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 너에게 주어진 벌이다
* * *
“…검투사가 되고 싶으시다고요?”
“주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멍멍, 서방님 다시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냐멍! 검투사는 목줄에 매여 싸우는 투견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다멍!”
내 여인들이 기겁하며 나를 말린다.
나도 검투사가 대충 어떤 생활을 할지는 짐작이 된다.
아룬마을을 재미로 초토화시킬 정도로 심리가 뒤틀린 검투사들.
물론 검투사가 되기 전부터 인성이 글러먹은 놈도 있었겠다마는, 전원이 이에 동참한 거로 봐서는 오랜 검투생활이 이들의 양심이나 가치관을 마모시켰음이 틀림없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지옥 같으니깐 남의 고통과 절망을 삼키며 자기들 스스로를 나락으로 보내는 거겠지.
“내 결정은 변하지 않아. 나와 내 여자들을 검투사로 받아라.”
“멍멍, 서방님 검투장은 패배자에게는 자비가 없는 곳이다멍! 특히나 우리 같은 여자가 졌다가는…”
링링이 말을 잊지 못한다.
뭐, 뻔하지.
여자가 모든 대중이 보는 앞에서 상대 남성 검투사에게 졌다?
나 같아도 능욕쇼를 기대할 것이다.
“지지 않으면 되는 일 아닌가? 자신 없어?”
내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내 여인들.
당연히 검투사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직업이니 혼란스럽겠지.
“얘들아, 생각을 좀 해봐. 우리의 목적이 뭐야?”
“그야 루나 족장을 구하는 게…설마?”
“그래. 루나는 검투사다. 그런 루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으려면 우리가 검투사가 되면 돼.”
물론 우리 전원이 검투사가 될 필요는 없다.
내 인원 중에서 절대 패배하지 않을만한 인원 몇 명망 추려서 검투장에 넣을 거다.
당연히 그중에는 나도 포함되겠지.
“내가 선발한 몇 명이 현무단에 가입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이 매튜라는 놈 옆에 있어.”
이른바 바지사장 전법.
내가 필요한 건 매튜의 사회적 지위.
현무단주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검투업계에 깊이 침입한다.
물론 검투단에만 들어가면 의미 없지.
투견판을 만들었으면 그 판을 쥐고 흔드는 집단도 있지 않겠어?
그 집단에도 사람을 심어놔야지.
“검투사들 집단과 검투단 운영 집단에 동시에 관여한다. 누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추후에 말해줄게. 이의 있나?”
대충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특한 여자들이 깨달았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내 명을 받든다.
“없습니다. 주인님의 뜻대로.”
“존명.”
모두가 한쪽 무릎을 부복하고 나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그럼 슬슬 모나스에 가기 전에 이 역겨운 수캐를 확실히 목줄에 매어놔야겠군.
“올리비아.”
“네.”
“매튜라는 놈에게 고독을 먹여라.”
“…알겠습니다.”
고독.
현재 올리비아의 머릿속에 심어져 있는 거다
그리고 그녀는 고독을 한 마리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고독을 심고 모고독은 올리 네가 가지고 있어.”
올리비아가 망설이지 않고 품속에서 징그러운 지네 두 마리가 담긴 유리병을 꺼낸다.
“히, 히이익! 그, 그게 뭡니까?”
“뭐겠어? 나 마녀인 거 몰랐냐? 얌전히 처먹어라.”
“싫, 싫어! 그건 봐주십시오! 너무 징그러워 으악!”
꾸물 꾸물
잠시 미미한 저항이 있었다.
하지만 내 여인들이 한 시간 정도 개 패듯이 때리자 눈탱이 밤탱이 된 눈으로 알아서 자고독을 삼킨다.
꿀꺽
“우윽! 우웨엑! 우웨에에엑!”
“토해봐야 안 나온다. 이미 네 녀석 뇌로 갔으니깐 말이야. 애꿎은 위장 건드려봐야 소용없어.”
“으흐흐흑…”
그럼 어디 시험을 한 번 해봐야지?
내 눈빛을 알아들은 올리비아가 모고독이 든 병을 들고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쉐킷 쉐킷 베이베~
“끅! 끄아아악! 커헉! 멈춰! 멈추라고 개새끼악!”
효과 제대로네.
이성이 순간 마비될 정도로 두통이 오자 존댓말이고 나발이고 다 치우고 본래 성격이 툭 튀어나와 버린다.
쉐킷 쉐킷
“끄억…끄어어…제발 그만. 뭐든지 하겠습니다…차라리 죽여주십시오…더는 생에 미련이 없습니다.”
“뭐라는 거야? 죽는 게 네 맘대로 되는 줄 알아? 지금부터 너는 죽는 것조차 우리의 허락을 받아야 해.”
현무단주의 생살여탈권까지 손에 넣었다.
대충 일은 일단락되었군.
“다들 전투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런 피비린내 진동하는 곳에서 잘 수는 없으니 조금만 이동하다가 쉬겠다.”
여자들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전투한 곳으로부터 2km 정도 완전히 떨어진 곳에서(개코 링링이는 여전히 피냄새가 느껴진다고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임시로 거처를 마련했다.
근처에 있는 개울로 가서 흐른 땀과 엉긴 피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옹기종기 모였다.
피곤한지 눈을 끔뻑끔뻑 대는 년들도 있었는데, 그런 애들은 일찍 재웠다.
숙소 근처의 굵은 느티나무.
그곳에는 팬티만 입은 채로 개 목줄이 나무에 연결된 매튜가 있다.
“으으으…추워…에취!”
“감수해라. 그동안 얼마나 레벨을 안 올렸으면 겨우 옷 좀 안 입었다고 감기에 걸리지?”
물론 레벨 1에 해당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난 스텟이 높잖아?
원래 이쪽 대륙은 강한 놈이 하는 말이 곧 진리다.
“다른 애들은 푹 쉬고. 소피아, 넌 날 따라와.”
소피아의 개별 면담 시간.
다들 올 것이 왔다는 표정.
소피아의 표정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럼 먼저 자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다들 나에게 잠들기 전 인사를 날렸고 나는 그런 그녀들의 입술에 다정하게 굿나잇 키스를 해주었다.
여자들을 재우고 목줄에 매여 메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소피아를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연다.
“소피아, 넌 나를 따라와.”
“…네.”
졸졸졸
아까 목욕을 했던 호수로 소피아를 불러냈다.
휘영청 뜨는 달빛이 사위를 제법 환하게 비추고 고즈넉이 우는 풀벌레 소리가 나름 정취를 돋군다.
하지만 나와 소피아 간에 흐르는 긴장된 분위기를 깰 정도는 아니었다.
호숫가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모래바닥 위에서 서로를 마주 보는 우리 둘.
소피아는 너무 긴장해서인지 다리를 후들후들 떨고 있었고 얼굴 또한 새하얗게 질려있다.
본인도 자기가 오늘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 것이다.
결국, 침묵을 이기지 못해서였을까?
그녀가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마스터…죄송…”
짜악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뺨을 후려쳤다.
제법 힘을 주고 쳐서인지 그녀는 거의 3m를 날아가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흐윽…”
“아파? 겨우 한 대 맞고?”
“아뇨…”
“다시 와서 서.”
퉁퉁 부어오른 볼을 부여잡고 비틀비틀 걸어와서 내 앞에 다시 섰다.
부우우욱
사정없이 옷을 찢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그녀의 나신.
생각해보니 소피아는 갈리아 아카데미 퀸 출신이라 했다.
170cm의 장신.
잡티 하나 없는 뽀얀 피부.
D컵은 충분히 되어 보이는 글래머러스한 두 젖가슴.
농밀함면서도 남자의 말초를 자극하는 풍만한 골반과 허벅지.
이와는 대비되는 얇은 개미허리까지.
그야말로 미녀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몸매.
심지어 속눈썹도 길고 눈가도 촉촉한 게 쳐다만 봐도 웬만한 남자들은 빠져들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 미녀가 지금 야밤에 나에게 보지를 완전히 보인 채로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다.
평상시라면 거근을 세우고도 남았을 상황인데 전혀 발기되지 않는다.
그냥 화가 좀 많이 났다.
짜아악
다시 한 번 뺨을 쳤다.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이 터지면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툭 투둑
바닥에 떨어져서 통통 튀는 하얀 조약돌.
인제 보니 조약돌이 아니라 그녀의 치아다.
내 손에 잘못 맞아서 위아래 앞니 네 개가 완전히 뽑혀버린 것이다.
“아흐흐흑…”
“아파?”
“아뇨…”
“그런데 왜 이렇게 아파 보여?”
“…정말 안 아파요.”
입술에 피를 흘리고 앞니가 죄다 빠졌는데도 아프지 않다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그나마 소피아의 벌거벗은 몸을 보면 화가 풀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왜 그런 거야? 이유나 좀 듣자.”
“흐흑…”
“울지만 말고 씨발련아!”
“아아악!”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아팠는지 내 손목을 잡고 애원한다.
“잘, 잘못했어요…용서해…”
퍼억
바로 배빵.
복부에 제대로 한 번 먹이자, 바로 내게 머리채를 잡힌 채로 위액을 쏟아냈다.
“우웨에엑! 우웩!”
“짜증 나게 이유를 물어보는데 자꾸 잘못하기만 했대.”
난폭하게 그녀의 젖통을 잡고 쥐어짰다.
여성에 대한 호의나 애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난폭함.
그 적대적인 감정을 정면으로 받아버린 소피아의 눈에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왜, 싫어? 내가 이렇게 너 막대하니까 좆같아?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사랑한다고, 애정 한다고 하면서 보지 훑어줬으면 좋겠어?”
도리도리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나에게 학대당하는데도 필사적으로 소피아가 고개를 젓는다.
자신을 더 학대해도 된다는 무언의 OK 싸인.
그래서 이번에는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린다.
철썩
“아아악!”
“왜 그랬냐고! 이유를 말해!”
골반따라 포동포동하게 살찐 그녀의 엉덩이에 새빨간 내 손자국이 그대로 새겨졌다.
아마 멍들었겠지.
내일이면 제대로 앉지도 못할 거다.
“흐흐흑…너무 열이 받아서요. 순간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안 떠올랐어요. 아룬 마을에는 저에게 늘 잘해주셨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있었거든요. 그분들이 참혹하게 죽어있던 게 머릿속에 떠오르면서…진짜 저도 모르게 마법이 나갔어요.”
그녀가 그때 당시에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게 내가 그녀를 용서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게 끝이야? 전에 너에게 잘해줬던 연놈들이 끔찍하게 죽었다고 화가 나서 내 명령을 무시하고 튀어나간 거였어?”
소피아가 내 말에 그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여버린다.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는데.
“그럼 우리는? 그래. 나는 그렇다 쳐. 어차피 그놈들이 와봐야 내 한 몸 빼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깐 말이야.”
나야 민첩 스텟이 200이 넘어가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으면 아무리 그놈들이 레벨 40대에 현무단이고 나발이고 나 절대 못 잡는다.
“하지만 나머지 여자들은? 오늘 네 잘못된 판단에 한 명이라도 죽었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항상 친절히 잘해줬던 메이.
마법을 가르쳐준 스승님 올리비아.
육체단련을 시켜준 셰릴.
한참 동생뻘인 에밀리.
믿고 의지할만한 이모 엘리샤.
난 이게 이해가 안 되는 거야.
그래, 물론 열 받겠지.
머릿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되면 나 같아도 화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가끔 봤던 마을 사람들이 항상 너와 같이 지내던 팀 동료나 스승보다 중요해?
지금 소피아는 이웃이 강도한테 죽었다고 화가 나서 우리 집 대문 열어놓고 칼 든 강도한테 덤빈 꼴이다.
일이 잘 풀려서 망정이지.
잘못되었어 봐라.
바로 열린 우리 집으로 강도가 들어와서 가족까지 당할 뻔했다.
“잘, 잘못했어요…저도 제가 죽일 년이라는 걸 잘 알아요. 오늘 저 때문에 무슨 짓이 벌어질 뻔했는지도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어떻게 하면 마스터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뭐든지 할 테니깐 그저 명령만 내려주세요…흐흑.”
그녀가 목이 쉴 정도로 애원하며 나에게 용서를 구걸한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녀의 유방과 보지 위쪽에 인두로 새겨진 노예낙인이 사뭇 강조되어 보인다.
자궁 위쪽 [데이몬]
왼쪽 젖통 [성(?)]
오른쪽 젖통 [노(?)]
소피아, 너는 진짜 저 노예낙인에 감사해라.
저 낙인이 순간 눈에 띄어서 단숨에 죽이려던 걸 참았다.
온몸에 내 소유라는 걸 새겨놓은 암컷인데 한 번은 봐줘야겠지.
“솔직히 난 자비로운 편은 아니야. 그건 너도 잘 알 거야.”
소피아가 머리채가 잡힌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입에서 나올 말에 집중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벌을 주겠어. 내 마음대로 너를 강간할 거다. 정말로 단 한 줌의 온정도 느끼지 못하게 잔인하게 해주겠어. 그러니 견뎌라. 그게 네 벌이다.”
역대급 강간.
그게 너에게 주어진 벌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