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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화 〉에밀리 조심해라





〈 62화 〉에밀리 조심해라

다음날.

“낑, 끼이잉…”
“낑, 낑!”

이게 무슨 소리냐고?
코볼트 놈들이 배를 뒤집고 내 앞에서 아양을 떠는 소리다.

이 녀석들 내가 후보자 스킬인 몬스터 로드로 세뇌한 상태도 아니다.
그냥  전력을 휘몰아치고 부족에 쳐들어갔더니 즉시 배를 내보였다.

평균신장 2m~3m에 달하고 단단한 갑옷과 스쳐도 몸이 통째로 두 갈래로 갈라질 듯한 커다란 양날도끼로 무장한 레벨 30에 육박하는 오크 30마리.

마찬가지고 가벼운 경갑으로 무장한 채 양손에 들고 있는 대나무 대롱으로 간격조절을 통한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레벨 30에 근접한 고블린 레인저 30마리.

몬스터들은 평범한 인간보다 육감이 발달하다 보니 상대의 강약을 느끼는 감각이 뛰어나다.

저들은 지금 얼굴을 따갑게 할 정도로 사나운 투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싸워봐야 견적도 나오지 않는 걸 알고 똑똑하게 배를드러내고 있는 거다.

“일이 쉬워졌군.”

몬스터 로드 발동!
[코볼트 30마리가 당신의 권속이 되었습니다. 90/100마리의 몬스터가 현재 당신의 권속입니다.]

“취익! 티모 대위, 주군에게 감사한다. 취익! 이제 우리는 코볼트 놈들을 타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다니며 싸울  있다! 취익!”
“좋아, 그래도 미리 한  각자 코볼트들에게 타서 합은 맞춰봐.”
“취익! 물론이다!”

이로써 녹귀대는 기마대와 비슷한 형식의 부대편제를 마치며 보병과에서 기병과로 병과 전환을 완료했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나는 내 여자들과 부하들을 모두 소집했다.

“전원집합!”

내 양 옆에는 정실 부인메이와 셰릴.
20명의 육림대. [평균레벨: 30]
10명의 십동대. [평균레벨: 20]
10명의 귀녀대.[평균레벨: 15]
30명의 중갑대. [평균레벨: 30]
60명의 녹귀대. [평균레벨: 30]

내가 두 달 내내 귀녀대원들과 섹스하는 동안 맹훈련을 했는지 다들 레벨이 많이 올랐다.

육림대원들은 대부분 레벨 30을 코앞에 두고 있고 십동대는 레벨 20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내 여자들 몸매가 범상치가 않다.
레벨이 많이 올라서 그런가?
아니면 훈련을 빡세게 해서 그런가.

육림대 여자들 몸매가 미쳤네.
거의 아마존 여전사급.
온몸에 근육이 제대로 붙었다.

아랫배에 군살 하나 없다.
복부에는 여성은 만들기 힘들다는 왕짜 복근들이 새겨져 있다.
그런 와중에 여성 호르몬이 가득 나와서 가슴은 풍만하고 엉덩이는빵빵하다.

동네 헬스장마다 꼭 한 명씩 있는 밝은 트레이닝복의 몸매 작살나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만 20명 모아놓은  같다.
물론  20명 전부  소유의 암컷이라는 낙인이 찍혀있지만 말이지.

후훗.
이거 괜히 뿌듯하군.

십동대 아이들도 더 이상 애들이라 얕볼 수가 없다.
아직 어린애들이다 보니 눈에 띄게 근육질이 된 애는 없었지만, 대부분이 탄탄한 몸매.

무엇보다 눈빛이 서늘하다.
웬만한 성인도 저 눈빛에 잘못 걸리면 반 작살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십동대주 에밀리.
천무지체의 소녀는 어느새 레벨 37이 되었다.
곧 40이 얼마  남았네.

내가 두 달 동안 교육실에 있어서 몬스터로드를 이용한 공짜쩔도 못 해줬는데 레벨이 오른 걸 보면 평상시에도 엄청나게 훈련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힐끗 옆을 보니 셰릴은 이미 레벨 40.
얘도 보니깐 에밀리에게 엄청 신경을 쓰는 듯하다.

침실에서 메이에게 최근에 셰릴과 에밀리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명문가에서 조기교육 받은 엘리트 기사.
아무것도 몰랐지만, 막상 뚜껑 열어보니 역대급 재능이었던 천재 농노 소녀.

셰릴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에밀리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매일 밤 훈련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로서는 둘 다 발전했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셰릴이 지금의 근소한 리드를 계속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밀리가 내 부하  최강이 되어버리면 난 매일을 목에 칼을 대고 사는 모양새가 되어 버리기 때문.

천무지체 소녀.
 진짜 양날의 검이다.
그래도 내가 어떻게든 너 좋은 쪽으로 써먹어 보련다.

“오늘 내가 너희들을 집합시킨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야.”

꿀꺽

알고 있는 메이와 셰릴은 긴장된 표정으로 침을 넘긴다.
다른 이들은 그저 호기심 어린 표정.
그런 아이들에게 난 충격적인 소식을 내놓았다.

“우리는 지금부터 마녀의 숲 최심부로 들어간다! 목표는 마녀! 이른바 마녀사냥이다.”

두둥

드디어 경악의 빛을 띠기 시작하는 사람들.

“마, 마녀라면 혹시 생사람을 잡아먹는 그 무서운 여자들 말하는 건가요?”
“흐아앙! 마녀 무서워!”
“악마들이랑 흘레붙은 년들이라는데? 사악하기가 이를 바 없대!”
“조용!”

내 한 마디에 사위가 침묵에 빠진다.
그래도 훈련을  시켜놨더니 이런 건 편하네.

“너희는 지금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지  필요가 있다. 30호!”
“네, 마스터.”
“나의 여자가 되기 전에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해라.”

여러 사람(몬스터 포함)의 시선이 몰리자 30호가 살짝 얼굴을 붉히다 입을 열었다.

“저는 갈리아 제국 아카데미 출신 졸업생이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거대 표국의 회계사 일을 맡았죠.”
“보다시피 30호는 제국에서 지식인 계층에 속하는 우수한 여성이다. 그리고  여자의 레벨은 17이지. 그런데 너희 레벨은 몇이지?”

그렇다.
30호는 이제 나이가 20대 중반인데 레벨 10대 중후반.
나름 엄친딸 소리를 들었는데도 이렇다.

영주였던 내 아버지는 60살이었음에도 레벨 21이었고 내 형들은 잘 나가는 마법사, 기사였는데도 레벨 10대 중반이었다.

셰릴만이 재능 있는 엘리트여서 20살에 레벨 20이었고 말이다.
이게 평범한 수치다.

그런데 육림대?
한낱 농노 여인들이 지금 레벨이 30이다.
30이면 용병업계에서도 고참으로 대우받는 레벨.
십동대 아이들은 에밀리를 제외하고는 13살도  되었는데이미 레벨 20이고 말이다.

“마녀? 기껏해야 레벨 30 넘으면 다행이다. 좀 강하면 40대 중반은 되겠지. 이제 너희 레벨이면 적어도 눈먼 마법 맞고 뒤질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야.”

내 말에 육림대원들과 십동대 아이들, 심지어 레벨이 갓 30이 넘은 메이마저 긴가민가하며  바라본다.

“그 말은 저희가 지금 대륙에서 강한 축에 든다는 말씀인가요?”
“이건 내가 서방님 대신에 말해주지. 너희 정도 레벨의 전사를 고용하려면 월에 5골드씩은 줘야 한다.”

월에 5골드면 지구로 치면 500만 원.
월에 500만 원이면 지구에서도 잘나가는 중견 기업 이상 차장급 월급이다.
여기에 세후라는 조건 붙으면 부장급이 될 수도 있겠지.

“!”
“그, 그럴 리가 없어요! 5골드라뇨!”
“맞아요.저희는 일 년 동안 농사지어서 1골드도 못 버는 사람들이 더 많았는 걸요?”

얘내들은 사회 소외계층.
빈민층, 난민.
뭐 이 정도였을 거다.
이런 여자들이 월에 500 받을 인재라니 놀랄 노자이긴 하겠지.

“내가 초반에 뭐라 그랬지?”
“…..”
“너희가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낙인 새길 때. 인간이라면 도저히 새길 수 없는 문신을 온몸에 새길 때 말이다.”
“그…그…”
“육식탁, 육침대, 육변기를 한 너희들. 내 좆에서 나오는 오줌을 삼킬  내가 뭐라고 말했지?”

그렁그렁

농노여인들의 눈에서 눈물이 가득 고인다.
본인들도 이제 깨달은 거다.
자신들이 역대급 신분상승을 했다는 것을.

“나만 믿어라. 나만 따라와라. 내 육변기지만 아무도 너희를 무시하지 못하게 해주겠다. 이렇게 말했지.”

이들은 힘만 센  아니다.
밤마다 글자도 익히고 상식도 제법 익혔다.
셰릴과 귀녀대원들이 번갈아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

물론 전문적인 예법은 잘 모르고 농노 특유의 말투는 고치기 힘들겠지만,적어도 부유한 평민급까지는 올라왔다는 말이다.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난 너희를 그저  좋게 신분 상승한 벼락 출세년들로 만들 생각은 없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눈물을 훔치다가 깜짝 놀라서 날 바라보는 여인들.

“이건 육림대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야. 귀녀대원, 십동대,  부인들까지.  아직 배가 고파.  올라갈 거다. 대륙의 모든 평범한 이가 내 이름을 알때까지 올라갈 것이다.”

군주선언.
내가  것은 군주선언이다.
사내가 되어서 이 정도 포부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물론 최후의 악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차피 이랬어야 하긴 했다.
포장도 능력이라고 그럴싸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지도자의 역량이지.

“내가 그 위치에 올랐을 때, 모두를 발아래에 두었을 때, 너희들의 사회적 위치는 어떠할까?”

자신한다.
고위 귀족도 이 녀석들 쉽게 못  것이다.

조선시대에서도 왕을 측근에서 섬기고 있는 내시, 즉 환관을 누가 무시했냐?

아무도 고자라고 무시하지 못한다.
왕에게 언제든지 의견을 피력할  있는 위치.
그것이 곧 권력이고 힘이거든.

심지어 내 부하들은 거의 다가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고자도 아니다.

그러니  옆에만 있어라.
너희는 웬만한 왕국 백작보다도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충(忠)!”
“충!”
“충!”

내가 알려준 충성의 군호를 외치며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는 여인들.
이 여인들의 얼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인생이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질 것을 깨달은 환희의 눈물.

나는 결국 내 말을 지켰다.
 섬기다 보면 볕 들 날 있을 거라는 약속.
그리고 이제는 이들이 나를 따라야  시간이다.

“전원 전진! 목표는 최심부. 마녀의 숲이다!”
“존명!”

내가 미리 알려준 명령체계에 따라 대답한 내 권속들이 드디어 베이스캠프를 철거하고 마녀의 숲으로들어가기 시작한다.

솔직히 마녀가 얼마나 강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스텟이 사실상 레벨 60대인데 질 리야 있겠어?
낙관적인 마음으로 마녀의 숲으로 진격한다.

쿵 쿵 쿵 쿵

오크들과 고블린, 그리고 여인들과 아이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숲으로 진격한다.

숲의 최심부로 들어갈수록 몬스터들의 급이 조금씩 높아졌다.
사나운 맹수들도 꽤 많이 나왔지만, 우리 레벨에 이미 이런 녀석들에게 당할 녀석은 없다.

다만 십동대와 귀녀대원들은 아직 레벨이 다소 낮고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
긴박한 상황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할까 봐 가운데에 몰아넣고 나와 셰릴이 번갈아가면서 보호했다.

선두에는 에밀리가 서 있다.

촤악 촤아악

“키에엑!”
“쿠에에에엑!”

쿠웅

방금 쓰러진 녀석은 리자드맨.
도마뱀 수인의 모습을 한 지능 높은 몬스터이다.
레벨도 20대 중반에서 30 사이의 꽤나 고위험군 몬스터.

그들은 사람처럼 나무로 깎아 만든 창을 쓰며, 굳이 창이 없더라도 날카로운 발톱과 두껍고 단단한 꼬리 자체가 이미 훌륭한 무기가 된다.

이런 리자드맨 다수에게 순간 습격당하면 고렙 유저라도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방금 에밀리가 그 상황에 빠졌었다.
함정을 파놓은 리자드맨 열 마리가 순간적으로 무성한 수풀을 치고 나와서 발톱을 휘두른 것이다.

후우웅

백화일검 제1무 일화

휘리릭

당황할 법한데도 15살밖에 안된 소녀는 오히려 달려오는 리자드맨들을 보며 스산한 미소를 짓는다.
검이 상하로 흔들리면서 이내 8자를 그리고 때로는 무한대수를 뜻하는 ∞자를 그린다.

어지럽게 흩뿌리는 검격이 한군데로 모여서 피워내는  송이의 검화(劍花).
은은한 꽃향기가 내 코를 간질인다.
바로 죽음의 꽃향기였다.

촤악
촤아악

“끼에에엑!”

검화에 직격으로 맞은리자드맨은 나무꾼이 장작을 패듯 허망하게 서너 갈래로 조각나서 자기가 왜 죽는지도 모른 채로 죽었다.

노랗고 끈적한 타액이 땅에 흩뿌려지고 10명의 리자드맨은 순식간에 시체가 되어서 땅에 뒹군다.

탁  탁

칼을 허공에 흔들어서 리자드맨의 피를 털어낸 에밀리가 갑자기 홱 고개를 돌려서 날 바라본다.

아…좆댔다.

스텟만 따지면 레벨 60대 초반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저 모습을 보니 곧 따라잡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드네.

“와, 대단해…”
“누나 짱이다! 완전 쩔어!”
“저 애 15살이라고 하지 않았나? 제국의 기사도 저 정도로는 못 싸울 거야.”

십동대원들과 귀녀대원들이 연신 감탄하고 칭찬해준 탓일까?
에밀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가며 콧대가 높아진 듯 보였다.
기분에 취해서 나에게 칼을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입을 여는 에밀리.

“영주님, 조심하시지요. 전 아직도 제가 영주님에게한 약속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를 죽이겠다는 약속.
뭐, 나도 그건 기억하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지금 네가 죽게 생겼다.

“너야말로 조심해라!”
“에밀리! 피해!”

나에게 시선이 꽂혀서 순간 주위를 보지 못했던 에밀리.
그녀의 머리 위로 거대한 나무방망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사상 최악의 주인공〈 62화 〉에밀리 조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