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BER

MENU

〈 105화 〉 네 아내를 나에게 넘겨라



〈 105화 〉 네 아내를 나에게 넘겨라

* * *

“아”

“결국, 매튜님께서 그 사악한 마녀를 쓰러트렸을 때 저는 그만…하아앙♥”

저러다 클레어 울겠다.

달뜬 한숨과 함께 상기된 얼굴은 이미 매튜에게 꽂혀도 단단히 꽂힌 여인의 그것이다.

역시나 클레어는 이미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중.

그러면서 빠르게 소피아의 전신을 눈빛으로 스캔한다.

여인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걸까?

클레어가 자신을 탐색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소피아가 가슴을 쭉 펴고 고개를 쳐들었다.

마치 살펴보라면 얼마든지 살펴보라는 무언의 자신감.

생각해 보면 소피아는 아카데미 한 기수에서 퀸을 맡을 정도로 예쁜 여자다.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녀.

이에 비하면 클레어는 단아하고 순박한 얼굴이긴 했지만, 소피아처럼 세련된 미녀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얼굴 좀 예쁜 일반인과 여신소리 듣는 연예인의 차이랄까?

게다가 나이까지 젊다.

24살이면 한창때 나이.

30살이 이미 넘은 클레어가 한 끗발 밀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저나 정말 미인이세요. 마담.”

“…네?”

“정말 미인이시라고요. 예쁘세요.”

오히려 역으로 엿을 맥인다.

누가 봐도 지금 소피아와 클레어는 신경전을 벌이는 상태.

그런 와중에 소피아가 오히려 상대의 미(美)을 칭찬한다.

이 말을 해석하면 이렇다.

난 너를 칭찬할 정도의 여유가 있어.

하지만 너는 그러한 여유가 있을까?

물어보는 거다.

“…감사합니다.”

차마 그쪽도 예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클레어.

원래 여인 간에 친해지려고 하는 상투적인 인사법도 잊을 정도로 클레어는 이미 불안한 상태이다.

“하하핫! 우리 클레어가 많이 예쁘긴 하지!”

아내의 상태를 보다 못한 메튜가 결국 참지 못하고 응원해버렸다.

이건 명백히 작전에서 벗어난 행동이다.

클레어가 보는데 유리병을 흔들 수는 없으니 넌 나중에 보자고.

다행히도 남편의 한마디에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찾았나 보다.

한결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그렇게 칭찬하면 부끄러워요. 매튜.”

“하지만 사실인 걸 어쩌게…으헉!”

콰직

보다 못한 소피아가 탁자 아래에서 발을 밟았나 보다.

잠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낑낑대던 메튜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다시 작전을 수행한다.

“여보?”

“…하지만 소피아도 정말 예쁘군.”

그래, 알아서 눈치껏 노선 변경해라.

애초에 소피아를 현무단 운영진에 넣기 위해서 이 지랄을 떨고 있는데, 갑자기 클레어 칭찬을 해버리면 도로아미타불이잖아?

“마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외모예요. 특히나 마담께서는 신기한 가슴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그러면서 소피아가 기지개를 켜듯이 은근슬쩍 깍지를 끼고 양팔을 앞으로 내뻗으며 젖가슴을 앞으로 모은다.

적어도 D컵.

그녀가 가슴을 모으자 두 개의 희고 보드라운 봉분 사이에 남자의 정신을 아찔하게 할만한 깊고 어두운 골이 선명하게 생긴다.

그렇다.

비록 G컵에 비해서는 작지만, 소피아도 결코 가슴이 작은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그녀의 한마디.

“다시 봐도 마담의 가슴은 신기해요.”

신기하다.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너의 젖가슴은 여성의 표준에서 한참을 벗어났다.

적당한 것이 제일 좋은 법.

네 젖통은 신기할 뿐 내 가슴 또한 절대 밀리지 않는다.

이 말을 돌려서 한 거다.

그리고 소피아의 친절하고 부드러운 말 속에 숨겨진 가시를 모를 클레어가 아니다.

그녀의 가장 큰 무기가 부정당하자 더는 참지 못한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인다.

“죄송해요. 창가에 바람이 갑자기 불어서 눈물이 났어요.”

애써 바람 탓으로 돌리는 클레어.

남편 하나 잘못 만나서 새빠지게 고생 중이다.

하지만 소피아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매튜님, 제 가슴 어때요?”

도발이다.

아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젊은 여인이 유부남에게 자신의 젖가슴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이것 이상의 도발은 없다.

“크흠흠! 그게…예쁘오!”

메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말밖에 없다.

행여나 다른 말을 지껄였으면 오늘 밤에 손가락 두어 개 정도는 자를 예정이었으니깐 말이다.

남편이 눈앞에서 다른 여자의 가슴을 칭찬한 말을 들었다.

특히나 가슴은 클레어의 제일 큰 자랑.

나름 슴부심도 있었는데 무참히 짓밟힌 거다.

“차, 차가 떨어졌네요. 차를 좀 더 가져올게요.”

하녀가 있는데도 직접 차를 가져오겠다는 그녀.

살짝 일어선 그녀의 희고 고운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그리고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우리가 아니다.

“메이, 부탁해요.”

“네, 레이디.”

레벨 40에 육박하는 메이.

놀라운 스텟으로 보법을 밟으며 클레어가 일어나서 나가기도 전에 빠르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전자를 가져왔다.

“…어?”

“메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소피아 레이디를 모시고 있어요. 마녀에게 붙잡히기 전에는 윌렛왕국의 하녀였습니다. 제가 직접 차를 따라드리죠.”

쪼로록

클레어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차를 따라버린다.

차를 핑계로 바깥에서 감정정리를 하고 올 시간조차 봉쇄한 거다.

이제는 거의 공황상태로 보이는 클레어.

정신없어하는 그녀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재빨리 메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참! 현무단이 전멸했으니 이제 큰일이 났군요. 어쩌죠? 제가 외가에라도 가서 검투사 몇 명을 임대해 올까요?”

나름 처가에 돈 좀 있나 보다.

외모가 소피아에게 딸리니 경제력을 내세워서 메튜에게 어필하는 모습.

“이대로 4대 검투단의 명성을 땅에 떨길 수도 없는 노릇이죠. 모나스 검투대회도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제가 부모님께 돈 좀 빌려서 괜찮은 검투사들 좀 섭외해 볼게요.”

자신감을 되찾았다.

의기양양한 기세가 우리에게까지 느껴질 정도.

그러면서 그녀의 첫 번째 반격이 시작되었다.

“제 여보와 같이 마녀를 물리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은 큰일을 하셨어요. 지내시는 동안 불편함 없게 도와드리겠습니다.”

너희는 어디까지나 손님이다.

그러니 얌전히 이 집의 안주인인 내 말을 들어라.

뭐, 이렇게 해석하면 되는 건가?

“다만 이제 저와 여보는 검투단 운영 관련해서 얘기할 게 있어서요. 잠시 자리 좀 마련해주세요.”

자신과 매튜만 대화할 수 있는 화제로 돌려서 소피아를 내치려는 게 눈에 보였다.

크큭.

귀엽네, 클레어.

유부녀가 자신의 남편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니 정복감이 불쑥 치솟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여자를 짓밟는 걸 좋아하지.

소피아에게 이미 무기는 맡겨놓은 참이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완벽한 쐐기골을 넣는 그녀.

“…매튜님? 제 동료들을 검투사들로 쓰시려고 데려온 것 아니었나요? 마담께서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이 말을 들은 클레어의 두 눈이 실시간으로 화등잔만 해진다.

어찌나 놀랐는지 입가에 침이 흐르는데도 닦을 생각도 못하네.

“여보? 이게 무슨 소린가요?”

“…그렇게 됐소. 소피아의 동료들. 이들은 나와 마녀를 같이 해치웠을 정도로 강한 자들이오. 마침 현무단도 전멸했으니 소피아의 도움을 받아서 현무단을 운영하기로 했소이다.”

남자의 애정은 물론이고 현무단의 운영권까지 실시간으로 넘어갔다.

그것도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외모마저 우수한 유능한 여인에게 말이다.

이미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소피아가 메튜와 썸씽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클레어의 머리를 잠식한다.

“아…”

“그러니 클레어, 잠시 자리 좀 비켜주시겠소?”

오히려 메튜가 그녀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충격받아서 멍하니 대답조차 못 하는 그녀.

매튜가 그런 클레어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 다시 한 번 인지를 시킨다.

“클레어, 내 말이 안 들리오? 잠시 나가 주시오.”

“…아! 네! 나가볼게요…”

힘없이 대답하고 자리를 떠난다.

그녀의 어깨가 굽어있는 건 심리적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가슴 무게가 워낙 나가서 자연스럽게 굽어버린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달칵

클레어가 나갔고 방 안에는 우리 루나원정대만 남게 되었다.

이제는 아까 보인 담담한 태도를 버리고 엎드린 채로 매튜가 절규한다.

“흐흐흑! 꼭 이러셔야 하였습니까? 클레어가 얼마나 착한 여자인지 보셨지 않습니까?”

“그래. 확실히 착하고 어진 여인이긴 하더군.”

보통의 여자라면 지랄발광을 하면서 소피아의 머리채를 잡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놀라울 정도의 인내심으로 이를 참아냈다.

원래는 매튜의 아내는 내 입장에서는 방해꾼이었다.

소피아의 현무단 장악의 걸림돌이었기 때문.

하지만 막상 그의 아내 클레어가 생각보다 괜찮은 여인이라는 걸 깨닫자 내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메튜를 조금 더 갈구기로 한다.

내가 본론을 말하기 전에 기를 좀 죽여놓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거든.

“올리비아, 방음 마법 가능해?”

“물론입니다. 사일런스.”

바로 기막이 펼쳐지며 외부와의 단절이 행해진 응접실.

비로소 우리가 어떤 종류의 괴물인지 다시 한 번 인지한 매튜의 두 눈이 공포로 차올랐다.

“잠, 잠시만…”

퍼어억

그대로 배를 갈겼다.

배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세게 치지만 않으면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다.

그런 복부를 정통으로 맞은 매튜가 꺽꺽대며 위액을 쏟아냈다.

“뭐? 너무한 거 아니냐고?”

“죄, 죄송합니다…”

“내가 문제를 하나 낼게. 잘 맞춰봐.”

바로 매튜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붙인 채로 문제를 냈다.

다음 중 너무한 놈을 찾으시오. (2점)

1번 심심풀이로 시골 마을 사람들 모조리 죽이고 애들을 못 박고 그 앞에서 어미를 강간한 놈.

2번 불쌍한 수인 여족장 구하는 김에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들 단죄하는 나.

“둘 중에 누가 너무한 것 같아?”

“흐흑, 클레어는 아무런 죄가 없잖습니까?”

“왜 없다고 생각해? 너 같은 쓰레기를 남편으로 만난 죄가 있잖아?”

연좌제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나름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그래서 이전 세계 지구에서 송길준도 심심할 때마다 연좌제를 적용했다.

거슬리는 경쟁사 사장이 있을 때는 와이프까지 같이 데려와서 작업을 쳤었고, 반대로 와이프가 문제였을 때는 남편을 데려와서 족쳤지.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때 버릇 어디 가겠어?

클레어는 지금 내 기준으로는 굉장히 무난한 형벌을 받는 중이다.

“올리비아. 유리병을 흔들어라. 아직도 자신에게 인권이 있는 줄 아는 이 버러지에게 주제 파악을 시켜줘.”

녹색 눈동자의 귀여운 마녀 올리비아는 내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고, 기막을 차단한 응접실에는 잠시동안 매튜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한 10분 버텼나?

이 한심한 놈은 다시 한 번 고독충 맛을 보더니 내 발등에 입술을 맞추며 자비를 구걸하고 있다.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전 쓰레기 맞습니다. 그러니깐 그만 흔들어 주십시오.”

쭈그려 앉아서 엎드려 있는 매튜와 눈을 맞추었다.

“고문을 멈춰줄까?”

“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쿵 쿵

도게자 자세로 이마가 찢어질 듯이 바닥에 머리를 박는다.

주제 파악은 얼추 된 것 같아서 손을 내밀어 그의 이마를 받쳐주었다.

“좋아,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면 적어도 당분간은 고독에 의한 고문을 멈춰주마.”

“말, 말씀만 해주십시오! 이 지긋지긋한 고통만 해결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큭큭큭.

일말의 희망을 품고 눈빛이 반짝이는 매튜.

저 눈빛을 무참하게 짓밟을 생각에 갑자기 고간이 번쩍 선다.

내 말에 초집중하고 있는 그를 보며 오늘 이 저택에 들어왔을 때부터 가슴 속에 품었던 욕망을 풀어놓았다.

“매튜, 네 아내 클레어를 나에게 넘겨라. 그러면 고문을 멈춰주겠다.”

* * *



사상 최악의 주인공〈 105화 〉 네 아내를 나에게 넘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