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제 아내를 당신에게 바치겠습니다
* * *
스르륵
마침내 그녀의 안대가 벗겨지면서 시야가 밝아졌다.
클레어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
모든 옷을 입은 채로 애초에 섹스에는 관여하지도 않고 죄수처럼 서 있는 초라한 자신의 남편 매튜.
그리고 섹스의 여파가 남았는지 귀두 끝에서 하얀물을 뚝뚝 떨궈대는 대물을 덜렁거리며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 데이몬이었다.
클레어의 입장에서 이건 악몽…
그래, 이 이상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악몽이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모르는 척하지 마. 너도 중간서부터는 내심 알고 있었잖아? 조금 전까지 너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남자는 저 한심한 놈이 아니라 바로 나다.”
“…꺄아아악!”
클레어의 찢어지는 비명.
목이 쉰 와중에도 아직 저 정도 비명을 지를 여력이 남아있었나 보다.
“안 돼…임신했으면 어쩌지? 정액을 빼내야…”
애처롭게 조갯살을 벌리고 손가락을 넣어서 안에 머물고 있는 정액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클레어.
무의미한 짓이다.
이미 20번을 자궁에 정자를 퍼부어댔는데 이제 와서 보지를 청소한다고 해서 수정된 아기가 나오진 않는다.
그녀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다만 인정하기 싫은 거겠지.
이를 현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다.
“반갑다, 클레어. 나는 매튜의 주인이자 마왕 데이몬이라고 한다.”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그러자 내 손등을 탁 쳐서 인사를 거부한 뒤, 클레어가 세모꼴의 눈으로 노려보며 앙칼진 목소리로 답한다.
“당신…감히 이런 짓을 벌여? 마왕? 레벨 1이? 웃기고 있네. 여보, 당장 이놈을 지하실에 가둬요. 제가 친히 이놈을 교육해서 위아래를 주입하겠어요!”
개새끼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한다.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클레어는 황당하고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안주인의 권리를 행사하려 한다.
벌거벗고 레벨 가리개도 딱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레벨은 1로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래서 클레어는 날 만만하게 평가한 거겠지.
미안하지만 난 판타지아 대륙에서 가장 강한 레벨 1이란다.
“매튜, 네 아내가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다. 네가 대신 벌을 받아라.”
“…알겠습니다. 마왕님.”
클레어의 눈앞에서 믿기지 않는 장면이 또 벌어진다.
털푸덕
벌거벗은 채 대물을 덜렁대며 당당히 서 있는 내 앞에 잔뜩 웅크린 채 엎드린 매튜.
그가 내 발등에 키스를 퍼붓기 시작한 거다.
“마왕님, 저 매튜는 당신의 충실한 종복입니다. 흐흐흑…”
클레어의 두 눈에는 온갖 감정이 다 서려 있다.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
수십 만명이 상주하는 대도시 모나스 시티에서 손가락에 뽑힐 정도로 거부인 자신의 남편 매튜.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영향력을 가진 위풍당당했던 자신의 남편이 레벨 1짜리 강간범에게 굴종하며 비참한 모습을 보인다.
“대체…왜 그러는 거예요, 여보…”
“왜 그러는 거겠어? 힘의 차이를 느껴서겠지. 현무단이 왜 전멸했는지 모르겠나?”
클레어는 바보가 아니다.
원래 그녀가 매튜에게 들었던 사실은 현무단과 마녀가 동귀어진.
하지만 자신을 마왕이라고 부르는 남자가 나타났고, 매튜는 그의 앞에서 개처럼 구르고 있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해보면, 현무단은 마왕을 위시한 세력에게 전멸했고 메튜는 그의 권속이 되었다는 말.
모든 이야기의 진면목을 유추해낸 클레어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이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나?”
“…이건 말도 안 돼. 당장 홀리엔 법국의 사제들에게 알려야…”
콰지직
“끄아악!”
“여, 여보!”
“뭐라고? 누구한테 알린다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길래 내 발등에 입을 맞추는 매튜의 머리를 짓밟고 뭉개버렸다.
주르르륵
메튜의 얼굴이 바닥에 박히면서 코가 깨졌나 보다.
그의 양 콧구멍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을 붉게 적시기 시작했다.
“하, 하지 마요! 매튜를 그렇게 대하지 마세요!”
큭큭큭.
당연히 애가 타겠지.
사랑하는 남편이 눈앞에서 학대당하고 있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매튜, 네가 직접 대답해라. 나에게 이런 대접을 당해서 기분이 나쁜가?”
“아, 아닙니다. 마왕님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영광입니다.”
교육이 잘 되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수틀리게 대답을 했으면 바로 고독충으로 반쯤 죽여놓았을 거다.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저런 레벨 1짜리에게 절절매는 이유가 뭐죠?”
뭐긴 뭐야.
압도적인 스텟빨이지.
아직도 레벨 1에 얽매여 있는 거 같길래 아주 조금만 내 기세를 클레어에게 흘려보냈다.
스스스스
“…켁! 켁!”
숨이 막힐 거다.
이것도 엄청나게 조절한 거다.
도합스텟 600에 이른 나는 전력으로 한 명한테 기세를 집중시키면 레벨 5 이하의 일반인 정도는 단숨에 기절시킬 수 있다.
다만 지금 클레어가 기절하는 걸 원치 않았기에 레벨 8 정도 되는 그녀에게 맞춰서 딱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만 기세를 쏜 거다.
하지만 호흡은 힘들겠지.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기세로만 그녀의 숨통을 조였다.
“아, 안 돼! 클레어는 안 됩니다. 뭐든 할 테니 그녀는 내버려 주십시오.”
그래?
그럼 네가 대신 벌 받든가.
콰직 콰직
“안 돼요! 그이는 놔둬 줘요!”
얼씨구.
부부 둘이서 아주 생쇼를 하는구나.
남편을 갈구니 아내가 그만해달라 하고 아내를 괴롭히니 남편이 엎드려 빈다.
이러니까 중간에 낀 내가 완전 나쁜 놈 되는 거 같잖냐?
…나쁜 놈 맞나?
어찌 됐든 매튜라는 놈도 떳떳한 놈은 아니니 도긴개긴이다.
“아직도 내가 레벨 1 초보자로 보여?”
“아, 아뇨. 그러니깐 그만해주세요…부탁드릴게요.”
클레어도 내 몸에서 풍기는 기세를 느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자라는 걸 알았나 보다.
“남편이 나에게 당하는 걸 보기 싫나.”
“네…대체 왜 그러시는 거죠? 우리는 당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잖아요.”
결과로 따지면 그 말이 맞지.
적어도 매튜와 현무단이 나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어.
만약에 하지만 그들 병력이 마녀의 숲에 도달했다면 내 여인들이 다칠 수도 있었지.
심지어 소피아가 정기적으로 들렀던 아룬 마을 사람들은 말도 못하게 끔찍하게 몰살시켰고 말이야.
이런 이유를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취미는 없다.
그러니 마왕답게 딱 한마디로 정의해준다.
“너희가 나보다 약하잖아. 그뿐이다.”
마치 무협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강자존.
내가 강하고 넌 약하니깐 당하는 게 당연해 논리를 시전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나는 이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인 네 남편을 클레어 네가 보는 앞에서 괴롭힐 거다.”
“으으…제발 클레어만은…”
“그러니까 결정해. 남편이 눈앞에서 당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알겠지.”
여자라면 유전자에 각인되어있는 그거 있잖아.
더 잘난 수컷의 유전자를 몸 안에 받아들이고 싶은 욕구.
그게 잘생기거나 키가 크거나 돈이 많은 거로 지구에서는 치환되곤 했지.
판타지아 대륙에서도 그 원리는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난 지금 클레어에게 그 암컷으로서의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라고 주문하는 거다.
“그, 그럴 순 없어요. 어떻게 매튜 앞에서 그런…”
“여태까지 잘도 나랑 섹스했잖아. 창밖을 봐라.”
짹짹짹
참새 소리가 들리고 해가 뜨고 있다.
슬슬 동이 터올 시간인 것이다.
그만큼 클레어와 나는 오랫동안 서로의 몸을 탐했다.
“네 몸은 이미 내 자지를 기억하고 있어. 그래도 거부할 거야?”
“그건 안대를 껴서…난 매튜인 줄 알았어…”
“거짓말 하지 마. 처음에는 헷갈렸겠지. 하지만 그 이후부터 몰랐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맞다.
분명히 클레어는 나와의 섹스가 5번째가 넘어갔을 때는 이상함을 감지했을 거다.
그런데도 그녀는 확인하지 않았지.
그저 자지를 내 몸 안에 받아들이고 헐떡대기만 했어.
“클레어. 내 좆은 어땠어? 좋았냐?”
“아니야! 아니라고! 난 너와의 섹스가 전혀 기분 좋지 않았어!”
큭큭큭.
격렬하게 부정하는군.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미 흔들릴 대로 흔들리고 있다.
울기 직전의 클레어.
나는 그런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오, 오지 마요!”
“왜 갑자기 거부하는 거지? 30분 전만 해도 나와 가까워지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나?”
“그, 그건 당신이 메튜인 줄 알았을 때였고!”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겠다 이거지?
바로 매튜를 바라보았다.
“매튜, 너는 클레어와 나와의 섹스 장면을 모두 생생히 지켜봤겠지.”
“뭐, 뭐라고? 그게 정말이에요?”
클레어가 믿기지 않는 눈으로 매튜를 쳐다본다.
“큭큭. 섹스 도중에 네 손을 잡아준 게 누구라 생각하는 거냐? 메튜는 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나에게 강간당하는 걸 보았다. 오늘의 일은 저 모지리가 널 나에게 바쳤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어.”
여전히 그녀는 말도 안 된다는 눈빛.
하지만 어쩌겠나, 그게 현실인 것을.
나는 매튜에게 무언의 눈짓을 했다.
자초지종을 말하라는 압박이었다.
이런 데서는 또 눈치가 빠른 매튜는 입술을 짓씹으며 개미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 미안하오, 클레어. 내가 그랬소.”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크게 말해봐.”
“내, 내가 당신을…마왕님께 바쳤소. 당신을 볼 면목이 없소! 미안하오! 흐흐흑!”
남편이 먼저 함락했다.
자신의 입으로 아내를 내게 바쳤다고 클레어의 눈 앞에서 얘기했다.
아내포기선언.
클레어도 분명히 들었다.
남편이 함락되었으니 아내도 별수 없음은 당연한 수순.
“그, 그럴 리가…하윽!”
바로 한 손으로 클레어의 허리를 휘어잡고 가슴을 젖소에서 우유를 뽑아내듯이 쥐어짠다.
“으으윽! 하지 마! 매튜는 그럴 남자가 아니야! 설사 그랬다고 해도 내 몸은 내 거야! 당신에게는 허락 못 해요!”
“그래? 그런 것치고는 여기가 좀 이상한데?”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고기균열을 훑어주자 질퍽한 물이 새어 나왔다.
내 손이 클리토리스에 살짝 닿자 움찔하는 그녀.
확실하다.
이 여자 이미 내 손길과 자지에 맛 들렸다.
여자가 자지를 몸에 받아들인 충격은 쉬이 잊히는 게 아니다.
뇌리에 박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몸도 이를 조건반사적으로 기억했다가 그 남자의 손이 몸이 자극되면 자연스럽게 질 내를 축축이 적셔놓는다.
“안 돼…이러지 마.”
“이미 너의 몸은 준비되었다고 하는데? 들어간다?”
“하지 마요…제발. 이건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에요.”
맞지.
인간으로서는 하면 안 되는 짓이다.
하지만 난 악마후보자.
오늘도 너와 매튜를 통해서 달콤한 카르마를 수확한다.
“매튜,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물어보지. 내가 너의 아내를 사용해도 되겠나?”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
마치 그의 아내를 물건인 것처럼 사용한다는 표현을 썼다.
굉장히 수치스럽고 모멸적인 질문임에도 매튜는 이상함을 감지조차 못한다.
이미 그의 가슴은 속이 타들어 가다 못해 썩어들어갔을 거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해.
아룬 마을을 잔인하게 도살한 그 500여 명의 인간의 명복을 빌어주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주르르륵
너무 입을 꽉 깨물다가 혀를 씹었는지 턱을 타고 흐르는 매튜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대답했다.
“…네, 마왕님. 나의 주인이시여. 기쁜 마음으로 제 아내를 당신에게 바치겠습니다.”
남편의 오케이 싸인.
그와 함께 나는 난폭하게 클레어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