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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명분이 생겼다





〈 29화 〉명분이 생겼다

뭐가 기분 나쁘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이 녀석들 눈빛.

뭔가 찜찜하다.
촌장의 눈빛으로는 솔직히 확신이 안 선다.

그래서 힐끗 촌장의 아들이라고 하는 젊은 남자를 보았다.

“주인님? 와서 드세요.”
“영주님, 어서 드시죠. 혹여나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시는 겁니까?”

메이와 촌장의 말을 한 귀로 듣고  귀로 흘리며 촌장의 아들을 주시한다.

그리고 그 녀석의 눈빛을 따라가 보니깐….
메이와 셰릴의 몸매를 훑고 있다.

아하, 그런 거였나?
뭐, 혈기왕성한 사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우리가 크래스 장원에 오는 걸 미리 알고 있다.

이런 깡촌에서 따로 외부와 연락을 한다고 해도 야밤에 우리가 도착하는 걸 알고 음식까지 준비하고 있다니.

이건 부자연스러워.

그리고 둘째, 촌장은 그렇다 치고 촌장 아들이 셰릴을 계속해서 쳐다본다.

아직 어린애면 여기사를 처음 봐서 신기하니까 그런 거라고 이해할 수라도 있다.

하지만 저건 누가 봐도 음심(淫心).
보통 평민이 귀족 여기사를 저런 눈빛으로 대놓고 쳐다보는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특히나 평행세계는 레벨이 보이는 세계이다.
우리 셰릴이 그래도 레벨 20대인데 고작 레벨 5도 안 되는 평민 놈이 음탕한 시선으로 몸매를훑어본다?

목숨이 아깝지 않거나 뭔가 그래도 될만한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셋째, 이건 내가 지금 촌장에게 물어보려고 한다.

“촌장, 혹시 결혼했나?”
“네? 물론입니다. 여기 제 아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지금 아내는 어디 있지? 인사를 좀 받고 싶은데.”

 뜬금없는 질문이었나?
하지만 필요하다.
보통 음식을 내놓거나 이런  안사람이 한다.

그런데 왜 촌장과 촌장 아들만 눈에 보이는 거지?

“그, 그게 오늘 영주님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안사람은 회관에서 재웠습니다. 괜히 영주님이 불편하실까 봐요.”

내가 왜 불편해야 하지?
보통 영주가 온다고 아내를 회관에서 재워?

이거 말을 들을수록 점점  이상하네.
그런데 메이야, 셰릴아.
너희는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 않니?

우물우물우물

“음! 주인님 이거 엄청나게 맛있어요!”
“어서 와요! 포도주도 달다. 기대 하지 않고 마셨는데 생각보다 상등품이야.”
“핫하하! 귀족 나리들 오신다는 말을 듣고 10년 전에 상단에서 사서 쟁여둔 특급 포도주를 내놨습니다. 많이 드십쇼!”

이미 이쪽은 파티고.
그런데 노예녀들이 주인도 아직 자리에 앉지 않았는데 처묵처묵하네.
뭐, 마차 안에서 내 좆집 역할을 하느라 하도 시달렸으니까 봐준다.

모두가  보면서 자리에 앉아서 먹으라고 고사를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야겠군.

쨍그랑

“엇!”
“주, 주인님?”

포도주가  병을 깨버리고 호밀빵이  음식을 바닥에 내버린다.

“야, 내가 만만해?”
“네?”
“이딴 구린 음식을 내놓다니. 귀족이 우스워 보이지?”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진 촌장.
그러면서 옆에 슬쩍 촌장 아들의 표정을 살핀다.

확실히 아직 어려서 그런지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한다.
눈빛에 옅게 지나가는 적개심을 확인했다.

“아, 아닙니다!  음식들은 나름 저희 장원에서는 최고로 귀한 음식들입니다!”
“버러지 같은 농노들이 귀하다고 해봐야 내 눈에는 쓰레기일 뿐이다. 이런 미각을 마비시키는 음식을 먹을 일은 오늘도 앞으로도 없을 테니 바람이나 쐬고 오마.”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주인님!”
“죄송해요! 주인님이  정도로 음식을 싫어하실 줄은 몰랐어요.”

아니.
나 소세지 좋아해.

너희는 다른 소세지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음식 소세지는 나도 좋아한다.

“괜히 눈만 버렸군. 나 혼자 밤 산책을 하고 싶으니 너희는 좋은 말할 때 거기서 먹고 있어.”

 혼자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밤바람을 쐬며 을씨년스러운 크래스 장원을 둘러본다.

“새롬, 남은 보너스 스탯을 지금 찍고 싶은데?”

그러자 허공에 불타는 글씨가 올라온다.

[현재 보너스 스탯은 20개 있습니다. 어디에 찍으시겠습니까?]

음. 고민되네.
이제 힘은 많이 찍은 것 같다.
그러면 원래 순서대로라면 민첩을 찍는 게 맞기는 하는데 말이야.

“새롬, 인내력과 정신력. 관통력이나 회피력, 마력 같은 상세 수치 같은 것도 볼 수 있어?”

그래.
그동안 이게 궁금했어.

 민첩 지력 
달랑 이 네 개 요소로 그 인물의 상세 스탯을 확인할 수는 없다.

만약에 정신계 공격을 당했다고 치자.
힘과 민첩 스텟이 높다고 이게 면역이 되는 사항이 아니잖아?

지력 쪽도 마찬가지다.
마나통이 얼만지 모르는데 지력만높다고 그 마법사가 마법을 몇 번 쓸 수 있는지 알  없는 노릇.

[세부스텟에 관해서는 레벨 혹은 칭호가 오르셔야지 열람 가능한 사항입니다.]

아하.
이것도 결국 카르마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와, 그러면 앞으로 아직 갈 길이 멀구나.

“그럼 마나라도 얼마나 있는지 알려줘. 그래야 진실의 방이라든지 악마의 눈 사용 횟수라도 알  아니야.”

[후보자용 스킬은 정신력(악마력)을 사용하는 스킬들입니다. 마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지.
보통은 그렇다.
오행론이라고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

이런 원소계열 마법은 보통 마력, 즉 마나력(MP)을 사용한다.

여기에 뇌(雷)나 빙(氷)같은 특별 원소가 추가되기도 하지.

그리고 전통적으로 광(光)과 암(暗)이 대칭을 이룬다.

보통 암은 오행 전부에 강점을 보이고 광에 취약함을 보이지.

반면에 광은 오행 전부에 약점을 보이지만 암에만 유달리 강함을 보이고 말이야.

[잘 아시는군요. 평행세계에 빙의하시기 전에 게임 좀 하셨나 봅니다.]

아니, 나 게임회사 사장이었다니까.
물론 자회사긴 했지만 말이야.

 정신력 스텟도 지금 악마력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내가 천사연합사람이라면 신성력으로 표기되었을 사항일 거다.

[이 정도는 알려드려도  것 같군요. 보통 판타지아 세계의 인간들은 레벨 30이 넘으면 전직을 합니다.]
“전직? 혹시 새로운 직업을 얻고 짱 세지는  그런 말하는 거야?”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이미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따로 직업을 주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레벨 30이 넘으면 레벨업 할 때마다 보너스 스텟이 8개씩 부여됩니다.]

뭐? 그랬단 말이야?
그러면 핀돌프 기사단장 같은 경우는 레벨 45였다.

기사단장이 힘과 민첩스텟을 레벨에 딱 맞게 4씩 박았길래 난 당연히 레벨이 오르면 보텟을 4씩만 받는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기사단장은 지력과 행운 스텟도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분명 스텟 4개씩만 받아서는 아무리 1레벨 태생 스텟이 좋다 하더라도 45레벨에 절대 힘/민첩이 100이 넘는데 지력과 운에까지 그렇게 스텟 투자는불가능하겠지.

그의 레벨이 45였으니 레벨 30에서부터 4씩 더 받았다고 치면 여유스텟이 60개 더 있었겠네.

그걸 지력과 행운에 30씩 나눠서 투자를 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상상 이상의 괴물이었어.

역시나 아직 판타지아 세계엔 내가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많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말이야. 새롬, 너는 왜 이런 중요한 사항을 이제야 얘기해주는 거야?”
[원래 묻지 않는 건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아야 하는 법이죠.]

얼씨구.
맞는 말이긴 한데 묘하게 기분 상하네.

“야, 솔직히 말해봐. 너 인공지능 같은  아니고 마족이지?”
[후보자 권한 밖의 질문입니다.]

오호라,  질문을 이렇게 피하시겠다?

전생을 대입해보자.
예를 들어 내가 연예인이라 치면  녀석은 소속사 매니저 같은 녀석이다.

분명 악마연합이라는 회사의 경리? 뭐 이런 느낌이겠지.
성별이 궁금하니깐  번 건드려본다.

“그래서 너 가슴 크냐? 왠지 줬나 작을  같은데. 너 A컵이지?”
[...절 자극하셔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습니다.]

큭큭큭.
이 대답 하나로 일단 여자인 거 확정.
마족인 것도 맞겠고.

가슴 크기는 다음에  친해지면 알아보자꾸나.
생리주기까지 알아낼 테니 각오하라고.

“그럼 마지막으로 이것만 알려줘. 2차전직도 있나?”
[하아, 맘 같아서는 아무것도 안 알려드리고 싶지만, 이것도 일이라고 짜증 나네요. 네,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연락하지 마세요.]

어라?  지금 한숨 쉬었냐?
삐진거야?
제길, 한동안은 알아서 살아야겠군.
뭐 그동안 혼자서도 잘해오긴 했지만 말이야.

2차 전직이 있다면 아마 60레벨 이상이겠지.
30레벨 주기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레벨업 한번에 보텟이 12 이상일 거다.

이거 완전 레벨이 깡패구나.
지금이라도 레벨을 올려야 하나?
고민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레벨 1에 괴물 스테이터스라는 반전 매력을 쉽게 포기할  없잖아?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상대의 방심을 유도할  있는 이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나중에 레벨을 올려야만 상대할 수 있는 강적을 상대하거나 내가 레벨에 비해 강하다는 걸 아는 녀석을 상대할 일이 아니면 굳이 지금 레벨을 올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럼 일단 남은 보너스 스텟을민첩에 몰빵할게.”
[민첩에 보너스 스텟 20을 투자했습니다. 민첩 스텟 총합이 32가 되었습니다.]

스텟 쪽만 잠깐 살펴보자.
힘: 48 민첩: 32 지력: 5 운: 2

나쁘지 않다.
원래  모태 민첩스텟은 2.
최악이었지.

그런데 진실의 방에서 셰릴 따먹고 10 얻었고 방금 보텟으로 20을 보충해서 32가 되었다.

이 정도면 웬만한 레벨 10대 수습기사는 찜쪄먹을 수 있을  같다.

셰릴도 아주 잘만 비비면 진실의 방 없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걘 민첩이 너무 높아.
게다가 부족한 힘을 칼로 보충하고 있으니 지금 생각해도 내가 개사기 스킬인 진실의 방 없었으면 어찌 되었을지 아찔하다.

그래도 이제 셰릴은  전용 오나홀이 되었으니 상관은 없긴 하다.
착실하게 여자들을 수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하네.

“슬슬 들어가 볼까?”

이쯤이 되면 셰릴이나 메이도 식사를 마쳤을 듯하다.

그리고 다시 촌장의 집으로 돌아가니까 거기에서는 의외의 광경이펼쳐져 있다.

“촌장,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거기에는 메이와 셰릴이  맞은 피라미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져 있었고 촌장의 아들이 정신없이 셰릴의 가슴을 주물러대고 있었다.

“야, 그 더러운 손  치우냐? 그 빨통은 너 같은 천한 농노한테 허락된 게 아니야.”
“흐흐흐, 오셨군요.”

얼씨구?

촌장 쪽은 메이를 맡았나 보다.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젖이 한쪽만 드레스 위로 나와 출렁대고 있다.

촌장은 날 보더니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다.
 뒤로 아들도 슬며시 나무 몽둥이를 쥔 채 촌장 뒤에 선다.

“정신이 나갔나? 귀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몸을 희롱해? 그만 살고 싶어?”
“귀족도 귀족 나름이지요. 얼마나 본성에서 막사셨으면 저희에게까지 암살 의뢰가 들어왔습니까?”

암살 의뢰?
이제야 어느 정도 퍼즐이 맞는 느낌이다.

그래.
이상하긴 했어.

우리의 도착시각을정확히 알고 있는 구석진 장원의 농노들.
타이밍 좋게 차려져 있던 음식.
촌장 부자(父子)의 음습하고 뭔가를 숨기는 듯한 눈빛까지.

“그래도 감이 좋으시군요. 당신의 포도주에는 의뢰하신 분이 직접 전달해준 독약을넣었습니다만 아쉽게 되었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나는 독살해서 죽이려 그랬고 메이와 셰릴은 수면제 먹이고 따 먹으려고 했단 말이지?

“의뢰한 사람은 누구지?”
“우리 같은 천한 농노에게 의뢰자분이 정체를 보였겠습니까?”

그건 맞지.
아마의뢰자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래도 짐작이 가는 사람은 있잖아?

첫째 엄마.
혹은 둘째 엄마.
어차피 이 둘  하나 아니야?
 다일 수도 있고 말이야.

하.
진짜  년들  되겠네?
어차피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될 계집들이라 치울 생각이긴 했다.

그런데 먼저 이렇게 칼을 뽑아주셨으니 제대로 명분이 생겼다.

그래.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으니 그 사자에게 물릴 각오도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사상 최악의 주인공〈 29화 〉명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