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작전을 수행해보자고
* * *
“그녀는 전시 상황에 내 명령에 불복종한 거야. 원래 진작에 처형하고도 남았을 중죄다. 내 여자였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낸 거다.”
“하지만!”
“하지만? 넌 그게 중죄가 아니라고 생각해? 다행히 오늘은 결과가 좋았지. 하지만 소피아의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셰릴이라도 죽었어 봐. 메이 넌 감당할 수 있겠어?”
메이가 셰릴 얘기가 나오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만큼 요새 메이와 셰릴은 24시간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였기 때문.
“셰릴만 위험했을 것 같아? 엘리샤나 링링, 심지어 미성년자인 에밀리도 성인도 채 되지 못하고 눈을 감을 뻔했다. 이런 걸 단순히 결과만 좋았다고 해서 넘어가?”
내 말에 메이를 위시한 다른 여자들이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가 참지 못한 올리비아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그래도 다른 벌을 내려줄 수도 있잖아요…이건 너무 심했어요.”
“그럼 너희는 어떻게 소피아에게 벌을 주려 했지? 말해봐. 너희 입으로 직접 말이야.”
대안책을 말해보라고.
말로만 너무했다 하지 말고 말이야.
사실 얘내들이 어떻게 할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결과가 좋으니 괜찮다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한마디 하고 넘어갈 거야? 그러다가 다음에 똑같은 상황 또 일어나면 어떻게 할 셈이지? 그땐 그냥 다 같이 손잡고 저승 갈 거야?”
물론 다른 방법도 찾으려면 있다.
채찍을 치는 방법도 있고, 원치 않는 남자들에게 던져줘서 돌림빵을 주는 방법도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지금 내가 쓴 방법이나 다름없다.
채찍이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제대로 맞으면 10대만 맞아도 뼈가 드러날 정도다.
오죽하면 조선시대에서 채찍형 30대면 사실상 사형이라고 보았겠는가?
장담하건대 이보다 더 심각하게 다쳤을 거다.
두 번째 방법은 수치와 능욕, 그리고 지조를 빼앗아서 여성으로서의 인격을 완전히 죽여버리는 방법.
이건 어찌 보면 첫 번째 방법보다 더 잔인하다.
죽음보다 더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
하지만 소피아가 큰 잘못을 하긴 했지만 날 배신하거나 그런 류의 잘못은 아니기도 했고, 나름 내 여자인데 굳이 그런 벌을 내리긴 싫어서 내 나름의 타협으로 첫 번째 방법을 조금 응용해서 벌을 준 거다.
“착각하지 마. 즉결 처형만이 답이었지만 아량을 베풀어 준 거야.”
“하지만!”
“올리, 적당히 해. 감싸주는 거랑 신상필벌을 헷갈려선 안 돼.”
그녀도 아마 내가 틀리지 않는다는 걸 알 것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눈앞에 보이는 참상 때문에 가슴에서 자꾸 부정의 말이 튀어나오는 거겠지.
메이나 셰릴도 의기소침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이참에 설명 좀 해야겠어.
“잘 들어. 우리는 지금 적지에 나와 있는 거야. 작전 수행 중이고 말이야. 우리 레벨이 높은 건 맞아. 대륙에서 우리와 견줄 전투집단도 거의 없고 말이야.”
아닌 밤중에 일어난 소동과 내 목소리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엄숙함에 어느새 일어난 다른 여인들도 내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긴장을 풀 이유는 되지 않아. 언제 어디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현재 우리에게 협조적인 세력은 이 대륙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 일행 중에는 몬스터 티모 대위도 있고, 대륙 공적으로 알려진 마녀 올리비아도 있어.
상식적으로 여기서 제일 센 나도 항상 긴장하고 있는데, 나보다도 약한 년들이 마음 편히 먹고 있는 게 웃긴 일이지.
“난 내 여자들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다치지 않고 무사귀환 하길 바란다. 그만큼 내가 너희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말이야.”
마지막은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그나마 사랑해준다는 말을 듣자 조금이나마 눈빛이 온순해진 여인들.
정말 신기하다.
사랑 같은 마법의 단어는 또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소피아의 처벌은 본보기인 것도 있었다. 그러니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릴 수 있도록 알았나?”
“알겠습니다, 주인님!”
여인들의 대답이 쩌렁쩌렁 숲을 울렸다.
벌써 날이 밝아서 그런지, 일찍 일어난 참새들이 그 소리에 놀라 짹짹대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진군은 잠시 늦어졌다.
물론 하루가 늦어질수록 우리가 구하려는 울프문 부족의 족장 루나의 고통도 길어지겠지만, 어차피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 거 며칠 늦어진다고 그게 더 체감될 것 같지도 않고, 내 여인 소피아의 건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난 과감히 휴식의 연장을 명했다.
“으, 으응…”
“소피! 정신이 들어?”
“소피아! 괜찮니?”
결국, 내 여인들이 며칠에 걸쳐 극진한 간호 끝에 소피아의 정신이 들게 했다.
포션을 들이붓고 24시간 붙어서 계속해서 미음을 먹였으며, 앞니가 다 부서져서 씹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고기를 대신 꼭꼭 씹어서 입에 흘려 넣어주었다.
대단해.
어떻게 남을 저렇게 간호해줄 수가 있는 거지?
나 데이몬은 보상이라도 걸려있지 않으면 저런 식의 케어는 절대 못 해준다.
새삼스럽게 내 여인들이 대단해 보이는군.
“…마스터?”
“정신이 들었구나!”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을 와중에도 내 이름을 부르는 소피아.
그런 그녀를 다른 여인들이 껴안았다.
“전…죽은 건가요?”
“아냐, 안 죽었어!”
“…흐아앙!”
얼떨떨해하던 그녀는 간신히 자신이 살았음을 인지했다.
그리고는 옆의 언니들을 안으면서 생존의 기쁨을 누린다.
뚜벅 뚜벅
그런 소피아에게 다가갔다.
내 존재감을 느끼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는 소피아.
“왜 그런 눈깔로 날 바라보는 거지?”
“…아, 죄송합니다.”
졸졸졸
하얗게 내놓은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황금색 물줄기가 실선을 그리면서 떨어져 버린다.
큭큭.
조건 반사적으로 실금을 해버리는군.
다른 사람들도 다 보고 있었는데도 방광에 힘이 풀리면서 오줌을 싸버리는 거다.
그런 소피아의 볼을 만져주며 눈을 맞췄다.
“소피아.”
“네, 넷!”
“또 그럴 거야? 또 명령을 무시하고 네 멋대로 행동할 거냐고.”
“다, 다시는 그러진 않겠어요! 살려주세요! 죽는 건 싫어요! 강간도 싫어요! 제발 절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흐흐흐흑!”
내 앞에서 대성통곡을 해버린다.
여태까지 내 여인들이 자기 자신을 강간해달라고 말한 적은 많다.
나의 흥분을 돋우기 위한 플레이.
하지만 내가 강간을 하면서 저승 문턱을 보여준 적은 없었지.
그건 나에게 제일 많이 강간을 당했던 메이도 마찬가지였다.
소피아, 너는 내 여자 중에 가장 특수한 경험을 한 거야.
물론 그래서 그런지 필요 이상으로 나에게 엎드리는 경향을 보이긴 한다만.
“뭐든지 할게요. 제발 그때와 같은 경험만 하지 말게 해주세요. 제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
애걸복걸하는 그녀의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자꾸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깐다.
“내 눈 똑바로 봐.”
“그, 그래도…”
“보지 않으면 어제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겠어.”
“히이익!”
기겁하며 내 눈을 바라보는 그녀.
이런 소피아의 반응 하나하나가 다른 내 여인들에게도 실시간으로 각인되는 중.
한 번쯤 마음 놓을 때 되었지?
그렇다고 진짜 놓으면 이렇게 되는 거야.
제대로 된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소피아, 그리고 다른 여인들도 잘 들어. 난 신상필벌이 확실한 사람이야.”
끄덕끄덕
다른 여인들도 대부분이 긍정하며 내 말을 받아들인다.
“난 내 여자인 너희를 소중하게 여긴다. 최대한 편의를 봐줄 것이며 애정도 줄 거야. 그러니까 내게 복종하고 내 말을 들어. 어제 소피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나도 내가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깐 말이야.”
협박 같지만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사내공지 같은 거다.
나 데이몬의 수준에서 이 정도는 애교지.
“네, 서방님!”
“명심하겠습니다, 나의 주인님.”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마스터.”
소피아의 대답까지 들은 나는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줌으로써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직접 일으켜 세워줬다.
“그런 의미에서 소피아, 너 일하나 해야겠다.”
“맡겨만 주신다면 이 한 몸 다 바쳐서 완수하겠습니다.”
각이 제대로 잡힌 소피아가 불타는 눈빛으로 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정도 눈빛이면 믿고 일을 맡겨도 되겠군.
“저 현무단주 놈의 아내가 되어라.”
“…네? 마스터, 그 의미는 저를 버리시는 겁니까?”
“또 울려고 한다. 그런 의미가 아니야.”
내가 매튜 놈이 뭐가 예쁘다고 가슴 크고 허리 잘록하고 속눈썹 긴 젊은 여자 소피아를 아내로 떡하니 주겠는가?
이런 얼토당토않은 명령을 내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애초에 왜 매튜를 살려뒀지?”
“그야, 검투사 집단에 관여하기 위해서…아!”
“이제 이해가 좀 가?”
소피아는 원래도 마법을 배울 수준으로 머리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내가 할 말이 뭔지를 단번에 깨닫는다.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여인들이 있는 것 같은데 잘 들어. 우리는 이제 매튜 저놈을 끌고 모나스로 향한다.”
가기 전에 나는 모나스에서 그녀들의 어떤 신분으로 활동할지를 정해주었다.
“우선 소피아, 네가 제일 중요한 역할이다. 바로 매튜가 새롭게 들인 애첩 역할이야.”
일명 장희빈 작전.
바로 시나리오를 짜서 전달한다.
매튜는 마녀의 숲으로 현무단을 이끌고 연락이 끊긴 노예상단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거기서 마녀와 조우.
결국, 마녀를 잡기는 했지만, 예상을 넘어서는 강력한 마녀의 힘에 현무단이 전멸한다.
우연히 거기서 만난 마녀가 잡고 있던 사람들을 발견.
그중에는 마녀의 숲 인근을 왔다 갔다 하며 상행하러 다닌 아카데미 출신의 퀸 소피아도 있었던 거다.
운명적인 만남을 거부하지 못한 채 단숨에 사랑에 빠져버린 둘.
결국, 본부인을 두었음에도 매튜는 소피아를 첩으로 들이고 그녀에게 휘둘리는 그림이다.
“알겠냐? 매튜?”
자신을 장기말처럼 쓰는 스토리를 나무에 개처럼 묶인 채로 매튜는 모조리 들었다.
“으으…그건…제 아내가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올리, 흔들어.”
쉐킷쉐킷
“끅! 끄아아악! 아아악! 그만! 제발 그만!”
“자, 다시 말한다. 내 작전 어때?”
“제발 클레어는 착한 여자입니다. 저에게 버려져서 사회의 조롱 어린 시선을 받을 여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어쭈.
요놈 봐라.
지 와이브를 그렇게 챙기는 놈이 아룬마을의 여자들은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게 도살해?
완전히 앞뒤가 다른 놈이네.
그런 놈은 나 하나면 충분한데 말이야.
“올리비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네, 제가 생각해도 그렇군요.”
다른 여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바로 매튜에게 다가가서 본인이 한 짓을 생각 못 하고 망발을 내뱉은 처벌을 해주었다.
콰직 콰지직 쉐킷쉐킷
“끄악! 살려! 그마아안! 커허억!”
잠시 처절한 절규가 이어지고 난 후, 아내만큼은 어쩌고 하던 놈은 1시간도 못 버티고 백기를 내건다.
“작, 작전이 뭔지 알아들었습니다. 그대로만 하겠습니다. 그, 그러니 제발 그 유리병을 흔들지는 말아주십시오! 다른 건 참아도 저건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으흐흑!”
확실히 고독이 세긴 세구나.
올리비아가 공들여 나에게 먹이려는 이유가 있었어.
어쨌든 매튜도 굴복했다.
좋아.
어디 한 번 작전을 시행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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