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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화 〉 벌 받을 시간이다 요년아



〈 231화 〉 벌 받을 시간이다 요년아

* * *

제국의 마탑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본인 스스로도 악마후보자였던 첫째 형.

가문 대다수 기사의 지지를 받으며 실질적인 무력대를 거느리고 있던 둘째 형.

레벨 1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 안에 갇혀 패악질만 부리던 막내.

우리 세 형제의 결말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마 나 말고는 아무도 몰랐을 테지.

눈앞에서 아들의 눈이 도려내지는 걸 봤어도 첫째 엄마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알몸으로 트롤과 교미하기에도 바쁜 몸이시다.

트런들은 여전히 용맹하게 허리를 돌진시키고 있고 아마 저 돌격은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첫째 형, 기분이 어때?”

어머니한테도 물어봤으니 첫째 형한테도 물어봐야지.

“넌 반드시 토벌당할 거다. 법국의 조사관이 만만해 보이느냐? 그들은 단숨에 이 장소에서 활동한 악마후보자가 둘 이상임을 발견해낼 것이다. 언제까지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있나아아악!!!”

너무 시끄러워서 더는 들어줄 수가 없길래 그대로 코를 잡고 베어버렸다.

처음에 봤던 첫째 형은 꽤 미남이었건만.

코 자르고 눈 파내니 별거 없다.

근데 눈 없고 코도 없는데 귀는 있는 게 좀 이상한데?

짝 맞춰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양쪽 귀도 깔끔하게 잘라줬다.

서걱

“끄아아아악!!!!”

처절한 절규가 베르너 성안에 울려 퍼졌다.

지금 생존해 있는 영지민들은 죄다 창문을 닫고 있으나, 자신을 지배했던 자의 비명을 들었을 터.

아마 내일만 되어도 제임스의 최후가 어땠는지 상상력을 쥐어짜내서 일파만파 퍼트릴 것이 분명했다.

나로서는 좋은 일이다.

밑에 사람들이 누가 실권을 잡았는지 인지하고 빨리빨리 고개를 숙이면 일이 쉬워지니 말이다.

눈도 없고 코도 없고 귀도 없는데 모든 관절에 유리 내지는 돌조각이 박혀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병신.

그것이 바로 후계전쟁에서 날 적으로도 취급하지 않고 방심했던 첫째 형의 마지막이었다.

관절의 이물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염증을 일으켜서 더 큰 고통을 일으킬 것이다.

동생으로서 마음이 아프니 약간의 자비를 베풀어 주자.

“올리비아, 제임스의 오른팔의 이물질을 제거해 줄 수 있나? 오른팔 정도는 움직일 수 있게 말이야.”

“물론 가능합니다. 제거하고 포션을 뿌린 다음에 3일 정도 압박붕대로 감아주면 오른팔 정도는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좋아, 그렇게 해줘.”

내 명령이 의외였을까?

여자들의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이 내 얼굴을 간질였다.

“왜 그렇게들 봐?”

“주인님이 이런 자비를 베푸실 땐 항상 뒤에 더 큰 게 오곤 하니까요. 이번엔 뭘까 싶은 거죠.”

판타지아 대륙에 와서 거의 처음으로 말문이 막힌 것 같다.

스나이퍼 수준으로 정곡을 찌른 메이의 말에 잠시 할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음…이 녀석을 똥통에 집어넣을 생각인데. 굶어 죽지 않으려면 오른팔은 움직이게 해야 할 것 같아서.”

정확히 말하면 똥통은 아니다.

이곳 판타지아 대륙은 고도로 발달한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한민국과 달리 푸세식 화장실들이 대부분.

물론 나는 그게 너무 불편해서 데이몬 캐슬에 한해서 기초적인 양변기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하지만 조금 옛날만 해도 한국에는 푸세식 화장실이 꽤 많았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푸세식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산하는 인분(人?)을 주요 먹이로 해서 자라는 일명 ‘똥돼지’들이 지역 명물이 되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똥돼지 하나 길러보고 싶어서. 인제 보니 우리 제임스, 코가 좀 돼지코 같기도 하네?”

“누구든 코를 저렇게 납작하게 잘라놓으면 다 돼지코 같을 거다멍.”

“정말? 수인녀 코도 그렇게 될지 실험해 볼까?”

괜히 딴지 한 번 걸려던 링링이 조용해졌다.

“셰릴, 갔다 왔나?”

트런들을 위한 야식으로 커다란 멧돼지 두 마리를 사냥해온 셰릴이 벌어진 참상을 보고 제법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어때?”

“감사해요, 주인님.”

“왜?”

“제가 아까 흥분해서 죽일 뻔한 거 말려주셔서요. 역시 주인님에게 맡기는 게 답이었네요.”

그녀의 칭찬을 듣자 아직 내 감각이 죽지 않은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셰릴, 갑자기 오자마자 또 시켜서 미안한데.”

“저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과 관련된 명령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좋아, 베르너 영지성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출입하는 화장실 변기 구멍 속으로 이놈을 던져라.”

영지민들을 자신의 번영을 위한 도구로 썼으니 이놈 또한 영지민들을 똥을 받아먹으며 영지를 위해 희생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 판결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걸까?

셰릴이 냉큼 제임스의 머리를 붙잡고 땅바닥에 질질 끌었다.

“끄으윽!! 데이몬! 네가 언제까지 가나 두고 볼 것이다.”

혀까지 잘라줘야 조용해지려나.

순간 충동이 들었으나, 그렇게 해버리면 저 녀석이 똥 맛을 못 느낄까 봐 그건 관뒀다.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고, 제임스.”

모닝똥 쌀 때 보자꾸나.

특별히 그 화장실을 이용해줄게.

제임스가 사라지고 나자 모닥불 타는 소리와 트런들이 첫째 엄마 보짓구멍을 부서지도록 쑤시는 소리만 들린다.

퍽퍽퍽퍽

뷰릇뷰릇

벌써 세 번째 사정인가.

몸통만 남은 첫째 엄마의 보드랍고 새하얀 나체는 걸쭉한 색깔의 정액 범벅인 상태.

보지 모양의 형체가 기괴하게 변해서 저게 균열인지 블랙홀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고.

항문과 질 내를 연결하는 살도 찢어졌으니 따로 꿰매주지 않는 한 보짓구멍인지 똥구멍인지 모를 구멍에서 똥오줌은 조절조차 되지 않을 테다.

“들어가자. 멧돼지는 거기 놔둬. 하다가 배고프면 자기가 알아서 먹고 또 하겠지.”

저년이 밤새 강간당하는 장면까지 봐주긴 귀찮았기에 주기적으로 포션을 부어줄 한 명만 남기고 베르너 저택으로 입성했다.

얼마 만에 돌아오는 집인지.

빙의되고 나서 잠깐 지냈던 곳이지만 그 잠깐 새에 정이 붙긴 붙었나 보다.

“다녀왔다.”

왠지 모르게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좌우로 도열한 하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면서 나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베르너 백작님.”

달콤하네.

이게 권력의 힘인가?

사람들이 이래서 정치하는 건가 보다.

여기 있는 하녀들은 온종일 벌벌 떨고 있었겠지.

누가 들어오든 똑같이 늘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베르너 백작님이라 말했을 거다.

괜히 궁금해져서 하녀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가장 맨 앞에 선 하녀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길래 그녀에게 다가갔다.

“히이익!”

다가가기만 해도 이런 반응이라.

사실 여기 있는 하녀들은 옛날 내 루저 모습만 기억하던 계집들이다.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여 금의환향한 내 모습이 제법 낯설겠지.

그리고 지금 내 앞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안절부절못하는 하녀.

“오랜만이네? 나 기억나?”

바로 내 스스로 복부에 가위를 꽂게 만든 그 하녀였다.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을 위해 말해주자면.

내 전담하녀 메이를 대신해 오더니, 거드름 피우면서 온갖 폼은 다 잡던 년이었다.

처음에는 이 건방진 년을 당장 썰어버리려 했으나.

그 당시엔 세력도 무력도 없던 상황에 어머니 눈치도 보던 시절.

일부러 자살 시도를 한 뒤 요년 때문이라고 죄를 뒤집어씌웠고.

진노한 아버지가 이 하녀에게 체벌과 정직 형을 내린 것으로 기억한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역시나 사람 쉽게 안 바뀐다고.

분명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날 알아봤으면서 모른다고 하네.

“그래? 그러면 기억나게 해줄게.”

“기, 기억납니다! 기억나요!”

황급히 태세 전환.

이년이 여태껏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지? 기억나지?”

“그, 그럼요! 데이몬 공자…아니 백작님.”

서둘러 뒤에 백작님이라고 붙이는 것까지는 좋은데.

“나 조금 의문인 게 있다?”

“어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정직 처분받았잖아.”

“시간이 지나서 복귀했습니다.”

“그래? 흠.”

역력히 긴장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인 하녀들을 쭉 둘러보다 말했다.

“그런데 여기 하녀장은 누구지? 옛날 하녀장이 안 보이는데.”

내가 아무리 성에 짧게 있었어도 하녀장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주름살이 제법 있었고 엄격한 성정의 할머니였는데.

아버지가 무척이나 아꼈던 여자로 알고 있다.

“하녀장이 안 보이는데? 어디 갔어?”

“전 하녀장님은 천수를 다하시고 대천사 품으로 가셨습니다.”

비교적 젊고 예쁘장한 하녀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그래? 그러면 다음 하녀장은 누구야?”

“……”

젊은 하녀가 갑자기 말을 못 한다.

그러더니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누군가를 가리키는데.

바로 날 자살 시도하게 만들었던 그 하녀였다.

“네가 하녀장이야?”

어이가 없네.

“너 때문에 귀족 하나가 자살할 뻔했는데 네가 하녀장이라고? 여기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하녀장을 뽑아? 너 누가 꽂아줬냐?”

이제는 마른침을 삼키다 못해 턱 끝으로 식은땀을 뚝뚝 흘리고 있는 하녀장이 한참을 고심하다가 대답한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여…”

“아니에요! 제임스 공자님이 뽑아주셨어요!”

아까 나섰던 젊은 하녀가 다시 나서서 냉큼 나에게 꼰질렀다.

그리고는 하녀장에게 말한다.

“하녀장님, 왜 거짓말하세요. 공자님이랑 같은 침실 쓰시고 하녀장 되셨잖아요.”

오우. 제법 마음에 드는 년.

그건 그렇고.

원래도 마음에 안 들었던 년이 제임스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라.

위아래로 훑어보니 하녀장을 맡을만한 얼굴과 몸매는 되어 보였다.

나이가 좀 있긴 한데 그래봐야 20대 후반이고 오히려 연상의 성숙함을 돋보이게 한달까?

“그런 일이 있었군. 네가 제임스 밤일도우미였구나?”

“아, 아닙니다. 저년이 원래 허언증이 많은 년입니다.”

“아뇨, 그럴 리가 없어요.”

이번에 끼어든 건 하녀장도, 젊은 하녀도 아닌 다른 여자였다.

바로 전직 베르너 성 하녀.

메이였다.

“오랜만이에요, 페르체님. 그리고 오랜만이야, 베샤.”

하녀장 이름이 페르체고 젊은 하녀가 베샤였구나.

“응, 오랜만이네, 메이.”

“베샤는 어렸을 때부터 저와 같은 동네에 살다가 같은 나이에 백작성에서 일한 하녀예요.”

메이가 나 때문에 왕따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그런 건 아니였군.

“누구 덕분에 힘들었을 때 유일하게 고구마를 몰래 갖다준 친구이기도 하죠.”

“그 누구가 누구야?”

“……”

메이 많이 컸네.

내 질문도 씹을 줄 알고.

하지만 메이와 셰릴에 한해서 이 정도 기어오름은 봐주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아무튼 대충 알겠다. 페르체 하녀장?”

“네…네?”

“귀족인 나 데이몬 베르너는 너의 명령 불복종으로 자살시도까지 했는데 너는 무려 백작령 본성에서 하녀장을 하고 있다.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다, 당장 하녀장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제법 깔끔하게 감투를 벗어던지네.

하지만 이걸 어쩌나.

내 심사는 이미 뒤틀렸다.

딱 봐도 저년이 어떻게 출세했는지 보였기 때문.

정직에서 복귀하고 난 후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니 한때 나에게 대들었던 공으로 첫째 어머니 눈에 들었겠고.

이후 제임스 형 눈에까지 들어서 주기적으로 같은 침대를 쓰며 아내가 없는 첫째 형을 대신해 이곳에서 여왕 노릇을 했으리라.

“글쎄, 그걸로 부족하겠는데?”

“그, 그럼 어떻게…”

말꼬리를 흐리는 페르체에게 다가간 뒤 주저 없이 하녀복 가슴께를 꽉 잡았다.

“왜, 왜 이러세요.”

“왜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었잖아.”

손을 강하게 아래로 내리자 천으로 만들어진 옷이 단숨에 찢어지며 제임스 형이 그토록 물고 빨았던 탱탱한 유방이 만천하에 모습을 보인다.

수치심에 눈물을 터트리는 하녀장.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하얗고 보드라운 가슴을 우악스럽게 쥐어짜면서 말했다.

“벌 받을 시간이다. 요년아.”

* * *



사상 최악의 주인공〈 231화 〉 벌 받을 시간이다 요년아