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 널 계속 지켜봐줄게
* * *
뭐라고?
마왕이 강림한다고?
눈앞에 떠오르는 붉은 글자는 분명 마왕이라고 적혀있었다.
강림스킬이 사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마족 소환이라고만 했지, 마계에서도 정점으로 군림하는 존재가 강림 스킬에 덜컥 불려 나올지는 몰랐다.
강가에서나 쓸만한 작은 낚시대로 고래가 낚여 올라오면 이런 기분일까?
쩌저저적
귀에 익은 차원 찢어지는 소리.
예전 셰릴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한 번 들은 적이 있던 소리였다.
그때는 72대천사 중의 한 명이었던 예리엘이 나왔었는데.
젖통하고 보지가 기가 막힌 년이었지.
각설하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차원을 뚫고 나오는 한 여자가 보인다.
치렁치렁한 붉은 머리카락은 한올한올이 도깨비불처럼 일렁였고,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새빨간 눈동자는 지옥의 홍염을 안에 품고 있었다.
셰릴의 적안과는 조금 달랐다.
그녀는 보석을 깎아 박은 것과 같은 아름다운 루비 눈동자라면, 저 여자는 꿰뚫어보는 것만으로도 시야의 모든 것을 잿가루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시선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등 뒤에 펼쳐진 대해와 같이 넓은 악마의 날개.
마치 고대 지구에 있었던 쥐라기 시절, 그 당시의 가장 큰 익룡의 날개와 같이 좌우로 넓게 펼쳐진 흑색 날개가 내 시선을 끌었다.
악마의 상징. 뿔.
접때 봤던 새롬처럼 산양의 뿔이 양쪽 이마에 나와 달팽이의 껍질 모양처럼 둥글게 휘어서 그녀의 양 귓가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새롬의 뿔보다는 길이는 훨씬 더 길면서 왠지 모르게 더 고풍스러웠다.
뿔에는 요상한 금색 장신구가 매달려 태양 빛이 비칠 때마다 각도마다 다른 색깔을 뿜어내는 게 퍽 신기했다.
인간에게 귀걸이가 있다면 악마에게는 뿔걸이가 있는 걸까?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조각처럼 아름다운 이목구비.
한 주먹에 다 들어갈 것만 같은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눈코입이 보기 좋게 모양 잡고 있었고, 이를 갸름한 턱선이 깔끔하게 마감해준다.
이 밖에도 밀가루를 빚어 만든 것만 같은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
그런 그녀의 얼굴 아래에는……
E컵은 충분히 되어 보이는 폭력적으로 커다란 유방이 출렁이며 모두에게 당당히 젖꼭지를 내밀고 있었다.
“오, 옷을 안 입었어?”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남자인 나는 원초적 본능을 참지 못하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나체를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두 눈에 담게된다.
심지어 가슴뿐만이 아니다.
성숙미가 뚝뚝 떨어지는 허벅지 라인 사이에 여성의 가장 소중한 곳 또한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이면서 그 균열의 주름마저 망막에 맺힌다.
심지어 더 잘 보이는 이유가 뭐냐면은, 그녀는 현재 하늘의 차원벽을 찢고 나타났기에 난 아래에서 위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이러니 그녀의 보짓두덩이와 꽃잎, 그사이에 위치한 남성기가 입장할 질 내는 확실히 잘 보일 수밖에.
전라인 채로 뇌쇄적인 여성미를 풀풀 풍기는 붉은 머리카락 여인.
그녀가 바로 차원을 찢고 강림한 72대마왕 중 한 명이었다.
“크으으윽! 악취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군! 이 빌어먹을 악마 놈아!”
내 옆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왕의 강림을 쳐다본 용사 또한 뒤늦게 화를 냈다.
여기서 ‘뒤늦게’ 화를 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놈도 잠깐은 저 마왕년 보지 보느라 정신 못 차리고 있었거든.
그와 반대로 유림이는 정말로 얼이 빠져서 반응하지 못했고.
“흐으음~?”
용암을 품은 것과 같은 그녀의 일렁이는 홍채가 나를 응시하자,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딱히 저 여자가 나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없는데.
그냥 숨이 안 쉬어졌다.
격의 차이, 뭐 그런 거다.
전에 마녀의 숲에서 만났던 벨리알이 날 죽일 듯이 노려본 그 시선보다, 저 여자가 살짝 웃으면서 가볍게 쳐다보는 그 눈빛이 나를 더 옥죄고 속박했다.
“실제로 보니깐 더 대단하네.”
그런 그녀의 시선은 내 자지로 향해 있었다.
역시나 마계에서 나 정도의 자지는 흔치 않은가 보다.
숨이 막혀서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 자풍당당하게 그녀에게 성기과시를 했다.
그런 내 자지를 보며 짙은 미소를 짓는 그녀.
“후훗, 역시 넌 마음에 들어.”
“무슨 개 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 이 음란하고도 저열한 계집이!”
용사가 참지 못하고 붉은 머리의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여전히 그의 어깨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일렁이고 있다.
저 힘 때문에 내가 쪽도 못 쓰고 발렸지.
과연 마왕은 저 용사를 어떻게 상대할까?
“…넌 뭐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냥 엄지와 중지를 부딪쳐서 손가락을 튕길 뿐.
따악
“으헉!”
용사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마치 실 끊어진 목각인형처럼 팔을 허우적대면서.
그리고는…그대로 죽었다.
정말로 죽은 건가?
“죽인 건 아니야. 쟤는 용사라 죽이면 깃털쟁이들이 바로 알아채거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미 아는지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대답을 했다.
여태까지 내가 죽을 둥 살 둥 싸우던 그놈을 저 여자는 그냥 손가락 한 번 튕겨서 보내버렸다.
그 압도적인 힘.
세상만사를 손안에 둔 것만 같은 오만함.
자연스럽게 몸에서 풍기는 거만함.
모두 내가 갖고 싶은 거였다.
“…나처럼 되고 싶어?”
생각마저 읽을 수 있는 걸까?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온 붉은 머리 여인이 지척까지 와서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알몸에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향긋한 암컷의 페로몬이 내 몸을 간질인다.
이상하게 야하지가 않다.
분명 저 여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건만.
전혀 야하지 않고…오히려 성스러워 보였다.
모순이라 해도 할 말은 없다.
악마의 몸을 보고 성스럽다고 생각하다니.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겠어?
처음이었다.
여자의 보지를 보고 점령하기가 두려워진 순간은.
분명 보지만 보면 자지로 뚫어버리고 내 밑에 깔려 암컷처럼 앙앙거리는 걸 즐겼는데.
저 여자는 왠지 그러기가 꺼려졌다.
하면 안 될 것 같다.
하면 죽는다.
저 여자는 나보다…윗줄이다.
마음속 깊이 인정해버렸다.
“후후훗…귀여운 데이몬…”
연상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질인다.
가녀린 섬섬옥수가 내 턱을 연신 만져댄다.
품평회에 온 물건처럼 그녀의 손가락에 평가당한다.
“다, 당신은 누굽니까?”
자연스럽게 경어가 나왔다.
그리고 바로 들리는 대답.
“내 이름은…아유나야.”
아유나.아유나.아유나.아유나.아유나.
계속해서 마음속에 맴돌았다.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눈동자에 계속해서 담으면서.
“내가 보낸 악마의 계약서는 잘 썼더라? 개인적으로 뿌듯했어.”
그랬구나.
이 여자가 여태까지 음지에서 나를 계속 후원해주고 있었다는 이니셜 [A]였어.
어쩐지 벨리알이 쪽도 못 쓰더라니.
직접 눈으로 둘 다 보니 왜 그놈이 쫄았는지 알 것 같았다.
같은 72대마왕임에도 격이 틀렸다.
분명, 이 아유나라는 마왕은 그중에서도 상위 서열에 해당함이 분명했다.
“하지만…실망하기도 했단다.”
지금 아유나는 내 스폰서다.
마치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 아이돌을 후원하는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30대 미시.
그런 내 스폰서가 ‘실망’이라는 말을 입안에 담았다.
“너는 요새 악인이 되는 거엔 딱히 관심이 없는 거 같더라고. 맨날 여자들이랑 떡만 치고.”
“그건…관계 진전을 위해…”
“이미 네 손아귀에 들어온 여인. 떡 한두 번 더 친다고 의미가 있을까?”
그건 맞다.
초창기에는 그 여자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떡을 쳤지만, 요새는 그냥 내가 떡을 치고 싶어서 친 감이 없잖아 있다.
목적 없이 쾌락만 쫓는 섹스.
아유나는 그 점을 지적한 거다.
정확한 지적이라 할 말이 없다.
“수련도 게을리하고…분명 초창기에는 너의 그 반짝임이 내 흥미를 끌었는데 말이야…”
덥썩
그런 그녀가 갑작스럽게 내 육봉을 잡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자 무섭게 발기하는 내 좆.
그녀의 손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이 여자는 피가 용암으로라도 이루어진 걸까?
그녀의 알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저절로 내 몸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네 거기는 정말 마음에 들어.”
“가, 감사합니다.”
“강림. 꼭 지금 썼어야 했어?”
너희가 준 스킬인데 쓰면 안 되는 거였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녀가 아래에서 위로 나를 올려다보며 새빨간 입술을 뾰족한 혀로 핥았다.
“너도 깨달았겠지만, 강림은 명백히 밸런스를 벗어난 스킬이야.”
“그래서 페널티로 제 스텟이 떨어졌다가 천천히 회복된다고 들었습니다.”
“후훗, 순진한 녀석. 역시 인간은 이래서 귀엽다니까?”
흔들흔들
귀두를 감싸고 있는 껍질이 그녀의 손장난에 따라 위아래로 주기적으로 움직임을 반복한다.
72대마왕이 직접 내 좆을 잡고 대딸을 해주는 기분?
솔직히 이런 긴장된 상황에서도 최고였다.
“후욱, 후욱!”
자연스럽게 숨이 거칠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녀의 몸이 너무나 성스러워서 건들기도 부담스러웠는데.
흥분하자 이성이 마비되면서 그녀의 보지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씨를 뿌리고 싶어서였다.
“야, 너 지금 혼나는 거야. 이 와중에도 날 따먹고 싶어하는 거니?”
그녀의 은은한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찬물 샤워를 한 것만 같은 느낌.
방금 나는…정신을 차리지 않았으면 온몸이 지옥불에 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내 두 눈에 초점이 돌아온 걸 확인한 아유나가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야지. 욕구에 지배당하는 건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욕구를 이용해서 네 수단과 목적을 이루어야지. 그게 원래 너였잖아.”
열혈 시청자의 일침에 새삼 부끄러워졌다.
정말로 그 말이 맞았기에.
“스텟 회복 말이야. 천천히 회복된다고 했잖아. ‘천천히’라는 두루뭉술한 기간은 악마의 계약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속임수야.”
그리고는 내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는 아유나.
역시나 꼴렸지만, 필사적으로 성욕에 저항하며 내색하지 않았다.
이런 나를 바라보며 아유나가 말을 이었다.
“악마의 수명은 수천 년이 넘어가지. 그런 우리에게 천천히라는 건 도대체 얼마만큼의 기간일까?”
아…그렇구나.
천천히 회복된다.
악마 기준에서 그 정도의 천천히면 아마 내가 늙어 죽을 때쯤에는 절반이나 회복되면 다행이라는 말이다.
“넌 사실상 스텟을 잃어버린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야. 이제 어쩔래?”
이런 씨발.
제대로 좆된 거였구나.
어쩐지 스킬이 존나 사기더라니.
“네가 여태까지 여자들을 붙잡고 있었던 이유. 판타지아 대륙에서 제멋대로 설치고 다닐 수 있었던 이유. 다 네 스텟이 남들보다 월등해서 아니었어? 진짜 어쩔거니?”
내 자지를 살살 흔들어주면서 귓가에 끊임없이 바람을 불어넣는 아유나의 모습은 숫총각을 꾀어내는 요녀의 모습 그 자체였다.
퓨 퓨퓻 퓻
“으윽…”
나도 모르게 사정을 했다.
그녀의 손길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쾌감은 쩔었지만, 결코 내색은 하지 않았다.
한 번 사정했지만 육봉의 핏줄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성이 나서 하늘을 쳐다본다.
언제 이런 여인의 손에 내 좆을 쥐여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면서 끊임없이 내 흥분을 돋구었기 때문이다.
“흐음…힘이 좋은 종마. 이건 마음에 들어.”
이런 내 남성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기회를 줄게.”
꿀이 뚝뚝 떨어지는 달콤한 어조였지만, 그 내용은 그렇지 않다.
이런 마왕이 두 번씩 기회를 줄 리가 없기에.
“시험이야. 너에게 실망한 내 마음을 돌려놔봐.”
따악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이번에는 이 모든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던 성녀 쪽에서 비명이 나왔다.
“아아악!”
성녀가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틀었다.
무언가 고문을 하는 건가?
내 의문에 마왕이 대답해준다.
“지금부터 성녀는 아무것도 못할 거야. 당연히 신성력도 차단했고.”
한마디로 두 손 두 발 다 묶었다는 말 같은데.
완전히 무력화된 유림이를 가녀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녀가 빙긋 웃는다.
“저 여자를 네 식대로 ‘작업’해봐. 날 만족시킨다면, 널 계속 지켜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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