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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화 〉 왁싱해놓고 있어라



〈 174화 〉 왁싱해놓고 있어라

* * *

눈을 뜨고 일어났더니 아침이었다.

뭐 했다고 하루가 지나갔지?

맞다, 루나를 공략했었지.

메이와 셰릴이 나가고 나는 그녀와 한계까지 섹스했다.

침대를 총 10번 갈았고(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여인들은 내 절륜한 성행위로 인한 침대파손을 항상 겪고 있기에, 신호만 주면 바로 와서 수리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해준다.), 루나는 그보다 더 많이 기절했다.

어제 루나가 마지막으로 뭐라고 했더라?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던 거 같은데.

보지가 찢어져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고개를 숙이면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한 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주변을 보니 침대 시트에 하얀 털이 휘날렸다.

아무래도 루나가 수인녀다 보니까 머리카락이 잘 빠지나 본데.

그런데 바닥이나 벽에도 나풀대는 거 보니까 그 정도가 심한 듯하다.

일어나보니 침대 전체가 다 털투성이다.

“뭐지?”

의아함을 느낄 무렵, 백색털을 휘날리는 흰색의 늑대 한 마리가 이빨을 드러내고 날 노려본다.

“으르르르…”

덤비려는 건가?

가볍게 피해 주면 되겠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려 하는데 무언가에 덜컥­걸려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뭐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는데, 사방에 흩어져 있던 흰색 털이 촉수마냥 나를 휘감고 구속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쉽게 당황하지 않는 나조차도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순간, 거의 내 세 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백색 늑대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대로 뒷다리에 힘을 주어 도약, 나에게 달려든다.

“크아아앙!”

힘찬 포효소리와 함께 족히 20cm는 될 법한 날카로운 송곳니가 점점 확대된다.

피하는 건 불가능했고, 결국 목덜미에 느껴지는 기분 나쁜 파열감과 함께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 * *

“어흑!”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나 침대였다.

손을 들어 송곳니가 들어간 목을 어루만졌는데,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냥 개꿈이었다.

진짜 개가 나왔으니 정말 개꿈인 셈이다.

“시발! 별의별 꿈을 다 꾸는…”

말을 잇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눈앞에 꿈속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엄청난 덩치의 백색 늑대가 나를 마주 보고 있었기에.

반사적으로 침대 주변을 훑어봤는데 촉수가 되어줬던 하얀 털은 떨어져 있지 않았고 침대는 정액이 좀 얼룩진 거 외에는 깔끔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할만하다.

덤벼들면 바로 피한 다음에 심상 세계의 힘을 불러서 단번에 저 심장을 파괴해버리면…

“헥헥!”

늑대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덤벼들지 않았다.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더니 그저 내 손을 몇 번 핥고 바닥에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뭐지?”

멍청하게 중얼거리면서 백색 늑대의 은색 동공을 보자 얘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루나, 너냐?”

내 말을 들은 늑대의 얼굴이 점차 줄어들어 어제 온종일 봤던 수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다시 인간의 젖통이 보이고 팔다리로 직립보행을 하며 어제 질릴 정도로 많이 쑤셔줬던 인간의 보지도 모습을 보였다.

등 뒤로 꼬리를 살랑살랑하며 루나가 한쪽 무릎을 꿇고 부복했다.

“나의 주인님. 당신의 애완녀 루나다멍.”

“방금 그 모습은 뭐지?”

“특수 스킬 [환수화]다멍.”

얘는 늑대와 흡사한 여인이 아니라 늑대 그 자체로 변신할 수 있는 스킬도 있는 거였어?

물론 악마의 눈으로 루나를 살펴보았을 때 환수화 스킬이 있었음은 진작에 체크해두고 있었다.

그때는 이게 뭔가 했었는데 이런 스킬이었구나.

“그러면 넌 평상시에도 늑대로 지낼 수 있는 건가?”

“맞다멍. 환수화를 할 때 스텟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멍. 인간들이랑 전쟁할 때는 환수화 항상 했다멍.”

오히려 늑대일 때가 더 강하고 싸우기 편하다는 말이군.

나는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머릿속으로 한가지 장면이 상상되었다.

“앞으로 너를 좀 타고 다니마. 괜찮지?”

루나가 늑대로 변신했을 때의 크기는 지구에서 제일 큰 육상동물이라는 아프리카코끼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코끼리 수준은 되었으니 탑승감이 제법 될 것 같았다.

내 말을 들은 루나가 부복한 채로 공손히 답변했다.

“물론이다멍. 제 몸의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이다멍. 기쁘게 주인님 탈 것 되겠다멍.”

목소리에 다정함 한 스푼이 살짝 들어가 있었다.

대체 뭐지?

어제도 내 말을 잘 듣긴 했는데 느낌이 조금 달랐다.

어제는 공포에 의한 절대복종이라면 지금은 목소리에 기이한 열망과 갈구가 느껴졌다.

“너, 보지는 괜찮나?”

혹시 몰라서 물어보니 루나가 몸을 움찔한다.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라 귀뿌리까지 빨개졌고, 꼬리가 급격하게 살랑거리기를 반복했다.

왠지 모르게 쿵쿵대는 심장 소리가 약간 떨어져 있는 나에게까지 들릴 듯했다.

“주인님 덕분에 괜찮다멍. 포션도 발라서 치료 끝났다멍.”

보지구멍 넓어진 건 치유 안 됐다멍. 주인님이 내 보지 싫어하는 거 아니겠지멍­이라고 중얼거리는 건 일부러 못 들은 척하면서 입을 열었다.

“제법 마음에 드는 애완녀가 되었구나. 앞으로 그렇게만 해라. 그러면 사람으로 지내게 해줄 수도 있다.”

내 말을 들은 루나의 하얀 털이 삐쭉 서더니 격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강한 부정의 뜻을 표한다.

“아, 아니다멍! 나 애완녀니깐 항상 주인님 곁에 있겠다멍! 옆에서 주인님 안 심심하게 귀여운 짓 항상 하겠다멍!”

음, 어제랑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는데?

아무래도 좆맛을 봐서인지 [데이몬의 여자화] 되었나 보군.

이쯤 되면 내 가장 강력한 스킬은 강림이 아닌 자지로 보지 함락이 아닐까 싶다.

“그럼 네 편한 대로 해. 가끔 쑤셔줄 때만 인간형으로 변하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맨날 개보지년이라고 해도 정말 개보지에 박으면 느낌이 좀 그렇잖아?

수간 취미는 없어서 말이야.

“알았다멍! 주인님 말 듣겠다멍!”

보지 점령해주겠다는 말에 환해진 얼굴로 다시 환수화를 한 채로 내 옆에 엎드렸다.

이러니까 정말로 든든한 애완견 하나 키우는 기분이다.

“멍! 멍멍!”

“그런데 루나, 너 환수일 때는 인간 말 못하냐?”

“멍멍!”

아마 못하나 보네.

그래도 사람 말은 다 알아들으니까 상관없겠지.

그렇게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자신을 귀여워해 준다는 걸 아는지 나에게 머리를 갖다 대면서 좋아한다.

그렇게 애완녀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숙소의 천막이 걷히고 메이와 셰릴이 왔다.

“좋은 아침이야.”

여전히 예쁜 년들이다.

창 밖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이 메이의 풍만한 둔부를 더욱 강조했고, 하얀 살결에서는 남성을 유혹하는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왔다.

옆에 있던 셰릴의 은발 머리는 이때다 싶어 반짝이며 눈을 현혹했고.

여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둥근 각선미와 경갑을 착용한 틈새에 비치는 은밀한 속살은 뜻밖의 퇴폐미를 불러일으켰다.

“서방님도 좋은 아침이에요.”

“데이몬, 저 늑대는 뭐죠?”

숙소의 거의 사분지 일을 차지하는 거대한 암늑대를 이제야 발견한 두 정실부인의 눈이 동그래졌다.

루나의 특수 스킬 환수화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줬다.

“그러니 앞으로는 내 애완녀가 되어서 엘리샤와 더불어 내 호위를 맡길 예정이야.”

메이와 셰릴은 내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뜨고 암컷 늑대를 직시했다.

그러자 시선을 느낀 늑대가 순식간에 인간형으로 돌아오더니 메이와 셰릴에게 도게자를 박았다.

이를 본 두 여자는 루나가 제법 눈치가 있다고 느꼈는지 눈길에 서려 있는 냉기를 천천히 푸는 모습이다.

“알아서 잘 처신하세요.”

“맞아, 우리 불편하게 하면 앞으로 두 번 다시 당신 거기에 주인님 자지 들어갈 일은 없을 거라는 거 알아두고.”

“아, 알겠다멍! 언니들 말 듣겠다멍!”

메이와 셰릴은 내 정실부인이니 루나가 깨갱거리는 것도 당연하다.

나 또한 정실부인들이 원치 않는 여자와 굳이 섹스할 생각이 없기도 하다.

그 여자 말고도 내가 박아줘야 할 보지들은 마녀의 숲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아무튼, 대충 여인들 간의 질서가 잡힌 것 같다.

“모두 나가라.”

“네? 그러면 모닝 발기는 누가 해결해주시는 거죠?”

“알아서 할 테니 나가.”

내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란 걸 깨닫자 다들 숙소를 나갔다.

드넓은 침대에 큰대자로 눕고 천장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새롬, 보고 있지?”

[그렇습니다. 또 최근에 카르마 획득을 하셨더군요.]

“강림 스킬 때문에 스텟을 많이 잃었으니 복구해야잖아?”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데이몬님, 당신의 방송을 시청하는 동안 다소 의문인 점이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대충은 짐작이 간다.

어떻게 심상 세계의 힘을 깨우쳤냐는 거겠지.

이를 사용한다는 의미는 앞으로 마계에 올라가서도 악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말.

날 지켜보는 72대마왕이나 기타 마족들의 관심이 증가했음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알려고 하지 마.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전하고.”

[…어떻게 말입니까?]

새롬의 말을 듣고 잠시 심호흡을 한 뒤에 입을 뗐다.

“지금이라도 날 응원하라고 말이야. 더 늦으면 콩고물도 안 떨어질 거라고 똑똑히 전해.”

거만하다 못해 광오하다고 할 수 있는 말이나, 나는 자신이 있었다.

판타지아 대륙의 최악의 악인이 되어 이곳을 씹어먹고 승천할 수 있는 자신감 말이다.

[…데이몬님, 당신의 매니저로서 그런 식의 언행은…]

“야, 새롬. 그리고 너에게도 할 말이 있다.”

이제 심상 세계도 깨우쳤겠다, 내 가치는 폭등했음이 분명하니 그동안 나태의 상징이었던 새롬에게도 따끔히 할 말 하련다.

[무슨 말입니까?]

“너 말이야. 처신 똑바로 해. 전처럼 강림 스킬 부작용 같은 거 제대로 설명도 안 해준다면 재미없어.”

[그건 갑작스럽게 상위 마왕 아유미의 등장으로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우발적인 사고라는 건 알아.”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할 말은 있었다.

애초에 새롬이 강림으로 인한 스텟 하락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을 생략한 건 맞으니까.

이쪽은 나름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고 있는 건데, 사무실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타자기 두드리는 주제에 출장 나간 사람한테 박하게 굴면 쓰나.

“너 드라마 본다 뭐 본다 하는데, 자꾸 그렇게 빈둥대는 모습 보여주면서 날 무슨 다 잡은 물고기처럼 대하면 나도 생각이 있어.”

저 넓은 마계에 후보자 관리하는 사람이 새롬 하나만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새롬 같은 흔한 사무관리직은 널리고 널렸을 터.

그리고 나를 보며 군침을 바르고 있는 다른 관리자들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 말이 끝나자 한동안 떠오르는 글자가 없었다.

표정에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살짝 올라왔다.

시발, 너무 일찍 들이받았나?

아예 상태창이나 후보자 스킬 다 뺏어가는 거 아냐?

그래도 아직은 필요한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찰나에, 눈앞에서 파앗­하고 불타는 글씨가 떠올랐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데이몬님. 당신의 매니저로서 최선을 다하겠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휴, 다행이다.

지구에서 거대 기업을 운영하면서 상대가 나보다 갑인지 을인지 판단하던 감각은 죽지 않았다.

갑질이 성공했으니 이제부터는 새롬도 정신 차리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것이다.

새롬아, 너는 마계로 올라가면 거기서 보자.

미리 거기 털 왁싱해놓고 있어라.

* * *



사상 최악의 주인공〈 174화 〉 왁싱해놓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