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 성녀보단 창녀
* * *
쏴아아아
수면을 찢어놓을 것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에 정확하게 빠진 한유림.
어디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수영장에서도 익사할뻔한 그녀였으니 이런 물에서 어찌 될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힐끗 옆을 보았다.
조금 턱이 높은 돌에 엉덩이를 대고 농염한 허벅지를 교차로 꼰 채로 발끝을 까딱거리는 아유나가 조금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따로 말을 하지 않는 거로 보아서는 나와 한유림의 푸닥거리 전부가 그녀에게는 한 편의 연극으로 인식되나 보다.
그렇다면 나 데이몬은 한 명의 진행자로서 최고의 쇼를 보여줄 뿐.
첨벙 첨벙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그녀가 떨어진 곳으로 향하자, 어찌어찌 살아서 버둥거리는 성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물에 홀딱 젖은 생쥐 꼴이었는데,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이미 공포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야, 이 나쁜 놈아! 협상하자고 합의했잖아!”
입과 코에 물을 끊임없이 먹으면서도 발악하듯이 지르는 비명이 내 기분을 고양시킨다.
악마후보자와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성녀라니.
순진한 소녀에게는 그에 맞는 벌을 줘야 하는 법이다.
“잡아라. 구해주마.”
손을 내밀어주자, 익사하기 직전이었던 한유림이 새파란 입술을 덜덜 떨면서 내 손을 꼭 쥐었다.
그게 마치 생명줄인 것처럼 말이다.
“다시는 이런 장난하지 마. 아무리 신의가 없는 악마 놈의 하수인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
훅
잡았던 손을 다시 놓았다.
그러자 폭포수의 수압에 눌려 다시 버둥거리기 시작하는 성녀.
손과 발을 애처롭게 허우적대지만, 이번엔 잡아주지 않았다.
“야! 왜 손을 어푸푸! 놓는건데! 푸푸!”
생각이 있으면 왜 놓는지 알 수 있을 텐데.
하긴, 물공포증 걸린 년이 물 때문에 죽게 생겼으니 이성적인 사고를 바라는 건 무리려나.
“다시 손 줘! 손 달라고!”
거의 발악하며 여자가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저 폭포수 앞에서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등 뒤로 해서 뒷짐을 쥐었다.
그러자 전면에서 나를 잡을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어푸! 어푸! 어푸!”
계속해서 물을 먹어서 콜록대는 한유림이 나에게 다가왔다.
당연히 이런 수심 깊은 물 속에서 잡을만한 것은 없으니 살려면 내 몸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녀가 내 팔을 잡으려고 하자 슬쩍 몸을 돌려 피했고, 다리를 잡으려고 해도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손길을 피했다.
점점 한유림이 지쳐가는 게 느껴졌다.
그런 만큼 그녀의 눈동자에는 생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진다.
“왜 이래요…제발 손 좀 내놔줘요.”
어느새 반말을 포기하고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쓴다.
그런 그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준엄한 사실을 하나 알려주었다.
“아직 내 신체 중에 네가 잡을만한 곳이 하나 있을 텐데.”
성녀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급박한 와중에도 자신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발동해서 잡고 있지 않았겠지.
아니면 성녀라는 직업윤리에 따라 차마 그것만큼은 손댈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그렇게까지 체면을 차리고 싶다면…그냥 뒈져야지 별 수 있나.
“그, 그건.”
한유림이 어푸어푸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동아줄…이 아닌 동아좆(?)을 바라본다.
저걸 잡는 순간 뭔가가 잘못될 거란 사실 또한 그녀의 뇌리를 잠식한다.
“살 의지가 더는 없는 것 같군. 이만 나가보마.”
어차피 성녀는 이 여자 하나뿐이 아니다.
물론 마왕 아유나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나 좋아서 여태까지 후원해준 악마인데 무릎 꿇고 싹싹 빌면 어떻게든 되겠지.
머릿속에 홀리엔 법국의 다른 성녀리스트를 떠올리고 있을 때,
덥썩
내 좆에 낯선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미역줄기마냥 잔뜩 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은 한유림이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꼿꼿하게 발기된 내 좆을 잡았다.
“큭큭큭. 성녀가 살고 싶어서 악마 후보자의 좆을 잡다니. 수치스럽지도 않나?”
그녀의 양심을 자비 없이 후벼파자 순수했던 눈동자가 어둠으로 물드는 게 생생히 느껴졌다.
순백의 도화지를 검게 물들이다 못해 찢어버린 이 행위는 당연히 날 흥분시켰고, 자연스럽게 내 좆에는 핏줄이 하나둘 서기 시작했다.
“그건…당신이…약속을 어겼잖악!!!”
쓸데없는 말을 하길래 한 손으로 내 좆을 꼭 쥔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풀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절벽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사람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짓밟는 것과 같은 쾌감.
지구에서 딱 한 번 여자를 그렇게 작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거의 흡사한 쾌락이 내 뇌를 휩쓸었다.
마치 여인의 브래지어 뒤쪽의 단추를 풀러 내듯이 차근차근 해제하자 한유림의 낯빛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하…하지마! 제발 하지마!! 하지 말라고!!”
마지막 손가락을 벗겨내자 다시금 폭포수를 맞으며 어푸어푸하는 한유림.
그녀가 필사적으로 다가와서 내 좆을 잡아 고정했다.
“진짜 하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다시 손가락 해제.
어푸어푸.
놀라서 내 좆 다시 잡으면 또 손가락 해제.
이렇게 몇 번을 하니 한유림의 눈동자가 맛이 가버렸다.
그 와중에 생에 대한 집착은 또 엄청나서 내 좆을 잡는 그녀의 행동 하나만큼은 점수를 줄 만했다.
“잘못했어요…그러니까…어디든지 잡게만 해줘요…”
마침내 익사의 공포를 못 이긴 그녀가 백기를 내걸었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입가가 귀에 걸린다는 말은 딱 이럴 때 사용하는 걸까?
말 그대로 악마의 미소를 목격한 듯 움찔거리는 유림이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아까부터 네가 자존심을 부려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졌다.”
궤변이자 개소리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저 여자는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좆이 차돌처럼 단단해졌다.
“그러니 살고 싶으면 손 말고 다른 걸 써서 네 몸을 고정해라.”
이른바 생존 미션이다.
여기서 다른 게 무엇인지 모른다면 가차 없이 그녀를 버리고 다른 세 명의 성녀로 미션을 완수할 생각이다.
나로서도 최대한 빨리 이 빌어먹을 경험치 고정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협상은 없어. 그게 네가 오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세 걸음 내로 결정해라.”
그러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제대로 판단할만한 시간조차 주지 않은 사악함이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뒤로 또 한 발짝.
마치 너를 이대로 버리고 갈 거라는 제스처.
흑진주를 박아넣은 듯한 아름다운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물속에서 버림받은 채 천천히 가라앉을 암캐의 운명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재생된다.
“아직도 성녀로서 고귀함이 생각나는 건가? 그렇다면 그 고귀함. 10m 아래 폭포수에서 찾도록.”
최후통첩과 함께 마지막 세 발자국을 떼려는 순간, 그녀가 확 다가와서 내 허벅지에 양발을 대고 두 손으로는 내 목덜미를 잡고 올라선다.
그렇게 찬물을 맞았는데도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체열은 나를 흥분시켰다.
또한 자세가 자세다 보니, 여인네 특유의 부드러운 유방이 내 얼굴에 눌리면서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정말로 기분 좋다고는 말 못 하지.
바로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감히 네년의 더러운 젖통을 내 얼굴에 갖다 대다니…미쳤냐?”
남들은 평생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성녀의 유방을 보고 더럽다고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역시나 모멸을 당한 성녀는 금세 사슴 같은 눈망울에 습기가 차서 하얀 볼 위에 실선을 만들었다.
“미, 미안해요…더러운 젖통 얼굴에 갖다 대서 미안해요.”
원래라면 좆이 아닌 다른 부위를 잡은 성녀의 손가락을 해제했겠지만, 그녀의 분위기가 아까와는 사뭇 다르고, 무언가를 결심한 기색이었기에 일부러 그녀를 내 몸에서 떼어내지 않았다.
“흑…흐흑…”
그렇다고 내 목을 잡고 질질 짜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살짝 손을 올려서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내기 시작했다.
“정신을 못 차렸군.”
“하, 하지 마요! 이제 박으려고 했어요!”
성녀가 기겁하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두 번째 손가락을 떼어냈다.
“진짜로 할 테니까 마음의 준비할 시간만 주세요.”
여기서 잠깐 내가 판타지아 대륙에서 조련했던 여자들의 역사를 살펴보자.
메이는 엉덩이 100대를 때리다가 불시에 질구를 뚫어버렸고, 올리비아는 완전히 안심시킨 상태에서 황금 촛대를 뿌리까지 박아줬다.
두 정실부인도 이렇게 했는데 굳이 따지자면 전여친에 해당하는 한유림을 내가 배려해줄 이유는?
전혀 없다.
그대로 폭포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쏴아아아
수심이 아까보다 훨씬 깊어지고 엄청난 수압이 직각으로 내리꽂으면서 내 몸이 물 위에 둥둥 떴다.
다행히 나는 예전 세계에서 수영을 잘하는 편이었다.
비록 판타지아 대륙에서는 강림 때문에 스텟이 하강했으나, 워낙에 월등했던 스텟이었기에 이런 깊은 수심에서 내 한 몸 유지할 정도는 되었다.
“사, 살려…어푸어푸!”
나는 이렇지만, 성녀는 어떨까?
폭포수의 중심에 들어온 그녀는 마왕 아유나에게 무력화된 상태였으므로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자꾸 몸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여기서 날 놓치면 넌 끝이다.”
냉정하지만 준엄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묻는 거다.
넌 어떻게 할 테냐?
쏴아아아
쏟아지는 폭포수가 그녀가 내 몸을 잡는 걸 자꾸만 방해했다.
마찰력조차 줄어들면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녀의 고사리 같은 손.
당연히 나는 잡아주지 않았고 일체의 도움조차 주지 않았다.
발이 떨어져 나가고 목을 붙잡은 손도 하나하나 떨어져 나갔다.
이제는 정말로 마지막이다.
“여기까진가 보군.”
순결을 지키는 게 목숨보다 중요하다는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전생의 인연이 있어서 내 암컷이 되면 제법 귀여워해 주려 했건만.
다음 생에서 보자. 유림아.
마음속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순간이었다.
쑤컹 콰지직
갑자기 내 좆을 뜨거운 기운이 둘러쌌다.
내 좆 전체를 꽉 조여주는 따스한 주름이 귀두와 좆기둥에 생생히 느껴졌다.
섹스 경험이 많은 여자에게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처녀임이 확실한 엄청난 조임이었다.
그리고 내 귀에 들리는 여인의 비명.
“아아아아악!”
순결이 파괴된 성녀의 처절한 절규가 폭포수에 가득 울렸다.
물론 그녀의 비명을 듣고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크하, 크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면서 좆을 하늘로 치켜세웠다.
그녀가 빠져 죽지 않도록 자지 고정대를 마련해준 거다.
그 와중에도 폭포수는 끊임없이 우리 둘을 물귀신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쏴아아아
쑤컹 쑤컹 쑤컹
“아흑! 아아악! 아악!”
목을 잡는 거로는 부족하다.
발바닥으로 허벅지를 밟는 거로는 지탱할 수 없다.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좆을 자신의 보지구멍에 끼워 고정하는 것뿐.
그녀의 본능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으니.
퍽 퍽 퍽 퍽
거대말좆에 보지가 무참히 유린당하면서도 어떻게든 살려고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성녀와는 거리가 멀었고 굳이 따지자면 창녀에 더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