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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호위기사가 필요합니다





〈 9화 〉호위기사가 필요합니다

유부녀 사냥을 끝내고 개운한 마음으로 밤 산책을 끝냈다.
개구멍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내 방으로 직행했다.
야밤에 성내의 경비는 그다지 삼엄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산책하러 나갔을 때와 똑같은 정도.
아직도 메이가 내 방문 근처에서 서성이며 망을 보고 있었다.

휘이익

약속대로 휘파람을 불자 불안한 얼굴로 발을 동동대던 메이의 얼굴이 확 핀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오도도 걸어오는 모습이 집에 퇴근한 주인을 보는 강아지 같다.
음… 귀엽네. 확 깨물어줄까?

“도련님! 오셨군요. 너무 안 오셔서 가슴을 너무 졸여……”
“왜 말을 하다 말아.”

메이가 내 모습을 보더니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는다.
내 모습이 어때서 그러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온통 피가 묻은 망토가 보인다.
아, 아까 그 양아치들 죽일 때 피가 좀 튀었나 보네.

“아, 이거? 내 피 아니야.”
“…….”

메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피 묻은 망토와 칼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메이에게 뒤처리를 부탁했다.

“이걸요? 이걸 제가 어떻게 처리를 해요.”
“뭘 그렇게 고민해? 망토는 빨고 칼은 닦아서 원래 자리에 놓으면 되겠네.”

어차피 이 시간에는 빨래하는 곳에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망토는 그렇게 빨아서 증거 없애면 될  같고.
칼은 원래 자리가 아버지  옆이라 지금은 경계병이 있을 수도 있으니 낮에 가서 가져왔던 것처럼 반납할 때도 슬쩍 내려놓고 오면 되는 것이다.

“다 알려줬지? 내가 가르쳐준대로 하고 와.”
“그, 그래도  피 묻은  어떡해…”
“메이야, 자꾸 재미없게 굴면  피의 주인이 네가  수도 있어.”

내 말에 결국 합죽이가 된 메이가 울상을 하며 후다닥 망토와 칼을 들고 방문을 나갔다.
나도 아직까지 몸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아랫도리에는 유부녀와의 격렬한 행위예술의결과물들이 남아있으니 일단은 방에 나가서 욕실로 직행했다.
욕실에서  냄새가 지워질 때까지 말끔하게 샤워를 마친 후 방에 들어오니 메이가 어두운 얼굴로  있었다.

“죄 지었냐? 죄는 내가 지었는데 왜 네가 죄  것 같은 얼굴이냐?”
“도련님, 혹시 밖에서 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있으셨던 거예요?”
“왜, 알고 싶어? 궁금해? 가르쳐줄까?”

 은근한 목소리에 메이의 몸이 또 덜덜덜 떨린다.
저건 무슨 조건반사인가?
내 앞에만 서면 몸이 떨리나 보네.

“아, 아니요. 괜찮아요. 모르는 채로 있을게요.”

그래, 현명하다, 메이야.
때로는 모르는  약일 때도 있는 거야.

“그건 그렇고. 넌 크래스 장원이 어딘지 아냐?”

메이에게 크래스 장원에 대한 것을 물어보았다.
아버지가 무턱대고  크래스 장원으로 보냈는데 난 이곳 지리사정에는 까막눈이다.
그래도 가기 전에 거기가 뭐하는 땅인지는 알고 가야 할 것 아니야?

좋은 소식은 메이가 그곳이 어딘지 아는 눈치였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메이가 그 얘기를 듣고 얼굴이 새하얘진다.

음, 좋은 땅은 아닌 것 같네.

“크래스 장원이야 유명하죠. 그런데 왜 그곳을 물어보시는 거예요?”
“묻는 말에만 대답해. 뭐하는 땅이야?”

메이는 내 말에 잠깐을 망설이더니만 이내 입을 연다.

“거기는 마녀의 땅이에요! 마녀들이 몬스터를 끌고 마을을 주기적으로 습격해서 어른들을 모두 죽이고 어린아이들을 납치해서 몬스터들에게 먹인대요. 그래서 자유민들은 거의  장원에서 탈출했고 거기에 있는 사람은 농노들뿐이라고 들었어요.”

아하, 어쩐지.
알고 보니 완전 구린 땅이었구먼?
아버지가 아끼는 아들을 마녀 들린 땅으로 보내고 싶었을 리는 없고.
그 년들이 영주의 귀에 바람을 넣었나 보네.
어디 두고 보자.
머릿속으로 두 계집을 어떻게 작업을 칠지 계획을 구상하면서 난 메이에게 물었다.

“그런데 마녀는 뭐하는 족속들이야?”

메이는 마녀라는 단어를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겁이 난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았다.

“도련님! 그렇게 함부로 마녀란 단어를 입에 올리시면 안 돼요. 그러면 마녀들이 자신을 부르는 걸 듣고 찾아온대요!”

마녀들이 무슨 콜택시야?
부르면 오게?
그것도 이 영주성까지 올 리가 없었다.

가만 보니 그 마녀가 몬스터를 이끌고 크래스 장원을 초토화했다는 말도 믿음이 안 가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장원 하나가 초토화가 될 정도면 본성에서 군사를 이끌고 토벌을 하든가 하지 않겠어?

“야, 메이.  그 소식 어디서 들었어.”
“무슨 소식이요?”
“마녀가 크래스 장원을 습격해서 죽이고 식인하고 뭐 그런 말들 말이야.”
“으으… 도련님은 매일  안에 있으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이곳 베르너 백작가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하녀들도 무서운 얘기하면  크래스 장원을 떠올리곤 하거든요.”

메이, 이 녀석이 나 지금 아싸라서 그런 것도 모른다고 멕이는 건가?
뭔가 의도한 디스 같지는 않은데 묘하게 기분 나쁘네.
벌써  돌려 까는 스킬이 상당한 걸.
날 잡아서 다시 한번 교육 들어가 줘야겠어.

하지만 지금은 장원에 대한 것을 알아내는 것이 바쁘니 일단은 넘긴다.
그리고 유부녀한테 한  빼고 온  얼마  되어서 지금 당장 메이를 건들 생각은 없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너희 하녀들끼리 도는 소문일 뿐이란 얘기지?”
“그냥 소문이 아녜요! 거긴 정말로 마녀가 산다고요! 힉! 또 말했다.”

메이를 몇 번  추궁하고  뒤에  결론을 내렸다.


1. 일단 크래스 장원에 마녀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부정적인 무언가가 사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2. 메이가 말한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랬다면 벌써 본성에서 조치가 들어갔을 테니깐.

3. 크래스 장원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은 것 또한 확실하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안 난다고 아무런 악재도 없는데 그런 소문이 퍼질 리가 없지.

“한마디로 자세한 것은 가봐야 알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건 확실한 것 같군.”

침대에 반쯤 누운 나는 다리를 건들거리면서 메이를 보았다.
메이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허공에다 대고 뭔가 기묘한 기호를 그리고 있었다.
난 그 기호가 뭔지는 몰랐지만 분명 메이가 믿는 신의 가호의 일종이라고 짐작했다.
아마 마녀를 언급해서 부정을 탔다고 생각하니까 저런 행동을 하는 거겠지.

“메이, 그래서 넌  처음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그래서 마녀가 뭐하는 족속이냐니까?”
“히이익!”

성호를 허공에 그리던 메이가 내 말에 또다시 움찔한다.
내가 궁금하다는데 왜 알려주질 않는 거야?
송길준이였을  내가 풀지 못한 세상의 비밀은 거의 없었단 말이다.
적어도 작업친 사람들의 신상에 관련된 비밀은 말이야.

“자꾸  질문에 대답을 피하네. 여기서 나랑마녀 중에 누가 더 무서운 존재인지 직접 몸으로 보여줄까?”
“아녜요! 마녀는 몹시 나쁜 년들이에요. 악마들이랑 그… 그… 붙어먹은 년들이에요! 악마랑 그 짓을 하고 강한 힘을 얻어서 나쁜 짓들을 해요.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심지어 먹기도 한대요!”
“그 소리는  누구한테 들었어?”
“저희끼리는 다 그렇게 알고 있어요.”

보나 마나  하녀 네트워크에서 알아낸 이야기겠지.
가만 보니까 메이의 이야기들은 뭔가 자극적이기만 하지, 구체적인 증거들이 없다.
역시 이게 성안에서 집안일만 하는 하녀의 한계인 것 같았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면 내 주변에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은 갖춘 사람이 필요해.’

메이는 착하고 성실하다.
가슴도 예쁘고 엉덩이도 풍만해서 심심할  건드리긴 좋지만 딱 그뿐이었다.
뭔가 조금이라도 진지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물으면 딱히 주관도 없고 설명도 잘 못 해준다.
그나마 앵무새처럼 떠드는 얘기는 하녀들끼리 대화를 나눈 뜬소문뿐이었다.

“메이, 이 성에 좀 똑똑한 애들은 없냐?”
“똑똑한 애들? 영재들을 말하는 건가요?  밖에 배나무집 아들 톰이 좀 똑똑하단 소리는 들어요. 7살에 벌써 글자를 다 깨우쳤대요.”
“됐다.네가 너한테 뭘 바라냐. 오늘 수고 많았다. 이제 가서 쉬어라.”

메이는 자신이 뭔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느꼈는지 처량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퇴장했다.
그 모습이 비 맞은 토깽이 같아서 순간 욕구가 치솟았지만, 지금은할일이 있었으니 간신히 참았다.
그녀가 나가서 방 안에서 혼자가 되자마자 난 새롬을 불렀다.

“새롬, 마녀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있겠나?”
[마녀는 악마의 하수인들입니다.]
“그건 나도 알아. 메이도 그 정도는 알려줬어. 내가 원하는 것은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해.”
[죄송하지만 그 사안에 대해 알려드리는 것은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 제 임무는 송길준님의 스테이터스 관리와 가끔 악마연합에서 내려오는 공지사항이나 특별한 이벤트를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

한마디로 새롬 또한 내 개인 매니저로써 기본적인 사항만 알려줄 뿐.
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직접적인 도움을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결국, 최후의 악인이 되어서 악마연합에서 주목받는 인재가 되기 위한 노력은 오로지 내 몫이다.

“인재, 인재가 필요해… 어디서 그런 똑똑이들을 구해올  있으려나?”

현재 내 평판으로 베르너 백작가 본성에서 내 수족이 되어줄 지식인을 구하기 어려울 거라는 사실은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아도 예상이 되었다.
결국, 밤새워 뒤척이다가 뒤늦게 좋은 생각이 떠오른 나는 그제야 깊이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창밖에서 들리는 참새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오늘 날씨가 굉장히 좋을 것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똑똑똑

“도련님, 메이에요. 세안물을 가져왔어요.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와.”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온 메이는 내 옆에 대야를 놓고 직접 부들부들한 손으로 내 얼굴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이런 젊은 하녀의 아침 시중을 받아보니 이곳 세상에서 귀족으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세안을 마치는 대로 식사를 건너뛰고 아버지를 만나러갈 것이다. 그러니까 미리 단정한 옷을 좀 준비해놔.”
“아버님을요? 무슨 일로 만나시려는 거예요?”
“그건 알  없어.”

메이는 내가 딱 잘라서 말하자 더 묻지 않고 내 치장에만 전념해 주었다.
나름 깔끔하게 입고 아버지가 아침 식사를 하시기 전에 미리 아버지 방으로 찾아갔다.
방을 지키던 병사는 이른 시간에 방문한 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며 내 앞길을 막았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영주님을 만나려면 미리 약속을 하고 오십시오.”
“뭐? 내가 아빠 아들인데 언제 와야 되는지 약속을 굳이 잡아야 해?”

 순간 당황해서 반문했다.
어이가 없다.
그리고 성 안에서의 내 영향력이 얼마나 일천한지도 느껴졌다.
내가 만약에 첫째 형이나 둘째 형이었으면 저런 기사도 아닌 병사가 아버지를 찾아왔다는데 저렇게 뻗댈  있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이런 엑스트라는 작업치는 것도 아까운데 어떻게 해야 되려나.
진지하게 녀석을 담글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
방 안에서 늙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데이몬이냐? 들어오너라.”

그제야 절도있게 길을 내주는 병사.
  병사의 얼굴도 똑똑히 기억하면서 아버지의 방에 들어갔다.
아버지의 방은 뜻밖에 수수했다.
딱히사치스러운 전시물도 없었고 딱 필요한 물건만 배치되어 있었다.

‘오히려  방이 더 화려한  같군.’

기본적으로 자신의 방을 이렇게 꾸며놓는 지도자는 통치력이 나쁘지 않다는 걸 전생에서 많이 경험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검은 머리에 깡마른 얼굴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내가 불쑥 찾아와서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데이몬, 무슨 일로 갑자기 이 애비를 찾아왔느냐?”

그의 말에 나는 밤새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해결책을 말했다.

“크래스 장원에 같이 가줄 호위기사가  필요합니다. 본성에서 뽑아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사상 최악의 주인공〈 9화 〉호위기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