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BER

MENU

〈 192화 〉 저년이 내 목표다



〈 192화 〉 저년이 내 목표다

* * *

끙끙대고 있는 페이튼 영주의 입가에서는 피가 후드득 떨어졌고, 경비병들은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루나, 여기 있는 놈들이 허튼짓 못하게 감시해.”

“멍멍!”

레벨 55짜리 거대 늑대면 시골 영지 경비병들 통솔은 어렵지 않겠지.

그녀에게 뒤를 맡기고 영주놈의 목덜미를 질질 끌면서 그가 사는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링링을 위시한 월랑대원들이 사방으로 기세를 뿌리며 따라왔다.

“어억! 어어억!”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는 페이튼 영주의 화려한 비단옷이 흙바닥과 마찰하면서 더러워졌다.

귀족 간의 관계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시궁창으로 처박힐 수 있다는 걸 몰랐으니,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영주민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자신들의 통치자가 꼴사납게 끌려가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어느새 도착한 영주의 저택.

내가 벌인 기행을 전달받았는지 저택의 경비병들과 식솔들이 우르르 나와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치스러운 장신구와 짙은 화장을 한 저택의 일원 중, 젊은 남성 하나가 튀어나오며 나를 향해 삿대질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입니까! 당장 아버지를 놓으시오!”

오호라?

아버지라 하는 걸 보니 이 녀석이 장차 페이튼 영지를 물려받는 놈이겠구만?

초면에 삿대질하는 본새가 특유의 재수 없음이 잘 유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형님 말이 맞습니다. 당장 내려놓고 귀족으로서의 예의를 차리시지요. 또한 아버지를 이렇게 대한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저희 페이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가 혀가 뽑혀서 끌려왔는데 보상 운운하는 게 딱 전형적인 귀족이다.

보통은 눈 회까닥 뒤집혀서 주먹이라도 쓰려고 달려드는 게 정상 아닌가?

저기…붉은 머리카락을 사자 갈기처럼 휘날리며 달려오는 여자애처럼 말이야.

“개새끼야! 아빠를 놔줘!”

“레이첼!”

“돌아와라, 레이첼!”

빙의하기 전 유럽에서 가끔 봤던 빨강 머리 미녀가 저러할까?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에 볼 가에 애교스럽게 있는 주근깨가 귀여움과 신비함을 동시에 느껴지게 하는 귀족 영애였다.

무엇보다 발육 좋은 봉긋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빵빵한 둔부는 어딜 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고, 언제든지 아이를 밸 능력이 충분해 보였다.

그래, 귀족이라고 다 저런 놈들만 있는 건 아니지.

이 시골 영지에 인간적인 반응을 보이는 놈, 아니 년이 한 명은 있었구나.

“링링.”

많은 말이 필요 없다.

링링의 이름만 짤막하게 읊어주자 옆에 서 있던 수인녀의 신형이 퍼뜩 사라졌고.

어느새 레이첼이라 불리는 빨강 머리 소녀의 뒤에 서서 양팔을 잡고 제압했다.

“이거 놔! 놓으라고!”

구속당한 상태에서도 기죽지 않고 다리를 버둥거렸으나, 온몸이 무기나 마찬가지인 링링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여봐라! 뭣들 하느냐! 당장 귀족임을 망각한 저 무뢰배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거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었는지 저택에서 따라 나온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아들놈.

이 녀석은 집안에만 처박혀 있느라 공성전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끝났는지도 몰랐고, 수인녀들은 레벨 가리개를 해서 레벨이 보이지 않았으니.

어찌 됐든 남자보다는 신체가 가녀린 여자로 이루어진 용병단이니 할만하다고 생각했겠지.

마지막으로 제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끌고 온 내 레벨은 1.

제 딴에는 나름 빠르게 머리를 굴려 저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최악의 수였음이 금세 드러났다.

“월랑대 최대한 잔인하게.”

내 말뜻을 알아들은 월랑대원들의 신형이 사라졌다.

사태 파악 못하고 거북이처럼 느리게 달려오는 경비원들 옆에 수인녀들의 모습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어...어어?”

멍청한 소리를 내리는 병사들의 목을 움켜잡은 수인녀 한 명이 사정없이 주먹을 꽉 쥐자,

우드드득!

인형 목 부러트리듯이 허무하게 한 생명이 사라졌고.

바로 옆에 있던 수인녀는 뒤돌려차기를 시행, 정통으로 머리를 맞은 병사가 수박 터지듯 사방으로 뇌수를 뿌리며 절명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수인녀들은 예전 짐승의 본성이 남아있어서 손톱에 끼우는 검인 조도를 끼는 경우도 더러 있었는데.

날카로운 발톱을 연상시키는 조도를 끼운 그녀들이 망설이지 않고 경비병의 복부를 헤집었다.

촤르르륵!!!

시뻘건 생명의 물이 사방을 붉게 물들이자, 이를 본 귀족들의 안색이 삽시간에 시퍼레졌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속을 헤집어 소화기관을 모조리 땅에 펼쳐놓은 수인녀들.

“커헉!! 살려…살려주시…”

“괴물이야! 이 년들은 괴물이라고!”

“도망가! 이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경비병들 모두가 도살당한 후에야 견적이 전혀 안 나온다는 걸 깨달은 경비대장은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링링은 끝까지 쫓아가 그놈의 아킬레스건을 잘라놨다.

“끄윽! 끄윽!”

날개를 뜯긴 잠자리가 저러할까?

걷는 게 불가능해지자 기어서라도 엉금엉금 저택 바깥으로 도망가려는 모습이 불쌍하다 못해 처절해 보였다.

그런 그를 향해 내가 다가갔다.

어차피 마지막 남은 한 놈이니 특별히 내가 마무리해줘야지.

“이봐, 이곳에서 나가고 싶어?”

이미 주변은 적막에 휩싸였다.

숨소리 하나라도 내면 다음 타겟은 자신이 될까 싶어서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아까부터 시끄럽게 꽥꽥거리던 귀족 놈들도 눈앞의 미친놈이라면 자기들도 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미치자, 합죽이가 되어서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내 다음 행동을 지켜보았다.

“제발…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명령에 따른 것뿐입니다.”

저 말은 맞지.

저택을 지키던 똥개들은 나한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지.

그저 윗선에서 막으라고 했으니 막았을 뿐.

하지만 말야…

“그동안 그 명령에 따르면서 남부럽지 않게 생활했을 거 아냐?”

유동 인구 포함 4천 명이면 절대 작은 동네 아니다.

이런 동네에서 영주의 저택 안에 경비대장을 맡을 정도면 다 망해가는 크래스 장원 훈작사 론보다도 더 실속 있는 녀석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외적 침입도 없는 이런 곳에서 영주 저택 경계나 하고 있다?

인생이 꿀인 녀석이었겠지.

지금도 봐라.

끊어진 발목 위로 경비대장답지 않게 물렁살이 가득한 허벅지와 잦은 음주로 예쁘게 튀어나온 배를.

심지어 레벨도 10으로 뒷골목을 전전해온 론보다도 낮았으니.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요 게으른 놈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다 보인다.

“이봐, 나는 꿀 빠는 녀석을 싫어해.”

꿀은 나만 빨아야 한다.

남이 빠는 걸 보면 심사가 뒤틀린단 말이지?

특별히 내 좆을 받아내다가 탈진한 계집에 한해서는 조금의 꿀을 허락해줄 순 있다만.

딱 거기까지다.

“내가 만들 크래스 폴리스에 너 같은 꿀벌은 필요 없으니 잘 가라.”

“아, 안 돼애애!!”

서걱!!

경비대장의 몸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녀석의 뱃살을 잘라주었다.

허벅지 물렁살도 같이 말이다.

수술비도 받지 않고 그 비싸다는 지방흡입 수술을 해주다니.

이러다가 정말로 마계 못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복부와 다리를 피를 흘리며 꿈틀꿈틀하다가 이내 움직임이 멈춘 경비대장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페이튼 영주의 뒷덜미를 붙잡은 채 입을 열었다.

“월랑대, 봉신 계약을 우습게 아는 저 연놈들을 모두 포박해.”

내 말이 끝나자마자 신속하게 움직인 수인녀들이 겁에 질린 귀족들을 포승줄로 하나씩 묶자,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귀족이 같은 귀족을 겁박하다니요!”

“이거 놔! 놓으라고!”

발버둥 치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포박당한 채로 내 앞에 무릎 꿇었다.

중간에 저항이 심한 녀석들은 수인녀들이 조도날을 눈알에 갖다 대니 저절로 분노 조절이 되어 얌전히 오라를 받았다.

그래서 현재.

엉망이 된 영주와 녀석의 뒷목을 붙잡고 있는 나.

그리고 밧줄에 결박당한 채로 이를 구경하고 있는 저택의 귀족들과 고용인들.

무대가 제대로 꾸며진 셈이다.

“이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다니! 제임스 백작님이 두고 보시지 않을 겁니다!”

예전에 귀녀대원들이랑 합숙 당시, 소피아랑 섹스 후 토크하던 와중에 그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귀족들을 물에 빠트리면 다른 곳은 다 잠겨도 입만큼은 동동 뜰 거라고.

이 지경이 돼서도 아직 입은 나불대는 걸 보면 그녀의 말이 얼추 맞는 것 같다.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당장 모두를 풀어주고 사죄하시오! 적절한 보상과 함께 말이오.”

그놈의 적절한 보상.

계속해서 들먹이는데, 저 보상무새에게 뭔가를 보여주긴 해야겠다.

“…좋아. 네가 그렇게 보상을 원하니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주지.”

그와 동시에 내 옆에 엉망이 된 영주를 번쩍 들어 올린다.

“어억!”

“아버지를 놓아라!”

“링링, 조도 하나를 줘봐.”

옆에서 아우성치는 걸 개무시하면서 링링에게 말했고, 링링은 즉시 옆구리에 차고 있던 조도 하나를 뽑아서 나에게 건넸다.

“여깄다멍!”

조도를 손에 쥔 내가 영주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영주는 아무 말도 없이 덜덜 떨기만 했는데, 이유는 내가 신분 따위는 상관치 않고 저지르는 놈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 살려주십시오…”

페이튼 영주가 애원해보았지만.

그런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여준다.

“그럼 자식 농사라도 잘 지었어야지.”

자기랑 똑같은 놈들로 키웠으니 내 심사가 더 뒤틀린 거 아냐?

그게 아니더라도 영주놈은 오늘 내 심기를 계속해서 어지럽혔으니 그 벌을 받아야 할 때이다.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갈리아 제국에서 내 별명은 도축가였다.

알비온 연맹의 수석 팔라딘 놈을 제대로 벗겨놔서(?) 그런 별명이 붙었지.

대한민국의 저명한 성형외과 의사도 울고 갈 신기에 다다른 피부 벗기기를 여기서 시행할 셈이다.

“가만히 있어라. 움직이면 더 아프다.”

“무, 무슨 짓을 할 셈입니까? 당장 멈추아아아악!!!”

처절한 비명, 절규, 고함이 페이튼 영주의 저택에 울려 퍼졌다.

겨우 새끼손톱 하나를 제거했을 뿐인데.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아파하면 하는 사람이 너무 신나잖아?

흥이 나서 더 천천히 긁어주었다.

사각사각

섬뜩한 소리가 묶여있는 귀족들의 귀에 울릴 때마다 이미 영혼이 반쯤 가출한 상태인 녀석들은 눈앞에 일어난 이 잔인한 장면들을 믿지 못했다.

“끄악! 으악! 제발 그만! 그만!”

“좀 참아라. 아직 오른팔밖에 안 했어.”

마취도 없이 벗기니 당연히 페이튼 영주는 거품을 물며 발작했고.

양옆에 월랑대원 둘이 그의 양팔을 잡고 버둥거리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했다.

기절할라치면 연신 뺨을 때려 정신이 들게 했으니.

고통에 겨운 영주가 미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헤…헤헤…헤헤헤…”

오른팔을 다 벗기고 왼팔의 절반쯤 작업했을 때, 이미 늙은 남자의 이지는 사라졌다.

분수에 맞지 않게 수인녀의 보지를 원했으니 정해진 운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만해주십시오…흑흑…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내가 희대의 싸이코인걸 파악한 첫째 놈이 이젠 사정 조로 나에게 자비를 구걸했으나.

월랑대원들을 시켜 저들이 아버지의 도축쇼를 보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지 못하게 했다.

눈앞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아버지가 실시간으로 고깃덩이가 되는 걸 바라봐야만 하는 녀석들.

이미 나에 대한 저항 의지는 고사하고, 그다음 차례가 자신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빌 뿐이었다.

“후, 오랜만에 하니 힘들군.”

도축이 끝났다.

영주놈은 머리털부터 발톱까지 모조리 뽑힌 상태.

피부는 모조리 벗겨져서 근육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인체 표본.

대한민국의 생물 시간에 이걸 사용했으면 학생들은 단번에 인체의 구조를 이해했을 거다.

“역시 여전한 솜씨다멍!”

“주인님, 존경한다멍!”

“오늘 밤에 저걸 세워놓고 그 앞에서 주인님 씨앗 받고 싶다멍!”

연인들은 서로 닮는다더니.

수인녀들도 점점 사고방식이 나와 흡사해지는군.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오늘 밤은 이미 점찍어둔 여자가 있거든.

묶인 채로도 눈동자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고 증오 어린 시선을 보내는 저 빨강 머리 여자.

레이첼이라 불리는 그녀.

저년이 오늘 내 목표다.



사상 최악의 주인공〈 192화 〉 저년이 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