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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화 〉 일상) 데이몬의 하루3



〈 203화 〉 일상) 데이몬의 하루3

* * *

몇몇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가 붙는다는 행위에 대해 과대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섹스를 경험해보지 않은 어리거나 젊은 사람일수록 더하다.

이런 주제가 도마 위에 올라올 때마다 처녀들은 얼굴을 붉히고 총각들은 콧김을 뿜으며 흥분한다.

섹스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여자들 대부분은 아팠단다.

하지만 그들 중 절반은 아팠으면서도 또 하고 싶어 한다.

반면에 남자들은 자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쾌락을 갖다준다며 다른 놈들에게 동네방네 자랑하기 바쁘다.

그렇게 사랑의 열병이 지나갈 때쯤,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섹스에 익숙해진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과 딱히 다를 바 없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녀석도 있고.

자위보다도 못하다며 흥미를 잃는 녀석도 있다.

그 와중에 정서적 공감과 유대감이 중요한 거라며 여전히 섹스를 만족해하는 사람도 있으며.

다른 방면으로 흥미를 개척하기 위해서 특이한 도구를 사용하거나, 특별한 체위를 개발하는 사람도 있다.

이마저도 부족하다면 아예 파트너를 바꿔가며 하는 연놈들까지 있으니.

아무튼, 나 데이몬도 저런 다양한 군상이 존재하던 지구를 거쳐 왔다.

문제는 이거다.

나는 앞서 말한 사람들 중 어떤 유형에도 속하지 못했다.

애초에 사랑 때문에 섹스하지도 않았고, 그걸 단순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평범한 섹스로는 그다지 흥분감을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내 정신이 어렸을 때부터 뒤틀리고 망가졌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면 이런 나는 어떤 순간에 제대로 된 흥분감을 느끼느냐?

예전에도 말했듯이 상대가 행복한 순간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때.

내 앞에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비와 용서를 부르짖을 때.

철저한 갑인 입장에서 을인 상대의 괴로움을 즐기며 정복감으로 좆을 세울 때.

그 순간에야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걸 인지했다.

섹스란 행위는 거기서 나오는 부수적인 결과물, 혹은 수단일 뿐이었다.

그 밖의 섹스는 나의 목표를 위해서 일해줄 여자를 위안해주는 목적이었다.

정리하자면 정말로 내가 즐기는 섹스는 가혹한 섹스.

지금 내가 클레어에게 하는 섹스라 할 수 있다.

퍽 퍽 퍽 퍽 퍽

“으흑! 아파! 아흑!”

“이런 씨발련!”

철썩

정상위로 박고 있는 자세.

나에게 깔려서 신음을 흘리고 있는 금발머리 여자는 어디에 내놔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잡을만한 눈부신 외모를 갖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백금발은 정수리부터 목 언저리까지는 생머리였지만 그 아래로는 구불구불한 웨이브를 줬다.

어디에 긁힌 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 뽀얀 피부는 남자의 입가에 군침을 돌게 했다.

저절로 손이 가는 순백의 도화지.

종이 위에 거친 붓으로 낙서하고 찢고 깨물고.

아파하는 그녀를 손바닥 위에 놓고 마음껏 휘두른다.

“오, 오늘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 봐…아아악!!”

가녀린 허리 사이에 귀엽게 고개를 내민 배꼽을 인정사정없이 주먹으로 덮어버렸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간단히 말하면 배빵이다.

출렁대는 두 개의 봉분 아래에 선명한 붉은 주먹 자국이 새겨줬다.

퍽 퍽 퍽

“끄흑! 끄흐으윽! 아흐흑!”

고통스러워서 눈을 까뒤집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백인미녀의 미모는 보지가 무참히 점령당하는 와중에도 나를 자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클레어의 가장 큰 장점은 얇은 몸과 지극히 대비되는 거대한 두 개의 봉분.

내 여자 중에 1, 2위를 다투는 우수한 빨통을 우악스럽게 쥐어짜면서 선홍색의 꼭지를 입안에 물고 이빨로 유린한다.

“아흐흑…으흑!”

고통스러웠는지 몸부림치는 클레어.

그 와중에 포동포동 살찐 허벅지를 좁혀서 소중한 아가집으로 맹렬히 돌격하는 나를 막는다거나.

흡사 파운딩 자세로 올라탄 나에게 손을 내저어 주먹질을 막는 등의 어설픈 저항은 하지 않는다.

“괘, 괜찮아요♥절 더 정복해주세요♥때려주셔서 감사해요♥아아악♥”

굴복한 암컷임을 입증하듯 헤실헤실 웃기까지 하니.

제국의 거대도시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던 여자의 인생을 나락으로 보낸 장본인.

증오해도 모자랄 법한 놈의 학대나 다름없는 섹스에도 실없이 웃어야 하는 그녀의 운명.

이미 정신까지 완벽히 굴복해 육체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나를 만족시키려 안간힘 쓰려는 이 상황.

그것이 가장 나의 흥분을 돋우었다.

G컵 빨통? 하얀 피부? 조임 좋은 보지?

물론 있으면 좋다.

하지만 부수 조건이지 필수조건은 아니다.

중요한 건 바로 저년의 뇌.

나에게 정복당했음을 시인하고 그녀 스스로가 고귀한 마담이 아닌 내 심심함을 풀어주는 한때 장난감임을 인정한 저 뇌세포 하나하나가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솔직히 나는 지금 클레어를 죽이고 싶다.

살인 충동.

이년이 싫어서 죽이고 싶다는 게 아니다.

섹스하는데도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부위를 보지 못한 채 섹스하니까 욕구불만에 걸리는 거다.

만약에 클레어가 내 측실부인이 아니고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없는 계집이라 가정해보자.

나는 섹스 도중에 실톱으로 그녀의 관자놀이 부근을 절개하여 그 안에 있는 하얀 뇌 주름을 구경하며 자궁에 씨앗을 남겼을 거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 최고의 쾌락을 주는 체위니까.

하지만 클레어는 일회용으로 쓰고 버릴 여자가 아니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저런 S급 자연산 빨통은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쉬운 대로 손찌검을 함으로써 2% 부족한 섹스를 채운다.

퍽 퍽 퍽 퍽

“아흣♥흐읏♥좋아♥주인님 좋아♥”

“음식물 찌꺼기 같은 년.”

“네, 저는 살만 빼먹고 버려진 뼈만 남은 생선, 면만 다 먹히고 국물만 덩그러니 남은 국수, 속이 텅텅 비어버린 수박껍질과 같은 계집이에요!”

스스로에 대한 주제 파악이 아주 잘된 년이군.

모나스 시티에서 줏대 없는 남편 매튜 대신 앙칼지게 저항했던 그 여자와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뭐 어쨌든 간에.

제 스스로를 무가치한 여성이라 외치는 행위에 내가 만족감을 느꼈으니 된 거다.

“한마디로 쓸모없는 계집이라는 거군.”

“네, 저는 주인님의 자지에 박히기 위해 존재하는 천한 계집이니까 얼마든지 제 구멍을 쑤셔주…”

뷰릇 뷰르릇 뷰릇

자기 자신을 계집이라 칭하면서도 창피함조차 느끼지 않는 클레어.

그녀가 말하는 와중에 사정감이 들어 참지 않고 싸버렸다.

정확한 질내사정에 어떤 피임도 하지 않았고 사전에 예고조차 없던 배려심 없는 사정이었다.

그런데도 여인은 뱃속을 휘젓는 침략자의 정액을 느끼며 진심으로 나에게 감사한다.

“하읏♥주인님, 당신의 씨앗을 제 아가집에 담을 수 있어서 기뻐요.”

한쪽 눈에 시커먼 멍이 들어 판다가 된 클레어가 섹스가 끝나자 다소곳하게 일어나 나에게 인사했다.

몸을 일으키자 좌우로 처참하게 넓혀진 조갯살 사이로 하얀즙이 흐른다.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농염한 허벅지 라인을 따라 내려가는 정액이 그녀가 나 몰래 흘리는 눈물과 같아 보인다면 착각일까?

“제법 괜찮은 섹스였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약제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이상성욕으로 점철된 교미를 지켜본 여인들이 하나같이 두려움 섞인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서 시선을 내리까는 암컷들.

자신만큼은 클레어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그 알량한 마음이 고까워서 단숨에 수도에 강기를 일으켜 유혈사태를 벌이려 했으나.

“주인님, 여인들을 죽이면 TS­1알약 생산에 차질이 생겨요.”

보지에 묻은 정액을 능숙하게 정리하고 있는 클레어의 말에 올렸던 손으로 자연스럽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마치 처음부터 뒤통수가 간지러웠던 것처럼.

역시 나를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라서 내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추 알아맞힌다.

“그러면 네가 잘 교육해. 다음에도 저따위 눈빛 보이면 다음은 없다는 걸 확실히 인지시키고.”

“네, 주인님.”

“올리는 어딨어? 안쪽에 있어?”

“언니는 재료를 사러 1시간 전에 페이튼에 갔어요.”

그러면 곧 돌아오겠군.

약제실을 나가서 올리비아를 기다리기로 했다.

나가면서 방금 클레어와의 섹스가 왜 이리 거칠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조금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할 계획은 없었는데,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올라 거칠게 대했다.

이전에도 나는 섹스 도중에 기분이 수시로 바뀐 적이 많아서 클레어도 익숙하게 내 광기를 받아 주었으나.

이와 상관없이 왜 분노가 치밀어올랐는지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나는 금세 답을 찾아냈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니 마음에 걸리는 일이 딱 하나 있었다.

“에밀리 때문이군.”

그년을 완전히 내 휘하에 두지 못하자 욕구불만이 가슴 속에 치솟았고, 이것이 가학적인 성욕으로 변질되어 클레어에게 폭격을 퍼부었던 거였다.

어쨌든 클레어를 붙잡고 그 불만을 해소했으니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느꼈을 고통이나 치욕감은 최악의 주인공인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고 말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구겨진 고깔모자를 쓴 녹색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고 있었다.

동화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마녀가 튀어나오면 딱 저런 여자일 것 같다.

나도 정실부인들이랑 오래 지내면서 알고 싶지 않아도 그녀들의 취향을 여러 가지 알게 되었는데.

올리브 향유를 머리에 바르고 다니는 마녀 올리비아는 단 음식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달콤한 음식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좋아하긴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중에서 더 좋아하는 편이라 말하고 싶은 거다.

크래스 폴리스가 완성되기 전에도 마녀의 숲에서 달콤한 사탕풀을 매번 질겅질겅 씹으며 돌아다녔고.

도시가 세워진 이후에는 페이튼 지구에 뻔질나게 방문하여 사탕을 대량구매, 잠잘 시간 외에는 막대사탕을 항상 입에 물었다.

올리비아의 키와 체구가 작다 보니 저런 모습이 또 사탕 좋아하는 어린애처럼 보여 어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올리비아가 기분이 좋지 않은가 보다.

축 늘어진 어깨, 파르르 떨리는 눈초리, 삐쭉 튀어나온 입술,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

이뿐만이 아니라, 막대사탕을 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녀에게 오늘 엄청나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다.

“올리비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자 내가 있는지도 모르고 땅만 보고 날아오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입구에 서 있는 나를 보자 금세 그렁그렁해지는 눈물.

예전부터 느꼈지만 내 여자들은 내 앞에서 감정을 숨기는데 무척이나 서툴다.

“으아아아앙!! 주인님!!”

봉지에 담긴 약재료를 내팽개치고 눈물을 뿌리며 나에게 안기자 옷이 순식간에 젖었다.

난 암컷들의 보지가 젖는 걸 좋아하지 내 옷이 젖는 건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내가 임명한 정실부인이기에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래, 무슨 일이지?”

“흐흑…주인님, 오늘 장을 보러 시장에 갔다가 이런 편지를 받았어요.”

그러면서 속에서 편지지 하나를 꺼냈다.

호기심이 든 건 사실이라 편지를 꺼내서 읽자 안에는 아무것도 안 적혀있다.

“빈칸뿐인데?”

“마나를 넣어야 읽을 수 있어요.”

제법 고급진 수법이군.

적어도 어중이떠중이가 보낸 편지는 아닌 모양이다.

마나를 움직여서 편지에 불어넣자 그제야 종이 위에 불타면서 새겨지는 글씨.

마치 새롬과의 대화 때 상태창처럼 뜨는 글자 같다.

내용을 확인해보자 놀랍게도…그건 올리비아 외에 다른 마녀에게서 온 편지였다.

* * *



사상 최악의 주인공〈 203화 〉 일상) 데이몬의 하루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