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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3화 〉 뜻밖의 아이템을 얻었다



〈 133화 〉 뜻밖의 아이템을 얻었다

* * *

거의 코브라 수준의 굵고 기다란 육봉이 잔뜩 성이 나서 하늘을 쳐다보자, 반응을 못 하고 적막에 잠겨있던 검투장이 그제야 경악스러운 탄성으로 뒤덮였다.

“아, 아니!”

“말도 안 돼!”

“저게 사람의 육봉이라고?”

“저건 절대 사람의 것이 아니야. 저 데이몬이란 남자는 말의 거시기를 잘라 붙였을 거다!”

후후후.

다들 믿지 못하는 분위기군.

그럴 줄 알았다.

유일하게 놀라지 않는 관중은 맨 앞에 일렬로 앉은 내 여자들.

그런데 너희는 왜 자랑스럽다는 표정이냐?

성기를 보인 건 난데, 주변의 반응을 본 내 여자들이 어깨를 펴고 젖통을 당당히 내민다.

설마 이런 거대한 육봉을 본인들의 자궁에 받아냈다는 사실을 일종의 훈장으로 여기는 건가?

역시나 내 여자들의 심리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당,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뭐죠?”

내 앞에서 겁에 잔뜩 질려서 공손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깐 내 우람하고도 공포스러운 자지를 가장 특등석에서 관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어.

바로 성녀 한유림.

지금 그녀의 아름다운 흑색 눈동자는 내 자지에 박혀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너무 늠름해서 반할 것 같냐?”

“그, 그럴 리 없잖아! 넌 괴물이야. 괴물이라고!”

남성기 때문에 괴물 소리를 듣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럼 넌 지금부터 내 괴물의 맛을 보게 되겠군.”

“하, 하지 마! 나는 성녀야! 설마 홀리엔 법국을 적으로 돌리고 싶어?”

나도 들었던 것 같다.

성녀나 용사를 죽이거나 능욕하면 72대천사를 모욕한 것으로 간주.

이단자로 낙인찍히고 영원히 판타지아 대륙에서 쫓기다가 추살당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난 데이몬.

사상 최악의 주인공이다.

애초에 그런 거 신경 썼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어.

덥썩

“아아악!”

“씨발년이 혓바닥이 기네. 홀리엔 법국? 좆까라 그래. 내가 딱 말해줄게. 넌 오늘 내 자지에 영혼까지 관통될 줄 알아라.”

머리채를 잡아 올리고 눈을 똑바로 마주친 채로 말했다.

그녀와 나의 눈동자와 눈동자 사이의 거리는 불과 2cm.

서로의 홍채가 보일 정도다.

“내가 허풍 치는 것 같아?”

둘 간의 강렬한 눈 맞춤 때문에 허공에 스파크가 튀겼지만, 그런 와중에도 내 동공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에 차있다.

이쯤이 되니 성녀도 내가 정말로 이 자리에서 그녀의 뒷배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간을 할 거라는 걸 깨달았다.

“잘,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면 다시는 안 까불게요. 흐흐흑…”

공포에 질려서 흐느끼는 한유림.

완전히 영혼가출 상태이다.

이 여자가 백 년 전 마녀전쟁을 겪은 것도 아니고, 언제 이렇게 정면에서 자신보다 강한 자의 적의를 느껴보았겠는가?

완전히 겁에 질린 토끼가 다 되어서 두 눈에 눈물이 흘리며 나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제발요…저 성녀예요. 이렇게 사람 다 보는 앞에서 당신에게 당해버리면 저 교단에서 쫓겨나요. 그러면 저 어떻게 살라고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제법 애절한 목소리네.

웬만한 남자가 들었다면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겠어.

솔직히 나도 마음이 좀 약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육봉은 더더욱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남자가 되어서 발기된 좆을 해결 못 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

잠시 네 몸 좀 사용하마.

“손 치워. 바로 박을 테니깐. 괜히 저항하면 아프게 박을 거고, 지금이라도 순순히 다리 벌리면 살살 박을 거다.”

“아아…제발!”

“닥치라고!”

그러면서 그녀가 애처롭게 가리고 있는 허벅지를 양쪽으로 쫙 벌려서 검투장 모두에게 고귀한 성녀의 고기균열을 보여주려는 순간이었다.

채앵

내 목이 서늘하다.

옆을 보니 어느새 관중석에 뛰어내린 용사가 날카로운 검으로 내 목을 겨누고 있다.

“거기까지 해라, 망나니 놈아.”

덜덜 떨리는 목소리에서 얼마나 그가 화가 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한유림이 당하는 꼴을 못 보겠어서 결국 이상철이 나선 것이군.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신성한 검투장에 난입하시다니요. 이건 설명을 들어봐야겠습니다.”

“당장 멈추라고 그랬다. 그 흉물스러운 인간 같지도 않은 좆을 유림이에게 계속해서 향한다면 바로 절단해 주겠다.”

그나저나 용사는 용사네.

내가 아무리 성녀 한유림을 따먹고 싶어서 방심했다고 해도, 방금 용사가 멈추지 않았다면 바로 목을 따일 뻔했다.

괜히 올리비아가 용사와 성녀를 경계하는 게 아니었어.

앞으로도 72 대천사의 계약자들 상대로는 항상 방심하면 안 될 것 같다.

그건 그거고.

용사가 지금 나에게 한 행위는 명백한 반칙.

난 바로 진행자에게 따져 물었다.

“진행자님, 말씀해주시죠. 검투장에 동료가 이렇게 난입해서 상대 검투사를 위협해도 되는 겁니까?”

“그, 그게…”

큭큭큭.

당연히 안 되겠지.

안되는 거 알고 물어보는 거다.

하지만 지금 그 반칙을 행한 자가 대륙에서도 유망하다는 용사니깐 진행자도 이걸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뇌 정지가 와버린 것 같다.

이때를 틈타 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장작불을 태워 넣었다.

“이럴 거면 왜 검투대회를 연 겁니까? 애초에 72대천사의 계약자들이 본신의 힘이 아닌 천사의 힘을 쓸 때부터 검투대회는 더럽혀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나는 악마의 힘인 카르마 전환으로 급격하게 스텟을 올린 케이스지만, 굳이 이걸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 악조건 속에서 힘들게 이기고 마침내 결승전에서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패자의 처우는 승자에게 있다는 게 수십 년 전부터 내려오던 모나스 검투장의 전통 아니었습니까?”

다들 내가 스텟빨 먼치킨이라고 생각하지만(물론 그것도 맞다.) 사실 나는 말도 굉장히 잘하는 놈이다.

죽기 전 지구에서는 칠룡코퍼레이션이라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었고, 어떤 회사든 간에 오너는 항상 말을 잘해야 한다.

“결국 모나스 검투 대회도 대륙의 거대한 힘에 짓눌려버리는 그런 시시껄렁한 대회였군요. 대체 모나스에 자유도시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모르겠네요. 홀리엔 법국의 애완도시라는 게 더 어울릴…”

“그마안!”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검투장을 울린다.

바로 도시를 이끄는 상인연합장과 시장, 시의회장, 그리고 사신대 검투단주들이 있는 상석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초로의 노인이었는데, 아마 상인연합주가 아닐까 싶다.

노인네 목청 한 번 좋군.

“검투사 데이몬, 거기까지 하게. 여기서 더 모나스 시티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간 좌시하지 않을 걸세.”

“명심하겠습니다.”

여기서는 한 발 물러서야 할 타이밍이다.

아마 저 노인네도 용사와 성녀가 설치는 꼴은 싫을 테니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조처를 해주겠지.

“그리고 용사 이상철. 그대 또한 이번엔 선을 넘으셨소.”

“무슨 선을 넘었다는 거요! 지금 성녀가 수만 관중 앞에서 순결을 잃을 뻔했…”

“갈(?)!”

이전 세계 지구의 마이크와 같은 느낌의 음성 증폭형 마도구에 강하게 소리 지르는 상인연합주.

용사의 말이 노인에 의해 대번에 끊겼다.

“그대는 성녀의 순결에만 관심이 있고 수십 년 간 지켜온 모나스 시티의 전통은 전혀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연합주 노인네 말 잘하네.

그래, 내가 듣고 싶은 말이 그거였어.

조금만 더 해봐라.

“용사, 우리는 이번 검투대회에서 우승상품 천신의 눈물을 원하는 그대들의 요구를 최대한 배려해주어서 참가를 허락했소. 그렇다면 그쪽도 우리를 존중해줄 때요.”

“그러다 할지라도 이 많은 관중 앞에서 성녀를 능욕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정말로 모나스는 법국과 척을 지실 셈입니까?”

용사의 마나 섞인 목소리가 검투장에 울려 퍼지자, 상인연합주도 조금은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하긴 이런 중대한 결정을 아무리 연합주라도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그 순간.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바로 관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서 용사에게 주먹 감자와 함께 욕설을 날린 것이다.

“이런 씨발! 용사면 다야? 그동안 모나스를 이끌어온 건 우리 같은 장사꾼들이었다! 법국에서 뭘 해줬다고 와서 감 놔라 배 놔라야!”

그의 말이 기폭제가 된 것일까?

다른 관중들도 하나둘씩 일어나서 용사에게 폭언과 함께 분통을 터트린다.

“참을 만큼 참았다! 원래 검투 대회는 승자의 강함과 패자의 능욕을 보는 게 전통이었어! 우리를 존중하지 않을 거면 꺼져라!”

한 번 붙은 산불은 무섭게 타오른다.

지금 모나스 검투장이 딱 그 상황이었다.

수만 관중이 착석한 콜로세움 관중들의 90% 이상이 일어나서 그동안의 불만을 표출했다.

“용사면 다야? 그냥 모나스 시티에서 나가!”

“당장 퇴장하라! 우우우!”

“성녀는 뭐 별거냐? 똑같이 젖통 두 개 보지 달린 여자 아니냐! 당장 강간해! 도축가 보여줘라!”

중간중간 내 얘기도 들리는군.

수만 명의 적의 어린 시선을 견딘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용사도 이런 상황은 예상을 못 했는지 입술을 깨물고 몸을 덜덜 떨 뿐, 어쩔 줄 몰라한다.

그리고 성녀는 이러다가 정말로 큰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완전히 넋이 나가버린 지 오래.

“모두 주목!!”

다소 낯선 목소리가 검투장을 울렸다.

이번에 음성 증폭 마도구를 잡은 사람은 연합주 노인네 옆에 앉아있는 중년의 사내였다.

“아아, 시장입니다. 모두 진정해주십쇼.”

아저씨가 시장이었구만?

모나스 시티는 상인연합의 힘이 더 세긴 하지만, 시장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모나스 시민 여러분들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저와 의원들 몇 명이 급하게 의논을 하고 방금 결론을 내서 여러분께 공지하겠습니다.”

도시의 대가리들이 모여서 결론 냈다는데 그 결론이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모두가 침을 꼴깍 삼키며 시장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우선 용사의 이번 행동은 도를 지나친 게 맞습니다. 따라서 오늘을 기점으로 100일간 모나스 시티의 추방령을 내리겠습니다.”

“이건 말도 안…”

“제 말 안 끝났습니다, 일단 계속 들어주시지요.”

역시 시장 아무나 하는 거 아니네.

부드럽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용사의 항변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72대천사의 분신인 성녀의 고결함 또한 지켜져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성녀는 지금 즉시 결투장에서 내려오세요. 이번 한 번에 한해서 패자에게 자비를 베풀겠습니다.”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조금 아깝다.

하긴, 나이 많은 대가리가 정말로 홀리엔 법국에 척질 결정을 내리고 싶진 않았겠지.

내가 저 자리에 앉았어도 똑같은 결론을 냈을 거다.

“다만 예외는 이번 한 번뿐일 것이며, 앞으로 검투대회에 참가하는 성녀와 용사는 다른 검투사와 동등한 각오로 검투장에 서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성녀 한유림 또한 100일 추방을 받았다.

우승자격 박탈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결론이 대충 났다.

뜨뜻미지근한 결론이지만 모나스 시티 관중들도 몇몇 극단주의자들 말고 대다수는 이 결정에 만족하는 분위기.

“그럼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올해 검투 대회 결승의 우승자는 바로 혜성처럼 나타난 도축가 데이몬! 데이몬입니다!”

“와아아아아!!!”

“데이몬! 데이몬! 데이몬!”

드디어 검투장의 광기가 다시 돌아오고 우승자에게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 내린다.

우승상품 천신의 눈물 또한 내 것.

루나를 구하려고 왔다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아이템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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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주인공〈 133화 〉 뜻밖의 아이템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