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내 꼬추를 만족시켜봐
한쪽 어깨에 셰릴을 둘러매고 방에 들어왔다.
어차피 내 방 근처에는 사람이 없어서 들킬 위험은 거의 없지만 조심해서 들어오긴 했다.
기사단장이 제 딸이 가랑이를 훤히 드러낸 채로 내 방으로 끌려들어 갔다는 것을 알았다간 내 어깨 위가 허전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에 들어오니 메이가 역시나 꼿꼿이 허리를 펴고 날 맞이하고 있다.
내 어깨에 매달려서 손과 발이 기괴한 각도로 꺾여있는 셰릴을 보고 순간 눈에 동정심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주인님, 오셨군요.”
“별로 안 놀라네? 내가 이길 걸 알고 있었어?”
“물론입니다. 제 주인님이시잖아요.”
역시 메이는 그동안 내 지독함을 잘 알고 있어서 어떻게든지 내가 이길 것을 예상했었나 보다.
이것이 바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가?
“제가 기사 아가씨를모시겠습니다.”
“됐어. 어차피 무거워서 너 못 들어.”
나는 셰릴을 짐짝 던지듯이 침대에 던져 넣었다.
침대가 출렁이며 상체만 갑옷을 입은 셰릴이 대(大)자로 널브러진다.
반면에 하체는 완전히 전라여서 하얀 허벅지가 그대로 보이는 모양새.
침대 아래에 있던 나와 메이에게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의 고기균열이 훤히 다 보였다.
그리고 균열 사이에 흐르는 걸쭉한 정액.
뒤늦게 흘러나온 하얀색 정액이 내 침대보를 물들였다.
“…침대보를 갈까요?”
“아니, 어차피 내 씨앗인데 뭘. 상관없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으으으…”
셰릴이 너무 아파한다.
생각해보니 두 손목 발목이 360도로 꺾였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겠지만 조금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니 통증이 심화하는 것이다.
식은땀까지 흘리며 꺽꺽대는 셰릴.
“메이, 혹시 이 동네엔 병원 없냐? 의원 같은 거 말이야.”
“의원은 아니지만, 성 밖에 쟝 아저씨가 있긴 해요. 감기 걸렸을 때는 꼭 그 아저씨한테 약초를 받아서 먹곤 했어요.”
하, 또 그놈의 하녀 네트워크냐?
보니까 평민들 사이에서는 방귀 좀 뀌는 돌팔인가 본데, 그런 의원이 이런 심한 외상을 고칠 수 있을지 의심이 된다.
“…그런 거 말고 귀족들 전문으로 치료해주는 그런 의료인이 하나도 없단 말이야?”
“글쎄요, 귀족들은 사제들이 신성력으로 치료해주거나 포션을 먹으니깐요. 굳이 의원이 필요 없죠.”
그래, 내가 원하던 정보가 바로 그거였다, 메이야.
쟝 뭐시긴지 하는 놈이 아니란 말이다.
“그 포션이란 것을 어디 가면 구할 수 있지?”
“홀리엔 법국에서 오신 카를 사제님 방에 몇 개씩 있는 걸 오다가다 본 것 같아요.”
“당장 사제한테 가서 포션 좀 달라고 해봐.”
“그게…”
메이가 내 말에 곤란하다는 듯 말을 흐린다.
예전 같았으면 교육이 안 된 줄 알고 호되게 혼을 냈겠지만, 지금은 정말로 곤란해서 저러는것임을 알기에 한 번 꾹 참고 물어봤다.
“대체 뭐가 문젠데?”
“카를 사제님은 포션을 아무에게나 주지 않아요. 그렇다고 주인님이 아무나란 얘기는 아니지만…그렇지만…”
메이가 또 울먹울먹한다.
자기 말에 또 기분이 나쁠까 봐 겁을 먹는 거겠지.
너무 복종을 시켜놔도 이게 문제다.
난 척하면 척하는 하녀를 원하는데 그동안 교육이 조금 셌는지 말 한마디만 하면 내 눈치를 보기 바쁘다.
당분간은 메이에게 좀 잘해줘서 호감도를 높여놓는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그래, 나도 알아. 내 평판이 아주 개판인데 나에게 포션을 줄 리가 없다는 거겠지.”
“아, 아니어요! 도련, 아니 주인님!”
“가서 아버지 명령이라고 해. 아들이 크래스 장원으로 가니까 걱정돼서 포션을 좀 챙겨보내라고 말했다고 하면 몇 개는 챙겨줄 거야.”
원래 영주의 아들이 이렇게 일개 사제한테 일일이 사정 설명하고 약 구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어쩌겠나.
을일 때는 확실히 숙여주고 갑일 때는 확실히 눌러주는 게 내 삶의 모토.
강약약강을 해야 오래 살지.
쓸데없이 강강약약 했다간 단명한다.
“네, 주인님. 꼭 포션을 구해오겠습니다.”
메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방을 나선다.
어차피 네가 못 구해오면 내가 아버지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서라도 줄 거야.
카를 놈도 아주 바보가 아니라면 굳이 얼굴 붉히지 않고 대충 몇 개 던져주겠지.
20분 후.
메이는 삼각 플라스크에 붉은 기가 도는 포션 다섯 개를 가져왔다.
내심 뿌듯해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다, 메이야. 역시 내 하녀다워.”
메이는 내가 칭찬을 해주는데도 순간 긴장한다.
내가 잘해주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조개에 박아버린 기억이 제법 강력하게 뇌리에 박혔나 보다.
“이건 정말로 칭찬하는 거야. 앞으로 예전처럼 뒤통수 칠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정말인가요?”
“네가 지금 같은 태도만 유지한다면 그럴 일은 없어.”
내 말에 진정성이 느껴져서일까?
메이가 기분 좋게 웃는 게 보이자 내 하초가 조금 꼴렸다.
하지만 지금은 바지를 내릴 때는 아니다.
쪽
그래서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만 입을 맞춰주었다.
메이 저년 저거 좋아하는 거 봐라.
이래서 결국 몸 섞으면 어쩔 수 없다는 건가?
뭐, 그건 그거고.
일단 셰릴 문제부터 해결하자.
졸졸졸졸
포션의 뚜껑을 열자 역한 냄새가 훅 올라온다.
뭘로 만들었는데 이런 냄새가 올라오는 거지?
코를 막고 셰릴에 퉁퉁 부은 손목 발목에 뿌리자 눈에 띄게 부기가 가라앉는 것이 보인다.
대박인데?
지구에도 이 정도 효과를 보이는 약은 없다.
만약에 이 약을 들고 내가 지구로 돌아간다면 아마 돈을 쓸어담을 수 있을 것이다.
상처 부위에 뿌리고 입을 벌려서 포션을 좀 먹였다.
그리고 온종일 셰릴과 붙잡고 힘쓰느라 조금 지친 나도 포션을 음용했다.
꿀꺽.
음, 냄새는 역한데 맛은 생각보다 괜찮고 효과는 더 괜찮네.
이렇게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가 보이니 포션이 귀할 수밖에 없지.
금세 기운이 회복되어서 쌩쌩해졌다.
그건 셰릴도 마찬가지인 듯 아까까지만 해도 정신을 못 차리던 그녀가 상체를 무리 없이 일으켰다.
정신을 차리니까 나와 했던 결투가 생각났는지 얼굴이 벌게지면서 날 째려보며 톡 쏘아붙인다.
“날 왜 방에 끌고 들어온 거죠? 제가 다친 틈을 타서 또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려는 건가요? 정말 끝까지 저질이군요.”
“…처음 할 말이 그거야?”
얘는 왜 이렇게 줏대가 없이 왔다 갔다 하냐?
이해가 안 된다.
아까 분명 바깥에서만 해도 뭐든지 다 한다면서 방에 오니까 또 딴소리다.
네 가랑이 사이에 흐르는 내 씨앗 아직 마르지도 않았어. 이년아.
제발 자각 좀 하자.
“셰릴, 금붕어처럼 벌써 결투 결과를 잊었나? 천사의 계약 때문에 넌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내 노예야. 아니면 아예이참에 천사 불러서 그냥 영혼이 불타고 싶어?”
셰릴은 그제야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실감하면서 침울해한다.
원래라면 한 번 더 교육해줘야 하지만 아직 손목 발목도 성치 않은데 여기서 더무리시켰다가는 기사가 아니라 환자를 크래스 장원으로 끌고 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귀한 기사인력을 그리 낭비하게 할 순 없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한 번 성질을 죽인 순간.
내 옆에서 뾰족한 고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장 사과하세요.”
“뭐?”
“당장 주인님께 사과하시라고요. 당신 손목 발목 다 고쳐주셨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주인님께 저질이라뇨.”
오우.
메이가 가만히 있다가 훅 치고 들어오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눈을 가늘게 뜨고 메이를 바라본다.
혹시나 내가 셰릴을 교육한다는 명목하에 괴롭히는 걸 보기 싫어서 일부러 나서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메이를 폐기처분을 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그 정도 고단수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단순한 년이 거기까지 생각할 리가 없지.
그럼 그냥 내가 모욕당하는 게 화가 나서 나선 거야?
언제부터 메이가 날 이렇게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뭐, 일단 감싸주니까 고맙긴 한데, 고쳐준 손목 발목은 애초에 내가 부러트린 거라 양심에 찔리긴 하네.
이런 나도 황당한데 셰릴은 얼마나 더 황당할까?
예상대로 셰릴이 정색하면서 입을 연다.
목소리에 냉기가 느껴지는 것이 주변에만 가도 얼어붙을 것만 같은 느낌.
“당신? 너 하녀 아니었어? 감히 기사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지? 베르너 백작가는 하녀 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할 것 같군.”
“기사님은 맞지만…어쨌든 같은 노예잖아요. 데이몬 주인님을 같이 모시고 있고요.”
메이가 살짝 쫄았는지 목소리가 줄어들면서 슬쩍 말을 올린다.
아까는 순간적으로 질렀는데 방금 이성이 조금 돌아온 것이겠지.
“같은 노예? 하녀 년이 불쌍해서 봐줬더니 정신이 나갔네. 생각해보니 내가 이 꼬락서니가 된 것도 다 너 구해 주려다 이렇게 된 거지. 이 빌어먹을 년.”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절 구해주려고 해주신 건 고맙지만, 기사님도 순수하게 저만 구하려고 결투를 제안하신 건 아니었잖아요. 저희 주인님을 얕보다가 큰코다친 건 기사님이신데 그게 왜 저 때문이라는 거죠?”
오, 우리 메이.
귀족이자 기사 상대로 한 마디도 안 진다.
그리고 생각보다 말도 조리 있게 잘하네.
나름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셰릴이 메이를 구하려고 했던 마음이 없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주요 목적은 분명 아니었지.
메이를 구실삼아 만만해 보이는 나에게 결투를 제안해서 승리한 다음, 크래스 장원으로 쫓아내서 짐을 덜어버리려고 했던 것이 셰릴의 계획이었을 거다.
정곡을 제대로 찔렸는지 셰릴이 창백해진 얼굴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어버버한다.
그걸 보고 메이가 기가 살아서 다시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그러니까 주인님께 사과하시라고요. 전 주인님의 [첫 번째]노예로서 새로 들어온 [두 번째] 노예가 주인님을 면전에서 욕하는 걸 못 참겠어요.”
오오, 이것이 바로 정실 부인의 기강 잡기.
뭐 그런 건가?
송길준일때도 여자들 작업 치기 바빴지, 자기들끼리 물고 빠는 건 거의 관심이 없었으니깐 말이야.
조금 신기하네.
그러고 보면 메이는 나름 하녀들 틈바구니에서 10년 이상 버틴 계집이다.
잘은 모르지만, 지구에서도 간호사나 여대 같은 여초사회는 자기들끼리 기강을 엄청나게 잡는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녀사회도 여초사회이니 나름 군대문화 좀 있겠지.
메이는 이곳에서 동성들 간의 위계서열이 뭔지 확실히 잘 알고 있을 거다.
반면에 셰릴은 어렸을 때부터 왈가닥으로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기사로 자라 온 엘리트녀.
동성은 어디까지나 친구의 개념이었을 것이고, 직장 동료 개념의 인물은 다 자기 빨아주는 사내새끼들이었을 게 분명하다.
심지어 최고 대장이 자기 아버지였으면 말 다했지.
“흠, 메이의 말은 일리가 있다. 너희 둘은 사회에서는 한 명은 평민 하녀. 다른 한 명은 고귀한 귀족이자 기사지만 내 앞에서는 평등한 암컷 노예일 뿐이지. 인정하나?”
“인정해요. 주인님. 전 당신의 소유물이에요.”
“…인정합니다.”
큭큭.
셰릴아. 인정이 늦다.
하긴 자기가 잃는 게 훨씬 크니까 대답이 조금 늦은 건 이해해주마.
“생각해보니 너희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구나.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려고 한다.”
제안이라는 말에 두 여인이 귀를 쫑긋 세우고 나를 쳐다본다.
한 명은 풍만한 가슴이 출렁이는 금발의 하녀.
다른 한 명은 매끈한 몸매의 은발의 기사.
두 미녀의 눈빛이 나에게 향하자 난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아이디어를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참에 정실 부인을 한 명 뽑겠어. 앞으로도 내 옆으로는 계속 새로운 여인들이 들어올 거다. 너희도 내 수완을 봤으니 이는 부정하지 못하겠지.”
끄덕끄덕
“그러니까 제일 처음에 들어온 너희 둘에게는 특혜를 주겠다. 둘이 시합을 해서 이긴 사람은 내 정식 부인이다. 나는 어차피 망나니. 내가 귀족이랑 결혼하든 하녀랑 결혼하든 어차피 가족들은 신경도 안 써.”
오히려 하녀랑 결혼하면 흠집 내기 쉬워서 좋아할지도 몰랐다.
아니면 아예 관심조차 없을 수도 있고 말이다.
“정실 부인의 특혜는 이러하다. 내가 여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너희가 더 잘 알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내 부인인데 다른 첩 년들이랑은 대우가 달라야겠지. 적어도 ‘인격체’의 대우를 해주겠다. 마냥 고기 구멍으로 써먹지는 않겠다는 거야. 내 기준이긴 하지만 나름 애정이란 것도 줄게.”
이 말을 들은 메이와 셰릴의 눈빛이 반짝했다.
큭큭.
사람이 참 이상하다.
며칠 전만 해도 이 둘은 나랑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절망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내 노예 중에서 가장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데 희망을 건다.
결국, 인생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거겠지.
철학적인 얘기는 이쯤하고.
나름 절박한 둘이 애가 달아서 나에게 물어본다.
“주인님, 그러면 어떤 것으로 내기하실 생각인가요?”
“검술이나 무투 내기는 어떻습니까? 아니면 주인님께 누가 더 금전적인 이익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갖다 줄 수 있는지도 괜찮습니다.”
“…얼마나 주인님께 헌신적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정실 부인이라는 건 24시간 항상 주인님을 보필해야 하는데 단순히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보듬어 줄 수 있어야지요.”
큭큭큭.
죄다 자기들 자신 있는 것 위주로 시합하자네.
그런 뻔한 승부를 내가 원할 것 같아?
뭘로 승부시킬지는 이미 정해놓았다.
계집들 승부는 사실 고대부터 내려온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종목이 있지.
자기 서방 좆 누가 더 잘 세우느냐가 그녀의 가치를 결정한다.
훌렁
주저하지 않고 나는 하의를 벗었다.
갑작스러운 성기 노출에 깜짝 놀란 메이와 셰릴이 순간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힐끗힐끗 내 거근을 본다.
“주인님? 갑자기 왜 바지를 벗으셨죠?”
“시합 종목을말해 달라니깐 도대체 무슨 짓이죠?”
침대에 앉자 하늘을 바라보는 내 똘똘이가 화가 났다는 듯 잔뜩 딱딱해져 있다.
육봉에 시선이 꽂힌 두 금발과 은발의 여인.
난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꼬추를 만족시켜봐. 둘 중 더 잘 만족시키는 년이 내 정실 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