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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화 〉 저도 운동 같이해도 될까요?



〈 131화 〉 저도 운동 같이해도 될까요?

* * *

응? 누가 우릴 본 거지?

다음 경비원들 대기시간까지는 아직 꽤 많이 남았는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서서히 몸을 돌려 누구인지를 확인했다.

“어엉~? 너 누구냐고? 누군데 옆구리에 그런 귀여운 년 끼고 있는 거야? 나도 고년 좀 만져보자!”

취객이었군.

괜히 깜짝 놀랐잖아.

경비원들이 모두 기절한 사이에 우연히 들어왔나보다.

“주인님.”

“하여간 낚시가 문제에요.”

“네?”

슈콱

올리비아가 알아들을 수 없는 지구식 표현을 쓰며 취객의 목을 뎅겅 날려버렸다.

“그럼 가지.”

그녀를 현무단주의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콜로세움 지하에 있는 검투사 숙소로 내려왔다.

아마 경비원들은 단체로 정신을 잃은 데다가 오블레앙의 씨앗즙을 먹었기 때문에 우리의 침입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결투장 타일에 대형 마법진을 깔아놨으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하겠지.

늦은 시간이다.

내 여자들도 이미 잠이 든 모양이었다.

나도 몰래 들어가서 내 여자들 옆에 누워서 자야…

“영주님, 어디 갔다 오셨죠?”

등 뒤에서 들리는 서늘한 목소리.

오늘 왜 이렇게 자꾸 뒤통수에 대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

사람 얼굴을 보고 말하란 말이다.

이번에도 별 쓸데없는 놈이면 바로 목을 날려…

“에밀리?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이냐?”

쓸데없는 놈, 아니 년이 아니었잖아?

이 야밤에 나에게 말을 걸 자격이 충분한 소녀다.

솔직히 말 걸어주면 땡큐인 여자애지.

“어디에 갔다 오신 거죠?”

“올리비아랑 밤 산책을 나갔었어.”

굳이 마법진에 대한 얘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대충 둘러댔다.

“그랬군요.”

“왜? 내가 어디에 갔다 왔는지 궁금했어?”

“…아니요?”

그녀의 높아진 하이톤 목소리.

웃기는 년이네.

대체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왜 물어본 거야?

뭐, 십대 사춘기 소녀의 머릿속을 알려 하면 피곤해질 뿐이지.

그래도 먼저 말 걸어줬으니 간만에 대화나 좀 해야겠다.

“에밀리, 여기 앉아봐라.”

나는 숙소에 마련되어 있는 탁자에 따뜻한 차를 두 잔 따라놓고 의자에 앉아 맞은편에 비어있는 의자 하나를 권했다.

드르륵

그녀가 다소곳이 앉는다.

저렇게 앉으니깐 무슨 귀족 레이디같네.

애가 점점 조신해져 가는 건가?

물론 마녀의 숲에서 나에게 대들었던 그 왈가닥 행동은 내 머릿속에서 영원히 삭제 불가 장면이지만 말이다.

“요새 좀 어떻게 지내?”

근황을 물었다.

마녀의 숲에서는 에밀리가 의도적으로 나를 피했고, 모나스시티에서는 내가 바빠서 에밀리와는 거의 대화를 나눌 일이 없었다.

그나마 다른 여인들은 밤마다 나랑 같이 자면서 주기적으로 몸을 섞으니 섹스 토크라도 할 수 있지만, 미성년자인 에밀리는 그것조차 안 된다.

당장 오늘만 해도 검투사 숙소 가장 큰 방에 엘리샤와 셰릴, 그리고 링링은 옷을 모두 벗고 나와 함께 엉겨서 자는데 에밀리만 따로 방을 쓰고 있잖아?

“그냥 그렇게 지내요.”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네.”

“그래, 네 나이 때는 어디 안 아프고 건강한 게 최고야.”

내 말 한마디에 갑자기 에밀리가 고개를 푹 숙인다.

뭐지?

내가 기분 나쁘게 한 거라도 있나?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표정관리 하는 거야?

“저…영주님?”

그녀의 목소리에 주저함이 가득 묻어나온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혹시 내 곁을 떠난다는 말을 하려고?

안 되는데.

아직 천무지체 제대로 뽕도 못 뽑았는데 가버리면 나 배 아파서 잠 못 잔다.

“크흠흠, 무슨 일인데? 말해보아라.”

“…저도 같이 침실에서 잘 수 있을까요?”

??????

뭐라굽쇼?

내가 잘못 들었나?

“저만 혼자 자려니 요새 기분이 좀 싱숭생숭해서요. 언니들은 다 같이 모여서 자는데 저 혼자 동떨어져서 외톨이 느낌도 들고요.”

뭐라 할 말이 없다.

지금 얘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 걸까?

“그…혹시 언니들이랑 하는 우, 운동해야지 같이 잘 수 있는 거면 저도 그 운동 같이…”

“그만.”

그녀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말을 이어가다가는 천신과 마신을 능가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판타지아 대륙이 박살 나고, 나 데이몬도 휴짓조각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어서였다.

“잠시만 기다려.”

콰앙

내 침실의 문을 발로 뻥 차서 열었다.

현재 시각 새벽 4시.

침대 위에 내 여자들은 헐벗고 엉겨서 쿨쿨 자고 있다.

포동포동한 엉덩이과 탱탱한 유방살, 거기에 톡 튀어나온 귀여운 젖꼭지, 그리고 다리 사이에서 뻐금대고 있는 보지 균열들이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게 보이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전원기상!”

내 우렁찬 목소리에 엘리샤와 셰릴, 그리고 링링이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적, 적습이냐멍!”

“무슨 일이시죠? 아으 졸려.”

“주인님, 지켜드리게~하암!”

세 명의 여인이 연신 하품을 하며 눈물 어린 눈으로 날 보았다.

“적습은 아니고. 지금부터 긴급임무다.”

내 목소리에 심각성을 느껴서일까?

세 여인이 금세 정신을 차리고 내 입에서 나올 말에 집중한다.

“지금 당장 모두 에밀리의 침실로 가라. 그녀를 꼭 껴안고 보듬어줘. 며칠 동안 그렇게 그녀와 같이 자라. 에밀리가 됐다고 할 때까지 내 침실에는 접근 금지다.”

내 말을 들은 여인들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무슨 그런 명령이 다 있느냐는 거겠지.

아무리 남자가 좋아도 막내는 챙겨야지.

생각해보면 에밀리는 가장 친구가 필요할 때인데 이런 타지에서 매일 홀로 동떨어져 있으니 외로워할 만도 했다.

물론 타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던 나 데이몬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에밀리는 지금이든 성인이 되고 나서든 내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좋은 자원으로 자라고 있다.

그리고 이전 세계 지구에서도 칠룡코퍼레이션은 유능한 직원에 한해서는 금전적인 지원 외에도 맨탈적인 케어 또한 같이 해주었단 말이지.

“주인님, 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너희 막내가 외롭다잖아? 다시 말해줘? 에밀리랑 같이 자고 그녀가 괜찮다고 하기 전까지는 내 침대 들어올 생각 마라. 모두 꺼져!”

토실토실한 엉덩잇살을 찰싹찰싹 치며 방에서 모두 내쫓았다.

칭얼대며 나가는 그녀들의 엉덩이에는 내가 남긴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레벨이 높아서인지 아니면 평상시 육체단련을 많이 해서인지 내 여자들 몸매는 거의 미친 수준이다.

“하앙♥ 주인님이 내 엉덩이 만져줬어.”

“주인님 제 보지도 만져주세요!”

“멍멍! 수인녀 보지 젖었다멍! 에밀리 돌봐주기 전에 한 번만 해달라멍!”

풍만한 골반 라인에 힙업된 엉덩이들이 내 손에 맞자 암컷년들이 교성을 질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방 밖으로 내쫓고 방문을 쾅 닫았다.

“후우, 알아서 에밀리 보살펴주겠지.”

한시름 놓았다.

그건 그렇고.

에밀리가 나에게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일지는 몰랐다.

내 머릿속에 그녀는 항상 기가 세고 나에게 반항심을 내보이는 소녀였다.

그런데 마녀의 숲부터였나?

요년이 점점 속내가 여려지고 눈물도 많아지고 소녀소녀해지는 것 같다.

난 또 에밀리가 의도적으로 날 피하길래 여전히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혼자서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던 거였어.

물론 에밀리는 15세치고는 무척이나 성숙한 편이긴 하지만 미성년은 미성년이다.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할 때이니 최소한 엘리샤는 전담으로 에밀리에게 붙여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같은 마을 출신에 나이 차이도 거의 엄마뻘이니깐 잘 돌봐 주겠지.

에밀리가 말하는 소위 ‘운동’은 몇 년 지난 뒤에 다시 고려해보자고.

하늘 너머의 몇몇 성좌님들의 탄식이 들리는 것도 같다.

이거 성좌물 아닌데?

그냥 그렇다고 하자.

침대에 덩그러니 남아서 오래간만에 홀로 꿀잠을 즐겼다.

당장 몇 시간 후에는 성녀와의 일생일대의 결전이 있지만, 전혀 긴장되지 않았기 때문.

어떻게든 되겠지 뭐.

짹짹짹

참새 소리와 함께 아침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검투대회 결승전날이다.

오늘 대망의 경기를 치르고 하루 내내 모나스 시티 전체가 축제를 즐기게 된다.

그리고 경기내용을 보고 전 울프문 부족 족장 루나는 탈출할지 말지 결심을 하게 되겠지.

현재 루나의 검투사신분은 유리아 황비가 마련해준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도망가버리면 유리아 황비도 곤란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추격대도 꾸려지고 마녀의 숲에 있는 자신의 부족민들도 위험에 처해질 수 있는 거다.

그러니 이 모든 위험요소를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줘야만 한다.

성녀마저 찍어누르는 강함을 보여줘야 루나도 나를 믿고 신세를 의탁할 거다.

“그럼 슬슬 나가볼까?”

검투대회는 아침 일찍 시작이다.

대기 선수는 바로 나.

바로 나가자.

“대망의 모나스 검투대회 결승이 밝았습니다!!”

“와아아!”

“빨리 시작해라!”

“도축가 데이몬!”

“데이몬!”

간간이 내 이름이 불린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을 하지 않았군.

내 별명이 새로 생겼다.

바로 도축가.

전에 청룡단의 에이스 요한의 살가죽을 깔끔하게 벗겨내는 것을 보고 도축 실력이 상당하다고 평가되어 도축가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다.

“누구도 이런 이변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러모로 예상치 못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올해 모나스 검투대회!! 그러면 대망의 결승전 대진은 현무단 대 주작단!!”

마력으로 커진 진행자의 목소리가 드넓은 콜로세움을 쩌렁쩌렁 울렸다.

벌써 내 여인들은 새벽같이 준비를 모두 마치고 관중석에 대기해 있는 상태.

일부러 내 많은 여인 중에서 올리비아와 눈을 마주쳤다.

끄덕 끄덕

무언의 싸인.

아마 내가 신호를 보내면 바로 결투장 밑의 대 성녀용 신성력 제한 마법진을 발동시킬 것이다.

“그럼 바로 선수 소개 올리겠습니다! 토너먼트 8강전에 혜성처럼 나타난 도축가 데이몬! 그 강한 팔라딘 요한을 말 그대로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린 잔혹한 처형자가 다시 무대에 섭니다!”

“와아아아아!!”

“보여줘라! 데이몬!”

귀청이 떨어질 듯한 함성이 나에게로 쏟아지자 쇼맨쉽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늘이면 검투사 생활 끝이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쇼맨쉽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은 법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고결한 성녀 한유림! 이건 마치 악마와 천사의 대결을 보는듯합니다. 전 대륙의 추앙받는 고결한 성녀는 과연 도축가를 잡고 20년 만에 주작단을 우승팀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지켜봐 주십시오!!”

땡땡땡땡땡

요란하게 종이 울렸다.

들어보니 결승전에만 존재하는 종이란다.

싸우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입장을 올리는 종이다.

어젯밤에 한 번씩 들었다 놨다 한 결투장 타일 위에 올라갔다.

기왕이면 마법진 없이 이겼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래도 도합스텟 800의 괴물수준인데 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휘이이잉

결투장에 바람이 불었다.

순결을 상징하는 새하얀 법복을 입은 성녀 한유림과 내가 서로를 마주 보며 섰다.

성녀의 얼굴은 현무단 숙소를 방문했을 때의 인자함은 사라져 있었고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날 노려보는 중이었다.

“강하고 재능있는 여자들 사이에서 청일점 남자인 이유가 있었군요. 솔직히 팔라딘 요한을 제압했을 때는 제법 놀랐습니다.”

성녀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다.

여태까진 버러지로 봐서 인자한 척 다했는데 좀 강해 보이니 바로 돌변해서 본래 성격 나오는 건가?

역시나 홀리엔 법국이나 72대천사 후계자들의 이중성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올리비아가 그들의 위선과 가식이 역겹다고 했는데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었어.

다 수십수백년 간 겪은 경험치 데이터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었던 것이다.

* * *



사상 최악의 주인공〈 131화 〉 저도 운동 같이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