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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다다익선이다





〈 50화 〉다다익선이다

고블린들을 모조리 작업친 후, 나는 지하실에 갇혀 있는 여자들을 하나하나씩 풀어주었다.

“으윽, 냄새.”

진짜 가까이 접근하니 역겨운 고블린들의 정액 냄새가  끼친다.
초록색 점액질 범벅의 여자는 고블린 새끼를 배었는지 배가 불룩했는데 나한테 풀려났는데도 반응이 없다.

“이봐, 정신 차려라.”

말을 걸었는데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뿐.
완전히 정신을 내려놨구나.
하긴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겠지.

휘적 휘적

손바닥을 들어서 여자의 눈앞에 흔들어봤지만, 정신을 차릴 기색은 전혀 없다.

철썩 철썩

뺨을 때려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내가  여자에게 해줄 있는 호의는 이것뿐이다.

촤악

붉은 피가 흩뿌려진다.
날아간 여인의 목이 굴러가다가 벽에 부딪히고 멈추었다.
죽어서야 눈물을 흘리는 여인.

“…뭐지? 그냥 기분이 더럽네.”

예전에 송길준이었을 때는 이보다  잔인하게 사람들을 작업했었다.
그때는 이런 광경을 보면 오히려 성적으로흥분되었다.
데이몬이 되고 나서 나 스스로가 조금 변한 게 아닌가 싶다.

“뭐, 어차피 나는 내 목표만 이루면 되니깐 성격 조금 변하는 거야 상관없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른 여인들도 살펴보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여인들은 거의 다가 이미 몸이 완전히 망가지고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그런 여자들은 아까 여자처럼 안식을 주었다.

하지만 아직 정신이 나가지 않고 생생한 여자도 있었다.
가장 구석방에 있는 여자들은 다른 여자들보다 상태도 양호하고 몸도 깨끗한게 아직 당하기 직전인  보였다.
 보더니만 눈이 휘둥그레져서 발광하는 여인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 시끄럽네! 소리 지르면  구해준다?”

큭큭.
바로 합죽이 되는 거 봐라.
쇠사슬을 풀어주고 한데 모아보니 한 11명 정도 된다.

“티모, 이 여자들은  정신이 멀쩡할까?”
“취익!  여자들은 잡아온  하루도 안 되었다! 취익! 최근에 습격한 상단의 여자! 취익!”

그랬군.
아직 지하실 신입들이라 이거지?
어제 잡혔는데  잠깐 사이에 정신적으로 엄청 고통받았는지 얼굴이 헤쓱해져 있다.

“어디 년들이냐?”
“저희는 리만 표국 사람들입니다.”
“…표국?”

표국이 뭔지는 안다.
나름 웹소설 회사 사장이었고 무협지도 많이 읽어봤으니깐 말이야.
의뢰받고 물건 옮겨주면서 운송비 받는 택배 회사 같은 거잖아.

그런데 판타지아 세계관 기묘하네.
나라 이름은 유럽 쪽 이름인데 동양 배경의 무협지에서나 쓸만한 표국이라니.
웃기긴 하지만 평행세계이니 그러려니 하기로 한다.

“갈리아제국과 윌렛 왕국 사이에서 표국 겸 보부상 노릇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마녀의 숲 인근에서 잡혀서 이렇게 된 거고?”
“…그렇습니다, 흑흑흑.”

 번째 여자가 흐느끼기 시작하자 다른 여인들도 감정이 전염이 되었는지 일제히 흐느낀다.

“흑흑…”
“이제 우리 어떡해…”
“흑흑흑…”
“아 그만 질질 좀 짜!”
“히끅!”

진짜  들어주겠네.
소리 한 번 지르니까그제야  조용해진다.
몇몇은 너무 놀랐는지 딸꾹질도 하는 모양.

“아무튼, 난 너희를 풀어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와줬다고 생각해. 앞으로는 멍청하게 고블린 새끼들에게 잡히는 일 없도록.”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간다.
그러자 들려오는 다급한 여인들의 목소리.

“잠, 잠깐만요!”
“왜, 자꾸 귀찮게 하면 너희도죽여버린다?”
“저흴 버리지 말아 주세요. 저희도 데리고 가주세요.”

뭐?
너흴 데리고 가라고?
내가 왜?

“…이유는?”
“저희는 갈 곳이 없어요. 애초에 거점 없이 떠돌아다니는 게 저희 리만 표국이었고 이번 습격에 가족들은 모두 고블린에게 죽었어요.”
“그래서? 그게 내가 너희를 데려가야 할 이유인가?”

웃기는 여자네.
가족 죽고  곳 없는 건 너네 사정이고요.
내가 데려갈 이유는 아니잖아?

“제발…제발 데려가 주세요.”

엉금엉금 기어 와서 내 발목을 붙잡고 눈물을 뿌리며 사정하는 여자.
보통의 남자라면 동정심이 들지만 난 불쾌감부터 든다.



“아악!”
“더러운 년이 누구 발목을 만져!”
“흐으윽…”

짜증이 나네.
이렇게 논리 하나 없이 감정에만 기대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년들은 작업대상 1순위였는데 말이야.

“야, 고블린 암컷들아. 잘 들어.”
“고…블린 암컷이요?”
“그럼, 너희 모두 고블린 놈들 부족에서 발견되었는데 너희 남편들은 고블린이지, 설마 인간이라 생각하는 거냐?”

 말에 여인들의 얼굴이 하얘진다.
몇몇 여인들은 눈물샘이  마르는지 또다시 눈물을 쏟아내는 모양.

“마지막 기회를 줄게. 날 설득시켜. 너희를 데려갈 만한 이유를 나에게 말하란 말이야. 불쌍하니까 뭐 이딴 핑계를 대면 목을 날려버리겠어.”

여인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뭐라 의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얘기가 끝났는지 한 명이 대표로 나와 이야기한다.

“저…정했습니다.”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어?”
“…혹시 아내가 있으신가요?”
“있는데?”
“……”

그것도  명이나 있지.
갑자기 할 말이 궁해진 여인.
어버버거리는 게 내가 싱글이라 생각했나 보다.

“혼자야?”
“네?”
“어, 싱글이야.”
“…???”

예전 지구에서 재밌게 봤던 영화대사 한 번 쳐준다.
고민고민하던 여인이 다시 어렵게 입을 연다.

“저기…사내들은  여자로 만족을 한다고 들었어요. 최대한 많은 여자를 항상 원한다고…”
“그래서?”
“저희 11명이 모두 당신의 아내가 될게요. 그러니 데려가 주세요.”

하, 참.
열심히 생각해낸  겨우 그거야?
난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네.
바로 가서 대표로 말한 년의 뺨을 날린다.

철썩

“꺄아악!”
“어째서! 왜 때리는 거죠? 당신의 아내가 되어준다니깐요?”

그러니까.
늬들 마인드부터가 잘못되었어.
내 아내 되기가 얼마나 힘든데.
감히 시험도치지 않고 낙하산으로 들어올라 그래?

“뭔가 착각하는가 본데. 내 아내가 되겠다고 하면  고맙습니다~할 줄 알았냐?”
“그, 그래도 우리는 큰 맘 먹고 열 명이 모두 당신 하나만 바라보겠다고 한 건데…”

아.
그냥 구해주지 말걸.
고블린에게 강간당하게 내버려두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저편에 잠깐 떠오르다가 사라졌다.

“모르겠다. 노답년들. 알아서 죽든지 살든지. 티모야 가자.”
“취익! 알겠다, 주군. 취익!”

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가자 여인들은 반신반의하는 표정.
설마 아내 11명이 생길 기회를 포기하고 그냥 가는  믿기지 않는 기색이다.
하지만 정말로 내가 지하실을 나갈 것 같자 뒤늦게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잘못했어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그래.
협상은 이렇게 하는 거지.
내가 철저한 갑이거든.
우리 다시 의논을 해보자고.

“뭘 자꾸 귀찮게 자꾸 붙잡아? 한 번만  붙잡으면 진짜 죽여버리겠어.”
“첩! 당신의 아내가 아니라 첩이 되겠어요!

삐빅.
오답입니다.
첩은 이미 한 명 있고 그 휘하에 육변기 19명이 있거든요.

“또라이 같은 년들. 장사꾼이라는 년들이 장사 드럽게 못하네. 꺼져라.”

지하실을 뛰쳐나왔다.
내 앞에는 오크와 고블린들이 도열해있다.

“보물이랑 무기, 식량. 모조리 챙겨서 베이스캠프로 돌아간다. 한 번에 못 옮길 테니 여러  나눠서 옮겨.”
“뀌익!”
“취익! 알겠다, 주군!”

내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60명의 몬스터들.
나도 슬슬 돌아가 볼까?

“잠시…잠시만요.”
“뭐야, 너네. 아직도 미련이 남았어?”

큭큭.
미련이 안 남을 수가 없겠지.
지하실에서부터 헐레벌떡 올라왔나 보네.

여기서 내가 가버리면 마녀의 숲에 여자들 11명이 옷도 없이 노숙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몬스터도 아닌 맹수 한 마리라도 만나면 죽은 목숨이다.

“어, 어떻게 해야지 당신이 저희를 데려갈 건가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거둬주세요.”

그래,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지.
선제시는 기본 아니냐?

난 엎드려 애걸하는 여인 앞에서 쪼그려 앉아 그녀와 눈을 맞췄다.

“자, 장사꾼이라고 하니깐 우리 계산을 해보자고. 일단 너희는 고블린들에게 신세 망친 년들이야. 그건 인정하지?”

끄덕끄덕

“그런 너희를 누가 아내로 맞이하고 싶을까? 사실상 고블린 암컷들인너희를 말이야.”
“흐윽! 그래도 당신 말고는 아무도 저희 과거를 모를 거 아니예요!”

아하.
과거 세탁하고 새 출발 하시겠다?
양심 없는 년이네.



“켁! 케켁! 나도 원해서…이렇게 된 게…”
“잘 들어. 너희도 원해서 고블린 와이프가 된 게 아니란  알아. 하지만 그건 너희 사정이잖아?”

자의든 타의든 간에 신세를 망쳤으면 눈높이를 낮추셔야죠.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살아온 여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려고 하면 되겠냐?

“난 너희를 나와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할 생각이 없어. 뭐? 내 아내?  첩? 그건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목을 잡고 올리니 대표로 나선 여자가 버둥거리면서 얼굴이 하얗게 된다.
하지만 풀어줄 생각은 없다.
정말 죽일 생각으로 콱 쥐고 들어 올린 거니깐 말이야.

“저세상에 가서는 본인의 분수를 잘 파악하도록.”

그러면서 그녀의 목에 힘을 더 주니까 여자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눈알이 위로 올라갔다.

곧 숨이 막혀 죽을 예정.
그때, 11명의 여인 끝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잠깐만요! 멈춰보세요.”
“멈출만한 이유를 말해. 그렇지 않으면 이 여자 곧 죽어.”
“언니는…언니는 똑똑한 여자예요! 머리가 좋으니 어디에 쓰셔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여자라고요!”

털썩

바로 내려놨다.

“지금 뭐라고 했지?”
“언니는…제국 아카데미 출신이에요! 머리도 좋고 계산도 빠른 여자라고 요!”

아카데미?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같은 거겠지?
그럼 이 여자.
배운 여자겠네?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니가 죽는 게 무서워서 아무 생각이나 떠올라서 말해봤어요. 흐아앙!”

야.
잘 말했다.
그럼 테스트 하나만 해볼까?

“그럼 혹시 글자를 읽을 수 있나?”

그렇지 않아도 셰릴 혼자 밤낮으로 애들 가르치느라 요새 힘들어하는  같던데.

“무슨 글자 말씀하시는 거죠? 고대 룬 문자는 1000년 전 것은 못 읽어요. 현세 이후 것만 익혔거든요. 마법사  생각은 없어서요.”

뭐야.
그냥 가나다 읽을  아느냐니깐 왜  문자가 나와.
이 여자들 뭔데?

“이 여자만 아카데미 출신이야?”
“저희  아카데미 동문이에요.”
“너도?”
“네, 저도요.”

 이런 고급 인력들이 떠돌이 상단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이해가  되네.

“거기 나올 정도면 먹물 좀 들은 년들인데  바깥에서 사서 고생을 한 거야?”
“흐흑, 위험하긴 해도…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된 가족사업이었어요. 게다가 상행 10년 정도만 하면 평생 먹고살 돈 벌 수 있어요. 상단 지원도 아무나  하는 일이라고요!”

아.
난 표국에 보부상이라길래 봇짐장수 생각했는데.
얘내 대기업 출신 교육받은 재벌녀들이었구나?
학벌도 빠방하고 능력도 좋은 애들이었어.

“흐음…그러니까 너희는 모두 리만 표국 출신들이고 리만 표국은 수십 년 역사에 매출 어마어마하게 나왔던 택배 회사. 너희는 상단에서 태어나고 아카데미까지 졸업 후 돌아와서 상단을 위해 일하고 있던 여자들…이라는 거 맞지?”
“택배 회사라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얼추 맞아요.”

이렇게 되니 구미가  당기네.
내 밑에 현재 똑똑한 여자들이 좀 없기는 해.

그나마 셰릴 한 명인데 셰릴도 굳이 따지자면 기사라서 귀족들 사이에서 똑똑한 편은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이 여자들, 이 지경이 되고도 콧대가 좀 높아 보인다.
어쩐지 처음 만나자마자 뜬금없이 내 아내 되겠다 어쩌고 지랄할 때부터 범상치 않아 보이긴 하더라.

정했다.
이 11명의 여자도 교육을 거친 뒤에 모두 다  것으로 만들겠어.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사상 최악의 주인공〈 50화 〉다다익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