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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5화 〉 엉덩이를 들고 일어난 날이었다



〈 175화 〉 엉덩이를 들고 일어난 날이었다

* * *

새롬이 다그치기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상태창 좀 보여줘.”

[알겠습니다.]

스팟

­상태창­

이름: 송길준

칭호: 사악한 악인(중상), 잠룡(??)

직업: 마녀의 숲지기

LEVEL: 1

힘: 100 민첩: 100 지력: 10 행운: 10

보너스 스탯: 60

카르마 수치: +1500/21500

스킬: 악마의 눈, 진실의 방, 몬스터 로드, 분신술, 강림.

상태: 평행세계에 빙의, 심기불편

업적: 연속 강간 성공, 유부녀 공략 성공, 하녀 조교 완료, 여기사 정복 완료, 마을 점령 완료, 성노예 예속(?) 완료, 마녀 소유 완료, 수인녀 획득 성공, 유부녀 강탈 성공, 성녀 함락 성공, 애완녀 획득 성공.

길게 늘어서 상태창을 보니 내가 그래도 판타지아 대륙에 제법 오래 있었음을 실감했다.

뭐가 많아서 복잡해 보이지만 카르마와 스텟 포인트 우선으로 체크해보자.

강림 스킬로 인한 페널티로 스텟이 깎인 후, 모나스 시티에서 얻은 카르마를 보너스 스텟으로 전환하여 힘과 민첩에 30씩 투자했었다.

이후 0이었던 보텟이 60이 되었으니 이번 루나 교육에서 얻은 카르마 수치는 총 1500인 셈이다.

“1500이면 좀 짠 거 아니야?”

[데이몬 님, 당신에게 병사와 재물을 모두 잃은 매튜도 1500이 안 되었습니다.]

저렇게 말하니까 또 설득력이 있네.

심지어 그놈은 아내의 손을 잡고 그녀가 눈앞에서 나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을 봐야만 했는데.

새롬이 생각보다 카르마를 후하게 줬음을 인정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조금 바뀐 것 같군.”

[맞습니다. 데이몬 님이 제가 근무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하셔서 잡일이라도 조금 해봤습니다. 상태창에서 업적란을 따로 파서 당신이 여태까지 저지른 악행들을 정리해놨습니다.]

예전에도 보는 데 그리 무리는 없었지만 깔끔한 게 보기도 좋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상태에 심기불편이란 글자가 적혀있을까?

정말 심기불편해지려 하네.

“새롬, 왜 내가 심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한 거야?”

[저를 갈구셨잖아요. 그래서 넣었는데요?]

불타는 글자 하나하나에서 반항심이 뚝뚝 떨어진다.

예전부터 느꼈는데 새롬 이년.

성격이 장난 아니다.

전형적인 기 센 비서 스타일.

새롬이가 마계에서 일할 때는 아마 90% 이상의 확률로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 정장 치마를 입고 빨강 내지는 검정 색깔의 뿔테 안경을 쓰고 있을 거다.

“새롬, 너 자꾸 그렇게 삐딱선타면…”

[아무튼 저는 할 일 다 했습니다. 원래는 드라마 보려고 했는데, 누가 불편해하셔서 못 보겠네요. 바깥에서 산책이나 다녀오렵니다.]

그대로 연락이 끊겼다.

새롬 요년은 내가 언젠가 꼭 날 잡고 참교육한다 진짜로.

도도하고 콧대 높은 년을 침대에 눕히고 얇은 블라우스를 우악스럽게 찢는 그림을 상상했다.

당황할 게 분명한 그녀에게 가할 365가지 작업법.

생각만 해도 하초가 단단해졌지만 아직 마계에 올라간 것도 아니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게 맞다.

먼훗날 얘기는 접어두고 다시 스텟 얘기로 돌아오자.

루나의 교육으로 1500의 카르마와 60 보너스 스텟을 얻은 건 나름의 수확이다.

하지만 과거 도합스텟 800의 위풍당당한 나 자신과 비교하면 한참은 모자란 상태.

비록 족자 공간 내에서 극한에 이르는 훈련으로 같은 스텟일 경우 적수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하긴 했으나.

이전 루나와의 대결에서도 보다시피 비슷한 수준의 숙련자라면 스텟의 절대량에 따라 승부가 결정 나버릴 확률이 지극히 높았다.

그러면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심상 세계의 힘, 즉 신력을 써서 모조리 부숴버리면 되지 않느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그러나 누누이 말했다시피 이건 필살기 개념으로 위급 상황에 써야 할 힘이다.

필요할 때마다 편하게 꺼내서 쓸 종류의 힘은 아니라는 말이다.

심상 세계의 힘, 즉 신력은 판타지아 세계가 허용하는 범위를 명백히 넘었다.

그런데도 마구잡이 식으로 남용한다면 분명 윗분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게 될 터.

이는 나에게 결코 좋은 쪽으로 작용하진 않을 거다.

아마 공식적인 제재가 가해지거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은밀한 루트로 견제가 들어오겠지.

이것뿐만 아니라, 힘을 쓸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시자.

그놈이 나를 집요하게 찾고 있는 게 지금도 느껴진다.

아직은 횟수도 그리 많지 않고 끌어 쓰는 힘도 많지 않아서 저놈이 나를 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에라도 그 횟수가 조금씩 늘어난다면?

점점 꼬리가 길어지는 셈이고, 옛 속담처럼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밟힌다.

혹시라도 잡힌다면…즉시 배드앤딩 각이니까 그 결말만큼은 피해야 한다.

“보너스 스텟을 더 획득해야겠어.”

마음속으로 내린 결론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신력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쓰기로 마음먹었으니, 이제는 예전처럼 지속적인 악행을 통해 카르마를 늘려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때였다.

도합스텟 800까지도 필요 없다.

600수준만 되어도 이미 권술가로써 최정상 실력을 갖춘 나는 대륙에서 손꼽는 강자일 테니까.

그때쯤이면 모나스 시티에서 만난 용사 따위는 서로 신력을 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찜쪄먹을 수 있겠지.

물론 이상철 같은 놈이 판타지아 최강자일리는 없으니 안전빵으로 도합스텟 1천은 넘겨야겠다.

현재 도합스텟은 보너스 스텟을 모두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300에서 조금 부족한 상황.

앞으로 700정도 남은 셈이다.

“갈 길이 멀군. 일단 보너스 스텟을 모두 지력과 행운에 투자해줘.”

[보너스 스텟이 지력과 행운에 각각 30씩 투자되었습니다. 총 스텟은 이렇습니다.]

­상태창­

힘: 100 민첩: 100 지력: 40 행운: 40

보너스 스텟: 0

일단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는 추가적인 카르마를 얻기 위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메이, 셰릴, 바깥에 있어?”

큰소리로 외치니 문밖에서 메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린다.

“네, 주인님. 셰릴은 에밀리와 대련을 하러 나갔고, 저는 대기 중이에요.”

“좋아, 그러면 올리비아와 엘리샤를 불러와 줘.”

“네, 주인님.”

대답과 함께 메이의 존재감이 옅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서방님, 올리비아입니다.”

“서방님, 엘리샤입니다.”

“둘 다 들어와.”

덜컥 문이 열리며 두 여인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여전히 아름다운 여자들이다.

먼저 들어온 올리비아는 푸른색 계통의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끝단이 걸을 때마다 나풀거려서 그녀의 귀여움을 강조했다.

녹색 머리에서 은은히 풍겨 나오는 올리브향이 멀리서도 내 코를 간질이는 걸 보니 하루에도 그녀가 세 번 이상 온천욕을 한다는 메이의 말이 사실인가 보다.

반면에 엘리샤는 고온다습한 마녀의 숲에 걸맞은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본래 그녀는 닌자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흑색 위장복을 쓰고 다녔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뇌쇄적인 여체를 보고 싶으니 마녀의 숲 안에서는 최대한 편하게 입고 다니라고 명령했던 기억이 있다.

그 결과, D컵의 폭유는 브래지어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젖꼭지 부분만 가리개를 한 상태였고, 농염한 허벅지 사이에 위치한 은밀한 속살은 T­팬티로 균열만 간신히 가린 정도였다.

“어…음…엘리샤?”

“네, 주인님. 하명해주세요.”

저렇게까지 벗으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저건 사실상 벌거벗었잖아?

쉴 새 없이 건강미를 뿜어내는 갈색 살결의 파도에 똘똘이가 주체를 못 하고 튀어 올랐다.

“주인님, 발기하셨군요.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큰 가슴을 출렁대며 다가오는 엘리샤.

다급하게 손바닥을 내밀어 제지했다.

“아니야. 엘리샤, 거기에 있어. 지금 진지한 얘기하려고 하니까.”

한번 섹스에 불이 붙어버리면 그날 하루는 자궁에 씨앗만 남기다가 지나가니까 할 말은 미리 해두어야 한다.

“주, 주인님이…”

“섹스를 거절하셨어….”

“어디 아프신 건 아니시죠?”

“제가 별로 안 예쁜가요? 가리개까지 다 떼고 올까요?”

“그런 거 아니야.”

지끈대는 관자놀이를 잡고 손가락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두 여자가 모두 착석하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올리비아, 저번에 우리 온천에서 한 얘기 기억나?”

“물론이죠. TS알약 연구개발 성과에 관해 물어보셨잖아요.”

“맞아. 분명 열화판 복제에 성공했다고 했지.”

역시 머리가 좋은 년이라 대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거 말이야. 바로 양산할 수 있겠어? 최대한 빨리.”

내 말을 들은 올리비아는 턱을 괴고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루 정도만 시간 주시면 TS­1 알약 50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이상의 수량은 재료를 더 구해야 가능하고요.”

50개 정도면 차고 넘친다.

이제는 올리비아의 옆에 있던 엘리샤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묵빛 눈동자를 가만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엘리샤, 예전에 너랑 내가 고블린 부락에서 섹스했을 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

내 질문을 듣자마자 그녀의 입가가 돌처럼 굳었다.

미소가 사라졌고 다리를 덜덜 떨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설마…”

“맞아, 이제 슬슬 크래스 장원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 못 할 수 있겠지만 내 원래 직업은 크래스 장원 영주였다.

당연히 처음부터 하고 싶진 않았고 강제로 임명됐다.

베르너 백작가 막내아들이었던 나를 빌어먹을 계모들이 아버지에게 치맛바람에 넣어서 주민 다 합쳐서 100명도 안 되는 이런 깡촌 장원으로 보냈던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여자들만 쏙 빼서 부하이자 씨받이로 만들었고, 남들이 위험하다고 하는 마녀의 숲에 뛰어들어서 믿기지 않는 성취를 냈다.

물론 현재는 스텟이 하락해서 고생하고 있다만.

이마저도 처음 크래스 장원에 왔을 때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수준이다.

“예전에 너와 내가 한 약속은 잊어버리지 않았겠지.”

그건 바로 내 명령으로 크래스 장원 남자들을 죽이겠다는 것.

악마의 계약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터치할 수 없는 나를 대신하여 계약의 당사자인 그녀들이 스스로 사랑했던 남자들을 직접 처단해주기로 했다.

당시에 엘리샤는 그러겠다고 긍정했고, 나는 그 대답을 뇌 한구석에 저장해놨다가 지금 꺼내든 거다.

“어때? 여전히 너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봐도 되나?”

넌지시 묻자 엘리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약 10초 정도 깔린 적막을 걷어내며 그녀가 말했다.

“…네, 그때 약조했잖아요. 그동안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그 사람들 얼굴도 기억이 잘 안 나요.”

“다른 육림대원들은?”

“모두 똑같은 심정일 거예요.”

그 말과 함께 엘리샤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며 부복했다.

상체를 아래로 내리자 그녀의 맘마통이 젖소처럼 늘어지면서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나와 지낸 지는 1년 남짓이었지만, 아마 그 짧은 새에 저놈의 전남편보다 내가 저년의 젖통을 더 많이 사용했을 거다.

“육림대의 주인은 오직 당신이시니, 원하시는 대로 따르고 행하겠습니다.”

“좋아.”

엘리샤가 결심했으니 이제 일을 진행하기로 하면 된다.

“메이!”

“네!”

역시나 문밖에서 엿듣고 있었던 걸까?

바로 들려오는 대답에 응해주었다.

“지금 당장 십동대를 제외한 전 병력, 크래스 장원으로 출진한다!”

육림대, 귀녀대, 녹귀대, 중갑대, 월랑대.

대륙을 뒤흔들 수도 있는 전력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난 날이었다.

* * *



사상 최악의 주인공〈 175화 〉 엉덩이를 들고 일어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