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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잘못했어요 주인님





〈 26화 〉잘못했어요 주인님

앞으로 크래스 장원에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마지막으로 상태창을 점검해본다.

“새롬, 상태창.”

[상태창을 공개합니다.]

-상태창-
이름: 송길준
칭호: 평범한 악인(하)
직업: 무직
LEVEL: 1
힘: 48 민첩: 12 지력: 5 운: 2
보너스 스탯: 16
카르마 수치: 90/1490
스킬: 악마의 눈, 진실의 방
상태: 평행세계에 빙의, 연속 강간 성공, 유부녀 공략 성공, 하녀 조교 완료, 여기사 정복 완료.

상태창에 여기사 정복 완료라 적혀있다.
셰릴도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 이 말이겠지.

그동안 셰릴로  짭짤하게 뽑았다.
카르마 500 이상 뽑았나?
아무튼, 꽤 괜찮은 수확이었다.

“다음 칭호가 기대되네. 어떤 스킬을 주려나.”

칭호가 바뀔 때마다 스킬을 주는 것 같았다.
처음엔 악마의 눈.
 번째는 진실의 방.

두 스킬  사기성이 다분한 스킬들이었다.
그러니  번째도 분명 엄청난 스킬을 줄 것이다.

“새롬, 혹시  말고도 악마연합에서 키우고 있는 후보자가 있나?”

그러자 허공에 불타는 글씨가 떠오른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 후보자 중에서는  등 정도지?제법 앞서가고 있나?”
[알려드릴  없습니다.]

후보자들끼리의 순위는 기밀인가보다.
하지만 상관없다.
악행을 저지르는데 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말이다.

“슬슬 나가볼까?”

대충 옷을 차려입고 성문 근처로 나오니 온 가족이 내가 크래스 장원으로 가는 길을 배웅하러 나와 있다.

큭큭큭.
원래라면 내가 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을 게 분명한 가족들.
이들이 나온 이유는  하나다.

셰릴 몬두르.

이 아름다운 여기사를 내가 어떻게 대동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나와봤겠지.

“데이몬, 가서 귀족으로서의 네 소양을 보여라. 레벨도  올리고 말이다. 귀족이 되어서 언제까지 레벨 1일 수는 없지않은 노릇 아니냐.”

가장 먼저 나서서 잔소리하시는 분은 바로 베르너 백작.
내 아버지다.
여기 있는 일행 중 유일한 아군이라서 그런지 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그나마 기사 셰릴이 같이 가서 마음이 놓이는군. 그녀는 우수한 기사이니 그녀 말을 잘 듣도록 해라. 가끔 검술도 좀 가르쳐달라 그러고 말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영주님.”

잔소리 스탑.
거기까지 해라.
안 그래도 셰릴에게 검술은 배울 생각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배울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수련을 하면 레벨이 오르기 때문.

레벨에 비해 높은 스테이터스로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는 것이 내 방식인 만큼 수련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아빠 다음으로는 둘째 엄마가 나한테 온다.
오늘도 둘째 엄마는 풍만한 C컵 가슴을 출렁이며 다가온다.

가슴 하나만큼은 메이보다도 크다.

허리는 잘록하고 허벅지에는 지방이적절해서 농익은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데이몬, 셰릴을 어떻게 데리고 간 것이지?”

역시 둘째 엄마.
뇌를 거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멍청한 로이가 누굴 닮았는지 바로 보여준다.

 몸 관리하는데 쏟는 시간 절반만 머리 굴리는 데 써도 이년은 현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습니다. 기사 셰릴이 절 불쌍히 여겨줬지요.”
“으휴, 너같이 못난 놈도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구나.셰릴이 진짜 천사다, 천사. 데이몬, 함부로 셰릴에게 껄떡대지 말렴. 여인들은 네가 불쌍해서 봐주는 거지, 이성적인 매력이 느껴져서 친절하게 대하는  아니란다.”

이런 싸가지없는 년을 보았나.
이게 아들한테 할 소리인가?
아오, 작업 마렵네, 진짜.

“도로시,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하네.데이몬도 한창때 남자앤데 이성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창백한 피부의 미부인.
그녀의 피처럼 붉은 머리가 걸을 때마다 찰랑거린다.

요리보고 저리 봐도 스무 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뱀파이어 외모를 지닌 가녀린 체구의 첫째 부인이 살며시 웃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데이몬, 가서 몸조심하렴. 들리는 소문으로는 무척이나 위험한 땅이라 하더구나. 그래도 네가 진정한 사내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해서 엄마도 마음이 찢어지지만 보내는 거란다.”

얼씨구.
얜 또 완전 가식 덩어리네.

그냥 나 캐슬주기 싫어서 장원으로 쫓아 보낸 주제에 뭐?
사내다움이 어쩌고?

가랑이 사이에 좆도 없는 년이 무슨 사내다움을 논하냐.
목소리도 예쁘고 얼굴도 요염하게 생긴 게 침대 위에 자빠트려서 얼마나 사내다운지를 증명해주고 싶지만, 간신히 참는다.

“명심하겠습니다, 첫째 어머니. 꼭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어서 돌아오겠습니다.”
“후훗, 그래 믿어볼게, 데이몬.”

첫째 엄마가 색기 넘치는 미소와 함께 앙증맞은 손바닥으로 살짝 내 어깨를 치고 돌아간다.

아 어깨 털고 싶다.
부정 탄 거 같아.

첫째 형은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 한번 끄덕이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래, 차라리 저렇게 무관심한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로이형은 어딨지?

뒤를 두리번대다가 발견했다.
큭큭큭.
야, 너 거기서 뭐하냐?

로이는 나는 안중에도 없고 마차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셰릴 옆에서 껄떡대는 중이다.

역시나 그 옆에는 딸바보 핀돌프 기사단장이 안절부절못하면서 그녀랑 대화하고 있다.

큭큭큭.
기사단장아, 그러게 진작 나한테 잘하지 그랬어?
아, 이젠 장인어른이라 불러야겠네.

날 발견하고 헐레벌떡 와서 헛기침하고 입을 여는 핀돌프.

“크흠흠, 데이몬 도련님. 듣자하니 크래스 장원에 마녀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기사 하나로는 도련님의 안전이 위험할 수 있으니 제 휘하의 기사 셋과 병사 서른을  붙여드릴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얼씨구.
내가 가든 말든 상관없으셨던 거 아니었어요?
갑자기 기사 셋과 병사 서른?
변방의 깡촌 장원 수비병력치고는 과한 정도다.

여태까지  몰라라 하다가 제 딸이 당첨되니까 애가 달았나 보네 큭큭큭.

“기사단장, 걱정해주는 마음은 고맙네만  기사 셰릴의 우수함을 믿고 있네. 그러니 호의만 감사히 받겠네.”
“크흠! 다시 생각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마녀들린 땅이라는 소문이….”
“아빠! 저런 무능한 도련님 지키는데 무슨 기사 셋이나 붙여요. 그냥 나 하나면 충분하니까 됐어요.”

옆에서 들리는 뾰족한 고음의 소리.
셰릴이 마차에 반쯤 기댄 채 짝다리를 짚으며 불량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불만이 한껏 들어간 표정.

“저기요, 망나니 도련님.”
“으음, 셰릴! 아무리 그래도 면전에서 그리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아빠는 조용히 하시고요. 그쪽 도련님. 빨리 오시죠? 기다리느라 다리 빠질 것 같으니깐 말이에요.”

어쭈?
요년이 미쳤네.
내가 홱 째려보니까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돌려 시선을 피한다.

아하, 셰릴 너 지금 나 도와주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구나?
그건 알겠는데 살짝 기분 나쁘네.

“아 참, 그리고 밤중에 몰래 제 몸을 건드린다든지 그러면 도련님이고 뭐고 바로 칼로 찌를 테니 그리 아시고요. 일과 관련된 부분 외에는 저한테 말 걸지 마세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듯하다.
셰릴은 진짜 혐오스러운 걸 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날 내려다본다.
마치  따위 루저는 나한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눈빛.

그 눈빛의 의미를 느낀 그녀의 아버지 핀돌프 기사단장의 표정이 많이 풀렸다.

자기 딸이 알아서 앞가림 잘할  같아서 안심하고 있나?

미안하지만 저렇게 콧대 세우고 있는 계집년 보지구녕을 어제 몇 번을 쑤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옆에서 이 촌극을  지켜보고 있던 로이도 한결 안심한 표정.
그러다가 로이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코를 막는다.

“셰릴, 독수리처럼 고결한 기사이자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이여. 혹시 주변에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소? 말 오줌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셰릴은 한껏 고개를 세우다 로이의 말에 순간 당황해서 얼굴을 붉힌다.

큭큭큭.
그러게.
넌 내 소유라니까 셰릴아.

이미 다른 남자들이 이상함을 느끼잖니?
품절된 년이 그렇게 고개 빳빳이 드는 거 아니다.

“제, 제가 오늘 향수를 바꿔 뿌려봤어요. 이상한가요?”
“아니! 절대 아니오. 그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어떤 향수를 뿌리든 이미 당신에게 나는 체취는  무엇보다 향기롭소.”

로이형, 그거 내가 매일 세네 번씩 생산하고 있는 향수야.
형이 그 향수를 그렇게 좋아할  몰랐네.

배려심이 부족했어.
다음부터는 내가 유리병에 몇 개라도 담아서 줄게.

“아무튼, 로이님. 요새 저한테 너무 접근하시는 거 같아요. 왜 그러시는 거예요?”
“흠흠, 그게 별 뜻은 아니고. 셰릴 양이 워낙에 다재다능하지 않소? 나도 셰릴 양과 검도 나누고 이것저것 얘기도 나누고 싶어서 그러는 거요.”

하이고 꼬시고 싶어서 애쓴다 아주.
미안하지만 그년 이미 내꺼야.

셰릴이  살짝 본다.
어떻게 할까 하는 거겠지.
난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 모양으로 그녀에게  속마음을 전달한다.

꼬셔.

“...저도 로이님이 싫지 않아요. 체격도 좋으시고 베르너 백작님의 고귀하신 아들이자 용감한 기사시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아이고 로이야.
입 좀 다물어라.
침 떨어진다.

“그러니까 이번 크래스 장원에서의 일이 끝나면 저도 로이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게요.”
“고맙소, 정말 고맙소이다. 셰릴 양.”

덥썩

로이가너무 기뻐서 셰릴의 두 손을 냉큼 잡는다.
그러자 셰릴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로이의 솥뚜껑 같은 손에서 자신의 가녀린 손을 뺀다.

“아이참, 벌써부터 그러시면 부끄러워요. 전 천천히 단계를 밟는  좋아해요.”
“물, 물론이요. 내가 실수했소. 그대가 원한다면 내 일 년이라도 참아줄  있소이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결코 그대의 처녀를 건들지 않겠소.”
“정말 매너 있으세요. 로이님이라면 제 미래를 맡겨도 될 만큼 든든하신 분이에요. 저기 있는 한심한 누구와는 다르게 말이죠.”

그러면서 경멸의표정으로  쳐다본다.
로이 또한 날 한번 보고 콧방귀를 끼며 말한다.

“저런 루저새끼랑은 비교하지 말아 주시오. 내가 너무 아까우니 말이오.”
“물론이에요. 제가 실언을 했네요. 어떤 정신 나간 년도 저기 망나니 도련님과 잠자리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서 서로 킥킥대는  영락없는 찐따너드 놀리는 백인 근돼 양아치와 그 옆에서 너드 무시하면서 근돼 빨아주는 노는 백인 일진녀다.

마치 미식축구 주장과 치어리더 주장을 보는 듯한 둘.
하지만 여긴 판타지아.
원래라면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야 할 둘의 관계는 이미 내가  끊어 놓았다.

“음, 기사 셰릴. 이제 마차에  테니까 따라 타도록.”
“아, 명령하지 마요! 제가 어련히 알아서 타겠죠. 전 로이님이랑 할 얘기가 더 있으니까 도련님 먼저 타시던지요.”

오우.
좀 센데?

역시 예전에 도레미 왕국 역할극 때서부터 느낀 거지만 셰릴 이년.

연기 좀 하는 년이다.
지구에서 태어났으면 오스카상 정도는 탔을지도?

“그래, 데이몬. 셰릴 양은 나와 할 얘기가 있으니 넌 걍 마차로 짜져 있어라.”
“형님, 그래도 셰릴은 제 호위무사….”
“아 진짜! 호위무사라고 도련님 명령 무조건 따라야 할 이유 없다니깐요? 좀 먼저 들어가 있으라면 들어가 있어요!”

결국, 나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마차에 들어가는 시늉을 한다.
  뒤로 둘의 대화가 들린다.

‘한심해서 진짜. 어휴 저 망나니 도련님 크래스 장원에서 따라다닐 생각 하니 암담하네요.’
‘그럴 때마다 날 생각해주시오. 아름다운 셰릴. 내  아버님께 부탁해서 중간에 당신이라도 빼내 주리다.’
‘믿을게요, 로이 도련님. 도련님이 빼내 주신다면 전 그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어쩌면  날 밤에 몰래 제 방에 찾아오시면 방문을 열어드릴지도 모르겠어요.’
‘!!!  꼭 어떻게든 수를 내리다!’

큭큭.
셰릴이 가랑이 벌려준다니까 콧김 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애쓴다.

‘그럼 전 들어가 볼게요.’
‘건강히 지내시오. 셰릴 양. 종종 편지하겠소.’
‘저도요, 로이 도련님. 그럼.’



입술을 손에 붙였다가 떼는 전통적인 레이디식 인사를 한  셰릴이 마차에 탔다.

마차에는 이미 메이가 구석에 앉아있고 내가 가만히 셰릴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랴!”

이윽고 마차의 문이 닫히고 마부가 말을 몰았다.
드디어 크래스 장원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마차 안에 있는 사람은 메이와 나, 그리고 셰릴.
세 명에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나와 메이는 셰릴을 쳐다본다.
눈빛에는 결코 호의가 담겨있지 않다.

셰릴도 이를 느낀 것일까?
좀처럼 내 옆에 앉지 못하고 쭈뼛댄다.


"왜? 와서 앉아."
"...네."
"아니면 루저 새끼 옆에 앉는  싫은 거야?"


뒤끝  부려본다.
방금 내 말로 자신의 주인님이 기분이 상했음을 확실히 인지한 셰릴.
잠깐 고민하던 그녀가 갑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한다.

"응?  뭐하냐?


경갑옷을 벗고 매끈한 몸매가 부각되던 평상복을 벗는다.
젖가슴을 받치고 있는 가슴패드와 보지 가리개를  딱 감고 내린다.


뭐지?
왜  벗는거지?
순식간에 갑옷 포함해 모든 옷을 탈의해서 전라가 된 그녀.

보지구멍과 젖가슴이 너무 훤히 드러나서 유두와 가랑이 사이의 고깃균열의 주름이 다 보일 정도다.

결국, 내 앞에 엎드려 뻗친 셰릴은 머리를 땅에 박았다.

“용서해 주세요, 주인님. 제가 잘못했어요.”


 



사상 최악의 주인공〈 26화 〉잘못했어요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