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BER

MENU

〈 216화 〉 전군 출진한다



〈 216화 〉 전군 출진한다

* * *

몬두르 성을 치기 전에 오랜만에 내 상태 좀 점검해보기로 했다.

“새롬, 송편만 먹지 말고 상태창 좀 띄워봐.”

[누가 보면 맨날 놀고먹는 줄만 알겠네요.]

“아니었어?”

[……]

스팟

눈앞에서 불타는 글자가 떠올랐다.

­상태창­

이름: 송길준/데이몬

칭호: 모태악인(상), 승룡(??)

직업: (진)윌렛왕국 베르너 백작, 크래스 폴리스 실소유주

LEVEL: 1

힘: 100 민첩: 100 지력: 40 행운: 40

보너스 스탯: 340

카르마 수치: 8500/30000

스킬: 악마의 눈, 진실의 방, 몬스터 로드, 분신술, 강림, 워프.

상태: 평행세계에 빙의, 양호.

업적: 연속 강간 성공, 유부녀 공략 성공, 하녀 조교 완료, 여기사 정복 완료, 마을 점령 완료, 성노예 예속(?) 완료, 마녀 소유 완료, 수인녀 획득 성공, 유부녀 강탈 성공, 성녀 함락 성공, 애완녀 획득 성공, 릭톤 모녀 능욕 성공, 페이튼 영애 소유 성공.

크래스 폴리스를 키우는 2년 동안 의도적으로 상태창을 보지 않았다.

다른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역시나 가장 큰 이유는 스테이터스가 강함을 가늠하는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다.

스테이터스는 판타지아 대륙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쓰는 공용화폐일 뿐이고, 드넓은 우주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데이터 조각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르마 획득에 열을 덜 올리게 되고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상대의 절망감을 수확하지 않았다.

릭톤 영지나 페이튼 영지 연놈들은 크래스 폴리스 건설을 위해서 교육해줄 필요가 있었기에 조금 건드려주고, 그 외에는 딱히 움직이지 않았단 이야기다.

그런데도 카르마가 꽤 많이 쌓여있었다.

“일일히 말해주면 귀찮으니까 어떻게 얻었는지 대충 요약만 해줘.”

[카르마 정산을 안 한 시점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애완녀 루나 교육.

크래스 장원 TS농노들.

릭톤 영주 일가족.

페이튼 영주 일가족.

로이 모자.

모두 포함해서 총 8500카르마를 수확하셨고, 이를 보너스 스텟으로 환산하면 340입니다.]

340이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비록 스테이터스가 절대적 수치는 아니라지만, 판타지아 대륙에서 양학할 때는 어느 정도 쓸모있는 힘이기에, 딱 적당한 만큼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텟은 확인했으니 넘기고.

업적도 별다를 게 없었다.

릭톤 모녀는 현재 크래스 폴리스 릭톤 지구를 둘이서 공동 통치 중이다.

심심할 때 가면 둘이서 옷을 벗고 내 씨앗을 짜내려고 부드러운 몸을 비비며 아양을 떨어댄다.

그러면 그년들 아비이자 남편인 릭톤 남작은 어떻게 됐냐고?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아마 자살했을 거다.

릭톤 지구 개발 1년 차쯤 되었을 때 아내와 딸이 내 좆의 노예가 되어서 남편을 사람 취급 안 해줬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나 남작의 아내는 스스로가 내 전용 성노예임을 인정하고 평생 남편과 성관계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단다.

딸도 아버지를 한심한 루저 취급했다지.

독이 든 와인 마시고 뒤졌다는데 스스로 독을 탔는지 아니면 모녀가 독을 탔는지가 애매하다.

뭐,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서 파고들진 않았다.

어차피 나는 원할 때 지구에 방문해서 모녀의 보지를 차례로 쑤셔주고 나오면 되니까 말이다.

페이튼 영애는 조금 달랐다.

그년은 페이튼 지구 하나만 맡기기엔 그릇이 큰 여자였다.

그래서 그년에게는 크래스 폴리스 시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젊고 유능한 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시장으로 인기가 많은 모양인데.

내가 봐도 엄청 바빠 보여서 자주 찾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가서 보짓구멍에 거미줄 정도는 걷어내 주는 정도?

여전히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제는 반쯤 포기했는지 곧잘 내 위에 올라타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동통한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아무튼, 현재 크래스 폴리스의 공식 시장은 레이첼 페이튼이여서 상태창 직업란에 그냥 소유주가 아닌 실소유주란 말이 붙었다.

레이첼이 페이튼을 떠난 대신에 페이튼 지구는 론이 통치하고 있다.

베르너 백작령의 평민 나부랭이가 거대 도시의 한 지구장을 맡게 되다니.

이래서 사람이 눈치가 빨라야 한다는 거다.

얘기가 잠깐 딴 길로 샜으니 다시 돌아와 보면.

3만 카르마를 획득해서 칭호가 바뀌었다.

예전엔 사악한 악인이었는데 지금은 모태악인으로.

잠룡에서 승룡으로 승급에 성공했다.

심상세계의 힘을 깨우친 이후로 승급이 그렇게 기쁘게 느껴지진 않았으나, 승급하고 새롭게 얻은 후보자 스킬에는 호기심이 생겨서 확인해보았다.

“새롬, 이번에도 이상한 스킬을 준 건 아니겠지?”

[누누이 말하지만, 강림은 저희가 나름대로 신경써서 내려준 스킬입니다.]

강림 얘기가 나오자 새롬이가 또 불편했는지 빠르게 글자가 올라온다.

음성 없이 글자만 올라온 거지만 분명히 마계에서는 쫑알대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무튼 결과가 안 좋았잖아.”

[그래서 이번 회의 결과 당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증강시키는 기술보다는 편리성 위주의 기술을 부여했습니다.]

편리성이라.

나쁘지 않은 말이다.

상태창을 내려보니 ‘워프’란 글자가 새로 생겼다.

단어만 봐도 무슨 스킬일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혹시 이동 관련 스킬인가?”

[그렇습니다. 워프 스킬의 상세 설명을 보시겠습니까?]

“물론이지.”

불타는 글자가 허공을 수놓았다.

[워프: 판타지아 대륙의 차원벽과 차원벽 사이에 구멍을 뚫어 이동하는 고급 이동스킬입니다.

순간 집중이 필요하고 도중에 방해받으면 스킬이 취소됩니다.

한 번 발동되면 판타지아 대륙 내에서 시전자가 갔던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간 적이 없는 곳은 워프 이동이 불가합니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스킬이다.

심상세계의 힘을 깨우친 후 내 수련 방향은 바뀌어버렸다.

가부좌를 틀어 명상에 잠긴 채 광활한 우주와 깊은 심연을 엿보는 식으로 수련하고 있다.

심연의 주인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조심성을 발휘하면서 말이다.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스텟 따위는 금세 올릴 수 있었다.

켈리알 성을 죄다 불태운 다음 민간인 학살을 해도 되고, 첫째형을 따라서 내가 노예 사업을 해도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창관은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최근에 단순한 저렙 학살로는 새롬이가 카르마를 많이 주지 않겠다고 통보하긴 했다.

높으신 분들의 구경거리가 없어진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못 할 건 아니다.

민간인 1명에 카르마 1밖에 주지 않는다고 하면 10만 명, 100만 명을 죽이면 될 일이니까.

하지만 괜히 미운털 박혀가면서 무리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윌렛 왕국 같은 소국에서는 스텟을 급하게 올려서 상대할만한 사람도 없었으니.

이런 내 상황과 딱 맞는 스킬을 악마연합 측에서 준 것 같다.

“집중이 필요하다는 게 유일한 페널티 같군.”

[맞아요. 그런 광역이동 기술을 쿨타임도 없이 쓰면 말도 안되니깐요. 어차피 차원벽을 뚫는 데는 저희 쪽도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페널티이기도 해요.]

마계 쪽에서 내가 원하는 좌표로 차원벽을 뚫어주는 식의 스킬이었군.

“그러면 스킬을 외칠 때 내가 가고 싶은 장소를 말하면 되는 건가?”

[네.]

“동행도 가능한가?”

[물론입니다. 차원벽의 구멍을 유지하는 웜홀이 유지되는 동안은 세 살배기 아기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단체이동도 가능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다른 스킬과 마찬가지로 이번 녀석도 사기스킬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새롬, 그렇다면 다른 악마후보자도 나만큼이나 사기스킬을 얻었겠군.”

[……]

역시나 이 부분에 한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새롬.

머릿속으로 첫째 놈이 얼마나 카르마를 모았을지 고민해봤다.

맨처음 봤을 때 첫째 형의 카르마는 500.

일반인치고는 높지만 악마후보자라고 가정하면 절대 높지 않은 수치다.

이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후보자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겠지.

이후에 노예사업으로 쏠쏠하게 카르마를 모았다고 가정하면…

“1만은 모았으려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보다 많이 모았을 리는 없다.

첫째 형은 나처럼 마녀의 숲에 들어가서 마녀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 적도 없었고.

모나스 시티에서 용사+성녀와 한 끗 차이로 목숨 걸고 부딪힌 적도 없었으며.

족자 공간 안에서 상위 마왕의 분신체를 잡은 적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그저 악마후보자 스킬 개꿀이네? 이러면서 본성에 틀어박힌 채 스킬로 날로먹기만 했음이 분명하다.

나도 회를 좋아해서 날로 먹는 걸 좋아했다만,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역전의 용사가 되어버렸다.

“새롬, 지력과 행운에 100씩 맞혀주고 남은 포인트 모조리 힘과 민첩으로.”

[알겠습니다. 스텟 부분만 상태창 띄워드리겠습니다.]

­상태창­

이름: 송길준/데이몬

LEVEL: 1

힘: 210 민첩: 210 지력: 100 행운: 100

보너스 스탯: 0

카르마 수치: 0/30000

도합스텟 600.

서서히 모나스 시티 때의 무력을 회복하고 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무지막지하다.

이젠 단순히 스텟만 높은 게 아니니까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 오랜만에 반가웠다, 새롬.”

[저도 반가웠고 승급 축하합니다. 참고로 다음 승급선은 10만 카르마입니다. 인간의 몸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등급이죠.]

“이제는 카르마도 잘 안 주는데 10만까지 모으려면 만만치 않겠군.”

[건투를 빕니다.]

새롬과의 교신이 끊겼다.

가장 큰 소득은 악마후보자 스킬 ‘워프’와 제임스 베르너가 나와 같은 또 다른 악마후보자란 사실.

사령술을 얻었다고 새롬이가 살짝 귀띔은 해주었는데, 알다시피 후보자 스킬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또 뭘 숨기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직접 부딪혀서 확인해보면 될 일이지.”

몸을 일으켜서 밖으로 나갔다.

자주빛 여명이 어둠을 물리치고 있었다.

로이의 얼굴가죽으로 만든 인피면구를 뒤집어쓰고 바깥을 나서자 부지런한 하녀들이 분분히 인사를 올렸다.

“모두 나와있느냐?”

“네, 출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괜찮군.”

고개를 끄덕이고 입구로 나가자 켈리알 성의 기사들과 징집된 병사들이 저택의 대문 앞에서 도열해 있었다.

“마이로드.”

“마이로드.”

내 예상보다 켈리알 성은 상당히 거대한 세력이었던 것 같다.

인사를 올리는 놈들의 대가리 숫자를 대충 세어봤다.

기사만 100명에, 병사들은 3천 명이 넘어 보인다.

“이게 끝인가?”

“아닙니다. 근처 장원에서도 징집병이 오고 있답니다. 그쪽은 저희가 행군하면 교차로에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모이면 몇 명이나 될 것 같나?”

“5천 명은 능히 넘을 겁니다.”

병사 숫자만 따지면 크래스 폴리스에 밀리지 않을지도.

하지만 저 병사들 대부분이 농노출신에 오랜 영지전으로 심신이 지친 징집병이란 걸 고려해보면 승패에 영향을 줄 전력이라 보기엔 애매하다.

“록펠, 몬두르 성 전력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사 30명도 안 될 겁니다.”

“마법사는?”

“애초에 백작령 내 마법사는 다 합쳐봐야 10명 이내였습니다.”

“그렇군.”

공성하는 입장에서는 마법사가 더 귀찮은 존재이긴 하다.

올리비아급 마법사는 없겠지.

만약에 있으면 부하들을 죄다 희생양으로 던져주고 튈 생각이다.

어차피 내 부하도 아니니까 말이다.

“전군 출진한다.”

뿌우우우

뿔피리가 울려 퍼지고 성문이 열렸다.

2년이나 밀고 당기면서 영지민들을 피 말리게 했던 백작 위 승계전이 드디어 최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



사상 최악의 주인공〈 216화 〉 전군 출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