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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육변기를 얻게 되었다





〈 33화 〉육변기를 얻게 되었다

그나저나 고민이 있다.

“새롬, 예전에 나랑 셰릴의 일대일 결투할 때 천사가 내려와서 공증을 해줬잖아. 악마 쪽은 그런 구속력 있는 계약은 없는 거야?”
[후보자 권한  질문입니다.]

뭐야, 기껏 비열한 악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권한이 부족하다니.

도대체 어느 정도 칭호를 받아야지 내부 정보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걸까?

“에휴, 악마연합이라고 거창하더니만 별거 없네. 천사들은 강림까지 해서 공증을 해주는데 이쪽은 영 맹탕이야.”

일부러 도발 한 번 긁어준다.
큭큭큭.
어때, 새롬아?
현재 기분은 어떻습니까?

[...그런다고 말 안 해줍니다.]
“말을 안 해주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겠지. 빈털터리인데 말해줄 수 없는 게 당연하잖아?”

큭큭.
분명 글자로만 대화를 나누는 사이인데도 새롬이가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한 가지만 말씀해드리죠. 악마의 계약서라고 있습니다. 당연히 영혼계약이고 미개한 천사 녀석들처럼 일일이 공증할 필요 없이 악마력으로 상대의 영혼을 묶어놓기 때문에 그 구속력은 이루 말할  없습니다.]
“뭐야, 다 말해줬네. 근데 무슨 권한 운운하는 거야?”

새롬이가 말이 없다.
본인도 내 도발에 꼴랑 넘어가서 말실수 했다는 걸 아는 거지.

 은근히 놀려먹기 쉬운 타입이네.
앞으로 도발 수법 종종 써먹어야지.

[진짜 앞으로  번만 더 이런식으로 월권행위를 유도했다간 악마연합에 보고할 겁니다. 경고입니다.]
“미안합니다, 새롬 씨. 앞으로  그럴게요.”

여기서는 납작 엎드려줘야 한다.
선을  지키는  송길준의 장점 아닌 장점이었거든.

역시나 새롬은 내가 엎드리니까 더 뭐라 말도 못하고 가슴을 치는 모양.

새롬아.
그렇지 않아도 작은 A컵 가슴 쾅쾅 치다간 낑깡가슴 된다.

 말까지 했다간 진짜 줬댈 것 같았기에 참았다.

“새롬,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보자. 그 악마의 계약서라는 걸 구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불가능합니다. 인간 따위가 꿈도 꾸지 마세….]

방금 왜 말을 끊은 거야.
그건 그렇고.
인간 따위라고?
새롬이 나름 마족이라고 인간 엄청나게 무시하고 있었구나?

생각해보면 셰릴과의 결투  내려왔던 천사.
그 천사도 스테이터스는 감정할 수 없었지만 어마어마하게 강해 보이긴 했다.

악마와 천사는  그렇게 강한 걸까?
아리송한 사실이지만 물어보면  권한 밖의 질문이라 하겠지.

[...후보자 데이몬님. 마왕 ‘A’님께서 후보자님께 악마의 계약서 20장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건투를 빈다고 하시는군요.]

응?
이게  떡이야.

역시나 72 마왕들은 내 판타지아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악마의 계약서가 왜 필요한지도 알아서 20장을 딱 맞게 보내주는 것 봐라.

“고맙다고 전해드려. 혹시 마왕 A의 본명을 아는  불가능할 테지?”

불가능할 거다.
지금 마왕 A는 나에게 몰래 베팅을  거다.

이런 류의 도움이 원래라면 지금 단계에서 불가능하리라 예상된다.

그게 가능했다면 후보자 하나 세워놓고 후원 폭탄 때리면 판타지아 대륙 하나 삼키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하지만 72 대천사도 눈 시퍼렇게 뜨고 있고 같은 마왕들도 신경 쓰이는 처지에 이걸 몰래 보냈다는 의미는?

내 활동에 마왕 A라는 녀석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셈.

후에 내가 이곳 판타지아를 휘어잡는 큰 인물이 되면 이 녀석은 잭팟을 터트리게 되겠지.

“그 선택.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혼잣말인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크게 외쳤다.
알아서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마왕 A.

갑자기 눈앞에서 펑하고 나타난 악마의 계약서는 낡은 양피지로 이루어진 고문서처럼 생겼다.

20장을 탁상 위에 가지런히 쌓아놓고 있으려니 회관의 문이 열리면서 메이와 셰릴이 들어온다.

“주인님, 그 빌어먹을 파렴치한들을 모조리 회관 앞 나무에 묶어놓았습니다.”
“잘했다.”
“육변기들은 어떻게 할까요? 모두 회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큭큭.
메이 지도 여자면서 마을 여자들을 거리낌 없이 육변기라고 부른다.

하긴 나 아니었으면 본인들이 마을 남자들의 육변기가  뻔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건가?

“들여보내.”
“들어와, 변기들아.”

메이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인 마을 여자들 20명이 들어와서 2열 횡대로 내 앞에 섰다.

역시나 대표는 촌장 아내 엘리샤.
그녀가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영주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성노인 적이 없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여기에 서명부터 해.”

그러면서 악마의 계약서를 마을 여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여자들이 20명이니 계약서도 딱 맞아 떨어졌다.

“주인님? 이게 뭔가요?”

셰릴이 궁금해서 물어본다.
그녀도 72천사를 믿는 사람이다 보니 악마의 계약서를 처음 보나 보다.

그러면 이쯤에서 뻥카  번 쳐준다.

“천사의 계약서다.”
“천사의 계약서요?”
“그래, 약속의 공증 효과가 있다.”

셰릴이 고개를 갸웃한다.
큭큭.
이런 계약서가 있으면 천사들이 일일이 강림했겠니?

“뭐, 이런 것도 있을  있겠죠.”

역시나 대충 넘기는 모양새.
 좆집이 된 후부터는 나에 대한 의심은 깨끗이 접은 그녀다.

“그럼 악…천사의 계약서를 지금부터 작성하겠다.”

악마의 계약서 작성 방법은 새롬이실시간으로 글씨를 눈앞에 띄워줘서 알 수 있었다.

난 조항들을 직접 입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첫째, 판타지아 대륙 크래스 장원 영주 나 데이몬은 장원 농노 여인 20명을 성노이자 육변기로 쓸 것을 선언한다.”

 말과 함께 붉은 글씨가 저절로 양피지에 적히기 시작한다.
여인들은 깜짝 놀라서 종이를 쳐다보았다.

이들은 문맹이라서 글씨를 읽을 수는 없지만 스스로 뭔가가 생기는 종이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앞으로 내가 말하는 조항의 의문이 있다면 질문해라. 알았나?”
“...네에.”

마을 여인들이 자신 없게 대답한다.

조항의 내용은 이랬다.

1. 판타지아 대륙 크래스 장원 여인 20명은 해당 장원 영주 데이몬의 성노이자 육변기가 된다.

2. 육변기들은 주인인 데이몬의 소유기 때문에 그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들의 생사여탈권은 데이몬에게 있으며, 육변기들은 주인의 생명에 위해가 되는 어떠한 행위나 생각도 할 수 없다.

3. 2번 조항을 어길 경우 정신력에 의해 구속된 영혼에 직접적인 고통을 주기로 한다.

4. 육변기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주인 데이몬의 정액을 받아주어야 한다.
그것이 설사 죽음 직전에 이르더라도 변함은 없다.

5. 육변기들은 데이몬의 사후 같이 죽음을 맞는다.
반면에 육변기의 죽음에 데이몬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6. 육변기들은 인권이 말소된다.
주인 데이몬을 제외한 육변기가 되기 전의 모든 인간관계는 무의미해진다.

7. 6의 조항을 어기고 과거의 인권을 찾으려고 시도할 시, 마찬가지로 영혼의 구속력에 의해 고통을 받게 된다.

8. 데이몬과 그의 수행원들은 여인들이 육변기가 되는 대가로 그들의 가족을 해할  없게 된다.
이를 어길 시, 역시나 영혼의 영원한 고통이 수반된다.

오우.
독소조항 천지네.
내가 말하고도 진짜 악랄한 계약서다.

사실상 그럴  없는 8번을 제외하고는 인권 포기각서나 마찬가지인 셈.

심지어 옆에 있던 셰릴도 의아한 얼굴이다.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천사의 계약서에 이런 조항들을 넣으면 체결이 될까요?”

큭큭큭.
되겠니?
당연히 안된다.
하지만 이건 악마의 계약서라고.

“가능하다. 우주의 진리를 꿰뚫고 계시는 72 대천사님들의 기준은 우리 같은 미물들은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일단 그럴싸하게 입을 털어주자 셰릴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 메이를 보니깐…그래, 배가 많이 고프나 보구나?
메이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진짜 얘는 순둥순둥한 맛으로 키운다.

“그럼 질문 있나? 질문이있으면 받겠다.”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도 내가 볼 때는  엘리샤 하나뿐이다.

번쩍

그래.
질문할 사람이  하나지?

“엘리샤, 뭐가 의문이지?”
“이건…그냥 저희보고 죽으란 소리잖아요.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요.”
“그래? 그러면 죽여줄게. 셰릴, 가서 문밖에 묶여 있는 사내놈들. 모조리 레이피어로 조지고 와. 그냥 죽이진 말고. 며칠에 걸쳐서 천천히 죽인다. 오늘은 일단 새끼손가락들만 끊어놓고 와라.”
“네, 주인님.”

셰릴은 그 짐승들에게 고통을 줄 생각에 신이 나서 칼을 챙긴다.

그러자 새하얘지는 안색의 엘리샤.
야, 이제 와서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애초에 이건 죽을 거냐 계약할 거냐였다.
하기 싫으면 죽던가.
마음대로 해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나으리가 죽으면 우리도 따라 죽어야 된다니요.”
“셰릴, 오는 길에 촌장  거시기도 잘라와라. 어차피 이제 쓸모도 없겠지.”

덜컹

셰릴이 문을 닫고 나갔다.
솔직히 나도 궁금하긴 하다.

얘가 아무리 기사라도아직 사람 하나 죽여본 적 없는 햇병아린데 남자 양물을 잘라올 수 있을까?

“끄악, 끄아아아악!”

바깥에서 들려오는처절한 비명.
음, 괜한 걱정이었네.
셰릴아, 정말 열이 많이 받았었구나.

끼이익

문이 열리고 셰릴이 다시 들어오자 모든 여인의 눈빛이 집중된다.
정확히는 그녀의 피칠갑이 된 손을 바라본다.



“꺄아아악!”
“징, 징그러워.”
“에그머니나! 에그머니나! 저게 정말 촌장님 거시기여?”
“세, 세상에!”

다들 경악에 차서 셰릴이 던진 흉한 양물을 바라본다.
반면에 셰릴은 조금 후련한표정으로 날 보면서 말했다.

“주인님, 더러운 짐승 놈의 물건을 잘라왔습니다.”
“그, 그래. 잘했어.”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게 되네.
할 땐 하는 여자.
우리 셰릴.
대단하다.

옆에 메이를 슬쩍 보니깐 얘도 후련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뭐야 얘내.
무서워.

이러다가 나중에 청출어람 당하는 거 아니냐?
나랑 다니다 보니 깡다구가 좀 많이 강해진 거라고 편하게 생각하자.

슬쩍 보니 엘리샤는 기절 직전이었다.
제 남편 물건이 잘렸으니 정신이 나가지 않으면 이상하지.

“아직도 망설이고 있나? 셰릴, 지금 바로 나가서 촌장 아들 것도 잘라오도록.”
“네, 주인님.”
“잠시만요!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계약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아들은 내버려주세요. 흑흑흑.”

엘리샤의 항복 선언.
그녀의 얼굴에 결국 눈물이 흘러내린다.

 봐도 마을에서 가장   여자가 함락되었으니나머지도 보나마나다.

애초에 죽느냐 계약하느냐 문제였잖아?
그걸 가지고 협상을 하려 하면 안 되지 요 아줌마야.

“결심했다니 다행이군. 나머지 사람들은 질문이 없나?”

당연하게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럼 모두 지장을 찍도록.”

그러면서 내가 시범을 보일  먼저 엄지의 피를 내서 꾹 누른다.

그러자 다른 여인들도 피를 내서 계약서 우측 하단에 자신의 지문을 남겼다.

피를 보기 두려워하는 몇몇 여인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지장을 찍는다.
마침내 20명의 여인과 내가 모두 계약서의 도장을 찍었다.

“응? 달라진  없는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
순간 사기당한  아닌가 싶을 때였다.

“꺄아악!”
“아악! 아아악! 너무 아파!”
“진짜 아파요! 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린다.
마을 여인들이 온몸이 타오르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회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걸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나에게도 고통이 엄습한다.

“크, 크아악!”
“주인님, 괜찮으세요?”

너무 고통스럽다.
이거 악마의 계약서라더니 나도 악마에게 당한 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이렇게 뒤통수를 맞고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팔뚝에 누가 끓는 물을 붓는 것 같아!”

오른쪽 팔뚝이 미친 듯이 뜨거웠다.
왼손으로 옷을 걷어보니 내 오른팔에는 문신을 새긴 듯한 검은 글씨가 새겨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로마 숫자.
Ⅰ Ⅱ Ⅲ Ⅳ Ⅴ...
1~20까지의 로마 숫자 문양이 내 팔뚝에 새겨진다.

대체 이게 왜 새겨지는 거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정신이 혼미할 때쯤 언제 아팠냐는 듯이 통증이  끊긴다.

“으으으...”

내 통증이 끝날 때 맞춰 여인들도 한결 고통이 가신 듯했다.
그리고 일어난 여인들.

그리고 난 한 번에 여인들이 달라진 점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들의 얼굴에는 인두로 지진듯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아무리 세수를 박박하고 화장을 짙게 해도 절대 가려지지 않을 글자들이다.

이마 정중앙에는 육(肉).
오른쪽 볼에는 변(便).
마지막으로왼쪽 볼에는 기(器)가 새겨져 있다.

“...전원 옷 다 벗어봐.”

 말에 여인들이 수치심도 아랑곳하지 않고 뭔가에 홀린 듯이 옷을 훌렁 벗었다.

그리고 전라가 된 그녀들의 몸에 검은색 글씨를 발견한다.

오른 젖가슴에는 성(性).
 젖가슴에는 노(奴).
두 글자가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게다가 그녀들의 보지 위쪽 자궁의 위치한 곳에도 글씨가 적혀있다.
바로 로마 숫자 글씨체였다.

Ⅰ Ⅱ Ⅲ Ⅳ Ⅴ...

자궁 번호.
저건 저 여인들의 자궁 번호다.

“뒤돌아봐.”

혹시 뒤에도 뭐가 적혀있나 싶어서 뒤돌아보라고 했다.
역시나 엉덩이에도 뭔가 적혀있었다.

심지어 거기에는 오른쪽 엉덩이에서부터 꼬리뼈, 왼쪽 엉덩이에 이르기까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저는 데이몬 주인님의 육변기입니다.’

저 여인들의 인생은 끝났다.

정신 제대로 박힌 남자라면 몸에 잔뜩 적혀있는  수많은 글자를 보고 이 여인들을 데려갈 생각은 절대 못  것이다.

하긴, 이제 여인도 아니라 육변기들이지.
나도 모태 악인이라지만 악마의 계약서의 악랄함은 인정해줘야겠네.

“너희들 말이야. 나랑 지금 영혼으로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다.”

내 말에 멍하니 있던 육변기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스무 개의 육변기들은 나와 뭔가가 연결되었다.

이건 서로가 느끼고 있다.
난 이렇게 20개의 육변기를 얻게 되었다.

 



사상 최악의 주인공〈 33화 〉육변기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