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그녀의 선택은?
뒤를 잡힌 그녀가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뭔가 숨기고 있을 줄은 알았어. 이건 대체 뭐지?”
“결투 중에 입을 놀리다니 많이 한가한가 봐?”
“악마 같은놈. 도대체 이 괴이한 기술은 뭐야. 너 악마와 계약이라도 한 거야?”
난 대답 대신 그녀의 손목에 힘을 꽉 쥐었다.
힘스텟은 5배 차이.
기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애초에 나한테 잡힌 이상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소리다.
“아, 아아악!”
셰릴이 고통스러워하며 손에서 레이피어를 놓쳤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그녀의 병장기.
이제 내 앞에 있는 것은 비무장 상태의 힘 없는 여인이었다.
그녀와 나의 유일한 가림막은 그녀가 입은 풀 플레이트 아머뿐.
사실 그것도 그리 큰 장애물은 아니다.
셰릴 이년은 나름 또 여기사라고 다른 남자들처럼 무거운 중갑을 차지 않았다.
아무래도 민첩 주력캐다 보니까 무게가 있는 갑옷을 입는 것이 본인에게 마이너스였겠지.
몸에 딱 달라붙는 맞춤형 경갑을 입었는데 이게 또 벗기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선은 장갑부터 시작할까?
훌렁
장갑을 벗기자 섬섬옥수가 내 눈앞에 나타난다.
나는 그런 고사리 같은 그녀의 오른손을… 인정사정없이 돌렸다.
손목의 각도가 돌아가는 게 마치 시계가 돌아가는 것 같다.
1시, 2시, 3시… 6시쯤 되니 셰릴의 얼굴이 새하얘진다.
“잠깐, 너 뭘 하려는거야?”
“뭘 하긴. 네년이 무기를 또 들면 나만 귀찮아지잖아.”
나도 손등을 위로 향하게 하고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6시가 한계다.
거기서 다른 손으로 억지로 돌려버리면 7시까지는 가능하다.
얘는 또 여기사라고 손목 유연해서 8시까지는 어찌어찌 돌아가네.
대단하다, 셰릴.
칭찬 스티커 하나, 꽝.
하지만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법이지.
9시쯤 가니까 손목에서 소리가 난다.
으드드득
“잠, 잠깐. 멈춰! 멈추라고!”
“넌 목숨 걸고 싸우는 결투에서 상대한테 멈추라고 하면 멈추겠냐?”
“그건 네가 이상한 능력을 써으아아악!”
10시.
으드드드득
이미 인대는 반쯤 늘어났을 듯?
“잠깐, 기다려어아악!”
11시.
이제 12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손목의 인대는 이미 끊어지고 뼈에도 금이 갔음이 틀림없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12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땡!”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송길준으로 살던 시절의 동요를 유쾌하게 불렀다.
그리고 360도로 완전히 돌아간 그녀의 손목.
이미 퉁퉁 부어오르고 있다.
이 손목으로 레이피어는커녕 숟가락이라도 들면 다행이다.
“아아아악!”
셰릴이 난생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태까지 대련이랍시고 목검으로 아버지나 동료 기사들에게 몇 대 맞은 게 다겠지.
심지어 그들도 이런 가녀리고 예쁘장한 년 때릴 곳이 없어서 제대로 못 때렸을 것이 뻔하다.
역시나 그녀는 공황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면 안 된다.
오른손목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아직도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진실의 방을 빠져나온다면 스텟이 역전되어서 위험할 수 있다.
다시 잡은 왼쪽 손목.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그녀는 왼손마저 잡히자 내게 발길질을 하며 버둥거린다.
그래 봐야 힘스텟 차이 때문에 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놔! 이 죽일 놈의 자식아! 나쁜 놈! 놓으라고!”
앙칼지게 외쳐봐야 내 흥분을 돋을 뿐.
그 이상의 효과는 없다.
또다시 돌아가는 시곗바늘.
우드드드득
“아아아악! 아파! 아파! 아프다고!”
발광하며 거품을 무는 셰릴.
하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
양발이 남지 않았는가?
만약의 진실의 방이 끝났는데 셰릴이 돌려받은 민첩스텟의 우위로 도망을 친다면?
물론 아예 도망을 친다면 내 승리지만 혹시라도 있을 변수를 남겨두기는 싫었다.
난 오늘 완벽한 승리를 계획하고 나왔기 때문.
발목을 잡자 이제 셰릴의 얼굴에는 공포심이 스며든다.
확실히 손목의 통증도 경험했거니와 손과 발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특히나 스피드로 치고 빠지는 것이 특기인 그녀는 더더욱 무섭겠지.
“잠시만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여기까지 하죠. 뼈를 부러트리는 건 너무 심하잖아요.”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저도 제 아버지도 봐주실 거예요.”
“12시가 되면은~문을 닫는다!”
콰지지지지직
오른쪽 발목이 한 바퀴 휭 통쾌하게 돈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하지 못한 셰릴이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곧 뇌에 신호가 전달될 것이다.
뉴런의 자극 전달 속도는 최대 120m/s 라더라.
자동차로 치면 432km/h.
독일에 있는 무제한 고속도로 뭐였더라? 아우토반?
거기서도 그렇게 못 달려. 큭큭.
역시나 반응은 금방 온다.
거품을 물면서 발광을 하는 셰릴.
그 와중에 손목은 기괴하게 꺾여 있어서 아프니깐 허우적대지도 못한다.
“아아악! 아악! 제발! 그만! 그만해 주세요오…”
“건방진 년. 그러니까 주제 파악을 잘했어야지. 누가 그렇게 사람 무시하고 다니래?”
슬슬 안정권에 들어오니까 입 좀 털어줘야지.
설마 손목 두 개랑 발목 하나를 아작냈는데 닭싸움하듯이 외다리로 껑충 껑충 뛰면서 날 조질 순 없을 것 아니야?
그건 요년 아비 핀돌프 몬두르도 불가능할걸? 아닌가?
소드 마스터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 말을 아끼자.
어차피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그놈이 소드 마스터든 뭐든 네 딸년은 이제 내 것이라는 사실이지.
아무튼, 손, 발목 꺾는데 벌써 3분이 지났다.
이제 진실의 방의 남은 시간은 7분.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
그리고 난 마지막 남은 왼쪽 발목을 잡는다.
“제발…그것만큼은 그만둬주세요. 저도 걸어야 할 것 아니에요. 결투 끝난다고 인생 끝나는 거 아니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요.”
“그걸 왜 네가 걱정하지? 이결투가 끝나면 어차피 네 인생은 나에게 귀속된다. 그렇게 된다면 네 인생을 걱정해도 내가 해야지, 왜 네가 하나? 넌 스스로의 인생을 걱정할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노예의 의미지.”
그제야 패배의 무게를 떠올렸는지 아픈 와중에도 셰릴이 입술을 꽉 깨문다.
어떻게든 남은 멀쩡한 왼쪽 발목을 움직이려 한다.
이래서 내가 미리 손, 발목을 부숴놓은 것이다.
절망스러운 와중에도 상황 역전해보겠다고 버둥거리잖아?
이제는 굳이 왼쪽 발목을 건드릴 필요도 없다.
오히려 발목은 남겨놔야 한다.
쥐 몰이를 할 때도 궁지에 몰면 무는 법.
퇴로 하나쯤은 남겨두고 살살 위협하는 게 효과가 더 큰 법이다.
그리고 어차피 다 잡은 년 위협할 방법은 수십 가지다.
난 그 수십 가지 중에 당장 하나 떠오르는 걸 했다.
딱밤 자세 발동.
엄지와 중지로 원을 그린다.
그리고 이미 부러뜨려 놓아서 퉁퉁 부은 그녀의 관절 부위에 딱밤을 때린다.
따악
“흐기이익!”
따악 따악 따악
“흐갸갸갸갸그아아악!”
와, 악마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사악하다.
부러져서 부어오른 부분에 딱밤을 때리다니.
심지어 내 딱밤은 약하지도 않다.
한 대 맞으면 멀쩡한 이마도 빨개지면서 부어오른다.
그걸 이미 부을 대로 부은 관절에 때리니 셰릴의 기분이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셰릴아, 기분 좋니? 나도 기분 좋다.”
“뭔 개 같은 소리, 으아아악!”
입이 험하길래 다시 교육해주었다.
주먹으로 복부를 치기도 하고 이미 부러진 손목을 한 바퀴 더 돌리기도 하였다.
하도 괴롭히니 거품을 물 정도로 기절하기 직전의 셰릴.
여기서 정신을 잃게 하는 것도 좋지만 한번 교육할 때 확실히 해두는 것이 내 취향이다.
뺨을 때려서 의식을 돌게 한다.
짜악
“정신 차려!”
“으으으으…”
너무 아파서 신음만 흘리는 그녀.
그런 그녀의 작고 귀여운 입술의 옆에는 하얀 거품이 말라붙은 자국이 있다.
이미 한번 거품 나왔었구나?
몰랐네.
그럼 이제대미를 장식해볼까.
마지막으로 그녀의 왼쪽 발목을 잡는다.
그러자 그녀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중얼거린다.
“하지 마세요… 왼쪽 발목만은 하지 말아주세요오…”
“그럼 납득시켜. 내가 왜 네 발목을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 납득시키란 말이야.”
“제가 졌어요오…항복할게요. 어차피 이제 노예가 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만둬 주세요오…”
항복 사인이 나왔다.
그럼 일단 내기는 끝났고.
전리품 정산 시간이다.
[카르마가 200 증가했습니다. 보너스 스텟 8로 전환됩니다. 총합 90/1290]
음, 카르마 좋고요.
200이나 주네.
하긴 본인 인생 끝장났다는데 200이면 오히려 좀 적은 건가?
어찌 되었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으니 보람차다.
이제 다음 전리품을 챙길 시간.
난 바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렸다.
그녀가 두피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은발머리라 더욱 아플 것이다.
나랑 눈을 마주치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볼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현 상황을 주지시켰다.
“야, 졌는데 뭐가 그리 당당해. 넌 노예의 의미가 뭔지를 몰라? 주인이 원하면 뭐든지 해야 하는 게 노예야. 근데 뭘 잘했다고 그만해라, 말아라야? 엉?”
눈앞에서 침을 튀기면서 소리를 지르니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서러움과 두려움.
그리고 고통이 그녀의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면서 혼란이 오고 있는 거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오… 제가 그냥 다 잘못했어요오…”
중얼거리는 셰릴의 말을 씹고 그대로 그녀의 하체 쪽 플레이트 아머를 벗기기 시작한다.
그녀는 정신이 없었는지 내가 갑옷을 벗기는 줄도 모르는 모양이였다.
경갑은 의외로 훌렁 벗겨지고그녀의 땀복이 드러났다.
수련할 때 입는 용도의 옷인 것 같았다.
그것마저 부우욱 찢어버리자 나타나는 속바지.
뭘 이렇게 겹겹이 싸매고 다닌대.
속바지도 처리한다.
그녀의 마지막 저항선마저 벗겨버리자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예상치 못한 장관.
“크으으! 이거지.”
매일 갑옷을 입고 수련해서인지 햇빛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군살 하나 없는 허벅지가 뽀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랑이 사이에 있는 그녀의 계곡은 또 어떠한가?
셰릴의 균열은 너무나도 앙증맞고 귀여웠다.
그녀의 사타구니 위쪽에 털이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애초에 성기 쪽에 털이 많이 나지 않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래도 은색의 반짝거리는 털이 생식행위가 가능한 암컷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듯했다.
무엇보다 꼴리는 점은 그녀의 상체는 아직 중무장 상태라는 점이다.
위에는 플레이트 아머를 완전히 갖춰 입은 상태.
아래만 전라가 되어 맨다리를 아무렇게나 벌리고 고깃구멍을 보여주는 모양새가 딱 패배한 노예기사의 말로였다.
어느새 바지 밖으로 내보내 달라면서 아우성치는 내 거근.
난 그런 내 친구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기에 바지를 벗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었다.
벌떡
전라가 된 자신의 하체의 허전함을 느낀 것인가?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셰릴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보고 경악했다.
붉은색의 동공이 확장되면서 이내 분노가 담긴다.
“당신! 이 파렴치한 녀석. 설마 결투 중에 상대를 능욕하려는 것인가? 적당히 해!”
“하, 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오뚝이도 아니고 계속 눌러주는데도 일어나서 제 주제를 모르네. 원래 콧대 높은 여인네들은 다 이런가?”
자신이 송길준인 시절.
작업을칠 때도 지구에서도 이 정도로 콧대 높은 년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민주사회랑 신분사회는 달라서 기본적으로 신분이 높은 여인들은 지구보다 자존심이 센 듯했다.
난 왼손으로는 셰릴의 아직 멀쩡한 발목을 잡아 들어 올렸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를 눌러서 두 다리가 벌어지게 하였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정상위 자세.
내거근이 서서히 그녀의 어둡고 습한 아기집의 입구로 들어왔다.
“당신! 넣기만 해봐! 진짜 가만히 안 둬! 내가 가만히 있어도 우리 아빠가 너 죽일 거야!”
“하 참, 오지게 시끄럽네. 진짜.”
그러면서 왼손에 잡힌 그녀의 얇디얇은 발목을 120도 정도 돌린다.
우드득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셰릴의 발목.
마지막 하나의 발목을 잃기 싫은 그녀가 저항해보려 하지만, 모조리 박살이 난 손목과 발목은 이미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있었다.
“셰릴, 선택해.”
“…뭘 선택하라는 건데?”
“이대로 네 발목을 돌릴까? 아니면 내 물건을 네 그곳에 넣어줄까?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는 내버려둬 주마.”
큭큭큭.
처녀를 사수하고 발목을 버릴 거냐?
아니면 발목을 건지고 비처녀가 될 거냐?
선택의 시간이다.
과연 그녀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