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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청소년 고민상담합니다





〈 63화 〉청소년 고민상담합니다

틀렸다.
에밀리 녀석.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어.

본인도 그걸 알았는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두꺼운 나무방망이를 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당황과 공포의 빛이 떠 있다.

파앗

허벅지에 가득 힘을 불어넣는다.
100m 단거리 달리기 육상선수가 총소리와 함께 출발하듯 튀어 나갔다.

아.
내가 왜 균형캐를 했지?
스텟 좀 아껴둘걸.

100이라는 민첩 스텟은 결코 낮은 게 아님에도 이 순간에는 왜 이렇게 느려 보이는지 모르겠다.

일단 분신술부터 발동!
 뒤에 나와 똑같은 스텟의 분신이 나타난다.
나와 생각을 공유하고 있던 분신은 나오자마자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인지한 듯 내 발바닥을 손으로 받친다.

“부탁한다! 하압!”

분신이 있는 힘을 다해 발바닥을 밀어제친다.
공중에서 2차 추진력을 얻은 셈이다.

힘스텟 100인 내 분신이 있는 힘껏 나를 밀자 난 진짜 대포알처럼 빠르게 에밀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가까워져 오는 에밀리의 얼굴.
그녀의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눈에 보인다.

“누가 그렇게 방심하랬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그녀를 감싸면서 밀려났다.
그리고 내 어깨에 떨어지는 무정한 나무 방망이.

퍼어억

“크허헉!”

아오, 진짜 아프네.
일단 생각이 가능한 거로 봐서는 머리에 맞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머리에 맞았다간 한 번에 대가리가 터졌을 게 분명하니깐.

대신에 왼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거 어깨 박살 났다.
백 퍼센트야.
조졌네, 씨발.

에밀리는  품에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겨있다.
눈을 꼭 감은 거로 봐서는 자신의 최후를 예상한 모양.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자 조금씩 눈을 뜨는 그녀.
그리고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내 숨결과 눈빛을 마주한다.

“…왜?”
“뭘 왜야,  손 많이 가는 년아.  때문에 어깨 박살 났잖아.”
“아!”

그제야 내 완전히 박살이 나서 뼈가 드러나 보이는 내 어깨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아내들의 비명.

“데, 데이몬! 괜찮아?”
“이런! 주인님을 지켜라!”
“마스터, 죽으면 안 돼요!”
“취익! 위기다! 모두 돌격!”
“뀌이이익!”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내 부하들이 일제히 돌격했다.
뒤를 힐끗 보며  공격했던 몬스터가 뭔지 보았다.

“…트롤이군.”

-상태창-
이름: 트런들
칭호: 트롤의 왕
직업: 트롤 족장
LEVEL: 40
힘: 100 민첩: 60 지력: 1 행운: 120
보너스 스탯: 0
카르마 수치: 15
스킬: 무한회복, 무한재생
상태: 분노

제기랄.
트롤의 영역이었나?

트런들이란 놈이 이곳의 우두머리인가 보군.
그의 뒤에서 다른 트롤 십여 마리가 차례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방금 나무방망이로  가격한 놈처럼 레벨 40의 어마어마한 괴물 놈은 아니네.

다른 트롤들은 평균 레벨 25 정도.
그래도 트롤 기본 피지컬이 달라서 도합스텟이 꽤나 높다.

인간으로 치면 레벨 35는 되어야 도합스텟이 트롤과 비벼볼 만할  같다.

그리고 내 부하 중에 레벨 30 인근은 수두룩하다.

“이  같은 놈들! 감히 주인님을!”
“용서하지 않겠어요!”
“모조리 팔다리를 잘라주마!”

오우.
눈 뒤집혀서 칼을 휘두르는 육림대원들이 트롤들을  쳐버린다.

“취익! 모두 포위해서 일제 사격!”
“취이익!”

퓨슛 퓨슈슈슛

사방에서 날아오는 철침에 트롤이 정신을  차리다가 꼬치구이가 된다.

“뀌익! 뀌이이익!”
“뀍뀍!”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중갑대 또한 비슷한 뉘앙스의 울음소리다.
30명의 오크가 트롤의 팔다리를 각각 잡아서 움직이지 못한 다음에 토막을 내버린다.

마지막으로 셰릴.

서걱

한마디 말도 없다.
레벨 40에 이른 그녀는 단독으로 트롤을 맡아서 단 일 합에 목을 날려버렸다.

단순히 스텟만 높을 뿐 아니라 기술까지 우수한 그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십여 마리의 트롤들은 순식간에 정리되는 그림이다.
그때였다.
어깨가 부서질 것만 같은 와중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야! 일곱 마리 정도는 남겨놔라.”

좀 늦었다.
뒤늦게 내 부하들이 칼을 멈췄지만 이미 대부분이 난도질 되어있고 다섯 마리 정도만 간신히 살아있다.

일단 이 녀석들이라도 포섭하자.
몬스터로드!

[트롤 4마리가 당신의 권속이 되었습니다. 94/100마리의 몬스터가 현재 당신의 권속입니다.]

응?
한 마리는 어딨지?
고개를 돌리니 최후의 대항마가 한 마리 보인다.

“…이 괴물 같은 녀석!”
“취익! 철침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손을 베어냈는데도 손이 뼈째로 다시 자란다. 어떻게 된 회복력이지?”
“쿠워어어어!”

트롤의 왕 트런들.
이 녀석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

일단 크기부터가 4m~5m에 달하는 신장.
다른 트롤들은 3m~4m 정도 되지만 이 녀석만 유독 크다.

오크들의 키에 두 배다.
맨날 덩어리처럼 보이던 오크들이 작아 보이는 날이 올지는 몰랐네.

도합스텟도 거의 300.
스킬은 괴물 같은 회복력.
탐난다.

근데 말이야.

“에밀리. 언제까지 내 품에 안겨있을 셈이지?”

이미 상황이 끝나가는데 내 품에 공주님 안기듯이 안겨서 멍하니 뼈가 드러난 내 어깨를 응시하고 있다.

야, 내 부하 중에 레벨 순위 2등이잖아.
이대로 밥만 축내…는 게 아니라 내 품만 축내고 있을 셈이야?

“…아!”
“정신 차렸으면 어서 가서 저 트롤 녀석을 제압해.”
“그런데 영주님 어깨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 죽인다며. 갑자기 웬 걱정이야. 빨리 가서 셰릴 도와.”
“…네.”

내 말에 입술을 꼭 깨문 에밀리가  품에서 빠져나오더니만 트런들 사냥에 가담한다.

확실히 레벨 37짜리가 한 명 가담하니까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동안은 트런들의 괴기스러운 회복력에 다들 당황하는 느낌이었다면 에밀리의 가담으로 회복력보다 공격력이 더 강해진 느낌.

결국, 5분만에 트런들은 완전히 제압되어서  앞에 먹잇감처럼 놓였다.

“몬스터 로드”

[트롤의 트런들이 당신의 권속이 되었습니다. 95/100마리의 몬스터가 현재 당신의 권속입니다]

사냥과 수확이 끝났다.
나는 비틀대며 일어났다.
메이가 눈물을 흘리며 내 어깨를 보며 안절부절못한다.

“으윽!”
“서방님! 어떡해! 어떡하죠?”

 어떡하긴 어떡해.
지금 남은 포션은 제로.
 여자들과의 섹스 때문에 다 써버린  오래다.
최근에 귀녀대원들 인두에 지진 상처 치료해주느라 마지막 병까지 탈탈 털기도 했고 말이야.

그렇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방법이 있지 않겠나?
 대신 닭이라고 여기는 포션은 없지만 포션 재료는 많다.

“트롤의 피를 모아와 줘.”
“…트롤의 피요?”

그래.
실제로 트롤의 피가포션재료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전 세계에서 웹소설 사장이었던 나.
내가 읽었던 수없이 많은 웹소설에서 트롤의 피는 재생력과 회복력의 상징으로 포션제조의 핵심재료로  들어갔다.

실제로 트롤의 왕 트런들의 스킬도 무한재생, 무한회복 아닌가?
분명히 이들의 피를 먹고 바르면 가공된 포션만큼은 아니더라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 명령은 금방 수행되었다.
트롤의 시체는 많았으니 뽑은 혈액량도 거의 한 트럭이다.

“으으…일단은 모아왔어요. 그런데 이걸 어쩌실 셈이죠?”
“내 어깨에 발라줘.”

그리고 나는 메이가 가져온 피의 절반 정도를  자리에서 꿀꺽꿀꺽 삼킨다.

그리고  맛은…

“우웩! 우웨에에엑!”
“서, 서방님! 괜찮으세요?”
“시발! 존나 맛없어!”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하지?
자동차 타이어 녹여 먹는 기분이라 해야 되나?
혀에 느껴지는 고무 비슷한 맛에 절로 구역질이 나오네 진짜.

“어? 서방님 어깨가 조금 회복된 것 같아요. 이 피가 역겨워 보이긴 해도 효과가 있나 봐요!”
“그래?”

그건 다행이네.
내 예측은 맞았는데 왜 이렇게 구역질이 나지.
그런데 뭔가 서늘한 눈초리가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는 메이.

“서방님, 효과가 있다는  알았으니  많이 드셔줘야겠어요. 입 벌리세요. 아~”
“……”

에밀리.
천무지체고 나발이고 그냥 죽이고 싶다.
어차피 악마의 계약서 때문에 죽이지도 못 하지만 말이야.

저년 구하려다가 이 꼴 되어버렸네.
트롤 피 생으로 먹기 싫어.
살려줘.
시바아아알!

꿀꺽꿀꺽

“옳지, 잘 먹는다~우리 주인님, 잘했어요~”

누가 주인이라는 거냐?
주인하고 노예 바뀐 듯?

난 메이의 무릎팍에 누워서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애기마냥 메이가 흘려주는 트롤 피를 마시고 있다.

내가 다쳤으니 진군은 올스톱.
모두가 회복을 기다리기 위해서 그 자리에임시 진지를 건설했다.

중갑대 오크들과 새롭게 편입된 힘센 트롤들도 있으니 진지는 금세 건설되고 다들 식사까지 마친 상태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며 회복을 기원하는 기묘한 분위기.
숨소리조차 함부로 내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낯선 소리가 들려온다.

짜아악

메이의 무릎 베개를  채로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니 거기에는 셰릴과 에밀리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에밀리의 뺨은 벌겋게 부어있다.
셰릴이 에밀리의 뺨을때린 것이다.

“너, 요새 내가 벼르고 있었어. 재능 좀 있다고 신나서  위험한 숲 속에서 앞도  보다가 주인님을 다치게 만들어?”

여기서 실질적으로 에밀리에게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셰릴뿐.
그녀가 지금 정도로 검술을 익힐 수 있게 한 스승님이자 유일하게 레벨이 에밀리보다 높은 사람이니 말이다.

“…어쩌라고요. 어차피 죽이고 싶은 놈인데 잘 된 거잖아요?”

오우.
저거 사춘기네.
뇌 안 거치고 바로 내뱉는 거 봐라.
그러고 보니 에밀리 나이가 딱 15살이지?

지구에서 15살이면 중2.
딱 그 병이 올 시기다.

“에밀리, 지금 네가 하는 말이 스스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넌 지금 목숨을 구해준 사람한테 욕을 하고 가래침을뱉은 거야.”
“엘리샤 이모. 제가 그렇게 잘못했어요? 저 남자 죽어도 싼 남자잖아요. 우리 마을 파괴범. 그렇지 않아요?”

여기서 육림대주 엘리샤를 지원군으로 끌어들이는 에밀리.

그녀는 내심 같은 크래스 장원 출신 여자이자 촌장의 아내였던 엘리샤라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한 거다.

솔직히 에밀리의 마음은 이해한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남자 가족들과 이별하고 지금은 목숨 걸고 싸우라고 하니나에 대한 원망이 솟을 만하지.

그래서 애초부터에밀리를 나의 역린이라 칭한 것이고 말이야.
엘리샤가 에밀리를 지긋이 응시하다가 입을 연다.

“…에밀리, 미안하지만 이모와 언니들은 모두 데이몬 주인님을 사랑한단다. 지금으로써는 우리도 셰릴 사모님과 같이 주인님을 다치게 한 네가 원망스럽구나.”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엘리샤를 보는 에밀리.

그동안 자신이 크래스 장원 대표로 나의 대항마처럼 싸워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 자신 혼자만의 싸움이었다는 걸 알았으니 충격받을 만도 하지.

“그리고 그걸 떠나서 아무리 원수라도 목숨을 구함 받았으면 감사를 표하는 것이 도리란다. 그다음에 은원을 풀어도 풀어야지.”
“…미쳤어. 당신들 모두 미쳤다고!”

에밀리가 소리를  지르고 그대로 숲 너머로 달려간다.
야, 야밤에 이 깊은 숲을 그냥 달린다고?

하, 사춘기 소녀.
감당하기 힘드네.
주름살이 절로 느는 것 같다.

이래서 부모님이 대단하다 하는 거구나.
아무것도  하고 자식만 장성할 때까지만 키워도 그 사람은 진짜 큰일 한 거다.

“에밀리! 에밀리! 돌아오렴!”
“으윽…내가 따라가 보지.”
“안 돼요! 주인님, 몸도  좋으신데.”
“아니야, 괜히 우르르 갔다가 야밤에 시야도 없는데 전투가 벌어지면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어.”

차라리 나 혼자 가는  낫다.
내가 아무리 부상을 당했어도 정면대결로 날 건드릴만한 존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내 스텟은 괴랄할 정도로 무지막지하거든.
물론 어깨 박살나놓고 이런 말 하는 게 가오 떨어져 보이긴 하는 거 나도 안다.

“솔직히 어깨도 웬만큼 다 나았잖아?”
“…그러게요. 트롤 피가 정말 효과가 좋나 봐요.”

꼭 트롤 피 때문만은 아니야.
트런들의 스텟을 악마의 눈으로 감정했을 때, 행운 스텟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게다가 녀석의 스킬은 무한재생, 무한회복이었지.

예전에 일정 레벨이나 칭호 이상에는 세부 스텟 정보를 알려준다고 했다.
아직도 칭호가 부족해서 정보를 열람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스텟은 대충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행운스텟.

얘는 분명히 회복, 재생력과 관련이 있는 스텟이다.
내가 행운 스텟을 100이나 찍어놓으니 어깨가 박살이 나도 반나절이면 아물잖아?

이런 아무리 트롤 피를 바르고 마셨다고 해도 이건 말이 되지 않는 회복력.
분명 내 행운 스텟이 관여를 했음이 틀림없다.

뭐 좋은 정보 알았으니 그러려니 하고.
지금부터 청소년 고민해결 들어갑니다.
 



사상 최악의 주인공〈 63화 〉청소년 고민상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