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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화 〉 검투사로 넣어라



〈 99화 〉 검투사로 넣어라

* * *

…그래도 10은 너무하지 않냐?

제 호위로 데려온 검투사들은 거의 웬만한 왕국 정예 기사단 수준으로 데려와 놓고 말이야.

“요새 젊은 레이디들도 레벨에 관심이 많아서 15까지는 찍어놓는 편인데…대체 이놈은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군요.”

셰릴도 옆에서 현무단주라고 불린 남자를 보고 혀를 끌끌 찬다.

“이 사람 귀족 아니다멍! 평민 출신이다멍!”

“평민이라고?”

“그렇다멍! 모나스에 이 남자 같은 부자 평민 많다멍!”

그렇구나.

이 남자가 그 유명한 부르주아 출신이었군.

“살, 살려주십시오. 혹시 돈이 부족하십니까? 그렇다면 제가 얼마든지 스폰해드리겠습니다. 저는 갈리아 제국에서 손꼽히는 부자입니다.”

딱 봐도 졸부네.

귀족들의 선민의식도 문제지만 이런 벼락부자 놈들도 보다 보면 역한 기운이 올라온다.

콰지직

“끄아아악!”

“야, 네놈 돈은 당연히 우리 것이야. 어딜 그걸 가지고 흥정하려고 해.”

바로 새끼손가락을 밟아서 으깨버렸다.

내 힘스텟에 순식간에 뼈째 가루가 된 남자의 새끼손가락.

마음 같아서는 손 전체를 날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아예 고통에 정신을 놔버릴 것 같기에 일단은 새끼손가락으로 봐줬다.

“끅, 끄으윽…”

“이봐, 네놈 이름이 뭐지? 아니다. 하찮은 이름을 알아봐야 의미도 없지. 그냥 편하게 현무단주라 부르겠다. 알겠나?”

끄덕끄덕

소지(小?)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현무단주가 공포심 어린 눈으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금부터 내가 질문을 몇 개 할 거야. 만약 대답이 시원찮거나 조금이라도 대굴빡을 굴리는 게 느껴지면 바로 다음 손가락이 날아갈 테니 손을 영원히 못 쓰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잘 대답하도록.”

나름 돈도 많고 사회 상류층에 해당할 텐데도 레벨 올릴 의지도 없는 이런 노답놈.

고문 따위 하지 않아도 협박만으로 줄줄 대답할 게 뻔하다.

“으으…알겠습니다.”

“여기에는 왜 왔지? 3초 안에 대답.”

“그건…”

“3, 2, 1. 끝.”

콰지직

“끄아아악!”

바로 부서진 새끼손가락 옆의 약지를 밟아버렸다.

이런 심문은 생각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구에서 워낙 많은 고문을 해봤던 나는 이런 녀석 눈알 돌아가는 것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연,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그래서 찾으러 간 겁니다.”

“연락? 무슨 연락이 끊겼다는 거지?”

“윌렛 왕국에 정기적으로 노예 수출을 하러 가던 상단이 마녀의 숲에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응?

마녀의 숲?

그거 왠지 우리 얘기 같은데?

“노예 상단이 사라졌는데 왜 너희 검투단이 나서는 거지?”

“그, 그게 모나스 검투장 소속 노예였습니다. 사신단 중에 현무단이 대표로 사정을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사신단?

그게 뭐지?

다행히 링링이 옆에서 사신단이 뭔지 알려줬다.

“멍멍! 사신단은 모나스 검투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네 개의 검투단이다멍! 매 해 개최되는 갈리아 검투대회에서 늘 4강 안에 드는 강팀들이다멍!”

그렇군.

이전 세계 지구로 치면 전통적인 축구 명문 구단 같은 거구나?

퐉지성 선수가 뛰던 맹구나 쏜흥민 선수가 뛰는 치킨하우스 같은 곳이군.

“어쩐지 검투사들 강한 이유가 있었다멍! 현무단이면 강할 만 하다멍!”

하긴.

다들 레벨 35 이상.

소드마스터도 둘 이상.

난 검투사들이 원래 이렇게 다 강한 줄 알았네.

역시나 갈리아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놈들이었어.

새삼스럽게 이런 우수한 검투사 20명을 아작낸 내 여인들이 대단해 보인다.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군. 왜 너희가 나섰냐니깐? 상단이란 검투장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당연히 관계가 있습니다. 타지에서 잡아온 노예들을 선별해서 저희 검투단에 일차 공급해주는 곳이니깐요.”

“저 말이 맞다멍! 우리도 노예상단을 통해서 검투단으로 영입됐다멍!”

그렇군.

한마디로 공급처 같은 곳이라는 말이구나?

그런곳이 마녀의 숲에서 연결이 끊겼으니 평상시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지던 4대 검투단 중 하나가 나섰고 그게 현무단이었군.

“매일 오던 전서응이 오지 않았습니다. 정기 보고 시간인데 보고가 없었던 겁니다. 마지막 서신이 마녀의 숲에 간다는 말이었습니다.”

전서응.

무협지 같은데 보면 개방이나 하오문이 주로 쓰는 매를 이용한 통신수단인데.

이곳 판타지아 대륙에서도 매의 발목에 서신을 묶어서 날려보내는 식의 연락을 자주 하나 보군.

“다행입니다, 주인님. 어차피 이들의 목표는 우리였어요.”

마녀의 숲에서 연락이 끊어 졌다니 이들의 목표는 노예상단을 습격한 의문의 세력을 잡는 것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의문의 세력은 나를 위시한 내 여자들.

만약 이 녀석들이 우리랑 길이 엇갈렸다면?

레벨 35 이상이 대부분에 소드마스터 둘, 6급 현자까지 있는 정예기사단급 세력이 주력 병력이 빠진 빈집을 습격했다면 우리 쪽에서도 큰 희생이 나왔을 거다.

생각해보니 큰일 날 뻔했잖아?

괜히 열 받네.

손가락 하나만 더 밟아야겠어.

콰지지직

“끄아아악! 아악! 왜! 다 말했는데!”

“방금 건 그냥 네 면상이 구려 보여서 밟았어.”

“크흐흑…”

그리고 또 질문할 게 있었는데.

뭐였더라?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군.

“그건 그렇고. 대체 왜 아룬 마을을 습격한 거야? 거기 마을 사람들이 너희에게 해를 끼치기라도 했어?”

아, 맞다.

아룬마을.

거기 왜 초토화해놓은 거야?

딱히 감흥이 없었기에 질문을 까먹어버렸다.

“아, 아룬마을? 거기가 어딥니까?”

“어딘지 모르겠어?”

“…네,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마녀의 숲으로 갈 임무만 받아서 정신없이 달려가는 중이었습니다.”

모르쇠로 일관하시겠다?

재밌는 녀석들이네.

애초에 링링이 그 마을에서부터 냄새로 추적해왔는데 이걸 부정하다니.

요놈을 어떻게 요리해줘야 하나?

“이런 더러운 놈!”

퍼어억

“끄아악!”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짓을 한 것도 모자라서 마을에 들르지도 않았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해?”

퍽 퍽 퍼억

내가 움직일 필요도 없었네.

광분한 여자들이 남자를 짓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짓밟은 부위에는 남자의 그곳도 있다.

콰지직

“끄아아악!”

“개 같은 놈! 다시는 거기를 못 놀리게 해주지.”

저건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좀 아파 보이는군.

진짜 내 여자들 빡도니까 인정사정이 없네.

스텟도 높으니 레벨 10짜리 남자 조리돌림 하는 건 순식간이다.

“어흑…어흐흑…”

“다시 말할게. 왜 아룬마을을 습격했지? 이번에도 거짓말을 한다면…네 눈알을 도려내 주겠어.”

구르카를 들며 섬뜩하게 말하는 엘리샤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저건 좀 무섭겠는걸?

역시나 현무단주라는 놈도 그녀가 진심임을 깨달았는지 목소리를 덜덜 떨며 이내 진실을 말한다.

“그, 그게…재, 재미로…”

“…뭐?”

“다시 말해봐, 뭐라고?”

“…재미로 그랬습니다…”

오우.

나도 저 마음 알지.

재미를 위해서 별짓을 다 하던 시기들이 있었거든.

하지만 거긴 지구였고 여긴 판타지아 세계.

그리고 난 이 여인들을 거느린 주인이고, 넌 내 여자들에게 심문당하는 죄수의 입장이네?

그럼 아디오스 브라더.

멀리 안 나간다.

“사람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놓고 그게 단순히 재미였다고?”

“…재미? 재미? 그럼 우리도 재미로 너 갖고 놀아도 되는 거겠네?”

내 여인들의 눈이 회까닥 돌았다.

저건 아무도 못 말리지.

메이나 셰릴, 엘리샤나 링링, 당연히 소피아도 포함되어 있고, 올리나 에밀리까지 서늘한 눈빛으로 현무단주에게 적의를 쏟아내며 그에게 다가간다.

퍽 퍼퍽 퍽

콰직 콰직

“끄아아아악!”

구타는 거의 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올리비아는 지속해서 포션으로 남자를 치료해줬고 고문해주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현재.

할짝 할짝

“어디 그 더러운 혀로 내 발을 핥는 거야?”

파악

“끄아악!”

“개 흉내를 낼 거면 좀 제대로 내던가. 한 번만 더 그따위로 내 발을 핥아봐. 그냥 혀를 잘라주겠어.”

“죄, 죄송합니다, 레이디. 다시는 주책 부리지 않겠습니다.”

자유도시 모나스에서 콧방귀 좀 뀐다는 4대 단주가 내 여자들의 한 마리 개가 되어 낑낑대고 있다.

“주인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이놈을 죽이면 안 되는 거죠?”

내 여자들은 이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고 했지만, 내가 살리라고 해서 현재는 수캐로 강등된 참이다.

“현무단주잖아? 이런 거물들은 함부로 죽이는 게 아니야.”

단순히 목숨 하나보다 더한 가치가 있는 놈들이지.

지구에서도 생선을 뼈째 발라먹는 타입이었거든.

이용할 건 최대로 이용해줘야 하지 않겠어?

나는 거적때기 같은 팬티만 입고 흉한 뱃살을 늘어트린 채로 땅바닥을 벌벌 기는 피투성이 남자 앞에 쪼그려 앉아서 그와 눈을 맞췄다.

“마, 마왕님…살려…”

콰직

“커헙!”

목을 쥐고 들어 올렸다.

내 엄청난 힘스텟에 너무나도 쉽게 딸려 올라가는 현무단주의 몸.

버둥거리는 그의 눈에 절망감이 스며든다.

이거 카르마 수확은 제대로 되겠는걸?

콰당

다시 내던졌다.

“콜록, 콜롴, 콜록!”

“살려달라고 하지 마. 그럴수록 너만 고통스러워진다. 그저 너의 목숨이 나에게 달려있음을 확실히 인지해라.”

“알,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정신없이 엎드려서 고개를 끄덕이는 현무단주.

난 그의 앞에서 비로소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래, 현무단주, 이름이 뭐야?”

“매, 매튜입니다.”

“좋아 매튜. 너가 끌고 온 이 검투사 놈들 있잖아. 모나스 검투장에 어느 정도 수준이야?”

일단은 모나스 검투장 평균 수준부터 알아보자.

솔직히 레벨이 높아서 깜짝 놀랐어.

“이, 이 녀석들은 제가 거느리고 있는 최고 정예 놈들이었습니다…모나스에서 몸값만 수십만 골드에 해당하는 놈들입니다.”

아하, 한마디로 수백 수천억 하던 놈들이란 거구나?

역시나 다들 그렇게 레벨이 높을 리가 없지.

내 여인들과 싸웠던 이 검투사 놈들이 특출난 거였다.

“그럼 현무단은 망했네?”

“…네?”

“망한 거잖아. 너희 주력 검투사들이 여기서 다 죽었으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하긴 지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검투단이 어찌 되든 상관없는 거지?

내 말에 속이 뜨끔했는지 시선을 피하는 현무단주 매튜.

어차피 나도 이놈의 하찮은 목숨에 관심이 없기에 빨리 화제를 넘긴다.

“이봐, 매튜. 살고 싶어?”

“네! 네! 살고 싶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재 전재산을 바치겠습니다. 마왕님의 대륙정벌에 앞장서겠습니다!”

큭큭큭.

진짜 권속 하나 만들기 쉽구먼?

그리고 나 마왕 아닌데 자꾸 주변에서 왜 자꾸 마왕이라 하는지 모르겠네.

“그럼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말해줄게.”

“네,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게 무엇이든지 따르겠습니다!”

완전히 항복한 매튜.

그런 그의 겁에 질린 눈동자를 깊이를 알 수 없는 내 심유한 눈동자가 쳐다본다.

“…현무단에 나와 내 여자들을 검투사로 넣어라. 그렇게 한다면 너를 살려주지.”

* * *



사상 최악의 주인공〈 99화 〉 검투사로 넣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