구리하지?
그래도 어쩌겠어.
내가 필요하다는데 가져와야지.

“혹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면 가르쳐줄 수 있다.”

그러면서 슬쩍 메이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기겁하며 소리를 지르며 방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버리는 메이.

“갔, 갔다오겠습니다! 금방 구해올게요!”



오우, 빠르네.
정말 하녀 하나는 제대로 구했다니깐?
살려두길 잘했어.

그나저나 내 계획을 실행할  있을까?
계획이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별거 없다.
보통 빙의되어 떨어진 주인공들은 조력자들을 만나거나 사기템, 사기 능력을 통해 광렙을 한다.

내 능력을 굳이 분류해본다면 사기 능력 쪽이라 보면 된다.

악행을 통해 카르마를 쌓아서 스텟을 올리는 것.
카르마는 몬스터보다는 인간을 통해서 쌓기 쉽다.
그리고 이 세계의 몬스터들이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지만  입장에선  작업 쳐왔던 인간이 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내 식대로 광렙을 하려 하는 것이다.
물론 이곳은 베르너 백작가 본성이니 용담호혈이나 마찬가지.
아버지뿐만 아니라 내 적들인 엄마들과 형들이 모두 있다.
그러니 적절히 하고 빠지는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능력은 스테이터스만 증가하고 레벨은 증가하지 않는 기이한 케이스이다. 오히려 좋아. 상대에게 레벨이 보이는 이 세계의 특성상, 내 스테이터스에 비해 레벨이 낮게 표시된다면 상대의 방심을 유도할 수 있어.”

한마디로 힘순찐 모드이다.
내 레벨은 1인데 실질적으로는 레벨 50짜리 스테이터스를 가지고 있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사기 캐릭터 아니겠어?
생각해보니 그냥 사기가 아니라 개사기 맞는  같네.
그래, 주인공인데 이정도 능력은 갖추고 있어 줘야지.

끼익

나 혼자 상념에 젖어있는 사이에 메이가  방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상기되어 있는 것이 보통 긴장한 게 아닌 듯했다.
하긴 평상시 이 시간에 들고 다니기엔  이상한 물건들이긴 하지.

“야, 그렇게 서 있으면 그게 더 수상해 보이는 것 알지? 밖에서 네 궁둥이를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냐?”
“그, 그렇네요! 여깄어요, 도련님.”

후다닥 들어와서 우르르 내가 주문한 물건을 쏟아내는 메이.
흠, 로브는 아주 평범하네.
오히려 새것이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괜히 성에 있는 번쩍번쩍한 새 망토를 구해왔으면 친히 무엇을 구해왔어야 했는지 몸에 새겨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이런 망토를 구해왔다는 것 자체가 메이도 내가 뭔가 음습한 짓을 할 것이라는 걸 예상한 거겠지?

“칼은  정도면 괜찮겠군.”

칼의 길이는  팔뚝만  검이었다.
굳이 명칭을 대자면 일반적인 검이 아닌 비수 정도?
하지만 날카로워 보이는 게 평범한 검 같지는 않았다.

“영주님 방 앞에 있는 전시되어 있는 갑주 옆에 달린 검을 뽑아왔어요.”
“…뭐?”

잘못 들었나?
방금 어디라고 분명 들은 것 같은데.
내 반응이 좋지 않자 금세 동글동글한 눈을 크게 뜨고 글썽이며 내 눈치를 보는 메이.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에 들어간다고.
잘했다. 메이야.

“크흠흠, 내 하녀가 될 자격은 충분한 것 같군. 그래, 여자가 되어서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지.”
“정말요? 저 잘했나요? 휴, 옆에 장검도 있어서 뭘 가져올지 고민했거든요.”

어휴, X될 뻔했네.
단검은 몰라도 장검은 바로 티가 났을 테니 성 전체 수색 들어갔겠지.
그랬다가 내 방에서 그 검이 발견되기라도 한다면…생각하기도 싫네.

메이는 자신과 몇몇 사람만 알고 있는 개구멍을 알려주었다.
들어보니 이곳의 고용인들은 친한 사람들끼리만 이용하는 통로들이 각각 따로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구멍들만 다 합쳐도 십수 개 이상.

큭큭큭, 아무리 건축기술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석조건물 짓는 시대라곤 하지만  너무하네.
왕국의 백작 본성이 이럴 정도면 다른 성은 볼 것도 없다는 얘긴데.
대충 숫자만 2배 이상 많으면 모조리 함락할 수 있겠다.
하긴 귀족들이야 맨날 전쟁 일어나면 재산 싸들고 도망치거나 자기들끼리 탁상공론이나 했으니 자기네 성 백성들이 쥐구멍 파놓는 건 하나도 몰랐겠지.
아무튼, 좋은 정보 알았다, 메이야.

“잘했다, 메이. 그러면 오늘 밤까지 잘 마무리 부탁한다. 만약에 내가 오늘 밤 산책을 다녀왔는데 성안에 너를 제외한 누군가가  사실을 알면 내가 참 슬플 것 같아.”

메이는 내 말을 이해 못 할 정도로 밥통은 아니었다.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확실히 어제 교육이 제대로  먹히긴 했나 보다.

밤이 되었다.
달은 반달, 적당히 어둡지만, 시야는 확보되는 정도의 달이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칼을 품속에 숨긴  개구멍으로 나오니 상쾌한 밤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후우, 옛날의 귀족들도 못할 짓이었겠군. 성 밖에 나가는 것도 자유롭지 못했을 테니깐 말이야.”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에 간만에 피가 끓어올랐다.
과거에 송길준은 이렇게 흥분하게 되면 어딘가에 이걸 해소해야 했다.
그건 데이몬이  지금도 마찬가지다.

레벨은 1이지만 성안에서 메이를 달달 볶으면서 꽤 카르마를 쌓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레벨은 5 정도로 보면 된다.
성 밖에 사는 평민들의 레벨이 어느 정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성안의 하녀인 메이의 레벨이 2인 것을 봤을 때는 내 스텟이 그리 밀릴 것 같지는 않다.

반달을 보면서 성 밖 마을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역시나 왕국백작가 본성 옆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그냥 마을은 아니고 도시와 마을 사이였다.
대한민국 하나의 동 정도는 되는  같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밤거리가 너무 조용하다.
그리고 안전하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역시나 조명이 없는 세계는 이게 문제이다.
사람들이 해가 지면 아예 활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 집이나 쳐들어갈 수도 없고.”

안전한 거리라고 경비병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비병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야밤에 규율이 잡혀 있는 것이지.
그리고 오늘 내가  밖에서 경비병에게 잡혀버리면 게임으로 치면 걍 겜오버이다.

오늘 마음먹고 나왔는데 아무런 수확 없이 들어가기엔 아쉬웠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크래스 장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
그전까지는 최대한 강해질 수 있을 만큼은 강해지고 싶었다.

“꺄아아악!”

그때, 타이밍 좋게 울려 퍼지는 비명.
좋아요, 아주 좋아요.
주인공이 이정도 우연 정도는 얻어걸려야 하지 않겠어?

눈동자에 환희가 가득한 채로 비명의 진원지로 전속력을 다해 뛰었다.
역시 으슥한 골목.
그곳에는 세 명의 건달 같은 남자가 한 여인을 둘러싸고 불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만히 안 있어? 맞아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있으라고!”
“집에 애가 있어요. 저 애 엄마예요. 결혼도 했고요.”
“어쩌란 거야. 빨리 안 벗어?”

흠, 아주 좋은 상황이군.
건달들의 레벨을 체크해본다.
LEVEL 3, 3, 2
다 고만고만 하구나. 여자는 레벨 1이고.

주저하지 않고 당당히 모습을 보인다.
내 모습을 발견한 여자가 다급하게 소리를 친다.

“도와주세요! 여기 치한이 있어요. 구해주세요.”

그래, 도와줄게.
정의의 용사 등장이시다.

“어이 형씨, 좋은 말로 할  조용히 가던 길 가는 게 좋을 거야.”

큭큭큭
얼마나 많은 엑스트라 건달들이 저 대사를 뱉고 주인공에게 처발렸을까?
적게 잡아 1조 번은 되었을 것이다.
너희는 특별히 1조 하고도 첫 번째에 당첨되겠네.
축하한다. 이놈들아.

“싫다면?”
“형씨 목숨이 아깝지 않나 보네. 우린 분명 갈 기회를 드렸수다.”

우드득 우드득

손가락뼈를 부러트릴 듯이 눌러대며 다가오는  명의 남자.
나머지 한 명은 여자를 잡고 있다.
내가 이 세계에서 왜소한 체격이다 보니 만만해 보였을 거다.

게다가 LEVEL1.
나 같아도 지나가던 놈이 이런 레벨에 이런 체구 가지고 용사 짓 하려 하면 가만히  놔둔다.

“프하압!”

문답무용이지.
 더 말할 거 있나?
일단 달려든다.
저쪽도 일단은힘으로 부딪힐 생각인가 보다.
앞에 있는 놈이 어깨로 부딪히려 한다.

“바보냐? 그거에 정직하게 맞아주겠냐!”

어차피 부딪혀도 힘스텟이 우위래서 내가 이길 것이다.
하지만 굳이 좋은 머리 안 쓰고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싸울 필요 없잖아?
살짝 방향을 틀어서 달려든 놈은 제 혼자 멧돼지처럼 벽에 들이박게 한다.
내 목표는 처음부터 달려든 놈 뒤에 멍청히 서 있는 놈이었다고.

갑자기 내가  다가오자 오른 주먹을 훙 휘두른다.
에휴, 뻔하다 뻔해.
고개를 숙여서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복부에 제대로 일격.

콰지지직

음, 바로 이 맛이야.
내장이 찢어지는  맛.
 너무 그리웠다고.

“크커헉!”

작업 한 두  치는 것도 아니고 건달이 쏟아내는 토사물과 피는 살짝 피했다.
너보다 힘스텟 두 배는 되는 놈한테 방어구도 없이 내장을 정통으로 맞았으니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치료받지 않으면 일주일을 못 넘길 거다.
뭐 상관없으려나?
여기서 죽을 테니 말이야.

“형님! 감히 이놈이 형님을!”

오, 그래도 의리있는 동생이었냐?
멧돼지처럼 생긴 놈이 또 멧돼지처럼 싸우려고 한다.
다시 어깨빵을 하려고 돌진하는 놈.
넌 싸울  있는 기술이 그거 밖에 없냐?

하지만 난 아까 숨겨두었던 수가 있었지.
난 무기를 꺼내 들지도 않았다고.
이번엔 나도 피하지 않고 충돌한다.
그리고 충돌하기 직전 품속에서 비수를 꺼낸다.

“헉!”

킥킥킥킥킥
눈동자  커지는 것 봐라.
누가 똑같이 들이받는데?
칼이 있는데 왜 굳이?

이미 서로 달려드는 상태라 관성을 이기지 못한 녀석.
알아서 내 칼에 골인해주었다.

푸우욱

“으으윽,  비겁한 놈.”
“잘 싸웠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서 해주면 몸  바를 모르겠네. 칭찬을 받았으면 돌려줘야겠지.”

촤아악

가슴에 박힌 검을 빼서 그대로 목을 그어버렸다.
이 세계에 와서 한 처음  살인이었다.

[카르마가 100 증가했습니다. 보너스 스텟 4로 전환됩니다. 총합 65/565.] 



사상 최악의 주인공〈 7화 〉첫 살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