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 그럼 즐감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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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네.
오랜만에 크래스 장원에 도착했더니 새로운 영주 놈이 있단다.
아무리 내가 자리를 조금 길게 비워뒀다 해도 고새 백작령에서 새로운 인사발령을 낼 줄은 몰랐는데.
힐끗 머리 위에 뜬 레벨을 보니 레벨 12.
분명 웬만한 평민치곤 높지만 귀족 남성이랑 비교하면…글쎄?
요새 다들 조기교육이 잘돼서 저 나이대 귀족 남자들은 기본 레벨 15는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일단 자초지종부터 알아보자.
“도대체 넌 누구냐?”
씩 웃으면서 묻자 덩치 좀 되는 친구가 많이 불안했는지 눈동자가 흔들렸다.
“난 이곳 크래스 장원 영주 훈작사 론이다! 너희야말로 남의 영지에 함부로 침입했으면 정체를 바, 밝혀라!”
처음에는 어떻게든 힘차게 입을 열었지만 점점 뒤에 가면서 목소리가 떨리고 말을 더듬는다.
완전히 쫄았는지 휘청거리는 다리가 이미 제구실을 못해버리는 녀석.
그런 놈에게 내가 누군지 직접 말해주었다.
“그럼 말해주지. 난 크래스 장원의 영주 데이몬 베르너다.”
“…데이몬?”
오, 사람의 얼굴이 참 다양한 색깔로 변할 수 있었구나.
붉은색에서 하얀색, 그리고는 푸른색으로 변하는 이 쪼렙놈을 보았다.
“데, 데이몬이라면…”
“그래, 내가 누군지 알지? 알아서 안내해라.”
론이라는 덩치의 시선이 순간 내 머리 위로 힐끗 올라갔다.
그래, 너도 똑같구나.
레벨 1이니까 할만해 보이지?
한 번 들이받아 보렴.
그래야 짓밟는 맛이 있을 테니까.
내심 속으로 천지 분간 못하고 까불기를 바랐지만, 아무래도 내가 뒤에 거느린 세력의 임팩트가 너무 컸나 보다.
“들어오시지요.”
론이 안내한 곳은 마을회관.
과거 육림대원들을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 질리도록 섹스한 장소였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이곳을 개조해서 자신의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하는 듯했다.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았고, 론은 이에 전혀 항변하지 않고 공손하게 옆에 무릎을 꿇었다.
“제법 눈치가 있는 놈이군.”
“눈칫밥으로만 20년 넘게 살아온 놈입니다. 그리고 데이몬 님은 행방불명이셔서 부족한 제가 이곳을 잠시 맡은 거지, 원래 주인님이 오셨으니 당연히 돌려드려야지요.”
말은 청산유수지만,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일단은 나도 이곳 정보를 얻는 게 우선이기에 대충 넘어갔다.
“내가 행방불명이다?”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고 본성 사람들도 모두 도련님이 어떻게 된 줄 알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했다.
내가 여자들을 끌고 마녀의 숲으로 들어간 지가 벌써 세 계절 전이다.
안에 들어가서 내 여자들을 훈련시키고 정예병을 모으면서 두 계절이 지났고.
모나스 시티에 루나를 구하러 가면서 또 한 계절이 지났던 것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처음 판타지아 대륙에 온 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나도 1살을 먹었고 내 여자들도 1살씩 더 먹었다.
그러고 보니 에밀리도 벌써 16살이 되었겠네.
이런 거 보면 세월이 참 빨라.
별 시답지 않은 상념에 잠겼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네 말대로 내가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몰라.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알아서 읊어라.”
땀까지 뻘뻘 흘리며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토해내는 론의 보고를 묵묵히 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네, 그렇습니다. 몸이 아파서 돌아가신 지 벌써 2달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저 평민 출신의 훈작사가 여기에 눌러앉은 거로군.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가 계셨으면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왜 일어났나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면 백작 위는 누가 물려받았지?”
“그게…제임스 도련님이…”
첫째 형이 물려받았다고?
그럼 로이 형이 양보한 건가?
셰릴에게 음욕을 보이고 자신이 백작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치던 욕심 많던 형이 떠올랐다.
양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형이었는데?
“그리고 로이 도련님은 현재 켈리온 성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제임스 백작님에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어차피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었다.
두 빌어먹을 형님들은 나를 갈굴 때 외에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사이였으니까.
“전황은 어떻게 되지? 누가 유리한 거야?”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모른다는 론의 말을 듣고 황당해서 되물었다.
“뭐?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네놈의 봉토가 누가 후계자가 되는지에 따라 날아갈 수도 있는 건데.”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
누가 되든 상관없단 마인드.
그제야 이놈이 평민 출신이라는 걸 실감했다.
아무리 그래도 태생이 귀족이면 어떻게든 정보를 알아보려고 했을 텐데.
“…일단 알았어.”
몸을 일으켜서 집무실이라기도 민망한 론의 책상을 뒤적였다.
사실 조사할 것도 없는 게 달랑 편지 몇 통만 있었다.
그중 가장 손때가 많이 묻은 편지를 몇 개 골라서 읽어보았다.
“…혼례? 너 결혼하냐?”
“아,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편지에는 어떤 귀족과의 밀담이 적혀있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계약서 같은 느낌이었다.
대충 읽어보니 바로 사이즈가 나왔다.
“오호라, 봉토를 미끼로 땅 없는 귀족 놈 여식이랑 한 번 엮여보려 했던 건가?”
“그, 그게.”
“돌대가리인 너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야.”
그 봉토라는 게 본래 내 땅이라는 걸 제외하면 말이지라는 말을 생략한 채로 론을 내려다보았다.
무릎을 꿇은 채로 덜덜 떠는 놈을 보니 죽일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사륵 사르륵
편지 봉투를 몇 개 더 살펴보다가 제법 유용한 정보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파티의 초대장.
“릭톤장원? 여기가 어디야?”
“그…말을 타고 3시간 정도 거리에 장원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에서 너를 초청한 거야? 파티에 참가하라고?”
나 때는 왜 이런 편지들이 안 왔지?
말 타고 세 시간이면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먼 거리도 아닌데.
답은 이미 스스로 알고 있다.
아마도 내가 끈 떨어진 망나니 귀족이라 일부러 거리를 뒀겠지.
괘씸한 녀석들.
아무튼, 짧은 시간 동안 론에게서 뽑을 정보는 모두 뽑은 것 같다.
그러면 이젠 정보 대신 카르마를 뽑을 시간.
“론, 넌 내 땅에서 영주를 사칭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처음부터 엎드린 놈이지만, 적어도 적절한 자극은 가해줘야 고개를 들 생각조차 못 할 것이다.
“셰릴.”
“네, 주인님.”
은발의 여기사가 오랜만에 무게를 잡고 기운을 뿜어냈다.
비록 레벨 가리개를 해서 머리 위에 레벨은 뜨지 않지만, 기운만으로도 쪼렙인 론은 숨이 막히겠지.
안색이 새하얘진 론을 보며 셰릴에게 명령을 내렸다.
“가서 적절히 교육해라. 내 얼굴만 봐도 오줌 지릴 정도로.”
“존명.”
“아, 안 돼!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쇼! 제에에바알!”
셰릴은 자기의 거의 두 배 덩치의 남자를 무슨 강아지 다루듯 쉽게 뒷목을 잡고 질질 끌고 나갔다.
저런 걸 보니 판타지아 대륙에선 역시 스텟이 장땡이다.
쿵
론이 회관 밖으로 끌려 나가고 실내에는 정적이 자리 잡았다.
“시작하자.”
이미 사전에 계획해둔 일이 있었다.
내가 말하자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관을 모조리 뒤엎어 론의 머리털 하나 안 나올 정도로 모조리 치웠고, 마녀의 숲에서 내가 썼던 대형 침대를 오크를 이용해서 넣었다.
1시간 정도를 꿈척대자, 마을회관이 내가 마녀의 숲에서 지냈던 숙소처럼 변하는 건 금방이었다.
“되었군. 메이, 링링, 가서 영지민들을 번호대로 줄 세워서 들여보내.”
고개를 끄덕인 그녀들이 사라지자 몸을 돌려서 오늘 나올 연극의 출연자들을 훑어보았다.
약간은 굳은 표정의 여인들 20명.
모두가 육림대원들이다.
“준비됐지?”
“네, 주인님.”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오늘의 무대는 내가 숙소에서 쓰던 대형 침대.
다섯 명의 여자가 누워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넓었고, 두꺼운 커튼을 쳐서 외부에서의 시선을 완전히 차단했다.
“1호, 올라와라.”
오랜만에 옛날 기분 좀 내보려고 엘리샤를 육변기 번호로 불렀다.
“네, 나의 주인님.”
공손하게 올라온 엘리샤는 이미 모든 옷을 탈의한 상태.
D컵 가슴이 어서 자신을 만져달라고 출렁였고, 건강미 넘치는 농염한 허벅지 사이에 보지 속은 이미 촉촉이 젖어있었다.
나와의 섹스가 완벽히 뇌에 학습된 엘리샤가 익숙하게 내 옷을 벗겼다.
30cm 초대물이 나와서 흉포한 핏줄을 세웠다.
엘리샤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내 자지를 바라보다가 손으로 천천히 귀두를 만져준다.
부드럽고 따스한 손의 감촉에 내가 흥분감을 느낄 무렵,
“주인님, 첫 번째 관객 들어왔습니다. 이름은 빌리입니다.”
메이의 말이 들렸다.
엘리샤의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나도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다.
육변기가 되기 전 엘리샤의 아들 이름이 빌리였지.
이제는 남남이지만 말이야.
“도, 도대체…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것 좀 풀어주십시오!”
절그럭 절그럭
사전에 메이와 링링은 관객들이 난동을 부리지 못하게 의자에 묶어두기로 했기에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현재 나와 엘리샤는 침대에 커튼을 치고 안쪽에 있고, 빌리와 메이는 침대 바깥에 있다.
두꺼운 커튼이 서로의 시야를 가려줘서 빌리는 나와 엘리샤가 안쪽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
“가만히 있어라. 너희같이 천한 농노 놈들에게 특별히 연극을 보여주라는 영주님의 지시가 있었다.”
“여, 연극 말입니까?”
“그래, 연극이 무엇인지는 알겠지.”
아마 모를 리가 없을 거다.
판타지아 대륙에서는 연극이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으니까.
다만 귀족들이 보는 연극과 평민들이 보는 연극의 질적인 부분이 다를 뿐이다.
귀족들은 지구에서의 뮤지컬과 흡사한 완성도 높은 연극을 보는 거고, 평민들은 광대들이 웃기려고 하는 B급 연극을 보니 말이다.
어디까지나 그것도 귀족이나 평민들에게나 허락된 문화.
이곳 크래스 장원의 농노들에게는 연극은 말만 들었지,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별세계 문화임이 분명했다.
“저, 정말이십니까? 연극을 보여주신다고요?”
“그래. 그러니까 영주님을 찬양하면서 얌전히 구경이나 해라.”
“연극도 좋지만 저는 어머니를 보고 싶습니다.”
빌리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은 메이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이걸 다 보면 만나게 해주겠다.”
“정말이십니까?”
“물론이다. 그리고 이걸 입에 물고 있어라.”
메이가 손에 들고 있는 건 바로 재갈이다.
연극 중에 관객이 시끄럽게 굴면 안 되니까 특별히 준비했다.
“웁, 우웁!”
재갈이 제대로 물렸는지 내뱉는 신음만 침대 너머로 들렸다.
이제 관객은 얼추 준비된 것 같고.
“빌리, 그러면 좋은 시간 되어라.”
메이의 마지막 말과 함께 문을 닫고 나갔다.
덜컹
회관 안은 창문까지 암막 커튼을 쳐서 낮인데도 불구하고 밤처럼 어두웠다.
이러니까 정말 지구에서의 영화관 같네.
“훅, 후욱!”
어두운 곳에 혼자 포박되어 있으니 약간의 공포를 느끼는지 빌리가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바닥을 긁는 쇠사슬 소리만이 적막을 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내가 힘차게 외쳤다.
“레디, 액션!”
화르르륵
그와 동시에 회관 안에 일제히 타오르는 횃불.
오늘의 조명 감독은 올리비아다.
그녀가 마법으로 주변을 밝힌 것이다.
순식간에 환해진 회관 내부.
깜짝 놀랐는지 커튼 너머에서 빌리는 숨소리조차 내뱉지 못하는 듯하다.
벌써 놀라면 안 되는데?
쇼는 이제 시작이라고.
옆에 있던 엘리샤를 껴안아서 바로 입술을 탐닉했고, 그녀 또한 내 스킨쉽을 거절하지 않고 혀를 넣고 열심히 굴렸다.
서로가 서로를 거칠게 원하며 뜨거운 열을 피워 올리는 순간.
미리 장치한 커튼이 활짝 열리며 환한 빛이 침대로 비쳐든다.
“!”
그리고 오늘의 유일한 관객이 드디어 나와 엘리샤를 바라봐 주었다.
빌리, 오랜만이다.
특별히 선물을 준비했어.
너만을 위한 야동.
출연자는 나와 네 어머니다.
그럼 즐감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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