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초야권을 행사한다
“차라리 독약을 드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러면 저희에게 맞아 죽을 일도 없이 조용히 가셨을 텐데 말입니다.”
“너의 천한 농노 둘 정도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야.”
“큭큭큭, 레벨 1짜리 도련님이 허세가 심하시군요. 도대체 귀족이 되어서 그동안 레벨도 올리지 않고 뭐했답니까?”
나도 스윽 촌장 부자의 레벨을 스캔해봤다.
촌장이 레벨 2, 촌장 아들은 레벨 3이다.
“너희도 딱히 레벨이 높지는 않은데?”
“그렇지요.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얘들아! 들어와라!”
쾅
우드득 우드득
문이 벌컥 열리면서 손가락 뼈를 부러트릴 기세로 손을 눌러대는 장정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오호라.
공범들이 있었구나?
“흐흐흐, 이 녀석이 그 유명한 망나니 도련님인가?”
“소문대로 멸치에 키도 작군. 처리하는 게 어렵진 않겠어.”
“빨리 해치우고 저 계집들 먹자. 와! 나 기사년이랑 처음 떡 쳐봐. 줬나 기대된다.”
다들 흥분해서 저급한 음담패설을 쏟아내며 미쳐 날뛰는 상태.
이게 다몇 명이야.
적어도 15명은 되어 보인다.
보아하니 이곳 장원 남자들은 죄다 몰려온 모양이다.
“날 죽이고 셰릴과 메이를 이 많은 남자가 윤간할 생각이었나?”
“당연한 말 아닌가? 저 계집들은 운 없게도 잘못된 주인을 만난 거지.”
어차피 다 잡아놓은 물고기라고 술술 말하네.
“그럼 영주님. 가실 시간입니다. 다음 생에서는 착하게 사시지요.”
마을 남자들이 각목을 들고 서서히 나에게 다가온다.
어차피 레벨 1짜리는 독약 없이도 잡을 수 있어서 본색을 드러냈나 보네.
그럼 슬슬 그동안 늘어난 스텟 좀 확인해볼까?
“흐압!”
첫 번째 남성이 기합과 함께 각목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친다.
내 머리를 가격하려는 의도다.
“그런 느린 공격에 맞지 않는다.”
서늘한 눈빛으로 정확히 각목의 궤도를 보다가 슬쩍 옆으로 자세를 튼다.
내가 있던 곳에 살벌하게 휘둘러지는 몽둥이.
“뭐지? 생각보다 몸이 날랜데?”
“그래 봐야 레벨 1이야. 우린 대부분 3, 4이고 말이야.”
그러네.
나름 구석 장원에서 사냥을 많이 다녔나?
농노가 레벨 3, 4면 나쁘지 않네.
그런데 내 스텟이 얼만지 늬들은 모르잖아?
힘: 48 민첩: 32 지력: 5 운: 2
일반적으로 치면 레벨 20에 달하는 수치야.
너희 줬댔어.
RPG 게임에서도 레벨 20짜리 던전 몬스터를 레벨 3, 4짜리 초보 유저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
데미지도 안 들어간다.
불쌍한 중생들아.
스팟
내 신형이 사라진다.
이 멍청한 농노들은 눈으로 내 움직임을 잡지도 못했다.
모습을 보인 곳은 바로 촌장의 아들 앞.
갑자기 보인 내 모습에 그의 동공이 확장된다.
“감히 내 노예의 젖통을 만져? 그 더러운 손을 부러트려 주지.”
그대로 팔뚝을 양손으로 잡는다.
예전에 송길준으로 살던 시절에 잠깐 귀농 생활을 한 적 있었다.
귀농 생활이라기엔 작업장이 시골에 있었을 뿐이지만 말이야.
거기서 우연히 한 농부가 준 옥수수를 받아먹었는데 그 옥수수를 반으로 뚝 자르는 게 그렇게 느낌이 좋더라고?
그때의 느낌을 살려 촌장 아들의 팔도 옥수수 반으로 가르듯이 뚝 잘라본다.
뚜욱
우드득
어우, 역시 힘스텟이 깡패야.
오른 팔뚝의 뼈가 금이 가서 절반으로 나누어진 게 생생히 느껴진다.
“끄아아아악!”
“이런! 빌리!”
“저 녀석이빌리의 팔을 부러트렸어!”
“모두 가셔 없애버려!”
“으아아아아!”
다들 함성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든다.
전투 시작이군.
들어오는 첫 번째 남자의 복부를 발로 뻥 차서 밀어버린다.
내 발바닥에 가슴을 정통으로 맞은 남자는 피를 토하며 날아간다.
“끄아악!”
중요한 건 그 녀석이 날아가면서 뒤에 따라오는 몇 명까지 뭉개면서 다 같이 우르르 넘어졌다는 것이다.
순간 공간이 생기자 나는 저들 중에 서 있는 가장 덩치 큰녀석을 향해 쇄도했다.
“너만 레벨 5야, 너부터 조져줄게.”
그중 가장 체격이 좋은 녀석의 복부를 향해 어깨를 들이받는다.
“끄어어억!”
나보다도 머리 두 개는 커서 2m는 될 것 같은 거구 남자의 눈이 동그래진다.
복부에서 섬뜩한 소리가 나는 걸 무시하며 그대로 어깨로 밀어붙인다.
“으아아아아!”
기합과 함께 2m짜리 거구를 밀어내자 그 뒤에 있던 녀석들이 같이 몸이 겹쳐져서 하나의 햄버거가 되어 데굴데굴 굴렀다.
콰앙
결국, 촌장집의 문이 박살이 나고 난 그 거구를 마당까지 밀어붙여 내동댕이쳤다.
“으으으으...”
“아파...”
방금 좁은 집안에서 엉겨있다가 여기저기 부딪혀서 잔 부상을 입은 남자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촌장이 마당으로 나와서 살짝 창백해진 안색으로 나를 노려본다.
“믿기지 않는군요. 레벨 1짜리 움직임이 아닙니다. 분명 레벨 1이라 떠 있는데 말이죠.”
“너희 천한 농노의 기준으로 귀족을 재단하지 마라. 나름 한 수 정도는 숨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그것도 이젠 모두 의미 없게 되었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
말을 하다말고 등 뒤에 소름이 돋아서급히 허리를 틀었다.
그러자 내 옆구리를 스치는 날카로운 은빛 단도.
스걱
으윽.
옆구리가 조금 베였다.
“이 새끼가 비겁하게 칼을 들고 뒤에서 기습을 해?”
와.
싸움 시작하기 전에 민첩 올리지 않았으면 한방에 훅 갈뻔했다.
옆구리의 자상을 살펴보니 살짝 스친 정도.
피가 좀 나긴 하지만 내장이 상한 건 아닌 듯싶다.
“개새끼. 넌 뒤졌다.”
바로 뒤에 가서 날 습격한 놈을 붙잡는다.
“놔! 이거 놔라!”
내 헤드락 자세에 숨이 막힌 녀석이 칼을 떨구고 버둥대며 손톱으로 내 팔뚝을 긁어대지만, 힘 차이가 나서 어림도 없다.
난 그 녀석이 떨어트린 칼을 역으로 주웠다.
“살려,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그제야 힘의 차이를 깨닫고 목숨을 구걸하는 비루한 녀석.
그 녀석에게 세상의 간단한 이치를 알려준다.
“남의 등에 칼 꽂을 생각 했으면 네 몸에도 칼 박힐 수 있다는 걸 생각했어야지.”
푸우욱
그대로 복부에 단도를 찔러넣는다.
비명도 못 지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사내.
“아직 안 끝났다.”
내가 지구에 있던 시절 대한민국의 동쪽에는 일본이라는 섬나라가 있었다.
그리고 과거 일본의 지도층 사무라이에게는 전통이 하나 있었지.
바로 할복.
그 문화가 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써먹네.
드드드드득
바로 찔러넣은 칼을 가로로 돌리고 복부 중앙에서부터 옆구리까지 고등어 배 가르듯 절개해버린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음, 처절한 비명이 내 귀를 즐겁게 하는군.
전에 유부녀 사냥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피 맛이다.
주르르륵
그의 배를 통해 흘러내리는 내장과 피들이 바닥에 우르르 떨어진다.
“우, 우웨에에엑! 웨에엑!”
“촌장 생각보다 비위가 약한걸?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거야?”
쿠당탕탕
그때, 집 안에서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던 사내들이 다시 우르르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 또한 갈라진 사내의 복부를 보고 똑같이 구역질해댔다.
“으으으...”
“징그러워.”
드디어 사내들의 눈에 공포가 아로새겨진다.
근데 왜 카르마가 안 오르냐?
나중에 한꺼번에 주려고 하나?
새롬이가 정말 단단히 삐졌나 보네.
아무튼, 지금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한다.
“늬들은 오늘 다 죽었다고 복창해라.”
“개소리 하지 마! 우린 아직 10명 이상 남아있….”
말도 못 끝냈다.
이미 입만 나불대는 녀석의 뒤를 잡은 나는 칼손잡이로 그의 뒷목을 퍽 쳤다.
사내는 바로 눈 까뒤집고 거품을 물고 기절한다.
그러게 왜 제일 먼저 입을 나불대?
“말, 말도 안 돼.”
“눈에 보이지도 않았어….”
“역시 귀족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어! 모두 도망쳐!”
그 도망치라는 녀석부터 돌려차기로 아구창을 날려버린다.
퍼억
오우.
강냉이 봐라.
건치였네.
녀석들이 도망가면 괜히 귀찮아지기에 난 최대한의 속도로 녀석들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죽이지 않은 이유는 죽음조차 이 녀석들에게는 사치라고 생각되었기 때문.
결구 내 압도적인 스텟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마을 남자 전원이 실 끊어진 허수아비마냥 허우적대며 모조리 마당에 쓰러져 기절했다.
“마지막으로 촌장. 할 말이 있나?”
“살, 살려주십시오! 제가 위아래 구분을 못 했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평생을 감사하면서 살겠습니다.”
드디어 벌집을 잘못 건드렸다는 걸 깨달았나 보다.
내 앞에서 촌장이 넙죽 엎드려서 벌벌 떤다.
그럼 이제 뒤처리를 해야겠지.
“당장 집에 들어가서 이 녀석들을 묶을만한 밧줄을 가져와라.”
“네...네!”
내 말을 알아듣고 헐레벌떡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나름 촌장 집인데 밧줄 정도는 있겠지.
역시나 밧줄을 가져오는 촌장.
“이 녀석들을 묶어. 대충 묶었다간 네 목을이 밧줄로 묶어주겠어.”
“알겠습니다! 꼼꼼히 묶겠습니다.”
겁에 질린 촌장이 손목에 피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마을 남자들을 포박하기 시작한다.
그 정도로 강하게 묶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도 촌장에 뒤지지 않게 나머지 녀석들을 굴비 엮듯이 줄줄이 묶었다.
마당에 화초들처럼 가지런히 정렬된 검은 머리 짐승들.
늬들은 이제 죽었다고 복창해라.
“여기 가만히 있어. 허튼짓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알고 있지?”
“물, 물론입니다.”
촌장의 겁에 질린 대답을 대충 넘기며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바닥에 가슴을 절반쯤 내놓은 메이의 뺨을 찰싹 친다.
“야, 일어나.”
“으음…. 주인님? 이게 어찌 된 일이죠?”
“마을 사람들이 우리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그제야 깜짝 놀란 메이가 벌떡 일어나서 몸을 점검했다.
그리고는 한쪽이 툭 튀어나와 시린 바람을 맞고 있는 자신의 젖가슴을 보고 불안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아니야. 그래도 가슴 정도는 만진 거 같더라.”
“으아아앙! 죄송해요, 주인님. 제 젖은 주인님만을 위한건데, 흐앙!”
내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내는 메이.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해주고 있을 때 셰릴이 눈을 뜬다.
그녀의 눈앞에는 가슴을 드러낸 채 울고 있는 메이와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내가 보이자 역시 똑똑해서 무슨 상황이 벌어진 지 한눈에 깨달았다.
“이 개 같은 놈들. 죽여버리겠어!”
그러고 보니 셰릴의 경갑도 벗겨지고 옷이 흐트러져서 그녀도 자신이 몸이 희롱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갑옷을 입고 레이피어를 착용한 그녀가 나에게 도게자를 했다.
“하찮은 농노 수컷들에게 제 몸이 더럽혀졌어요. 자살이라도 해서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특히 셰릴은 내 호위기사인데 막상 중요한 순간에 잠이 들어 날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사실에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마음에 걸리면 다음 떡칠 때 잘해주던지.”
“...제 구멍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주인님의 육봉을 만족시킬게요♥”
내가 대안을 마련해주자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도게자 자세를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셰릴.
그래. 셰릴아.
너도이제 가랑이 벌려서 남자한테 용서 구하는 법을 알았으니 완전히 여자라 봐도 되겠다.
나랑 메이, 그리고 셰릴은 밖으로 나가 포승줄에 묶인 채로 신음을 흘리는 마을 남정네들을 보았다.
그들을 쳐다보는 셰릴의 눈빛에는 불꽃이 튀긴다.
스르르릉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은 있나?”
“살, 살려주십시오. 저는 촌장의 명령을 따른 것뿐입니다.”
“뭐라고? 레이디 덮칠 생각에 제일 신나서 바지 벗은 놈이 누군데 이제 와서 책임 전가야?”
“다 당신 때문이야.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갔지. 왜 괜히 일을 꾸며!”
“그럼 지금이라도 당장 골드 토해내. 돈도 받고 좆물도 본성 레이디들한테 뿌려댈 생각에 씨 모아두느라 아내랑 섹스 안 한 지도 며칠째라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서로 신나서 날뛰다가 망하니깐 서로 책임 전가하느라고 난리도 아니다.
어휴, 더러워서 더는 못 들어주겠네.
살 가치가 없는 버러지들이니 내가 어떻게 다루어도 상관없겠지.
“조용.”
내 말에 모두가 침묵에 빠지며 날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이곳 장원에서 여자들을 못 봤군. 도대체 여자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그, 다 재우고 나왔습니다. 수면제를 먹이고요.”
“그러니까 본인들 와이프나 딸들은 다 재우고 너희 사내들끼리 내 여자들 돌려가며 먹으려고 이 야밤에 나왔다 이 말이지?”
사내들이 침묵을 지킨다.
이런 씨부럴 녀석들.
진짜 양심 없는 새끼들이네.
제 여자들 내버려두고 남의 여자를 처먹을라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생각이 있지.
“메이, 지금 즉시 마을 여자들 모조리 깨워서 여기로 집합시켜. 지금부터 초야권을 행사한다.”
남에 여자 탐한 죄.
너희 여자로 갚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